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먹히는 정부의 ‘당근’과 ‘채찍’, 공무원 노사관계는 어디로?

노동사회

안 먹히는 정부의 ‘당근’과 ‘채찍’, 공무원 노사관계는 어디로?

편집국 0 3,079 2013.05.24 12:26

2006년 1월 공무원노조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9개월이 지나고 있다. 공무원노조특별법 시행 이후 정부의 공무원노조 대응방침은 법외노조는 “불법”이니 와해시킨다는 것과 법내로 들어온 공무원노조단체와는 교섭구조를 정착시켜 나간다는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정부 내 실질적인 사용자인 행정자치부는 이 두 가지 방침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경주 중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법외노조 와해를 위해 여러 무리수를 두었지만 쉽게 될 일은 아닌 것 같고, 교섭구조 정착 역시 초입이라 할 창구단일화 문제에서 한발도 나아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공무원노조특별법이 시행된 지 9개월, 어디서 무엇이 꼬이고 있는지 살펴보자. 

최대조직은 여전히 법외, ‘와해’는 가능한 구상인가

ysjung_01.jpg먼저 살펴볼 곳은 공무원노조단체 가운데 최대조직인 전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권승복, 이하 공무원노조)의 상황이다. 잘 알려진 대로 공무원노조는 설립신고를 거부한 채 법외노조를 고수하고 있고 이로 인해 집중적인 탄압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3월 행자부는 ‘불법단체 합법노조 전환(자진탈퇴) 추진 지침’을 모든 산하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하달하고 공무원노조의 와해를 ‘뚝심 있게’ 추진 중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공무원노조 사무실 강제폐쇄였다. 지난 8월31일 부산에서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태평양지역총회가 열리는 기간 중에 경남도청지부 사무실의 폐쇄를 시작으로, 9월22일에는 각 지자체의 행정력과 경찰력이 동원돼 일제폐쇄 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140여곳에 이르는 지자체 노조사무실이 강제폐쇄 됐다. 이에 대응해 공무원노조는 ‘옥쇄투쟁’을 방침으로 정하고 저항했으며, 곳곳에서 충돌이 벌어졌다. 강하게 누르면 주변은 깨지고 내부는 단단해지게 마련인데, 사무실 폐쇄 과정을 겪으며 경남지역의 몇몇 지자체를 중심으로 법내로 들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법외노조’ 방침을 어긴 산하조직에 대해서 공무원노조는 징계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점에서 첫 번째 질문을 해보자. 과연 공무원노조는 와해 가능한 조직인가? 일단 기자의 판단은 ‘군대 동원하기 전에는 어렵다’이다.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공무원노조가 확실한 자금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행자부는 지난 3월 이후부터 공무원노조 조합원들의 조합비 원천징수를 차단했다. 하지만 공무원노조는 조합비 자동이체를 통해 흔들림 없이 조합비 징수를 계속하고 있다. 공무원노조의 조합비에는 일반적인 노동조합 활동을 위한 예산뿐만 아니라 지난 2004년 11월 총파업 당시 해직된 노조간부 등의 급여지급을 위한 ‘희생자구제기금’까지 포함되어 징수되고 있다. 희생자구제기금이 포함된 공무원노조 조합비는 2~3만원 정도로 적지 않은 액수다. 지난해 말 공무원노조 임원선거에서 확인된 조합비 납부자 수는 대략 8만5천명(사고 지부 제외) 정도였다. 행자부의 집중적인 탄압을 받은 현재의 조합비 징수 규모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정상적으로 희상자 구제기금이 지출되고 있고, 조합비 부족으로 인한 ‘긴축재정’을 실시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큰 변화가 없어 보인다. 미루어 짐작컨대 조합비 원천공제 차단과 집중적인 ‘자진탈퇴’ 작업에도 불구하고, 조합비 징수 누수율은 10% 안팎인 것으로 보인다. 조합원 10명 중 9명은 ‘나서서 투쟁하진 못해도’ 노조에 꼬박꼬박 조합비를 자동 이체할 만큼은 지지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여기에 더해 공무원노조는 다른 자금 줄을 쥐고 있다. 2004년 1월 총파업으로 해직된 400여명 중 상당수가 복직되면서 지출됐던 희생자구제기금이 다시 조합으로 돌아오고 있다. 해고자복직을 위한 행정소송 1심에서 공무원노조 쪽 승소율은 84% 정도에 이른다. 이를 통해 조합으로 되돌아올 기금은 8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공무원노조의 자금줄은 정부의 통제범위 밖에 있다. 개별노동자가 자동이체 하는 조합비를 어찌 파악하고, 어찌 막을 것인가? 

조직력 약화? “버티기는 문제없다” 

두 번째 질문을 해보자. 공무원노조의 조직력은 약화됐는가? 2004년 11월 공무원노조의 총파업 찬반투표와 총파업 결행은 엄밀히 말하면 ‘국지전’이었다. 몇몇 선도적인 지역조직에서만 충돌이 벌어졌고 상당수의 지역조직은 묵묵히 사태를 지켜봤다. 그러나 2006년 9월에 벌어진 사무실 강제폐쇄는 ‘전면전’이었다. 노조 폐쇄 절차에 들어간 140여곳의 노조 사무실 중 100곳 이상에서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강제폐쇄를 위해선 해머, 물대포, 용역경비, 경찰 등이 필요했다. 9월22일 공무원노조 중앙 상황실에서 자주 나왔던 말이 “지역에서 생각보다 잘 싸웠다”는 것이었다. 

사실 노조 사무실 폐쇄를 강행하면서 행자부가 예의주시한 것은 ‘몇 곳이 폐쇄 됐나’가 아니라, ‘몇 곳이 흔들리나’였다. 결국 정부의 의도대로 사무실 폐쇄 이후, 경남지역의 지자체 노조들이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몇몇 지자체는 ‘합법노조’ 전환을 위한 투표가 진행되거나 계획됐고 경남본부장은 합법노조 추진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러자 지난 10월 중순 있었던 경남본부 대의원대회에서 경남본부장에 대한 탄핵안이 발의됐고, 재적 대의원 3분의 2에서 한 표가 부족해 부결됐다. 그 결과 경남지역 지자체노조의 법내노조 추진은 그 기세가 한풀 꺾였고, 노조에선 “답답한 건 우리가 아니라 행자부”라면서 조직력 복원에 힘쓰고 있다. 

공무원노조가 쟁점으로 삼고 투쟁하고 있는 노동3권 쟁취, 공무원연금법 개악저지, 총액인건비제 저지 등에 대한 해법은 여전히 찾아지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버티기’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멀고 먼 창구단일화 

공무원노조가 조직력의 위협을 실질적으로 느낄 경우는 법내로 들어간 공무원노조총연맹(위원장 박성철, 이하 공무원노총), 행정부공무원노조(위원장 조호동, 이하 행정부노조), 전국교육기관기능직공무원노조(위원장 전재균, 이하 기공노) 등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다. 성과는 바로 ‘정당성’으로 이어질 것이고 공무원 노조단체 간의 경쟁에서 법외노조가 가진 우위가 한 번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현재까진 난항이다. 

공무원노조특별법은 대정부교섭을 요구하는 단체가 복수일 경우 창구단일화를 의무하고 있고 노조 쪽 교섭위원을 1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현재 대정부교섭을 요구한 노조단체는 10곳으로 전국단위 총연맹(공무원노총, 한공노 등)부터 교육기관의 노조(교육연맹), 그 중에서도 기능직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노조(기공노, 한국교련), 지역단위 노조 등 교섭신청을 한 노조들의 조직대상, 조합원 수, 직렬이 중구난방이다. 

교섭위원 수가 10명, 신청 노조도 10명이니 각 노조에 한명씩 배정하자고 하면 공무원노총, 행정부노조 등 덩치가 큰 노조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 조합원 수에 따라 비례대표로 구성하자고 하면 10개 노조 중 5개 노조가 교섭위원 배정에서 배제된다. 이처럼 각 조직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다보니 당연히 창구단일화 논의는 답보상태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10월23일 행자부가 주관한 ‘제1회 노사합동 워크숍’의 반쪽 진행이다. 이날 행자부는 법내로 들어온 노조 대표자들을 모아 워크숍을 진행했다. 워크숍이 열린 이유에 대해선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공무원노총은 이날의 워크숍을 노사 간 ‘상견례’ 자리로 받아들인 반면 덩치가 작은 기공노, 한공노 등에선 ‘창구단일화를 위한 노조들 간의 논의의 장’으로 봤다. 워크숍 프로그램 가운데 ‘친교의 시간’이 들어있었던 것으로 보아 행자부 역시 노조 대표자들 사이에 창구단일화를 위한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ysjung_02.jpg
[ 10월23일 대전에서 열린 ‘공무원노사관계 신뢰구축을 위한 제1회 노사 합동 워크숍’.  ▷매일노동뉴스 ]

10개 갖고 나눠먹으려니 참…

그러나 공무원노총과 행정부노조는 당일 행자부 장관의 불참을 이유로 워크숍 장소에서 퇴장해버렸다. 하지만 당일 현장에서 장관의 불참이 퇴장의 실제 이유라고 본 사람은 없었다. 이미 워크숍 며칠 전부터 각 노조가 밝힌 창구단일화에 대한 입장은 사실상 조율불가 상태였다. 행정부노조 입장에선 노조 자체 교섭대상이 대정부 교섭대상과 대부분 겹치는 탓에 굳이 창구단일화를 해서 여러 군소노조들과 조율할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조호동 행정부노조 위원장은 “중앙과 지방의 입장을 기준으로 교섭위원을 선정해야 한다”면서 중앙부처 공무원노조 조직인 행정부노조에 상당수의 교섭위원을 배정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는 다른 노조에선 절대 받을 수 없는 안이다. 

기능직을 조직대상으로 하는 기공노, 한국교련 등에선, “직렬 대표성을 가진 교섭위원 선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치복 한공노 위원장은 “공무원노총-기공노-한공노가 교섭을 요구한 3개 연합조직인 만큼 3조직을 기본 축으로 교섭위원을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립신고 당시를 기준으로 공무원노총의 조합원 수는 2만3천명, 기공노는 2천6백명, 한공노는 270명이다. ‘3조직 기본축’은 공무원노총이 절대 받을 수 없는 안인 것이다. 

박성철 공노총 위원장은 “교섭위원 10명 제한으로 노조끼리 싸우는 모양새”라며 “교섭위원을 20명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조건에서 난항이 거듭되자 행자부가 ‘친교의 장’을 마련했다. 그러나 공무원노총과 행자부노조 등 덩치가 큰 조직들은 ‘10명을 어찌 나눌지’를 논의하고 싶지 않았고 “행자부 장관의 불참”을 이유로 퇴장해 버렸다. 사실 이용섭 행자부 장관은 최규하 전 대통령의 장례식 집행위원장을 당일 오전 맡게 돼, 장례식장을 떠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남은 군소노조들은 공무원노총의 일방적인 퇴장을 비난했고, 행자부 직원들은 곤혹스런 표정으로 워크숍을 계속 진행했다.    

안개정국에 갇힌 공무원 노사관계

행정자치부는 지난 10월17일 기존 공무원단체복무팀을 ‘단체교섭팀’(정원 11명)과 ‘근무지원팀’으로 분리하고 정부 단체교섭 업무를 전담할 ‘단체교섭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단체교섭팀에는 노동부와 인사교류를 통해 노사교섭 전문가 2명을 배치하고, 노동전문 변호사도 채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공무원노조에 대한 와해 작업을 계속 진행 중이다. 앞도 막혔고, 뒤도 막힌 상황이다. 교착이 제도개선 논의로 이어질지, 절름발이로라도 한걸음 나갈지, 현재 정황으로는 오리무중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