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노동 관련 법안의 비교와 검토

노동사회

비정규노동 관련 법안의 비교와 검토

편집국 0 3,058 2013.05.19 03:02

 

 

※ 이 자료는 2006.2.15. 국회 열린우리당 비정규직대책특별위원회 주최한 토론회 [‘비정규직법안 어떻게 처리되어야 하나’]의 발제문으로 준비된 것입니다.


 

1. 머리말
• 기간제법(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안, 파견법(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개정안 등 비정규노동 관련 법안들이 연초 법제화 및 개정을 목표로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으나 일부 조항들에 대한 각 당의 의견불일치로 인해 법안소위에 계속 계류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을 전제로 하여 이 자료는 국회에 상정된 비정규노동 관련 법안의 주요 쟁점이 무엇이었는지를 중심으로 비교·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 제출되어 있는 비정규노동 관련 법안 또는 요구안들에 대한 비교·검토는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서 소개되어 있다. 따라서 이 자료는 그것들을 다른 방식으로 재정리한 것에 불과하다. 단, 법안들에 대한 비교·검토를 함에 있어서 어떠한 관점이 중요한지에 대한 필자의 관점이 특정하게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이 점을 미리 밝혀둔다.

 

• 모든 법률이 그러하지만, 특히 노동관계법은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의 개별적 또는 집단적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측면과 다른 한편으로는 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증진시키고 또 보호하기 위한 측면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관계법제들은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들의 삶의 조건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마련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며, 이를 위해서 미비한 점들은 계속해서 보완되어야 한다. 이렇게 본다면 비정규노동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자 하는 제반 노력은 그 자체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그 논의 과정을 살펴보면 특히 더욱 열악한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비정규 노동자들의 보호를 위해 더 적절한 법안을 만들기 위해 당들 사이에 경쟁이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

 

•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사회양극화 문제는 시장논리를 중심으로 한 진단과 처방에 의해서만은 해결될 수는 없다. 반대로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사회 구성원들이 끈질긴 토론을 통해서 시장의 부정적인 측면을 제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것이다. 비정규노동 문제도 예외는 아니다. 국가경쟁력을 운위하는 경우에도 그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에 대한 규범적 성찰을 거친 것이 아니라면 사회구성원들 모두에게 유의미한 것일 수 없을 것이다.

 

• 비정규노동 관련 법률은, 어떤 방식으로 제정되든지, 현재의 사회적 약자가 앞으로도 더 이상 사회적 약자로 남지 않고, 또한 모든 측면에서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서 사회의 민주주의적 발전에 동참하고 그 성과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제도의 형성·발전에 일조하여야 할 것이다.

 

• 이 자료에서는 비정규노동 관련 법안 중에서 정부가 발의한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둘러싼 쟁점만을 검토의 대상으로 한다. 비정규노동 문제의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이 소위 특수고용직 노동자들과 관련된 것이지만, 이와 관련해서는 여러 사정상 여기에서 다루지 않는다. 앞으로 기간제노동자, 단시간노동자, 파견노동자에 이어서 특수고용직 노동자 문제에 관한 사회적 토론도 활발하게 진행되어 이들 또한 노동관계법제의 틀 내에서 적극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비교·검토에 주로 사용된 자료는 근기법 개정안, 파견법 개정·폐지안, 기간제 법안 등 정부 및 국회의원이 제출안 법안이다. (자료를 정리하면서 각 정당, 노동조합, 시민사회 단체에서 제출한 요구안 등을 참조하였다.) 현재 국회에서의 논의는 정부가 제출한 기간제법안과 파견법개정안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정부의 기간제법안과 관련하여 민주노동당과 한나라당은 근로기준법개정안을 통해서 관련 내용을 제출하였고, 정부의 파견법개정안과 관련하여 민주노동당은 파견법폐지안을, 한나라당은 파견법개정안을 제출하였다. 열린우리당은 별도로 당 주도의 법안을 제출하지 않는 대신 정부안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하여 법안 논의과정에 임하는 방식을 취하였다고 볼 수 있다. (각 당 소속 국회의원들의 주도로 발의된 법안을 각 당의 법안으로 간주하여 정리한 것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법안소위 논의과정의 각 당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다.)

 

• 이하에서는 먼저 비정규 노동 관련 법안의 공통적인 쟁점이라고 할 수 있는 차별금지의 문제를 다루고, 기간제법안(기간제 및 단시간근로), 파견제개정안을 둘러싼 쟁점을 다룬다. 각각의 쟁점에 대한 서술을 하고, 쟁점들에 대한 각 정당의 법안 내용을 비교표를 통해서 살펴본 후, 간단한 토론거리를 제시하도록 한다.

 

• 참고로 덧붙이자면, 이하 비교표들의 항목별 내용은 법안에 구체적으로 명시된 것만으로 하였다. 따라서 해당사항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 표로 처리하였다. 그리고 공정한 비교를 위해 열린우리당의 안은 생략(빈칸으로 처리)하였으며 국회 환노위 법안소위에서의 논의 사항을 추가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비교표를 작성함에 있어서 특정한 입장을 취하거나 특히 열린우리당의 의견을 무시하고자 한 것은 아님을 밝혀둔다. 추후 별도로 법안소위에서 제시된 쟁점별 각 당의 입장이 시기별로 비교·정리되어야 할 것이다.

 

2. 비정규 노동 관련 법안의 공통 쟁점 및 비교 : 차별금지의 문제

 

가. 쟁점

 

• 기간제 노동, 단시간 노동, 파견 노동 등 비정규 노동 관련 법안의 공통적인 쟁점은 이들 비정규 노동이 정규 노동과 차별 없이 동등하게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조건 차별문제는 ① 동일(가치)노동에 대한 동일임금 적용 문제, ② 고용불안정 문제, ③ 각종 사회보장의 동등한 적용 문제 등으로 구분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비정규 노동 관련 법안의 논의들은 이를 ‘차별금지’로 묶어서 다루고 있다.

 

• 동일노동·동일임금 문제만 보면, 이것은 단순히 특정한 기업 내부의 문제라기보다는 노동시장 전반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한 기업 내부에서 그 지위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일한 또는 유사한 노동에 대해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은 당사자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노동부)안은 이와 관련하여 기간제법안과 파견법개정안에 ‘차별적 처우’에 대한 조항을 두어 “임금 그 밖의 근로조건 등에 있어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리하게 처우하는 것”을 금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적 대우를 금지한다는 네가티브한 접근을 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노동자에 대해 동등하게 처우한다는 포지티브한 접근을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데,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고 판단된다.

 

나. 비교

 

•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금지 또는 동등처우 문제와 관련된 법안 논의는 이미 언급하였듯이 ‘차별금지’와 관련된 세부 내용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세부 내용은 ‘차별 금지의 정의’에 관한 것, ‘차별 시정을 청구하는 주체 규정’에 관한 것, ‘차별 또는 동등처우를 입증하는 책임 소재’에 관한 것, 그리고 이와 관련된 위반행위에 대한 조치에 관한 것 등으로 크게 나뉘어질 수 있다.

 

< 차별금지/동등처우 관련 법안 비교 >

구분 

내용

차별 금지

정의

정부안

합리적 이유 없는 불리한 처우 금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고용형태 이유 차별 금지

민주노동당

근로형태 차이 이유 차별적 처우 금지 (동일가치노동)

법안소위 결과

합리적 이유 없는 불리한 처우 금지

차별 시정

청구 주체

정부안

당사자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당사자

민주노동당

당사자

법안소위 결과

당사자

차별 입증

책임 소재

정부안

당사자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

민주노동당

-

법안소위 결과

사용자

위반시

조치

정부안

시정명령 불이행시 1억원 이하 과태료 (위반시 벌칙조항 없음)

열린우리당

 

한나라당

500만원 이하의 벌금

민주노동당

500만원 이하의 벌금

법안소위 결과

시정명령 불이행시 1억원 이하 과태료 (위반시 벌칙조항 없음)

 

 

• 비교표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차별금지 방식과 관련하여 각 법안의 입장은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단지 구체적인 지표에 있어서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정부안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라 하고 있고, 민주노동당안은 ‘동일가치노동’이라 하고 있는 차이가 있다. 법안소위에서 정부안으로 의결되었다.

 

• 차별 시정의 청구와 관련해서는 정부안은 차별을 당한 당사자인 노동자가 차별 처우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각 당의 안은 이에 대한 별도의 안을 제시하지 않았으나 현행 근로기준법의 감독기관에 대한 신고 조항으로 대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노동부(근로감독관)의 역할이 제기될 것이다. 법안소위에서는 차별시정 청구 주체는 당사자로, 차별을 입증할 책임은 사용자에 있는 것으로 의결되었다.

 

• 차별 금지 위반에 대한 조치는 정부안의 경우 별도의 벌칙 조항이 없고, 단지 시정명령 불이행에 대한 과태료 처분을 명시하고 있을 뿐이다. 각 당의 안은 현행 근로기준법의 벌칙 조항을 적용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다. 토론

 

•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를 차별적으로 처우하지 않거나 또는 동등하게 처우하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해결의 처음과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향후 차별 처우의 경우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구체적인 토론이 계속될 필요가 있다. 특히 정규직 업무와 비정규직 업무가 분명하게 분리되어 있는 경우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합리적 이유 없는 불리한 처우’ 여부를 확정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비정규직 업무를 두거나 비정규직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이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한 것인지의 여부가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인건비 절감이라는 시장 논리에 노동자들이 차별 처우로 내몰리지 않아야 한다는 규범적 전제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 차별 시정과 관련해서는, 관련 규정 및 절차가 비교적 단순하고 또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도 차별금지 위반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나 현재로서는 그와 관련된 효과적인 법조항이 마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향후 지속적인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 관련기사로 이어집니다. )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