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단체 구성합의 찍고, 사회적 역할강화로 한 걸음 더!

노동사회

사용자단체 구성합의 찍고, 사회적 역할강화로 한 걸음 더!

편집국 0 3,134 2013.05.19 03:36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증권노조)은 2005년 산별교섭에서 총액임금 5% 인상, 정규직 임금인상률 이상의 비정규직 임금인상률, 사용자단체 준비위원회 구성, 산별 퇴직연금위원회 구성, 공동 직장보육시설 설치 등을 합의했다. 2005년 산별교섭에서 합의한 통일단체협약 개정 및 임금협약의 주요내용과 의미는 다음과 같다.

‘사용자단체 준비위’ 쟁취한 2005년 산별교섭

첫째, 사용자단체 준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해 산별노조다운 교섭기틀을 마련했다. 증권노조는 2001년 모든 조합원에게 적용되는 99개 조항의 통일단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다음해 사용자들이 사용자단체 구성을 거부하고 경총에게 교섭권을 위임하면서 3년간 경총과의 기형적인 산별교섭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03년 산별교섭 쟁취를 위한 협회 점거농성과 2004년 경총위임 분쇄투쟁을 거쳐, 2005년부터는 교섭권 위임 없이 노사가 자율교섭을 진행키로 합의하였다. 

이렇게 증권노조 산별교섭에서 사용자단체 문제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으며, 해마다 단체교섭이 장기화되는 요인이었다. 때문에 2005년 산별교섭에서 사용자단체준비위를 구성하여 빠른 시일 내에 법적구속력 있는 사용자단체를 구성할 것을 합의한 것은 매우 큰 진전이라 할 수 있다. 2006년 교섭은 다수의 대표자로 구성된 사용자단체준비위원회가 교섭에 임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노사 동수로 산별 퇴직연금위원회를 구성키로 하였다. 이를 통해 기업별 퇴직연금제 확산을 저지하고, 산업별 차원에서 연금지배구조 설계와 사회적 책임투자의 원칙수립, 연금설계 시 비정규직 포함 등 새로운 시스템 마련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였다. 

현행 퇴직급여보장법은 퇴직연금을 기업별 형태로만 설계하도록 되어 있고, 퇴직연금 관련 노사합의 사항이 매우 제한적이다. 수탁형태 및 운영에 있어서 노조 참여보장과 퇴직연금의 사회적 기금 역할 등에 대한 고민을 반영한 법안 개정이 필요하다. 그러한 맥락에서 증권노조는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산별 연기금제도의 설계 및 관련법 개정, 기금운용위원회 노조참여 원칙 등에 대한 노동자적 고민과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셋째, 공동 직장어린이집 개설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노사는 증권산업의 노동자들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동어린이집 운영을 위해 증권업협회에 수요조사 및 운영전반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키로 하였다. 증권산업 노동자들은 같은 지역에 살면서 같은 사업장에 소속된 경우가 매우 적다. 게다가 업무시작이 오전 8시라 7시30분경에는 대개 출근을 해 있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대도시의 경우 출퇴근 시간이 1시간을 초과하는 실정이라 직장을 중심으로 보육하기에도 적합하지 않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증권노조는 산별차원의 지역직장어린이집을 구상하고 계획하고 있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보육에 대한 국가와 지역사회의 책임을 강화하는 투쟁을 함께 전개할 것이다.   

넷째, 정규직의 임금은 총액 대비 5%를 인상키로 했으며,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정규직 임금인상률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임금이 인상될 수 있도록 합의하였다. 또한 비정규비율 축소 및 처우개선 노력을 단체협약에 명문화했다. 증권노조는 2003년부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을 동일한 비율로 인상하였다. 그러나 동일 인상률은 결과적으로 차별이 확대되는 결과를 낳았다. 따라서 2005년에는 임금인상 방식을 정액제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결국 정률제로 합의됨에 따라 비정규직의 경우는 지부별로 정규직 인상률 이상을 적용키로 합의하였다. 

비정규문제와 관련하여 통일협약의 비정규직노동자 처우개선 조항에 의거하여, 각 지부별로 비정규비율 상한제와 정규직전환 프로그램이 설계되어 있다. 이를 통해 증권노조에서 비정규비율이 지속적으로 축소되고는 있으나 지부별로 편차가 많이 존재하는 편이다. 2005년 합의를 통해 정규직화 및 차별철폐에 한걸음 더 내딛게 되었다.   

증권노조 산별교섭 및 협약 발전과정

1999년, 대각선교섭이 시작되다
1999년 증권노조가 설립됐을 당시에는 산별교섭에 대한 구체적 고민이 깊지 못했다. 그런 상태에서 1999년 교섭은 대각선교섭으로 진행됐으며, IMF 시기 3년간 동결된 임금 및 후퇴된 단체협약의 상향을 목표로, 20%의 임금인상률과 8대 단체협약 공동요구안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교섭결과 3년간 임금동결을 깨고 15%대 임금인상, 2개지부의 정규직 전환프로그램 쟁취, 1개 지부의 비정규직노동자의 조합원화, 3개지부의 사내근로복지기금 설치, 복리후생의 IMF이전 수준으로의 회복 등을 쟁취할 수 있었다. 반면 고용안정 및 노조활동 부분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 1999년 교섭은 산별교섭의 전망과 발전방안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에서 산별노조가 상견례와 조인식에 참여하는 형식적 대각선 교섭이었다.

2000년, 본격화된 집단교섭과 대각선교섭
1998년 12월부터 증권시장은 토요일에 휴장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1999년부터 증권노동자들은 격주 휴무제를 실시하였다. 증권거래소는 1998년부터 “거래량 증대 및 투자기회 확대”를 운운하며 점심시간에도 주식매매가 되는 법안을 준비했으나, 증권노동자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고, 2년 후에야 점심개장이 실시되었다. 한편 2000년 5월12일 점심개장이 시작되자 증권노조(증권노조 7개 지부, 7개 기업별노조 교섭권 위임)는 14개 증권사 대표이사들에게 집단교섭을 요구했다. 바로 이 교섭이 이후 증권 산별교섭의 모태가 되었으며 그 결과인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에 대한 단체협약 보충협약’ 합의는 모든 증권사로 확산되었다. 
또한 증권노조는 1999년 첫해 교섭의 평가를 바탕으로 2000년에는 산별 중앙교섭 방침을 확정하여 통일단체협약(안)을 마련하고 통일교섭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노동조합 조직형태가 산별이 되었다고 교섭구조가 자동적으로 변화되는 것이 아니라서, 사용자들은 기업별협약과 기업별교섭을 고수하며 산별교섭과 통일단체협약 체결에 반대하였다. 
때문에 3차례 통일교섭(집단교섭)이 진행됐고 이를 통해 노사는 대각선교섭에 합의하였다. 증권노조는 대각선교섭에서 한 곳으로 전력을 투여하였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전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제비뽑기를 통해 교섭 순서를 정하도록 하였다. 이는 비록 형식은 대각선교섭이었지만 실제 내용에 있어서는 패턴교섭의 성격을 부여한 것으로, 대각선 교섭에 나서는 첫 번째 사업장의 단체협약 수준을 차기교섭 사업장에도 적용시키기 위한 방식이었다. 
제비뽑기 결과 굿모닝증권이 1순위로 결정되었고 증권노조는 일정기간 굿모닝증권 사측과의 대각선교섭에 집중했다. 그 결과 사측은 노조의 요구안을 대폭 수용하였다. 또한 굿모닝증권의 대각선교섭이 궤도에 오름에 따라 전 지부로 대각선교섭을 확대하였으며, 통일단체협약(안)을 중심으로 교섭을 진행시켜 각 지부들에서 단체협약 체계를 통일했다. 물론 주요 요구는 상당부분 관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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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권산업노조의 직장보육시설 설치를 위한 거리캠페인 - 출처: 전국증권산업노동조합 ]

2001년, 99개 조항의 통일단체협약 체결
산별교섭은 공신력 있는 사용자단체와 교섭 및 협의채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권산업에는 사용자들의 자율기구인 증권업협회가 있다. 하지만 사용자들과 증권업협회는 ‘협회’는 사용자단체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2001년 증권산업에는 증권노조 9개 지부와 10개의 기업별노조가 병존해 있었고 미조직사업장이 과반을 차지하는 상태였다. 이처럼 증권노조는 산업 대다수의 노동자를 포괄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조직상황은 2006년 현재도 비슷하다). 이런 상황이었기 때문에 2001년에는 교섭형태를 발전시키는 것보다는 통일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 자체에 중점을 두었다. 
2001년 임단협에서 노조는 안정적 생활임금 확보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지향하기 위한 임금요구안으로 11.5%+α를 요구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만드는 투쟁이 되지는 못하였다. ‘+α’는 임금수준이 낮은 지부의 추가 인상을 위해 상정된 요구였지만, 결과적으로 기업의 지급여력이나 지부의 조직력이 강한 사업장이 특별상여금을 받는 것으로 정리되었고, 임금가이드라인은 6%로 정해졌다.
한편 2001년 처음 체결된 통일단체협약은 전문, 총칙, 조합활동, 인사, 남녀평등, 모성보호, 육아, 노동시간, 근로조건, 쟁의 및 평화의무, 사회적 책무, 경영참여로 나뉘며 99개의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주요내용은 △단협 적용 범위 전 직원으로 확대, △상근간부 확대, △배치전환합의 범위 확대, △모성보호, △직장탁아, △임금소급 명문화, △사내근로복지기금, △우리사주조합 민주적운영 등이었다. 한편 노사는 이와는 별도로 고용안정협약을 체결하였다.

2002~2004년, 경총과 교섭을 하긴 했으나…
증권노조는 사용자측에게 2002년부터 산별교섭에 걸맞은 사용자단체 구성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용자측은 준비부족을 이유로 교섭권을 경총에 위임하였다. 이에 따라 노조는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사용자측 대표로 나선 경총과 산별중앙교섭을 전개하였고, 그 결과 노동조건 후퇴 없는 주5일근무제도 도입, 증권산업제도개선 간담회, 임금인상률 비정규 적용 등을 쟁취하였다.
이 시기에는 ‘한국증권업협회의 사용자단체성 인정’, ‘단체교섭에서 경총 배제’라는 요구를 중심으로 증권업협회 점거농성 및 전국 권역별 집회 등의 투쟁이 전개되기도 하였다. 그 결과 2004년부터는 산별교섭에서 경총을 배제하고 사용자들이 자율적으로 교섭하기로 합의하였다.

2005년, 사용자협의회 구성 합의
2005년 단체교섭에서는 증권업협회를 사용자단체로 규정하는 것을 둘러싸고 노사 간 공방이 무척 치열했다. 수개월에 걸친 간담회 결과 사용자측은 2005년 7월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여 한국증권업협회에 교섭권 등을 위임하였다. 그러나 한국증권업협회는 증권노조 산하 지부의 수(8개)가 회원사 전체 수(34개)에 비해 소수라는 점을 들어, 회원총회에 교섭권 수임여부를 부쳐 다수결에 의해 부결시켰다. 산별교섭을 회피하기 위한 악의적인 방법이었다. 이처럼 증권업협회가 산별교섭 수임을 거부하기는 했지만, 결국 보완적인 교섭형태로서 “8개 사용자가 모두 참여하는 집단교섭형태 + 한국증권업협회 부회장, 인사담당임원 참가”라는 산별중앙교섭 방식이 합의되었다.  
그러나 증권업협회는 스스로 교섭권 수임을 거부하여 실제 교섭권한이 없었기 때문에 산별교섭에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때문에 노사는 수차례 교섭 후 증권업협회를 배제하고 집단교섭을 실시하게 되었다. 2005년 산별교섭의 가장 큰 쟁점은 산별교섭과 사용자단체에 관한 것이었다. 노조의 요구는 “2005년 산별협약을 ‘사용자단체준비위원회’ 명의로 체결하며, 2006년에는 사용자단체를 구성하거나 한국증권업협회가 사용자단체로 기능할 것”이었다. 이에 따라 사용자단체준비위원회인 ‘사용자협의회’가 구성된 것이다. 

증권노조 산별교섭투쟁의 도약을 위하여    

2005년의 또 다른 쟁점은 새로운 산별협약을 체결하는 것이었다. 2005년에 노조가 사측에게 제시한 협약은 임금협약, 통일단체협약 이외에도 새로운 협약으로서 ‘차별금지 및 시정에 관한 협약’, ‘증권산업 제도개선협약’, ‘증권산업 고용안정협약’ 등이 있었다. 증권노조는 미완으로 남겨진 이러한 과제를 2006년 산업적 투쟁을 통해 다시 제기하고자 한다.
또한 증권노조는 투기자본에 대한 감시 및 규제, 증권거래법과 통합자본시장법을 둘러싼 주식회사들에 대한 감시 및 규제, 주주행동주의에 맞선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금융감독당국의 신자유주의적 규제완화 및 정책에 대한 대응, 금융지주회사의 특혜시비 규명 및 노사관계 파행에 대한 대응 등을 통해 자신의 영역에서 공적인 사회적 의제를 제시하고 대안마련을 요구할 것이다.  
증권노조는 현장강화와 산업별투쟁 등에 있어 다소 부족하지만 다양한 실천과 투쟁을 전개하며 소산별노조의 힘을 최대한 활용해 산별교섭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다. 2006년부터는 개정된 규약에 의해 산별협약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가 실시된다. 증권노조에게 2006년 산별교섭은 7년차를 경과하며 세대교체를 이룬 집행부가 현장과 호흡하며 어떻게 투쟁을 만들어갈 것인가를 가늠하는 매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2006년 산별교섭은 4월 단체협약위원회 및 대의원대회를 거쳐 5월 중순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또한 ‘금융투자업과 자본시장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구조조정 분쇄 및 법 개정 투쟁, 노사관계로드맵 분쇄 및 비정규보호입법 투쟁 등 민주노총과 사무금융연맹 투쟁일정에 맞추어 시기집중 투쟁이 전개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