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공동선언과 평화협정·군축에 관하여

노동사회

6·15 남북공동선언과 평화협정·군축에 관하여

admin 0 3,972 2013.05.07 09:31

머리말 

수 천년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에게 수난의 시대가 아니었던 시기, 그래서 영광의 시기라 할 수 있는 때가 얼마나 있었을까? 참으로 의심스러운 일입니다. 더군다나, 20세기는 우리에게 분명 견디기 어려운 수난의 시기였습니다. 우리 민족은 20세기 전반기에 나라를 잃고 일제의 식민지 노예가 되었으며, 후반기에는 외세에 의해서 국토가 분단된 채, 동족상잔과 적대적 대립 상잔의 싸움질에 지쳐버렸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21세기로 접어든 지난해, 2000년 6월 15일에 이루어진 '남북공동선언'으로 새 세기, 새 시대를 열기 위한 먼동이 트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비록 아직도 길은 멀고, 모진 비바람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예상되지만, 인류의 역사는 분명한 전환을 요청 받고 있다고 생각되기에 말입니다. 이 글은 이와 같은 역사의 전환기에 '6·15남북공동선언' 1주년을 맞으며, 우리 민족이 지난 반세기의 냉전대결 상태를 종식하고, 평화통일을 위해서 반드시 이룩해야만 할 평화협정과 군축문제에 관해서 우리가 해야하고, 또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인가를 함께 생각해 보려는 것입니다.

'6·15 선언'의 의의

'남북공동선언'의 역사적 의의는 첫째, 지난 반세기 동안 외세를 등에 업고 적대적 대립관계를 유지해온 남과 북이, 하나의 통일된 민족국가(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힘을 합쳐 민족 자주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을 재확인하였다는 사실입니다. 이번에 남북정상들이 "민족자주의 원칙"을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은 통일 민족국가의 수립이란, 그 어떤 외부세력에 의해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기 민족 구성원들 자신의 자주적 노력을 토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민족적 자각을 촉구하는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습니다. 

둘째, 이번 '남북공동선언'은 지난 반세기 동안 남과 북이 서로 타도를 추구해온 종래의 적대 정책에 대해 중대한 방향전환을 하겠다는 약속이라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가 있습니다. '남북공동선언' 제2항은 "나라의 통일문제를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는 남북의 통일방안들이 모두 복수 국가들(states)의 공존을 전제로 하는 '복합국가식 통일방안'이라는 사실을 서로 확인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는 종래 남과 북이 서로 상대방이 주장하는 '복합국가식 평화 통일방안'에 대해서 "이는 우리를 전복 또는 타도하기 위한 기만전술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던 불신관계를 청산하겠다는 의미이며, 남과 북이 서로 상대방 지역에 대한 패권 추구를 포기하여, 서로의 권력 실체를 인정·존중하고, 복합국가식으로 남과 북의 '국민국가'(state, 즉 통일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의 주체)들이 연합단계나 연방단계를 통해서 단일한 '민족국가'(nation, 나라) 건설을 지향하기로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중대한 의의를 가졌다고 평가되는 것입니다. 

셋째, '남북공동선언'은 단순한 원칙 선언에 그치지 않고, 남북 사이의 신뢰증진을 위한 구체적 조치들(제3∼5항)을 취하기로 결정한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적대관계 또는 불신관계에 있던 사람들(개인들 또는 집단들) 사이에 신뢰를 회복하자면, 보다 많은 접촉 교섭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6·15 선언'의 문제점 

그러나 지난번 6·15 '남북공동선언'은 이상과 같은 역사적 이의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몇 가지 중대한 문제점(과제)들을 또한 안고 있습니다. 

첫째, 이 선언에는 남과 북이 상호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평화롭게 함께 더불어 사는 공존공영의 관계를 수립하는데 필수적인 평화정착의 선행조건을 결여하고 있었습니다. 남과 북은 지난날 3년의 치열한 전쟁을 치른 적대국가의 관계였습니다. 남과 북은 현재 1953년 7월 체결된 휴전협정 체제 하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휴전협정은 평화협정에 의해서 종전처리 되기를 52년 동안이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15 '남북공동선언'에서는 남북 간에 전쟁 종결 처리를 하는 문제나, 군비통제 및 군비감축에 관한 문제에 관해서 아무런 구체적 언급이 없었다는 점은, 분명히 '남북공동선언'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관계에서 평화공존의 관계로 전환케 하였다는 역사적 평가를 크게 제약하는 문제였습니다. 

둘째, 6·15 '남북공동선언'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원수('남북공동선언'에서는 "남북 정상"이라고 표현)가 서명 발표했습니다. 따라서 이 공동선언은 분명히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가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공동선언'에는 남북 쌍방이 서로를 국가적 실체로 인정하는 문제에 관해서 아직도 아무런 분명한 태도를 표명하지 못했다는 것이 또 하나의 중대한 문제점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 동안 남북 쌍방은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기를 거부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남북공동선언'은 남북 쌍방이 서로의 평화통일방안에 "공통점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해 나가자"고 선언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한 공통성이란 과연 무엇입니까? '남측의 연합제안'이라는 것과 '북측의 연방제안'이 가지는 공통성이란 남과 북이 상대방의 국가적 실체를 인정 존중하는 것을 전제로 성립할 수 있는 '복합국가식 통일방안'이라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헌법 제4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 제1조는 전체 한반도와 그 주민(인민)을 놓고, 이들을 각기 자국의 통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각기 해당 헌법조항을 개정하지 않는 한, '남북공동선언'은 서로를 국가적 실체로 인정하는 문제에 관해서는 좀더 분명한 태도를 밝히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셋째, 6·15 '남북공동선언'이 비록 남북간 다방면의 교류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앞에서 지적한 평화협정 및 군축문제나, 상호간의 실체 인정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교류협력 사업이란 조만간 장벽에 부닥칠 위험이 있게 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접촉 교류의 확대가 평화 통일의 필수조건이기는 하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며, 쌍방이 상대방에 대한 타도를 추구할 경우에는 교류협력이라는 것이 지극히 위험한 타도의 도구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첫술에 배부르기를 기대할 수 없는 일이라, 피차간에 껄끄럽고 어려운 문제에 관해서는 우선 피하고 가자는 취지였겠지만, 역시 6·15 남북정상회담에서 채택된 6·15 '남북공동선언'은 장차 남북이 협력하여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중요한 과제들을 안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6·15 '남북공동선언'이 평화와 통일을 위해서 참으로 의의 있는 문건으로 되자면, 제2차 또는 제3, 4차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서 그것이 평화협정 및 군축 실현으로 연결되고, 아울러 남과 북이 각자의 헌법 개정을 통해서 평화공존의 법적 기본 틀을 마련하기로 약속해야만 하는 중대한 과제들을 안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평화협정의 주체와 내용 

전쟁 당사자간에 종전처리를 하기 위해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면, 일반적으로 먼저 전쟁 주체국가들이 평화회담에 임해야 하고, 그 회담에서는 ① 국경선의 확정, ② 전쟁포로 및 전사자 유해의 교환, ③ 전후의 군비 축소, ④ 전쟁범죄자 처리, ⑤ 전쟁피해보상, ⑥ 전후의 국교 정상화 문제를 논의 결정해야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Korean War(한국전쟁-편집자) 과정에서 성립한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변경하려 할 경우에는 국가 간의 통상적 전쟁의 경우와는 좀 다른 특수한 문제가 있습니다. Korean War는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국가 간 전쟁이 분명하지만, 남북 Korean들 입장에서는 '내란' 또는 '내전'의 성격을 가졌으며, 중국의 입장에서는 국가 간의 전쟁이 아닌 '조선 내전'에 지원군을 파견한데 불과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Korean War가 이와 같이 복잡성을 가졌기 때문에, 현재의 휴전협정체제를 대체할 평화협정을 체결하려 할 경우, 다음과 같이 다소 복잡한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첫째, 평화협정의 주체는 누구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1950년 6월 25일 ∼ 1953년 7월 27일 기간의 한국전쟁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인민군 및 중국인민지원군과, 대한민국의 국군과 미군 그리고 기타 참전 15개국 군인들로 구성된 유엔군 사이의 전쟁이었습니다. 그리하여 휴전협정은 조선인민군사령관과 중국인민지원군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유엔군사령관이 다른 일방이 되어 협정에 서명함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자면, 북측에서는 북측과 미국이 평화협정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중국인민지원군은 이미 한반도에서 철수하여 없고, 유엔군 사령관이란 다름 아닌 미군 장성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서 남측에서는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미국과 중국이 이를 보증하면 될 것이 아니냐며 남과 북이 평화협정의 주체가 될 것을 주장하여 이견을 보여왔습니다.

그러나 지난날 한반도에서 전쟁의 실질적 주요 당사자는 남과 북, 미국과 중국의 4자였습니다. 그러기에 나는 만약 평화협정이라는 것이 전쟁당사자들 사이에 적대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국제적 약속이라면, Korean War의 종결을 위한 평화협정은 남, 북, 미, 중 4자가 주체로 되는 4자 회담에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평화협정을 4자회담에서 해결해야 된다는 것은 북측의 조명록 차수가 워싱턴을 방문했을 때 이미 북미간에 합의된바 있었습니다).

물론 중국은 과거 Korean War 당시 전쟁 상대였던 미국 및 대한민국과 이미 국교를 정상화했기 때문에, 별도로 한반도의 평화협정에는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면, 제외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평화협정을 주장하면서 대한민국을 소외하겠다는 북측의 주장이나, 미국을 평화협정의 당사자로 삼을 필요가 없다는 남측의 주장은 모두 옳지 못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재 한반도에서는 국군과 미군을 한편으로 하고, 인민군이 적대적 대치상태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이 3자가 당사자가 되지 않는 평화협정이란 진정한 평화협정이 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유사시에는 미군사령관이 작전지휘권을 행사하게 되어 있는 상황 하에서 미국이 평화협정의 주체의 일원으로 되지 않는다면, 그런 평화협정이 어떻게 의미를 가질 수 있겠습니까?

둘째, 무엇이 평화협정의 내용으로 돼야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① 국경선 획정문제 : 남과 북은 피차간에 나라(nation)와 나라 사이로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남북 간에 국경선 획정 문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남북 사이에는 분명히 통치 주체들(state) 간의 영역을 획정하는 경계선이 없을 수 없습니다. 더욱이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각각 모두 유엔 회원국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남과 북은 국경선과 같이 존중되어야 할 행정 관할 구획선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만 1992년에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는 휴전협정에 의하여 획정된 남북 간의 군사분계선을 남북 쌍방 정치실체들이 지배 관할권을 행사하는 행적구획선으로 인정 존중할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경계선 획정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휴전협정에 불분명했던 영해상의 관할 경계선은 아직도 획정해야 할 과제의 하나로 남아 있다고 생각됩니다. 

② 전쟁포로 및 전사자 유해 교환 문제 : 미국과 북측 사이에서는 전쟁포로나 유해교환 문제가 분명하게 규정 해결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북 간에는 이 문제가 매우 복잡합니다. 인민군 포로로 있다가 남한에 정착하기를 희망해서 소위 '반공포로'가 되어 남한에서 정주하는 사람들도 있고, 국군에 복무하다 포로가 되어 북에 있었으나 북에 정주하게 된 '해방전사'라는 사람도 있습니다. 얼마 전 신문들에서 국군포로 문제가 많이 거론되었지만, 그들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전쟁포로와는 다른 성격을 갖고 있어 장차 이산가족 교류사업의 일부로 취급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남한 신문들의 국군포로 관련 논조는, 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석방한 '반공포로' 문제를 의식하지 않는 듯 합니다.)

따라서 평화협정에서 남북 간의 포로나 유해 송환문제는 규정될 수 없을 것입니다. 전사자 유해 교환문제도 장차 남북 간에 협의 처리 할 문제일 것입니다. 다만, 중국인민지원군의 포로나 유해 문제는 '4자 회담'에서 제기될 수도 있겠지만, 한·중 수교가 이루어진 마당에, 그것은 한·중 쌍방의 대화로 처리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중국인민지원군 포로 중 귀환을 반대한 사람들은 모두 '대만'으로 이송되었기 때문에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나, 유해 송환문제는 한·중간에 논의 처리 될 수 있을 것입니다.
③ 전후의 군비축소 문제 : 중국인민지원군은 오래 전 이미 북에서 철수했기 때문에, 이 문제는 한·미·북 3자간의 토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4자 회담'이 도출할 평화협정에서는 군비축소 문제를 남·북·미 '3자 군사위원회'에서 처리하도록 규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셀리그 해리슨씨도 한.미.북 '3자 위원회'의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한겨레신문』 1998.4.9.). 

앞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Korean War의 종결처리를 하는 평화협정에 미군이 주체의 일원으로 포함되지 않거나, 미군의 지위 변경이나 미군을 포함한 남북 쌍방의 군비축소 문제를 의제로 할 수 없다면, 군비경쟁이 힘겨운 북측으로서는 그런 평화협정의 의미를 인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④ 전쟁범죄자 처리 및 ⑤전쟁 피해보상 문제 : 휴전협정체제로 47년이 경과한 현시점에서 이 두 가지 문제는 논의될 수 없을 것입니다. 전쟁책임이나 보상문제가 논의될 수 없는 것은 Korean War가 가지는 내전적 성격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⑥ 전후의 국교 정상화 문제 : 이 문제는 미국과 북측 사이에서만 해결되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미국과 북측 사이에서는 이미 1994년의 제네바 핵 합의서에서 국교 정상화가 약속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 실현이 미루어져 있는 것은 미국 측의 대북 전략 때문입니다. 따라서 평화협정은 미국의 대북 전략이 변경되지 않는 한 성사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군축의 필요성과 가능성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 대통령 취임사와 한겨레신문 10주년 기념대담에서 '남북기본합의서'에 의하여 남북 군축문제를 논의할 수도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한겨레신문』 1998.5.14. 6쪽)

그러나 군축문제는 논의조차 못한 채 대통령의 임기 5년의 절반이 지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 대통령 취임 후, 또 지난해의 6·15 '남북공동선언'에도 불구하고, 남측 국방비는 조금도 줄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요? 나는 남북당국이 아직도 무력통일의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거나, 남북 당국의 군축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한반도에서 지난 50년 간 축적된 군사적 살상 파괴력은 앞으로 다시 남북 간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그것은 쌍방 모두에 승리 없는 민족의 파멸이라는 정도는 다 알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군축문제란 적대적 대치관계에 있는 모든 당사자의 합의가 없이는 성취될 수 없는 문제인데, 당사자중 일부 당사자인 미국은 한국 국방비의 감축을 결코 원치 않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남북 간의 적대적 대치관계란 북측의 인민군과 남측의 국군 및 주한미군의 대치관계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남북기본합의서'란 남북만의 합의이며, 미국은 여기에 개입되어 있지 않습니다. 따라서 김 대통령이 "남북기본합의서에 의해서 군축문제를 논의 할 수 있다"고 말한 것은 원천적으로 실현 곤란한 방도였다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남북기본합의서'상의 군사위원회나 불가침협정이란 미군철수나 미군 감축에 관해서는 결코 논의할 수 있는 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김 대통령은 이번 2001년 3월 방미 때도 포괄적 상호주의에 의한 일괄타결을 주장하면서 핵과 미사일 문제는 북미 간에 해결하고, 남북 간에는 재래식 무기의 배치나 군축문제에 관해서는 다시 '남북기본합의서'에 의하여 남북 간에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남북 간의 적대적 대치관계란 북측의 인민군과 남측의 국군 및 주한미군이라는 구도로 되어 있는 속에서, 주한미군을 빼고 논하는 군축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겠습니까? 더구나 유사시에는 주한미군 사령관이 군사작전지휘권을 행사하게 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인데 말입니다. 군축문제를 '남북기본합의서' 만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결코 현실적일 수 없습니다. 군축문제는 주한미군을 논외로 하고, 남북 간에서만 논의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클린턴 정권 때, 핵 문제나 미사일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자, 이번 공화당 정권에서는 다시 북측 인민군의 전진배치문제를 들고 나와 남침 위협 잔존의 증거라며, 북미 수교가 곤란한 이유로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북측에 대해 일방적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것과 같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왜냐하면 첫째, 핵 공격력을 가진 미군과 대치한 북측으로서는, 될 수 있는 대로 상대방에 근접배치 하는 것만이 핵 공격을 피할 수 있는 길이며, 둘째, 도로와 교통수단이 미비하고, 제공권이 없는 북측이 기동력 높은 미군 및 남측 공격에 대비할 수 있는 길은 전진배치 이외에 달리 대응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IMF사태를 겪은 남한의 사정이나,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했던 북한의 실정으로 보면, 남북한의 Korean들에게 민생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군비를 감축하는 일 이상으로 절실한 문제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15 '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한 남북 간에는, 군비감축문제가 논의조차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결정적인 이유가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현재 미국의 부시정권이 NMD와 TMD를 추진하면서, 그 이유가 자기들이 '불량국가'(brutal state)라고 부르는 몇몇 특정국가들의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방위체제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렇지만 미국 '군산복합체'로서는 무기구매 수요창출을 위해 한국의 국방비를 비롯해서 미국, 일본, 대만 등 각 국가의 국방비 삭감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사태의 진전은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