노동운동이 통일운동에 나서야 한다

노동사회

노동운동이 통일운동에 나서야 한다

admin 0 3,414 2013.05.07 09:54

6.15남북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1주년이 된다. 1년 전 이맘때 남북정상의 역사적 상봉에 한반도는 국제적 관심의 초점이었고, 또 노동자는 물론 국민들은 통일 열기에 휩싸였다. 6.15공동선언은 '통일선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6.15공동선언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민족과 민족논리로 일관되어 있지 노동자나 계급논리는 없다. 노동자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즉 한국에 있어서 노동운동은 통일운동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일까?

노동운동과 통일운동의 상호관계

khlee_01.jpg한국의 노동운동과 통일운동의 상호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의 성격을 먼저 파악해야 한다. 어느 사회나 일반성과 특수성을 갖고 있다. 한국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한국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라는 '일반성'과 분단사회라는 '특수성'을 함께 갖고 있다. 한편으로는 세계적 차원에서 '일반화'되어 있는 자본주의가 한국 사회를 규정해 주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국토가 두 동강나고 민족이 갈라져 있는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한국사회를 규정해 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사회는 두 개의 모순, 즉 계급모순과 민족모순을 갖고 있다.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한다. 계급운동과 민족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노동운동은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을 보장하는 참된 민주사회를 건설'(민주노총 강령 중에서)하기 위한 것이고, 민족운동은 외세의 간섭을 배제하고 통일을 이루자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운동은 모두 한국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것인데도 때때로 서로 비교되거나 분리되곤 했다. 특히 노동자에게 있어 통일운동은 노동운동보다 덜 중요하거나 후순위로 밀리곤 했다. 실제로 많은 노동자는 생존권투쟁이나 노동운동을 하기에도 힘에 벅차고 여유도 없는데 통일운동까지 함께 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듯 하다. 정녕 노동자는 이 두 가지 운동을 분리시켜야만 하고 또 함께 할 수 없는 것일까?

모두가 알고 있듯이 '노동'과 '노동계급'의 개념을 과학화하고 현실화한 마르크스는 '물질'과 '의식'을 놓고 세계의 시원(始原)문제를 풀려고 했다. 세계의 시원이 물질임을 밝히고자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마르크스의 철학적 고민은 물질과 의식 중에서 무엇이 1차적이고 2차적이냐는 '선후의 문제'였지,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냐는 '가치의 문제'가 아니었다. 

마찬가지로 한국 사회를 규정하고 있는 커다란 두 가지 모순인 계급모순과 민족모순 중에서 노동자가 일차적으로 해결해야 할 모순은 무엇일까? 즉 한국사회를 규정하는 모순의 시원은 무엇일까? 어느 모순을 먼저 풀어야 노동자가 자신의 권익을 찾는데 일차적 도움을 주는 것일까?

'한국의 노동자는 자본가계급과 분단세력으로부터 이중적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특히 분단으로 인한 고통의 직접적이고 최대의 피해자는 노동자다'라는 다소 교과서적인 말속에는 한국 사회의 특수성에서 파생된 민족모순의 선차성이 잘 나타나 있다. 한국 사회의 모순을 풀기 위해서는 계급모순보다 민족모순을 우선시하라는 함의이다. 물론 이것이 통일운동이 노동운동보다 더 가치가 있다라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한국 사회의 모순을 타파하고 노동자가 자신의 목표를 실현함에 있어 어떠한 경로를 거쳐야 하냐는 순차적인 문제인 것이다.

6.15 선언에 대한 그릇된 경향성

사실 6.15공동선언에는 민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노동자가 왜 통일운동에 적극 나서야 하는가 하는 이유가 잘 들어 있다. 그런데 6.15공동선언이 발표된 지 1년이 지나고 있는데도 그 참뜻이 왜곡되거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제까지 노동운동의 관행에서 비롯된 듯한, 6.15공동선언에 대한 두 가지 그릇된 경향성이 나타나곤 한다. 

하나는 6.15공동선언을 정권 차원에 한정시키려는 경향이다. 이러한 경향은 현 정부와 함께 통일운동을 하는 것을 반대하거나, 또는 민간 차원의 통일운동을 등한시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6.15공동선언을 현 남북의 정권과 지도자가 합의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6.15공동선언이 당국자 차원에서 합의했다고 해서 단순히 정권의 산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경향은 더 나아가 6.15공동선언에 대한 지지가 신자유주의 정책과 구조조정을 자행하는 현 정권을 지지하는 것이라는 사리에 맞지 않는 인식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다. 1972년 7.4남북공동성명은 박정희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는 노태우가 그 당국자였지만, 지금도 생명력을 갖고 있는 7.4 공동성명과 기본합의서를 지지하는 것이 당시 독재자들을 지지하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마찬가지로 역사적인 6.15공동선언을 지지하는 것이 현 정권을 곧바로 지지하는 것으로 될 수 없음은 물론이다.

그것은 6.15공동선언의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금새 알 수 있다. 6.15공동선언 5개항에는 통일 원칙과 통일 방안, 그리고 남북화해 및 교류와 관련된 사항들로 채워져 있다. 특정 정권에 의해 한정되거나 좌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현 정권뿐만 아니라 후대에까지 지켜져야 할 통일의 청사진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통일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6.15선언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며 통일의 이정표로 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른 하나의 경향성은 6.15공동선언에 '노동자'가 빠져있다는 것이다. 즉 노동운동과 통일운동을 분리시키려는 경향이다. 6.15공동선언 합의사항의 첫 번째는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그 주인인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로 하였다'이다. 노동자가 빠져있는 게 아니라,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각계각층이 모두 망라되어 있는 것이다.

노동자는 사회의 한 구성원이자, 민족의 한 구성원이다. 그것도 가장 강력한 구성원이다. 노동자가 계급이면서도 민족의 성원임은 지난 금강산에서 열린, 분단 이후 민간 차원의 통일행사로는 가장 규모가 컸던 '남북노동자 5.1절 통일대회'에서 감격적으로 표출되었다. 

남측의 한국노총,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북측의 조선직업총동맹(직총) 노동자들과의 만남은 계급적이라기보다는 민족적이었다. 1,200여명의 남북 노동자들은 민족정서에 맞게 어울리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또 눈물샘을 자극했다. 이름도 모르는 생면부지의 얼굴들이 단 하루동안의 만남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화해하고, 또 부둥켜안을 수 있다는 것은 '하나의 민족'이라는 이름 때문에 가능하다는 것 이외에는 달리 설명되지가 않는다. 통일을 향해 남북 노동자 연대가 이뤄진 것이고, 더 나아가 민족 공조가 이뤄진 것이다. 반만년 역사를 거치면서 생성되고 이어져 온 '민족'이라는 유전자가 50여년 분단 속에서도 살아 있어 꿈틀거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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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 남북노동자 대회에서 기차놀이를 하고 있는 남북노동자들   ▷ tongilnews.com ]

노동자가 통일운동에 나서야

이제 6.15공동선언의 참뜻을 그대로 이해하고 민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노동자는 통일운동에 참여하고, 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6.15공동선언의 합의사항 몇 가지만 얼핏 보아도 노동자가 왜 통일운동을 해야하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먼저, 6.15공동선언 제1항에는 '통일문제를 우리 민족끼리 서로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하자는 통일원칙이 적시되어 있다. 이는 외세를 배격하자는 말인데, 특히 남쪽의 경우 미국의 간섭과 지배로부터 벗어나자는 뜻이다. 미국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펼치는 것은 한편으로 세계사적 차원에서 노동자에 대한 탄압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약소국 민족에 대한 공세이기도 하다. 한국사회가 분단되어 있는 한, 그리고 식민지적 요소가 해소되지 않는 한, 한국의 노동자는 외세로부터 늘 압력과 고통을 받게 되어 있다.

또한 제2항인 '남과 북은 나라의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 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 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는 것은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향한 실질적인 안전장치와 방안을 내오자는 것이다. 통일이 된다면 이는 노동자들에게 결정적으로 이익이 될 것이다. 분단으로 인한 노동자의 기본권리와 정치활동 제약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음은 물론, 국방비 등 천문학적인 숫자의 분단비용을 노동자와 실업자를 위해 쓸 수 있다.

한때 '통일비용' 얘기가 유행했었는데, 이는 통일을 원하지 않는 일부 세력이나 언론에 의해 과장되게 유포됐음이 6.15공동선언 발표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이들은 독일통일을 예로 들면서 흡수통일론 입장에서 비용을 계산한 것인데, 그 적실성 여부를 떠나 6.15공동선언에서의 통일방안은 체제통일이나 제도통일 식의 흡수통일이 아닌, 남과 북의 양 체제와 제도를 인정한 기초 위에서 민족통일을 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북쪽 '인민'들 몇 백만 명이 남쪽으로 우르르 몰려와서 그들을 먹여 살리고 취직을 시켜주고 하는 식의 통일비용은 분단세력들의 '소망'일 뿐이다.

그리고 제3항인 '이산가족상봉과 비전향장기수 송환 문제'는 당사자일지 모를 내 가족과 친척, 이웃의 오십 년 넘는 한을 풀어주고 민족화해를 이루는 문제이고, 또한 제4항인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남북 경제협력은 최근 경의선 복원, 관광사업, 개성단지, DMZ 활용 등에서 보여지듯 남북 경제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통일운동이 갖는 '사회운동적' 성격

이렇듯 분단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통일운동은 당사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에 있어서 노동운동과 통일운동은 서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 노동운동의 진로와 관련해, 노동조합이 사회적 조직으로 거듭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노동운동이 사회운동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김동춘, 『노동사회』 2001년 2월호).

한국 사회의 특수성에서 노동운동의 사회운동성 회복이란, 노동운동이 여러 사회운동 세력들과 연대하고 통일운동에 참여함으로써 실현될 수 있다. 노동운동은 통일운동을 통해 다른 여러 사회운동 세력들과 연대를 할 수 있고, 또 그 속에서 선도적 지위를 찾을 수 있다. 노동자가 통일운동 속에서 선도적 지위를 차지한다면, 이는 노동운동의 사회운동성 회복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지금 노동운동은 6.15공동선언을 통해 또 그 1주년을 맞이해 통일운동과 결합할 수 있는 호기를 맞고 있다. 노동자는 현 정권의 통일의지 여부에 관계없이 민간통일운동에 관심을 갖고 또 적극 참여해야 한다. 특히 남북 민간 차원에서는 올해 6.15∼8.15기간을 민족화해와 통일운동 기간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이 기간 중에 남과 북에서 공동으로 통일행사를 갖고 또 각 지역이나 부문에서는 실정에 맞게 특색 있는 여러 형태의 통일행사가 열릴 것이다.

6.15공동선언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정권의 차원을 넘어 후대에까지 계속되어야 하고, 또 계급·계층을 넘어 민족 차원에서 계속되어야 한다. 통일의 이정표인 6.15공동선언을 바탕으로 노동자가 통일운동에 나선다면 민족화해와 평화통일의 가능성은 활짝 열릴 것이고, 그만큼 노동자는 분단과 외세의 고통에서 벗어날 것이다. 그리고, 노동운동과 통일운동의 결합은 노동운동의 사회운동적 성격을 크게 고양시킬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