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인수 어떻게 볼 것인가

노동사회

노동자인수 어떻게 볼 것인가

admin 0 4,457 2013.05.07 09:48

1. 들어가며

사회주의 국가들이 1980년대 말부터 급속하게 무너지고 신자유주의 열풍이 세계를 휩쓸면서 해고 중심의 구조조정이 유행하고 있다. IMF 이후 한국에서도 이러한 구조조정 방식은 하나의 불문율이 되었다. 기업 내부의 비효율을 제거하려는 노력보다는 당장의 비용절감 효과를 수치로 보여주는 인력 구조조정이 최선의 정책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노사, 노정의 끊임없는 충돌이 가시화되었고 언론을 앞세운 대의명분과 공권력 앞에 노동계는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일부 기업에서는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기업을 인수하여 고용을 유지하려는 노력들을 보여왔다. 경제난 속에서 이직(移職)이 만만치 않은 것이 이러한 시도를 강제한 한 요인이 되었다. 한편 그것은 더 이상 피고용자가 아니라 회사의 주인이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주인의식을 갖고 노동통제가 아닌 자발적인 동기에 의해서 작업에 임하게 된다. 

노동자 소유 기업은 감독 비용을 줄이고, 사회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터전이 되며, 노사화합이라는 공익 자산을 확대시키는 외부성이 존재하기(조영철, 1997) 때문에 미국에서는 이러한 기업을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실질적인 지원이 거의 없는 상태다. 2001년 4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근로자복지기본법'의 '근로자인수기업 지원' 조문에서 제도적 뒷받침의 가능성을 남겨놓고 있지만, 재경부의 반발이 워낙 커서 실질적인 정책이 제도화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다.

경제 민주주의는 정치 민주주의처럼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여야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는 경제 민주주의와 상충 관계에 있다. 기업 내의 생산자들이 동등하게 의사 결정에 참여하는 것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보장하는 자본주의 생산양식과 모순관계에 있다. 따라서 자본주의 틀 내에서는 기껏해야 부분적인 경제 민주주의만을 허용할 수 있다. 

경제 민주주의가 당연시되는 사회 문화가 형성되기까지에는 많은 전제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 다양한 소유·경영 참가의 경험과 시민사회의 성숙이 필요하다. 그리고 노동자 소유는 경제 민주주의를 달성하는데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경제적 성과 측면에서도 소유참가와 경영참가가 결합되었을 때, 최상의 효과를 가져온다는 결론들이 발표되었다. 노동자 소유 제도만을 채택하고 있거나 경영참가 제도만을 채택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전통적인 자본주의 기업과 의미 있는 차이를 발견하지 못하였으나, 그 두 제도가 결합된 기업의 경우 기업성과와 밀접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이러한 결과는 이러한 제도가 의미 있게 도입되었을 경우에만 노동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노동에 전념할 수 있고, 품질 개선이나 불량률 하락, 노동과정 개선, 소비자 서비스 향상 등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Rosen etc, 1997).

2. 노동자 소유의 배경

노동자 소유는 생산관계 전환의 핵심 요소이다. 자본주의의 기본 모순을 생산의 사회화와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라고 했을 때, 생산수단의 사회화(또는 공유화)는 이러한 기본 모순이 해결되는 방식이다. 생산수단의 사회화는 개별적인 노동자들의 소유권을 인정하되, 임의처분권에 제약을 가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용권과 수익권을 집단적 의사결정에 따라 행사하되, 소유지분의 일정 비율만 처분할 수 있다거나 퇴직 시에만 처분할 수 있다는 등의 제약을 두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노동자 소유는 생산수단의 국유화를 골간으로 한 '기존의 사회주의'와 차별성을 가지며, 시장과 계획의 적절한 보완을 내용으로 하는 '시장 사회주의'와도 다르다. 국유화(또는 국영화)는 관료화와 노동자들의 동기 부족을 낳으며, 자본주의의 기본 모순을 극복했다기보다는 회피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시장 사회주의론은 시장과 계획을 적당하게 절충하고 있으나, 생산수단의 사적 소유를 극복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여전히 자본주의적이다. 또한 사용권과 수익권에 일정한 제약을 가하고 처분권에 완전한 제약을 가하는 유고의 자주관리 체제와도 구별된다. 유고의 자주관리 체제는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제약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동기를 지속적으로 유발하는데 문제점을 가진 체제라고 볼 수 있다.

노동자 소유 형태는 1850년대에 시작된 노동자 협동조합과 1970년대 중반 이후 미국과 영국, 1990년대 후반 한국에서 확산되기 시작한 노동자 인수 기업으로 대별될 수 있다. 

노동자 협동조합은 프랑스 뷔세(Bushez)의 '노동자들의 연합(workmen's associations)'이란 개념에 이론적 근거를 두고 있으며, 프루동(Proudhon)의 실천적 노력이 아나키스트와 생디칼리스트들로 이어진다. 이들은 사회주의를 '노동자 통제'로 특징짓고 정치적인 방법만이 아니라 산업적 행동을 통해서 자본주의를 폐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마르크스는 노동자 협동조합의 생존 가능성에는 비관적이었지만, '자유로운 생산자 연합'이라는 개념을 통해서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통제를 획득해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협동조합이 새로운 생산양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불가피하게 자본주의 체제를 반영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Gunn, 1984). 현재 노동자 협동조합은 스페인의 몬드라곤 지역과 이태리 북부에서 번영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영국, 미국, 캐나다 등지에 소규모로 유지되고 있다. 

이에 비해 노동자 기업 인수는 비교적 최근의 현상이며, 기존의 기업을 노동자들이 인수하여 공동 자산화 하는 것이다. 노동자인수는 198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 많은 사회적 관심을 불러 일으켰고, 한국에서는 IMF 이후에 상당한 수의 업체에서 진행되었다. 노동자 기업 인수가 활발히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경영상의 위기와(혹은) 제도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974년 종업원퇴직소득보장법(ERISA), 이듬해 조세감면법이 제정됨에 따라 차입 종업원주식소유제도(Employee Stock Ownership Plan, ESOP)을 이용하는 회사와 종업원, 대출 금융기관에 대한 과감한 세제혜택을 부여하였다. 1980년대부터 미국의 철강산업은 신흥공업국들의 격심한 경쟁에 휘말리면서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상당 수의 철강업체들이 노동자 인수로 문제를 풀어갔다. 또한 항공산업이 탈규제 산업으로 선정되면서 업체간 경쟁이 심해져 구조조정이 필요하였으며, 대부분의 업체에서는 해고로 대응하였으나 일부 업체에서는 노동자 인수로 대응하였다. 

미국에서 노동자 기업 인수의 근간이 된 ESOP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자 유럽에서도 ESOP과 유사한 제도들을 도입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1978년 재정법이 제정됨에 따라 종업원인수를 촉진할 수 있게 되었으며, 대처 정부 시기에 민영화 과정에서 많은 업체들이 노동자 소유로 되었다. 

한국에서 노동자 인수는 IMF 이후에 본격화되었으며, 2001년 현재 100여 개의 업체가 노동자 소유로 되어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노동자 소유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거의 없어, 그 인수과정을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 임직원들이 거의 균등하게 각출하여 투자하는 경우도 있고, 노동조합 간부들만이 각출하는 경우도 있으며, 핵심 추진 주체들만이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규모로 보면 중소기업이 대부분이지만, 장치산업이 아닌 경우에는 대기업도 포함되어 있다. 노동자 인수의 원인은 기업 부도가 가장 많고, 공기업의 민영화와 자회사의 분사 과정 등을 들 수 있다. 경영진은 노조 간부들로 구성되기도 하고, 민영화와 분사의 경우엔 이전의 임원과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3. 노동자 소유의 현황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노동자 소유 기업은 노동자 협동조합과 노동자 인수기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노동자 협동조합은 창업을 통해서나 기존 기업을 인수하여 협동조합 원칙1)에 따라 운영하는 기업을 말하고, 노동자 인수 기업은 협동조합 방식과는 무관하게 노동자들이 인수하여 운영하는 기업을 말한다. 3장에서는 국내외의 노동자 소유 현황을 검토한다.

1) 한국

한국에서 노동자협동조합 운동은 1990년대 이후 개량한복을 생산하는 소규모의 업체들이 등장하였고, 건설과 청소용역 부문에서 두드러지게 진행되었다. 그리고 IMF 이후에는 정부의 자활사업 지원으로 협동조합 방식의 생계형 창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노동자협동조합은 생활협동조합법이 제정되면서 생협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노동자들이 기업을 인수하는 현상은 IMF 이후 환율의 급상승과 금융경색으로 부도율이 급증하면서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노동자기업인수지원센터'에서 이와 관련하여 2001년 3월 현재까지 지원한 업체만도 120여개에 이른다. 이 모든 업체가 노동자소유기업화 되지 못했고 일부 업체는 외부 투자자들에게 넘어가기도 하였으나 노동자소유기업이 급증한 것만은 사실이다. 

노동자들이 기업을 인수하게 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실업예방과 고용안정이었다. 산업 전체의 경기가 하락하는 과정에서 이직의 가능성이 거의 없었고, 체불임금과 퇴직금을 제대로 받아낼 수 없는 상황에서 노동자들이 택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노동자들이 운영하면서 체불임금과 퇴직금을 보전하고 가능하다면 직접 인수하여 운영하는 방법을 택할 수 있다. 또다른 이유는 대기업과 공기업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분사나 민영화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참여하는 경우이다. 초기에는 분사나 민영화를 반대하다가 그것이 현실화되었을 때, 노동자들이 고용안정을 위해서 택할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직접 인수하는 것이다. 사기업에 매각되었을 경우 예상되는 대규모의 정리해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사 및 민영화 반대투쟁에 참여했던 노조나 대책위 등이 동력이 되어 노동자인수가 가능하게 된다. 

노동자들이 인수한 업체들을 보면 소규모 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일부 포함되어 있다. 특히 민영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인수한 업체들을 보면, 1000명 이상의 업체들도 있다. 그리고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 통신 관련 업체까지 매우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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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국

미국에서는 1790년부터 1940년까지 700여개의 노협이 설립되었다. 1880년대에는 노동기사단(Knight of Labor)에 의해 약 135개의 노협이 설립되었다(Lichtenstein, 1986). 1930년대에는 실업에 대처하기 위해 노협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1960∼70년대의 새로운 물결은 공동체뿐만 아니라 시민권과 반전, 환경, 여성운동 등 다양한 사회운동과 접목되었다(Rothschild, 1986). 

미국에서 노동자소유의 역사는 170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현대적인 노동자소유제도인 ESOP는 1956년 켈소(Louis Kelso)의 저작「자본주의 선언(capitalist declare)」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그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부의 지속적인 불평등은 자본주의 체제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자본주의적 발상'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자본주의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부의 집중을 완화시켜야 하며, 그 주요한 방법으로 노동자들에게 회사 소유권의 일부를 이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1974년 종업원퇴직소득보장법(ERISA)에서 ESOP이 제도화되면서 노동자인수의 가능성이 증가하였다. 일반적인 ESOP에서도 노동자들의 자사주 인수를 촉진하는 세제상의 혜택이 있지만 1980년대 이후 노동자인수기업이 크게 증가할 수 있었던 것은 차입(Leveraged) ESOP에 대한 과감한 세제혜택이 있었기 때문이다. 차입 ESOP의 경우, ESOP 신탁이 기업의 신용을 기초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하고 회사 출연금으로 상환해 가는 메커니즘이다. 그리고 그 상환에 따라 ESOP 신탁은 주식을 종업원들에게 분배한다. 이러한 메커니즘에서 정부는 대출 금융기관과 회사, 종업원들에게 대폭적인 세제혜택을 부여한다. 

미국에서 ESOP 기업은 197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였고 그중 노동자소유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종업원 대주주기업도 증가해왔다. 미국의 노동자소유기업들은 전 산업에 걸쳐있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부터 소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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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노동자 소유에 대한 논쟁

노동자소유를 바라보는 입장은 다양하지만 단순화의 위험을 무릎쓰고 구분해보면 옹호론과 퇴화론으로 대별할 수 있다. 

1) 옹호론

노동자소유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람들은 비교적 소수에 지나지 않지만, 노동자기업인수가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1980년대 이후에 그 수가 증가하고 있다. ESOP와 노동자인수를 연구하는 개인이나 단체, 종업원인수와 관련된 법/제도, 전략, 경영 등을 지원하는 사회단체, 노동자인수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금융기관들도 형성되고 있다. 노동자소유를 옹호하는 근거는 효율성과 사회적인 측면에서 제기될 수 있다. 

첫째, 노동자소유가 경영참가로 이어질 때, 노동자들은 주인의식을 갖고 생산에 전념할 수 있다. 이러한 주인의식으로 소위 'X 효율성'도 달성할 수 있다. 즉 노동자들의 노동동기를 유발할 수 있으며, 직접 생산자들의 현장의 목소리로 노동과정을 개선하고 비효율을 제거해 나갈 수 있다. 

둘째, 민주적 기업에서의 원활한 의사소통은 거래비용을 감소시킨다. 노동자소유기업에서는 전통적인 자본주의 대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비효율을 최대한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노동자들은 자본주의 기업의 외부주주보다 경영자의 대리인문제를 감시하는 주인의 역할을 더 잘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조영철, 1997).

셋째, 노동자소유기업은 인적 구조조정보다는 노동과정, 재무 구조조정 등을 우선시 하기 때문에 인적자본을 증가시킨다. 이러한 기업은 노동자소유라는 특성상 해고보다는 낭비요소를 제거하고 내부 효율성을 높이는데 주력하며, 기업 재정이 어려울 경우엔 임금삭감을 통해서 대처해 나간다. 

넷째, 노동자소유기업에서는 강제적 통제 대신 동료 상호간의 자발적 통제가 이루어짐으로써 '도덕적 통제(또는 수평적 통제)'가 가능하다. 따라서 노동자소유기업에서는 감독자나 품질 관리자를 줄일 수 있다. 자본주의 기업에서 변형된 강제적 통제(기술적 통제)는 노동자들의 저항과 불신을 가져오기 때문에 도덕적 통제에 비해 노동자들의 헌신을 불러일으키는데도 불리하다. 

다섯째, 노동자소유로 인하여 노사분쟁과 같은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노동자소유로 인하여 일반 노동자들과 경영진 사이의 관계가 보다 우호적이고, 경영투명성으로 충돌보다는 조정의 여지가 많아져 노사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는데 유리하다. 
여섯째, 투명한 경영으로 오너의 착복을 막아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보다 많은 경영정보가 공개되기 때문에, 회사 자산에 대한 오너의 개인적 사용을 차단할 수 있고 비생산적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2) 퇴화론 

노동자소유에 대한 비판은 특히 '전통적인' 맑스주의자들과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로부터 제기되었다. 

첫째, 맑스의 노동자소유 운동에 대한 입장은 시기에 따라 변화를 겪는다. 그는 1852년의 「루이 보나빠르뜨의 브뤼메르 18일」에서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이 교환은행이나 노동자협동단체 같은 공론적인 실험에 열중하고 있다고 비판하였다. 그렇지만 1850∼60년대의 노협 운동의 발전을 보면서 1864년에 쓴 「국제노동자협회 창립선언문」에서 협동조합 공장이 자본가 없이도 노동자들이 대규모 생산을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론이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주었다고 평가하면서 이를 소유의 경제학에 대한 노동의 경제학의 위대한 승리라고 극찬하였다. 그러나 맑스는 자본주의 하에서 노협은 자본주의 논리 속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으며 기존 제도가 가진 모든 결점을 재생산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사회적 생산을 자유로운 협동조합 노동의 대규모적이고 조화로운 하나의 제도로 전화시키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사회적 변화와 사회의 전반적인 조건의 변화가 요구되며 이러한 변화는 사회의 조직된 힘, 즉 국가권력이 자본가들과 지주들에게서 생산자들 자신에게로 옮겨지지 않고는 실현될 수 없다고 주장하였다. 맑스의 사회주의관을 중앙집중주의, 계획경제로 해석하는 입장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Elliott(1987), 송태경(1993) 등은 맑스가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자유롭고 평등한 생산자의 연합체에 의해 생산수단이 소유, 관리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주장한다. 웹 부부 등 맑스 이후의 맑스주의 이론가들은 대체로 노협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윤진호, 1997).

둘째,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은 노동자소유기업(또는 자주관리기업)의 목적함수를 단기적인 개인소득의 극대화로 가정한다. 이러한 가정하에서는 단기 순이익이 양(+)이라면 개인소득은 경쟁임금보다 높고, 고용수는 전통적인 자본주의 기업보다 작게 된다. 즉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에 따르면, 노동자소유기업에서는 시장임금에다가 이윤이 배당되기 때문에 총 급여수준이 높아 노동공급곡선이 후방굴절하여 기업이윤의 극대화와는 무관하게 과소 고용이 발생하고 자원배분이 비효율적이게 된다고 주장한다. 

신고전파 경제학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단기적인 개인소득의 극대화 가정이다. 지금까지의 실증결과들을 보면 노동자소유기업에서는 고용안정이 최우선시 되고 있으며, 전통적인 자본주의 기업들이 인력감축으로 경쟁력을 제고하려고 노력하는데 반해, 노동자소유기업들은 인력감축을 최소로 하고 임금삭감으로 대처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셋째, 노동자들은 위험회피적이기 때문에 자산구성을 다양화하려고 하지만, 노동자소유기업에서는 노동과 자본을 집중시켜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업에 남아있을 유인이 적다. 자신의 기업이 성장한다면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겠지만 이 기업이 파산할 경우, 자본주의 기업에서보다 손실이 더욱 크다. 

노동자들이 지불해야할 금전적 수준이 높을 경우에는 위험회피성이 상당한 제약요소가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위험 회피성이 감소할 수 있다. 또한 노동자 투자분의 일부를 타기업에 투자하여 위험을 감소시키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위험이 집중되기 때문에 투자가 신중해지고 노동자소유기업의 안정적 성장을 가능케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넷째, 노동자소유기업은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비용이 크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 집단적 의사결정 과정은 많은 시간이 소요되므로 특히 긴급한 결정이 필요할 때 비효율적일 수 있다. 

그러나 많은 노동자소유기업에서 일상적인 부서 단위의 결정사항은 해당 부서에서 결정하고, 모든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수&합병, 매각 등은 1인 1표에 의해서 모든 노동자들이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따라서 부서 단위의 결정사항은 모든 위계조직을 거쳐야 하는 대기업에 비해 의사결정 비용이 많다고 볼 수 없으며, 회사의 중요사항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하더라도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비용만으로 효율성을 판단할 수 없다. 노동자소유기업에서 '모든' 의사결정을 전원이 참석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경직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5. 노동자소유의 확대를 위한 조건

노동자소유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던 시기를 보면 경기가 어려웠던 기간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의 IMF 시대와 현재의 시기가 그렇고 미국의 1980년대 철강산업과 항공산업이 그랬다. 그렇다고 해서 경기가 어려울 때만 노동자소유가 확산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노동자소유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기업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노동자소유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다면 경기에 상관없이도 노동자소유는 확산된다. 그것은 회사에서 노동자소유제도를 도입하는 동기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대기업에서 경영상의 이유로 자회사를 분리시키거나 폐업을 결정하여 회사를 노동자들에게 매각하는 경우 이외에도 세제상의 혜택, 노조가 경영에 대한 통제를 행사하기 위해서, 적대적 인수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 노동자들을 기업의 파트너로 생각하는 오너의 경영철학에서 비롯되는 경우 등이 있다. 

위의 유인들에서 알 수 있듯이, 노동자소유기업의 사회적 성격을 감안하여 정부가 과감한 세제혜택을 부여한다면 노동자인수는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차입 ESOP 메커니즘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우리사주제도는 종업원 출연과 1년의 의무보유기간을 규정하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우리사주마저 투기적이고 불안정한 주식으로 전락하고 있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의결권 행사를 위해서도 장기간의 자사주 보유가 필수적이다. 차입 ESOP에서는 종업원들이 직접 현금을 출연하지 않고 그 대신 의무보유 기간을 장기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입 ESOP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는 것은 한국적 상황에서는 지원대상을 협소하게 만든다. 차입 ESOP 제도를 그대로 도입할 경우, 적용할 수 있는 기업이 민영화나 분사업체에 한정된다. 부채 문제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민영화나 분사업체는 주식인수 방식에 의해 정부의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러나 IMF 이후에 노동자인수가 많이 진행되었던 업체들은 부도나 경영위기에 처한 기업들이다. 주식인수의 경우 엄청난 부채를 그대로 떠 안아야 하기 때문에 경영위기에 처한 기업의 노동자들은 자산인수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노동자인수를 일반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인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주식인수로 노동자들이 대주주가 되는 회사만이 아니라 이미 노동자들이 대주주인 회사에서 자금을 차입할 경우에도 세제·금융상의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 

노동자소유를 확대하기 위한 조건으로서 제도화와 경기침체 외에도 노동자들과 일반 시민들의 의식이 필요하다. 제프 게이츠(Jeff Gates)는 「The Ownership Solution」에서 노동자소유만이 아니라 광범위한 이해관련자들의 지분투자를 제안하고 있다. 사업장에서 직접 생산에 참여하는 노동자들만이 아니라 그 지역의 주민들이 참가함으로써, 공해억제나 지역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소비자들은 지분참여로 상품의 질과 가격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거래관계에 있는 원·하청업체들이 상호 지분을 소유함으로써 신뢰관계를 구축하여 원청업체는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하청업체들은 원청업체들로부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렇게 이해관련자들이 실질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기 위해서는 소유분산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그들의 적극적인 의식과 참여가 전제되어야 한다. 결국 제프 게이츠가 제안하고 있는 것은 소유분산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로 공동체(community)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자소유가 갖고 있는 많은 문제점들도 동시에 해결되어야 한다. 가장 필요한 것은 위험분산이다. 퇴화론자들도 주장하고 있듯이 노동과 자본이 집중되는 노동자소유기업에서는 위험을 최대한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조성된 기금을 자사주만이 아니라 타회사의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많은 주식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은 지역주민, 소비자, 관련업체 등에 소유를 광범위하게 분산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노동자들을 비롯한 소액주주들의 민주적 의사결정에 관한 의식을 높이는 것이다. 민주적 의사결정에 대한 훈련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생산, 경영체계가 무너지고 책임의식보다는 권리의식이 팽배하여 의사결정 비용이 엄청나게 증가할 수 있다.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은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서 습득해 나가야 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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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호, 1997, 「노동자생산협동조합에 관한 일 고찰」
전용복, 2000, 「시장사회주의론에 대한 비판적 연구」,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석사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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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liot, 1987, Karl Marx: Founding Father of Workers' Self-governance? 『Economic and Industrial Democracy』Vol. 8 No.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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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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