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구조조정 대응

노동사회

노동조합의 구조조정 대응

admin 0 4,380 2013.05.0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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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는 11월 8일 '노동조합의 구조조정 대응'과 '정치 동맹과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두 주제를 갖고 1부와 2부로 나눠 국제노동정책포럼을 열었다(아래 참조). 이번 호에는 1부 발표 및 토론 내용을, 다음 호에는 2부 발표 및 토론 내용을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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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사

천영세(민주노동당 사무총장): 오늘 발표와 토론을 맡아준 외국 손님을 비롯해 참가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피터 가이 에버트재단 소장이 함께 했고, 홍세화 선생도 오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불법폐업에 항의하는 어느 사업장 노동자들의 투쟁을 보았습니다. 이 시간에도 이 땅 노동자들이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에 맞선 투쟁들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오fot동안 치열한 투쟁을 벌여 왔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노동자들끼리의 연대는 물론 농민운동을 비롯한 사회운동과의 폭넓은 연대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11월5일부터 9일까지 열린 남반구노조연대(SIGTUR) 서울대회는 확산되고 있는 노동자 국제연대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었습니다.

저는 오늘 포럼 주제인 '노동조합의 구조조정 대응'과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별개라 생각지 않습니다. 결국 구조조정 대응에서 노조가 지향하는 전략적인 과제는 노조의 정치세력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남아프리카노동조합회의(이하 코사투)는 ANC 및 공산당과, 브라질 노총(이하 CUT)은 노동자당(이하 PT)과 정치 동맹을 맺고 있습니다. 우리 당인 민주노동당은 민주노총의 공식 결의를 거쳐 만들어졌지만, 창당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세 나라의 경험과 조건이 다른 게 많겠지만, 토론 과정에서 소중한 교훈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 함께 한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1부. 노동조합의 구조조정 대응

사회: 우리나라 노동조합과 마찬가지로 브라질, 남아프리카 모두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부는 노조의 구조조정 대응에서 세 나라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비교 분석해 보는 자리입니다. 

forum_01_3.jpg남아프리카 사례 - 에디 웹스터

민주화 이행에서 노동의 역할
 

저는 남아프리카가 다르다는 지적을 많이 받습니다. 5백만 명의 백인이 3천5백만 명의 흑인을 지배했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와 이후 민주화 경험이 한국이나 브라질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독특하다는 것입니다. 같은 아프리카지만 알제리, 케냐, 짐바브웨를 통치했던 소수 백인은 독립 이후 모두 떠났습니다. 한국은 이 경우에 속하지요. 한편, 미국, 아르헨티나, 호주처럼 백인이 원주민을 학살하고 지배자가 된 나라도 있습니다. 브라질이 이 경우에 속하지요. 한데 남아프리카는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백인이 흑인들과 함께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독특합니다. 하지만, 한국, 브라질, 남아프리카 모두 권위주의에서 민주주의로 이행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민주주의 이행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지만, 대부분의 연구가 노동운동이 이행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무시하고 있어요. 남아프리카의 경우, 노동운동은 민주화 이행의 기원과 성격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합니다. 만델라 대통령의 집권으로 시작된 민주화 이행은 이행의 틀을 만들어내고 집단행동으로 이행이 제자리를 잡도록 했어요. 이를 통해 노동은 제도적· 사회적 혁신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우선 작업장 차원에서 강력한 현장위원 구조를 통해 현장을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기초로 전국 단위의 산별노조를 건설하고, ANC와 정치적 동맹을 맺었습니다. 이런 동맹을 통해 노동은 이행기의 의제를 세울 수 있었어요. 구체적으로 말해서, 1995년 노사정 3자기구인 전국경제발전노동위원회(NEDLAC)를 출범시켰고, ANC 정부가 재건개발계획(RDP)을 채택토록 했어요. 또한 새 헌법에서 파업권을 보장받고, 조합원 조직을 위해 작업장에 들어갈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는 등 노사관계 및 노동법제의 개혁을 이뤄냈습니다. 노동조합에 기반한 노동체제를 만들어낸 것이지요. 크게는 남아프리카 사회의 민주 개혁을 위한 전략 틀을 세우고, 작게는 노동자를 보호할 제도와 장치를 만드는데 노동운동이 한 역할은 지대합니다. 

이중 이행의 딜레마 

남아프리카 민주화 이행의 특징은 그 이중성입니다. 정치적 민주화와 더불어 경제적 자유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요. 이것은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붕괴 이후 남아프리카 경제가 세계 경제에 통합되고 있는 현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1994년 집권한 새 정부는 세계 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신자유주의 압력을 받고 있으며, 이에 따라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 필요성을 깨닫게 됩니다. 이것은 작업장 체제의 변화로 이어집니다. 신경영전략에 따른 노조의 힘 약화, 해고와 외주, 노조의 경영참가 거부 및 의사결정 과정에서의 배제, 사회복지 축소는 노동력 재생산의 위기를 가져오게 됩니다. 여기에다 공공 지출이 줄어들면서 국민들의 부담이 증가하게 되었구요. 신기술 도입, 다기능화, 작업조직의 변화가 수반되었고, 이것은 작업장 체제와 노동자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변화는 노동시장의 변동을 초래했습니다. 대량 실업과 비정규직의 증가가 대표적인 특징입니다. 이로 인해 노동시장이 양극화되면서 노사 갈등, 노정 갈등이 불거지고 있어요. 한마디로 남아프리카는 이중 이행(dual transition) 상황, 즉 정치적 민주주의로의 이행과 더불어 세계 경제를 향한 남아프리카 경제의 이행, 즉 신자유주의가 진척되는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스푸르넷 사례

구조조정에 노조가 대응하는 방식에는 세 가지가 있어요. 첫째, 순응하고 받아들이는 것. 둘째, 노조가 사용자와 협상하는 것. 셋째, 저항하는 것. 

여기서 저는 남아프리카 사례를 말하고 싶습니다. 스푸르넷(Spoornet) 경우입니다. 정부는 국영 철도회사인 스푸르넷을 민영화하려 했고, 노조는 해당 사업장은 물론 지역과 전국 차원에서 교섭과 투쟁, 로비와 압력을 적절하게 조정·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업 수준에서는 현장위원회를 통해 사업장 차원의 합의를 이끌어냈고, 철도 부문에서는 산별노조가, 그리고 전국 수준에서는 노총인 코사투가 노사정위원회인 NEDLAC에서 스푸르넷 문제를 다뤘습니다. 그리고 국제적으로는 국제자유노련(ICFTU) 등을 통해 대응했어요. 특히 한국과 달리 집권 여당과 정치 동맹을 맺고 있었던 점은 정부를 설득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또한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공공부문의 핵심기업인 스푸르넷이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논리도 주효했습니다. 노조는 코사투의 연구기관인 전국노동경제발전연구소(NALEDI)에 철도 산업에 대한 연구를 맡겼고, 이를 통해 컨설턴트 회사인 영국의 로스차일드가 낸 민영화 논리를 비판할 수 있었습니다. 

사회 동맹의 강화 

세계화는 거대한 괴물이 아닙니다.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정확한 정보를 갖고, 이를 제대로 활용할 현명함을 갖고 있다면, 노동은 세계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는 노동 혼자만의 힘으론 벅찹니다. 노동은 사회운동과 손을 잡아야 하며, 스스로가 사회운동으로 자리잡아야 합니다. 세계화는 노동운동이 사회운동성을 강화할 것을 압박하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세계화는 노동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교육, 주택, 의료는 국민 모두의 이슈입니다. 지난 2년 동안 벌어진 시애틀에서 제노아까지의 투쟁 경험을 볼 때 반(反)세계화 운동은 점점 더 확산되고 있으며, 이러한 운동들이 세계화의 부정적 효과에 많은 문제제기를 해왔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이 함께 대응할 지점이 넓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남아프리카 노동운동이 그 동안 정치 동맹에 의존해왔다면, 이제는 사회 동맹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동자가 생산자일 뿐 아니라 소비자라는 점에서도 사회 동맹은 중요합니다. 

지금 남아프리카가 관통하고 있는 이중 이행 상황에서 노동운동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노동운동은 가장 많은 사람들을 조직하고 있는 사회의 핵심세력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중 이행은 노동운동으로 하여금 새로운 동맹과 새로운 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브라질 사례 - 켈트 야콥슨

forum_02_1.jpg브라질은 1980년대까지 수입 대체 산업에 의존해왔는데, 1990년대에 들어와서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까지의 수입대체산업 정책은 한국과도 유사합니다. 지난 십년 동안 브라질 역시 격심한 경제적 구조조정 과정을 겪었어요. 브라질의 구조조정은 네 가지 부문에 결쳐 진행되었습니다. 

첫째, 제조업(industrial) 부문입니다. 1980년대 이전까지는 제조업에서 실업자가 발생하더라도 경제위기가 끝나면 일자리를 회복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1982년 경제위기부터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신기술 도입과 신경영 전략은 유연한 고용체계를 초래하게 되었고, 제조업 부문에서 이런 변화는 신고전주의(neo classical) 경제정책이 채택되기 이전부터 시행되었습니다. 둘째, 금융 부문입니다. 1990년대 들어 시작되었고, 많은 은행들이 구조조정 되었어요. 이때부터 스페인 자본들이 금융 부문에 본격 투자하게 됩니다. 셋째, 정부 부문, 즉 공무원입니다. 1995년 이후 본격화되었고, 정부의 목적은 일자리의 안정성을 없애는 데 있습니다. 넷째, 국가 자산, 즉 공기업 부문입니다. 1990년대 들어 민영화가 급속하게 진행되었어요. 

노조가 부딪힌 문제

노조는 이 과정들에 대응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러한 대응에서 두 가지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첫째는 구조조정 과정에 반대하는 노조의 전략이 기득권 유지나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비쳐졌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정부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와 교섭할 의지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브라질 노총(CUT)은 정부와의 교섭을 진지하게 고려했지만, 정부는 사실상 이를 거부했어요. 

1996년 경제가 약간 어려워졌을 때 자동차 부문에서 정리해고가 이뤄졌습니다. 9천 명 가운데 2천 명을 정리해고 하려 했는데, 정부 자본은 경제 위기 상황을 이해하라고 말했고, 우리는 그럴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나 의사가 없었어요. 당시 우리 전략은 조합원 동원(mobilization) 전략에 대안 및 정책 개발을 결합한 것이었습니다. 나아가 국제적 지지와 협력을 조직하려 했어요. 그리고 단기 목표를 시간을 버는 데 두었습니다.  

1998년과 1999년 사이 폴크스바겐 공장에서 4천 명을 해고하려 했는데, 우리가 조합원을 동원해 투쟁에 나서자 교섭공간이 열렸습니다. 교섭에서 사측은 정리해고 강행과 임금삭감을 요구했고, 노조는 둘 다 받아들일 수 없다고 버티면서 강행할 경우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타협이 이뤄져 정리해고를 안 하는 대신, 임금은 동결하는 것으로 결말이 났습니다. 

노동자 자주관리 형태의 기업도 많이 늘고 있습니다. 이 경우는 중소기업에서 많은 데 노동자들이 직접 공장을 인수해 경영하는 것입니다. 또한 협동조합을 만드는 경우도 있고, 관련한 모범 사례가 많이 있습니다. 사실 구조조정이라는 것이 기업으로 하여금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측면도 있으며, 이 경우 협동조합은 유연성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습니다. 

'시간 벌기' 

1999년 이후 국가가 소유했던 철도와 통신이 대부분 민영화되었어요. 석유회사, 대중교통, 공항 등이 민영화되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동원을 통한 투쟁은 물론 투명 경영을 촉구하면서 참가하는 등 노조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했어요. 그런데 정부는 경제 발전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되는 지에 관해 진지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어요. 

브라질은 다른 남미 국가와는 달리, 전략적인 부문이 아직 민영화되지 않았습니다. 이 경우 '시간을 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사회 분위기도 반민영화 쪽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지금 민영화된 에너지 부문에서 공급 위기를 겪는 데가 있습니다. 이 경우 공장조차 제대로 돌리기 힘들어 외국 자본이 철수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부가 민영화를 해서 제대로 관리 못한데 원인이 있으므로, 반민영화 흐름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여기에 캘리포니아 주의 단전 사례도 사회적으로 이런 흐름을 강화하는데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노동은 물론 시민사회가 민영화를 반대하고 나선다면, 민영화 흐름은 저지될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노동이 사회와 대화하고, 사회적으로 개입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에디 웹스터 교수도 지적했듯이 노동자는 소비자이기도 하며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입니다. 

부분적으로 보자면,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가 승리했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실패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전히 실업률이 높으며,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비롯해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문제들이 야기되었습니다. 브라질의 노동시장은 가장 유연화되어 있습니다. 이직율이 40%를 넘습니다. 한 노동자가 이런 저런 일자리를 찾아 바삐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해결책은 국가와 관련된 문제이고, 2부에서 다시 논의토록 하겠습니다. 

forum_03_1.jpg한국 사례 - 김태현

한국의 구조조정은 1997년 경제위기 이후 본격 이뤄졌습니다. IMF와 세계은행은 민영화, 해외매각, 노동시장 유연화를 강요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충실히 이행했어요. 한국 노동자에게 위기로 닥쳤던 것은 정리해고, 대규모 실업과 인력감축 문제였습니다. 공기업에서 3년 사이에 13만 명이 감축되었고, 금융부문에서도 30% 가까운 7만 명이 감축되었습니다. 그와 함께 빈부격차가 심화되었어요. 

또한 주요 기간 산업이 민영화되었어요. 포항제철 등 6개 공기업이 민영화되었고, 주요 기간산업이 부분적으로 민영화되거나 민영화될 계획입니다. 그 결과 한국 경제에서 초국적 자본이 점하는 지위가 높아지고 있어요. 외국인 주식 보유 비율이 IMF 이전에는 상장 주식의 11%에서 지금은 36%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주요 기업, 즉 삼성전자, 포항제철, 민간은행의 경우 50%를 넘는 상황입니다. 한편으로 비정규직이 대규모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올 8월 통계로 보면, 전체 노동자의 55%가 비정규직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습니다. 비정규 노동자 수도 문제지만 노동 조건도 매우 열악해요. 임금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고, 노동시간은 정규직보다 더 길어요. 사회보험도 10% 정도만 적용 받고 있어요. 

노동의 대응
 
이런 총체적인 어려움에 직면해서 노동운동은 전투적으로 투쟁해왔습니다. 매년 한 두 차례 총파업을 시도했고, 현 정부 들어 구속된 노동자 수도 650명을 넘습니다. 어려운 조건에서 열심히 투쟁했던 것이죠.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 기조를 바꾸지 못했습니다. 다양한 투쟁이 전개되었지만, 제대로 대안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입니다. 만도기계나 대우자동차의 경우, 전투적으로 대응했지만 정면충돌에 따른 탄압으로 조직이 위축되었고, 일반 조합원과 노조 지도부가 분리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반대로 대중투쟁과 함께 교섭을 진행한 경우도 있는데, 현대자동차와 금융노조 투쟁이 대표적입니다. 일정한 교섭과 협상이 있었지만, 정부는 교섭 결과를 지키지 않았고, 노조도 내부로부터 어떤 성과를 거뒀는가에 대한 비판에 직면하게 되었어요. 또 한편으론 노사 협조적인 양보교섭이 늘기도 했습니다. 결국 구조조정은 노동자를 파편화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최근 총파업에 참여하는 노동자 수가 줄고 있습니다. 

사회 연대와 정치세력화 

지금 한국의 노동운동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습니다만, 다른 한편으론 희망적인 측면도 많습니다. 기업별·정규직의 한계를 넘어선 노동운동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보건, 금융, 금속 등이 산별노조로 전환되었고, 작년의 경우 민주노총은 3만 명의 비정규 노동자를 조직했습니다. 한국노총 산하 노조도 구조조정에 밀려 투쟁에 나서고 있으며, 상당수는 민주노총에 가입했습니다. 
지금의 도전에 맞서기 위해 노동운동은 폭넓은 사회 연대와 정치세력화를 이뤄내야 합니다. 신자유주의의 영향력은 노동자 뿐 아니라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또한 정부 정책을 바꾸기 위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시급히 이뤄져야 합니다. 나아가 남반구노조연대(SIGTUR) 같은 국제연대도 필요합니다. 

세계화의 양면성

세계화는 한국의 경우 양면성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에 대한 초국적 자본의 공세가 강화되는 한편으로, 다른 나라에 경제에 대한 한국 자본의 침투도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노조 탄압이나 노동권 무시 등 이에 따른 부작용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노동자의 투쟁은 투쟁·동원과 더불어 정책·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민영화 저지가 공기업 노동자들의 기득권 챙기기나 군사독재 시절의 관료체제 온존으로 귀결돼서는 안됩니다. 또한 경쟁력을 잃은 기업을 어떻게 할 지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 정리가 있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한국 노동운동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많은 투쟁을 전개해왔고 여러 가지 실험을 해왔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반성하는 속에서 건설적인 대안이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노동운동은 정치적 탄압과 신자유주의 공세라는 엄청난 도전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민주노총을 건설해낸 저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지금의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질의 응답

김영수(공공연맹 정책부장): 남반부노조연대(SIGTUR)에 참가한 코사투 간부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남아프리카 상황에 대해 연구자와 활동가 사이에 시각 차이가 있음을 느꼈습니다. 발표문(『노동사회』 2001년 11월호 통권 59호, 에디 웹스터 및 칼 폰 홀트 글)에 보면,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전략을 전투적 불참, 전략적 개입, 제도적 참여 등 세 가지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노동 현장에서는 전투적 불참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발표자는 전략적 개입 전략을 강조하는데 현장 요구와는 거리가 있는 게 아닌지요. 그리고 스푸르넷(Spoornet)을 전략적 개입의 성공 사례로 이야기했는데, 이는 투쟁에 기반한 개입이 성공했다고 보여집니다. 투쟁에 기반하지 않은 개입 전략이 유효할까요? 또 브라질의 경우 노동자 자주관리 사례를 말했는데 성공한 사례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에디 웹스터: 연구자와 노동운동가의 견해는 틀리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기쁩니다. 셉템버위원회가 출발할 때 연구자와 더불어 노동조합 간부 12명이 참여했었는데, 이들 대부분은 지금 노동운동을 떠나 정치인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드러나듯 문제는 연구자와 활동가의 견해가 틀리다는데 있는 게 아니라, 보고서를 만들고 권고안을 내지만 노조활동가들이 이를 비판적으로 실천하지 않는데 있습니다. 『셉템버보고서』에는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장도 있고 사회 동맹, 즉 사회적 조합주의(social unionism)에 대한 장도 있습니다. 

스푸르넷의 경우 단기적으론 성공적이었습니다. 상황과 조건은 늘 변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도 성공할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기서 성공이라는 건 노조가 구조조정 과정에 참가했다는 점을 말합니다. 한국과 남아프리카의 노동 체계는 다릅니다. 코사투는 의회를 통한 개입 전략과, 헌법에 보장된 파업권에 기반한 대중행동을 결합해 왔습니다. 공공부문 구조조정에 관한 노정 합의인 전국기본협약(NFA)협약에서 드러나듯, 지금까지의 성과들은 남아프리카에서 전략적 개입이 가능함을 보여줍니다. 물론 실패한 사례도 있지만,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여 가장 좋은 실천방안을 제시하고자 했습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통해 노동이 약화되고, 힘이 자본 쪽으로 쏠리는 현실에서 노동이 신자유주의에 맞서 이길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던 거지요. 

박영삼(비정규노동센터 정책국장): 노동운동 내부의 연대를 통해 노동자들의 이해를 계급적으로 통일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비정규 노동자 문제가 대표적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진행하고 있나요?

켈트 야콥슨: 브라질의 경우, 노동자 55%가 비공식 부문에 속해 있습니다. 우리는 노동계급 전체를 대표하길 원하지만, 사실 아직 어떻게 해야 할 지는 잘 모릅니다. 좀 더 배워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정규직을 조직하던 방식과 비정규직 조직 방식은 틀리다는 점입니다. 특정 공장에 들어가 조직하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거리를 돌고 집을 방문하는 등 새로운 조직 방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노동자 관리 기업이나 협동조합과 관련해서 말씀드리면, 민영화된 기업의 경우 노동자의 30∼40%가 해고되었습니다. 해고된 노동자들이 새 회사를 만들어 외주 부분을 맡을 수 있었던 것이지요. 많은 투쟁이 패배하고 일자리까지 잃어버린 데 비해, 해고 노동자가 협동조합 등의 형태로 기업을 인수한 경우 이전과 동일한 일을 하면서 일자리를 보존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물론 모두가 성공하진 못하지만 의미 있는 시도라고 봅니다. 

배종배(민주노총 부위원장): 시간을 번다는 말을 했는데 무슨 뜻입니까?

켈트 야콥슨: 민영화가 시작되었을 때, 노동운동이 민영화의 부정적인 면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지만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민영화나 구조조정이 일단 완료되면 다시 되돌리기 힘듭니다. 최근 들어 벌어진 에너지 위기는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브라질 사회에 심어주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아직 민영화가 이뤄지지 않은 부문에 대한 민영화는 막아낼 수 있다고 봅니다. 시간 벌기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습니다. 정부의 민영화 공세를 현 상태에서 멈추고, 민영화 대상 기업은 민영화되지 않도록 잡아두면서 반전을 모색하자는 것이죠. 내년에 브라질은 지방선거, 대통령선거, 상원의 1/3을 교체하는 선거를 치릅니다. 선거에서 노동자당(PT)이 1당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룰라가 후보로 나가는 대선은 기대해 볼만 합니다. 이때까지 시간을 벌 필요가 있습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6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