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맹, 정부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다!

노동사회

공공연맹, 정부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다!

편집국 0 3,493 2013.05.19 07:33

“공공연맹, 정부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다!” 글 제목치고는 참 멋도 맛도 없다. 사실관계만 전달하는 아주 밋밋한 문장이다. 그러나 실제 공공부문노조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 말이 얼마나 한맺히고, 사연 많고, 가슴 절절한 말인지 잘 안다. 이와 관련해서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이하 공공연맹)이 5월17일 기자회견을 가졌는데, 그 기자회견문 첫 문장 역시 “공공부문의 실질적인 사용자는 정부이다”였다. 도대체 이런 하나마나한 말을 기자회견문 첫 문장으로 쓰는 것은 또 얼마나 멋없는 일인가? 그러나 어린애라도 알만할 정도로 하나마나한 말을, 동어반복으로 들릴 말을 오직 정부만은 못 알아듣고 있어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가슴에 응어리가 진 사람은 또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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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부문 노동자 공동요구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 공공연맹 임시대의원대회   -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연맹 ]

멋없는, 그러나 한맺힌 말들  

따지고 보면 공공부문노조들이 정부를 상대로 ‘교섭’, 잠시 정확한 용어사용문제를 젖혀둔다면 ‘협의’, ‘대화’를 요구한 것은 멀리 1987년 민주노조운동이 활성화되면서부터였다. 처음 노조를 만들고 나서, 노조이니만큼 당연히 임금 등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면서 그와 함께 어느 노조 할 것 없이 공통적으로 내걸었던 것 중 하나가, ‘공공기관(기업)의 자율운영’이었다. 기관에 대해 부당한 정부간섭을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정부에게 대화 또는 교섭을 요구했고 그에 대한 정부 답변은 항상 정해져 있었다. “정부는 기관운영에 대해 부당한 간섭을 한 적도 없고, 할 생각도 없다. 여러분의 대화 상대방은 해당기관이지 정부가 아니다.” 

주변여건과 요구사항은 조금 달라졌지만 지금도 공공부문 노조는 정부에게 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답변은 여전히 정해져 있다. “여러분의 대화상대방은 해당기관이지 정부가 아니다. 물론 여러분의 건설적인 의견은 언제든 청취할 준비가 되어 있다. 많은 대화를 나누자. 그러나 교섭은 아니다.”

공공부문 노사관계를 잘 모르는 사람은 도대체 웬 사설이 이렇게 긴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대정부교섭’이란 말은 공공부문노조의 한이 맺힌 말일 뿐만 아니라 이후 공공부문노조의 존재 자체를 규정짓는 현실적인 문제이다.

공공연맹, 왜 ‘대정부 교섭’인가

공공부문 노조들 역시 민간부문 노조와 마찬가지로 사용자와 교섭을 한다. 그런데 공공부문이 갖고 있는 문제는 사용자가 누구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공공부문 사용자는 누구인가? 첫째, 법률상 ‘해당기관’이 사용자이다. 그러나 그 사용자는 따지고 보면 고용된 사람이다. 이를 인정하고 젖혀두면 둘째 ‘감독(관련)부처’를 들 수 있다. 관련부처는 해당기관에 이런저런 통제를 가하고 지휘감독을 하므로 사실상 상당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역시 정부의 한 부분으로서 기능적인 역할을 할 뿐이다. 

셋째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공공부문 예산 등 운영관련 사항을 총괄하고 있는 ‘기획예산처’다. 기획예산처쯤 되면 사실상 정부대표라고 할 수 있고 실제 각종 지침을 통해 공공부문 노동조건을 사실상 결정짓고 있다.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자신은 사용자가 아니며 단지 공공부문 운영에 관한 ‘지침’을 정할 뿐이고 이를 실제 받아들이고 실행하고 말고는 기관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한다. 일단 건너가 보자. 넷째, 행정부를 들 수 있다. 실질적으로는 가장 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행정부는 예산관련 사항은 의회의 심의를 거친 예산안을 집행하는 책임을 질뿐이라고 한다. 따라서 다섯째로 의회까지 포함한 정부까지 가게 된다. 그러나 여기서도 더 나아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이 있다. 정부가 가장 자주 쓰는 말이 “공공부문의 궁극적인 주인은 국민(시민, 납세자)”이라는 것이다. 

어느 것이 가장 정확한가? 누가 사용자인가? 딱 떨어지는 정답을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서운하겠지만 다 조금씩 타당성이 있어서 명확하게 ‘이것’이라고 답을 할 수 없다. 공공부문이 갖고 있는 ‘다중사용자성’ 때문이다. 지루하게 논의한 것 같지만, 이것이 바로 한국을 비롯해 모든 나라의 공공부문이 갖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 정확하게 말하면 근본 조건이다. 

그러나 누가 되었든 공공부문 노동조건과 관련해서 ‘정부’와 교섭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특히 한국과 같이 정부(주로 기획예산처)가 공공부문 노동조건과 운영을 사실상 결정하는 경우, 그와 관련한 교섭대상은 당연히 정부가 될 수밖에 없다. 위에서 열거한 조건으로부터 자연스레 ‘중층적 교섭’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편의상 교섭상대방을 ‘정부’라고 지칭했다. 그러나 공공부문 사용자는 한단어로 정리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 기관성격으로 보아도 정부투자, 출자, 출연, 출연연구, 위탁보조 등 매우 다양하다. 관련부처도 서로서로 다르다. 또한 공공부문이라고 했지만 중앙정부에서 관장하는 부문이 있고 지방자치단체에서 관장하는 부문이 있다. 이런 조건 때문에 공공부문 교섭구조는 자연스럽게, 그리고 당연히 중층적이고 다양할 수밖에 없다. 

2006년 대정부교섭요구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조금 지루할 정도로 길게 설명했다. 그러나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이는 두 가지 특성, 즉 ‘다중사용자성’과 ‘중층적 교섭구조 구축 필요성’이 공공부문 교섭문제의 핵심을 좌우하고 있다. 겉보기에 상관이 없어 보이는 문제들도 근원을 따져 들어가 보면 결국 특성 때문에 벌어진 경우가 많다. 이제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로 들어가 보자. 구체적으로 공공연맹이 2006년에 대정부교섭요구를 한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첫째, 대정부 교섭요구 자체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이제까지 공공부문 노조들은 정부와 방문, 면담, 협의, 대화 등 다양한 형태로 접촉을 가져왔다. 그러면서 이들 모두를 결국 ‘교섭’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명확하게 대정부교섭, 그것도 구체적으로 형식까지 단체교섭을 정식으로 요구하고 있다. 마치 단위노조에서 교섭요구를 하듯이 전문과 본문 교섭조항을 갖춘 교섭요구안을 보내고 정식으로 교섭요청을 할 것이다. 어찌 보면 단순한 ‘형식’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공공부문 특성을 고려할 때 이는 형식적 교섭권자인 기관장이 아니라 실질적 교섭 의무자인 정부가 교섭에 나와야 함을 명확하게 선포하는 것이다. 

둘째, 중층적이고 다양한 교섭구조를 염두에 두고 이후의 교섭구조를 설계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공공연맹은 2006년 교섭을 국무총리실(관련 정부부처 포함)과 연맹 중앙교섭단이 진행하는 ‘대정부교섭’과 각 지방자치단체와 해당 지역본부 교섭단이 진행하는 ‘대지자체교섭’으로 나누어서 진행할 예정이다. 원래 논의단계에서는 업종별 특유사항을 관련 정부부처와 교섭하는 ‘업종교섭’도 염두에 두었다. 이런 교섭형태에 대한 문제의식은 지금도 유효하다. 

그러나 교섭초기라는 특성상 거기까지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그리고 업종교섭은 지금 연맹 조직구조에 따라 업종본부별로 진행하여야 하는데 지금 업종본부가 재편 중이라는 점 등을 고려하여 올해는 업종교섭에 중점을 두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했다. 어쨌건 대정부 교섭, 대지자체교섭과 더불어 ‘기관별 교섭’도 함께 진행된다. 여기서 말하는 기관별 교섭은 형식은 과거와 똑같지만 그 내용은 기관별 고유사항보다는 공공부문 공통사항을 연맹 차원에서 정리한 것을 공동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셋째, 대정부교섭을 사회공공성투쟁과 연계시키고 있다는 것도 중요한 특성 중 하나다. 공공부문은 그 특성상 제공하는 서비스 또는 생산품이 ‘사회공공성’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 2006년 공공연맹의 요구는 사회공공성을 추상적인 선언, 당연하지만 힘을 싣지 않는 ‘포장용 요구’로 내거는 것이 아니라 공공부문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긴밀한 관련을 갖는 단체협약 사항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는 이후 공공부문 노조운동의 방향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사항이다. 

넷째, 대정부교섭을 투쟁과 함께 진행한다는 점이다. 공공연맹은 오랜 경험을 통해 이런 교섭요구에 정부가 어떻게 답변할지 잘 알고 있다. 표현은 조금 바뀔지 모르지만 내용은 뻔하다. “교섭 못한다!”라는 아주 간단명료한 답변이다. 이를 투쟁으로 돌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지금 현재 7월 투쟁을 조직 중이다. 물론 그렇다고 교섭을 진행시키려는 노력까지 지레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정부가 아무리 무성의하게 나오더라도 공공연맹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투쟁으로 마무리 할 수밖에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어떤 요구를, 어떻게 구체화하고 있나  

공공연맹의 요구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사회공공공성 강화와 공공기관 민주화를 위한 2006년 공공연맹 대정부교섭(안)>이 있다. 그 내용으로 다음과 같이 4대 부문 10대 요구를 내걸었다. 물론 세부적인 조항으로 이를 구체화하고 있지만 여기에서는 크게 4대 부문 10대 요구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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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공공연맹 대정부교섭 요구 (4대 부문 10대 요구) 

O 공공서비스부문 사회공공성 강화와 한미 FTA 저지
-공공서비스부문 사회공공성 강화를 위한 사회적 기반 구축
-공공서비스부문 고용안정과 적정인력 확충
-DDA 및 한미 FTA 저지와 공공서비스 기반 사수
O 공공부문 지배구조 민주화
-정부의 반공공적 지침, 경영평가 철폐와 민주적 지배구조 확보
-공공서비스부문 이용자와 생산자가 참여하는 ‘공공참여이사회’ 구성 
-기관장 임명과 기관 운영의 민주주의 보장
O 공공부문 민간위탁 저지와 비정규직 철폐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용제한, 차별철폐, 정규직화
O 공공서비스부문 노동기본권 보장
-노사관계로드맵 추진 중단과 공공서비스부문 노동기본권 완전 보장
-공공부문 산업, 업종별 통일교섭 보장
-공공서비스부문 해고자 원직복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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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대지자체교섭(안)과 대사용자교섭(안)이 있다. 이것들의 기본적인 방향은 대정부 요구안과 비슷하지만, 대지자체 요구는 지자체의 특성상 주민들의 생활에 밀접한 요구들이 포함되어 있고, 대사용자 요구는 개별기관의 특성을 기술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핵심 요구들은 각각 그 교섭대상이 구별되는 요구(안) 속에서 어떻게 구체화될까? 최근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비정규직문제 중 민간위탁과 외주용역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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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위탁과 외주용역에 관련된 요구

① 대정부협약(안)
제○○조(공공부문 민간위탁과 외주용역 제한)  정부는 공공부문의 사회공공성을 약화시키고 비정규직을 양산시키는 공공서비스부문 민간위탁과 외주용역을 제한하기 위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 이외에는 상시고용업무는 정규직 채용을 원칙으로 하는 제도개선을 추진한다. 이 경우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에 대한 입증 책임은 정부에게 있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필요가 있어 민간위탁 또는 외주용역을 하는 경우 해당 노동자 처우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고용안정 보장을 원칙으로 한다. 
② 대지자체협약(안) 
제○○조 (민간위탁 외주용역 제한)  ○○시(도)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서비스업무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해당 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오폐수처리, 사회복지 등 민간위탁의 폐해가 우려되는 업무,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무로 규정되어 있는 업무, 시설관리 등 주로 인건비 절감을 위해 민간위탁이 이루어진 단순행정 관리사무에 대해서는 민간위탁 기간이 만료하는 대로 재직영화한다. 민간에 위탁된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비리,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위탁기간이 남아있는 경우에도 즉시 위탁을 철회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한다. 지방자치단체와 산하 지방공기업에서 외주용역 또는 도급, 위탁, 파견 등으로 인한 간접고용 노동자는 빠른 시일 안에 기관 또는 사업장이 직접 고용하는 정규직으로 전환한다. 기존에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운영하던 업무를 민간 혹은 공기업에 위탁 운영하고자 할 경우 관련 노동자대표와 합의하여야 한다.
③ 대사용자협약(안) 
제○○조(비정규직 사용 제한과 차별철폐)  사용자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경우, 즉 출산·육아 또는 질병·부상 등으로 발생한 결원을 대체할 경우, 계절적 사업의 경우, 일시적·임시적 고용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비정규직을 사용할 수 있다. 비정규직 사용의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이유 입증 책임은 기관(기업)에 있다. 만일 기관(기업)이 이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해당자는 정규직으로 간주한다. 사용자는 비정규직에 대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적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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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민간위탁 제한이라고 해도 정부, 지방자치단체, 사용자에 대해 각기 다른 내용으로 접근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데에는 우리 투쟁을 구체화하자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비정규직 확산반대’라는 주장은 옳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위에서 제기한 것이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훨씬 더 많은 토론과 구체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높은 추상수준에서 원론적인 문제제기를 할 때는 지났다는 것이다. 이제는 교섭상대방, 교섭수준에 따라 요구도, 투쟁방안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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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18일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는 공공연맹 대정부공동협약(안)을 발표하고 정부의 성실교섭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 출처 : 매일노동뉴스 ]

교섭 시작도 결코 쉽진 않겠지만! 

대정부교섭이 앞서 이야기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해도, 결국은 관철시킬 때만 의미가 있다. 어떻게 관철시킬 것인가? 우리는 흔히 이렇게 말한다. “노조에서 진행하는 모든 계획의 결론은 정해져 있다, 투쟁이다!” 어느 정도 비판적 거리를 두고 보자면 맞는 얘기다. 결국 ‘투쟁’을 통해 관철시킬 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원론적인 얘기는 논외로 하고 조금 현실적인 얘기를 해보자. 과연 2006년에 이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인가? 불행히도 이에 대해 선뜻 ‘그렇다’고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공공연맹은 2006년 여러 가지 요구를 내걸고 있다. 그러나 결과를 놓고 본다면 결국 요구는 -우리 의지에 상관없이- 한 가지로 귀결될 것이다. 그 한 가지가 무엇인지는,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 사례를 아는 사람이라면 금방 답이 나온다. 바로 “교섭하자”는 것이다. 교섭시작,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요구가 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러한 요구에 대한 정부 답변 역시 뻔하다. “정부는 노동법상 사용자가 아니며, 귀 노조에서 단체교섭을 할 상대방은 해당기관 기관장입니다. 아울러 말씀드리자면 정부가 발령하는 각종 지침은 강제사항이 아니라 해당기관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할 사항이며 해당 지침이 노동조건과 관련된 경우 노조와 협의 또는 합의를 거쳐야 함을 지침에도 명기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미 오래전에 정해진 답변이고 앞으로도 완강하게 유지될 것이다. 

결국 실질적인 교섭이 이루어질 때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적어도 당분간 정부 측은 “교섭”이란 표현조차 쓰기를 거부할 것이다. 금속노조와 보건의료노조가 산별교섭 내용 이전에 산별교섭 형식에 대해 몇 년째 지루한 투쟁을 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전망은 어떤가? 이 역시 “쉽지 않다”는 게 정답일 것이다. 속 터지지만 사실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서는 적어도 두 가지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사항이 있다. 첫째, 공공부문 특성상 내용을 놓고 볼 때 실질적인 사용자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바로 ‘정부’다. 따라서 노동자(노조)사이에서 교섭과 투쟁을 집중하기가 쉽다는 점은 민간부문보다는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이다. 둘째, 우여곡절이 있고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이 있지만, 작게는 공공부문 넓게는 민주노총 전체가 ‘산별전환’으로 나가고 있다는 게 희망을 더해준다. 불모지에서 투쟁하던 과거에 비하면 좋은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공공연맹은 적어도 대세가 이미 정해진, 또는 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쟁을 조직한다는 이점을 안고 가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2006년 공공연맹의 대정부(대지자체)교섭요구와 투쟁조직화는 조직과 투쟁 형식면에서 민주노총 진영의 산별전환이라는 커다란 흐름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고 내용적으로는 사회공공성 투쟁을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 산별전환을 얘기했다면 이제 문제는 교섭구조와 교섭내용(교섭요구안)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