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민주노동당이 세상을 놀라게 할 거야!

노동사회

5월 31일, 민주노동당이 세상을 놀라게 할 거야!

편집국 0 3,077 2013.05.19 03:31

민주노동당의 기획조정실장으로서 자질을 의심받을 수 있는 일이지만, 2002년의 지방선거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사실 나의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더 솔직하게 고백하건데 17대 총선 때는 획득 의석수가 2~3석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지고 ‘내기’를 걸기도 했다. 다행히 원내 10석 진출의 기쁨이 워낙 컸던지라 사람들이 내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버려 밥값으로 주머니가 가벼워지는 일은 모면했다.

이번 지방선거를 두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나라당이 압승하고 열린우리당이 참패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대체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동의한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미리 그려본 그림 그대로 찍혀 나오는, 그래서 재미가 없는, 투표율도 낮은 선거가 될 것이라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 여백으로 남아있는 부분이 있다. 바로 언론의 선거 예상에서는 잘 등장하지 않는, 민주노동당의 몫에 관한 것이다. 내놓고 얘기하진 못하지만 사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속마음은 ‘민주노동당은 미미한 결과를 내는 데 그친다’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지지율 9%가 지방선거에서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쉽게 단정할 수 없다. 바로 직전의 지방선거와 총선에서도 연이어 “예상치 못한 결과”를 터뜨린 당의 일이기 때문이다. 

선거는 여론조사에서 일등을 달리고 있는 당에게도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10% 언저리를 오가고 있는 입장에서 마음이 가벼울 수 없다. 그러나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를 두 번이나 경험한 학습효과 탓일까, 실망스런 결과를 예상하는 의견과 달리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또 한 번 ‘큰일’을 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의 앞날이 걸린 선거를 두고 내기를 하는 것이 허용된다면 이번엔 정말 크게 걸고 싶다.

‘빈곤 주범 심판론’을 대중 심정으로 말하기

선거 전략과 기조는 천재적 발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적벽대전에서 제갈공명의 동남풍이 그랬던 것처럼 일거에 판세를 바꾸는 위력을 발휘하지도 못한다. 선거 슬로건이 중요하다지만 선거전문가들이 경쟁적으로 머리를 쥐어짜서 만들어내는 슬로건들 사이에서 특출하면 얼마나 특출할 수 있겠는가? 한두 문장에 불과한 글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움직이겠는가? 그래서 ‘슬로건 몸살’은 선거 때 후보와 선거운동원만 애가 달아서 벌이는 소동에 불과한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지난 총선에서는 “부자에게 세금을, 서민에게 복지를”, “무상의료 무상교육” 등이 정말 큰일을 해냈다. 실제 득표력이 얼마였는지 가늠하는 데서는 차이가 있지만 민주노동당의 색채를 잘 표현하였다는 데서는 이견이 없다. 그것은 그 슬로건들을 뒷받침하는 문장력의 기교가 좋아서가 아니라, 대중의 절실한 마음을 정확하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도히 흐르는 민심을 그대로 표현하고 노동자와 농민 그리고 도시서민의 심정을 정확히 대변하는 짧은 문장은 그 무엇보다 큰 힘을 발휘한다. 때문에 그 ‘마음’을 읽기 위해 며칠 밤잠을 설치기도 하는 것이다. 

지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지방권력 심판론”과 “중앙정권 심판론”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 구호에서는 양당이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을 두 가지 읽을 수 있다. 그 하나는 ‘국민이 심판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민중이 정치의 주인으로 나서고 있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둘 다 심판받아야 하는 대상’이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민중의 신뢰를 상실한 보수정당의 처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선거전이 시작된 후 양당이 서로 벌일 일은 속된 말로 “안 봐도 비디오”다. 민주노동당은 정책정당이므로 네거티브를 싫어한다. 그러나 양당이 ‘각자 심판론’을 가지고 다투고 있으면 한마디는 해야 한다. 그때 할 말은, “국민을 더 이상 짜증나게 하지 말고 너희들, 나가서 싸워!”이다. 즉 빈곤과 차별의 주범 심판론이라고 할 수 있는 ‘보수양당 심판론’을 논리보다 대중의 심정을 그대로 말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은 “할 말은 하는 정당”인데 선거라고 해서 민중이 보수정치에 대해 하고픈 말을 안 하면서 ‘품위’를 지키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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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기존 보수정당과의 차별된 전략으로 다시 한 번 파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 출처:민주노동당 판갈이 ]

곤장 드는 이유와 회초리 드는 이유의 차이

지난 총선에서 10석의 의석과 13%가 넘는 지지를 민주노동당에게 보내준 까닭은 무엇일까, 그리고 지금 대중이 민주노동당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요구하는가를 정확히 알아야, 소중한 한 표 한 표가 모이도록 할 수 있다. 최근 1년간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하락한 것은 민주노동당 뿐만 아니라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다. 이는 비슷한 사회적 요인에 의해서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지만, 그 내용은 사뭇 다르다. 열린우리당이 ‘곤장’을 맞고 있다면 민주노동당은 회초리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은 민주노동당에게 “보수정치가 60년 동안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정치판을 바꾸라고 했는데, 이것밖에 못하냐!”고 질책하지만 더 잘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는 않고 있다. 

대중들은 노동자에게 비정규직 차별의 고통을, 농민에겐 쌀농사 포기의 절망을 안겨주고 공짜골프 정당으로 가진 자의 품에 안겨 배신감을 안겨준 열린우리당이 자신들의 요구를 대변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보수정치의 낡은 습성과 구조를 바꿀 실력도 없다는 것이 드러났으니 한 번 더 봐주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민주노동당은 여전히 희망이다. 특히 농민들은 대개 이 점을 인정한다. 좀 더 열심히 하면 비정규직도 우리의 진정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일하는 사람의 정당이라는 이름에 기대를 걸고 어려웠던 시절부터 민주노동당을 바라본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을 계급투표전략, 계급선거운동이라고 한다. 힘이 모자라고 채 다듬어지지 않았고 거칠다고 민주노동당을 양에 차하지 않아 하는 사람들도, 마음가짐이나 자질에서 비교우위는 다 인정한다. 대중의 바람과 우리의 현실사이에 있는 이 틈을 잘 채우면 민중은 자신의 의사와 요구를 민주노동당을 통해 표현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은 지방자치에 진보정당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을 설득할 것이다. 보수정당이 독주하고 있는 지방자치를 견제할 수 있는 의지, 보수정당이 망쳐놓은 지방자치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실력은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있다는 것을 이해시킬 것이다. 바로 그것이 “진보정당 역할론”이고 “지방자치 판갈이”다.

기초의원 선거, ‘스킨십’보다 중요한 건 없다

여러 번 해본 선거지만 매번 엉뚱한 일에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실수를 하기도 한다. 기억력이 나빠서 같은 잘못을 거듭하는 것이려니 하면서도, 그 중에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도 있다. 특히 선거사무실 문제다. 선거사무실을 구하는 일은 매우 성가신 일 중 하나다. 어려운 형편 속에서 마땅한 장소를 찾기가 만만찮다. 그런데 기초의원 선거에서 전망 좋은 2층 혹은 3층으로 사무실을 찾으려는 경우가 있다. 현수막을 모양 있게 걸어서 홍보효과를 높이자는 것이다. 물론 후보나 선거구의 특성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 이러한 선택은 좋은 결과를 낳지 못한다는 것이 경험이 낳은 교훈이다. 기초의원 후보의 경우 사람들이 뻔질나게 선거사무실을 들락거려야 하는데, 본격적인 선거철에는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야 하는 것도 만만찮은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1층 사무실 필수론’에는 선거전의 핵심적인 원칙이 담겨있다. 그것은 바로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는가에 선거의 승패가 달려있다는 간단한 상식이다. 물론 생활조건과 문화가 많이 변하고 있으므로 다양한 방식을 잘 개발하고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른바 ‘스킨십’ 즉 직접 접촉을 많이 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선거 시절 자주 하게 되는 우스갯소리 중에 후보가 하루 선거운동을 마치고 집에 갔는데 자기 부친을 보고서도 악수를 하려고 했다는 게 있다. 선거전에서 직접 접촉의 비중이 얼마나 큰 것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다.   

민주노동당 건설 초기에는 지역의 당직자들이 자기 지역에 연고가 없는 상태인 곳이 많았다. 어떤 아파트단지에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어 궁리 끝에 운동원을 아파트 경비실 앞에 배치했다. 그냥 선거기간 내내 거의 24시간을 그 자리에 있도록 했다. 처음에는 지나가는 주민에게 꾸벅꾸벅 인사를 하는 것이 할 수 있던 일의 전부였던 그 당원이 나중에는 아파트 주민 대부분과 이야기를 나누는 관계가 되었다. 선거전의 중반쯤에는 주민이 아파트 내의 동향을 전해주는 등 나름대로 ‘조직선거’도 가능해졌다. 단순무식한 방법이었지만, 홍보물 보내고, 전화 걸고, 거리 연설하는 것으로는 얻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각인시키는 사례였다. 

민주노동당 때문에 깜짝 놀랄 5월31일!

선거는 정치전이다. 사람들은 결국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적 선택을 한다. 1960년대, 70년대 선거에서 위력을 떨쳤다고 전해지는 ‘고무신’과 ‘막걸리’도 따지고 보면 이해관계를 표현하는 것이다. “안면 때문에 지지한다”는 이야기도 비슷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민주노동당의 가장 훌륭한 후보는 민주노동당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이 말은 이번 선거에서 더 유효하다. 선거에 들어가서 이웃들을 만나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온다. 다른 당의 세력이 특별히 강한 곳에서는 “사람은 좋은데 당이…”라는 말을 듣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있다. 이런 말을 여러 번 듣다보면 잠시나마 아쉬운 마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의 후보는 ‘민주노동당의 후보이기 때문에’ 득표력을 가진다. 당의 지지도를 훨씬 넘는 득표력을 가지는 후보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지방선거는 지방자치의 본연에 충실해야 하지만 전국적 선거건, 지역의 선거건 선거는 정당정치에 기초한다는 것, 결국 계급과 계층의 지향과 이해관계가 겨루는 투쟁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되새겨야 한다. 

선거가 정당선거의 성격이 강해질수록 민주노동당에게는 유리하다. 보수양당의 힘겨루기 때문에 선거판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민주노동당은 이미 누구도 존재를 부인할 수 없는 정치세력이다. 현재도 쉽지 않은 조건이지만 2년 전, 4년 전에 비하면 당의 정치적 위상, 사회적 영향력, 조직력이 비할 수 없이 발전되었다. 지방선거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잠재력은 충분하다. 이것을 어떻게 다 발휘하느냐하는 과제만이 남아있다.

그래서 중앙당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어려운 형편의 일선에서 뛰는 당원들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일이 생각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어서 민망한 때가 많다. 그래도 “2006년 5월31일 세상은 민주노동당 때문에 또 깜짝 놀랄 것”이라는 상상으로 투지를 벼리며 낮과 밤을 이어간다. 자랑스러운 당원들과 믿음직한 민중이 이전 선거와는 다른 내기를 건 나 자신도 깜작 놀랄 5월31일을 반드시 만들 것이라고 믿는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