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과정의 노동자 기업 인수

노동사회

민영화 과정의 노동자 기업 인수

admin 0 3,466 2013.05.07 09:28

1. 민영화의 문제점

정부가 1998년 발표한 '공기업 민영화 계획'에 따르면 공기업 모회사 26개 중에서 11개, 자회사 75개 가운데 61개가 2002년까지 민영화될 예정이다. 이미 민영화된 업체 수는 모회사가 6개, 자회사가 20개이다. 따라서 앞으로 민영화될 대상은 모회사 5개, 자회사 41개가 남아 있다. 

정부는 민영화의 이유로, 민간자본을 끌어 들여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공공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며, 정부 재정을 확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부 재정이 확충된다는 측면을 제외하고는 민영화를 통해 공기업의 효율성과 공공서비스 질의 향상을 달성할 수 있을까? 우리 정부가 모델로 삼고 있는 영국 사례를 살펴보면 대체로 그렇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공공 서비스 요금의 인상과 노동자들의 대량 해고로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게 많은 이들의 평가이다. 영국 철도의 경우, 민영화 이후 철도 요금의 인상을 억제하기 위해 이전의 2.5배에 해당하는 2∼4조원 가량의 보조금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총 요금인상률이 14%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한겨레21』, 제354호). 국민들은 공적자금으로 들어간 조세 비용과 요금상승 비용을 치렀으며, 해당 노동자들은 대량 감원의 고통을 겪었고, 혜택은 민간기업으로 돌아갔다. 또한 적대적인 노사관계로 노사분쟁이 발생한다면 국민들은 안정적인 공공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된다. 결국 민영화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공기업의 효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예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재벌기업에 매각하는 것이 반드시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법은 아니다. 공기업으로 유지하면서 전문 경영인을 도입하고 비효율을 제거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단지 IMF의 구조조정 압력에 밀려 공기업의 민영화를 통해 졸속으로 구조조정을 해 나간다면 그 피해는 누가 떠 안게 될까? 그것은 노동자들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이다. 

모든 정책이 그렇듯 민영화에도 타당성과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공공 서비스는 국민들에게 보다 낮은 가격으로 보다 높은 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데 존재 가치가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민영화 과정에서 드러났던 문제점들은 민영화 정책의 허점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흑자 공기업이었던 대한중석을 매입했던 거평이 이후에 부도가 발생하여 외국자본에 넘어간 경우나, 안양·부천 지역의 지역난방을 인수했던 민간업체가 일방적으로 서비스 요금을 30%나 인상했던 사례, 약 5천억 원 정도로 평가되던 한국중공업을 두산에서 3천억 원에 인수했던 사례(민주노총, 『공기업 민영화 정책의 경과와 문제점』) 등은 민영화 과정에서 정부가 드러낸 실패 사례들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할 대안의 하나가 정부가 일정 지분을 유지하고, 나머지는 해당 노동자들과 국민들에게 매각하는 방식이다. 해당 노동자들이 전문 경영인을 선임하고 정부가 일정한 룰을 만들어 준다면 공공서비스가 민간업체로 넘어가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보완할 수 있다. 정부는 재정 수입을 확충하면서도 실업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중공업의 사례에서도 드러났듯이 민간기업이 인수할 경우 대대적인 해고는 정해진 수순이다. 그러나 노동자들이 인수할 경우 임금을 삭감하는 한이 있더라도 해고는 최소화되고, 정부로서는 실업 비용을 추가로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노동자들은 고용이 안정되고 일정하게 경영에 참여함으로써 주인의식을 갖고 노동에 전념할 수 있다. 주요 소비자들인 국민들은 의사결정에 참여함으로써 서비스 질의 향상과 적정한 가격설정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노동자들이 대주주가 됨으로써 노사분쟁이 최소화되고 국민들은 보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2. 국내외 사례 

2장에서는 민영화 과정에서 노동자 소유로 된 국내 업체들과 영국 업체들의 사례를 살펴보고, 3장에서는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주)한국전력기술의 노동자인수 문제를 검토해 보기로 하겠다. 

1) 국내 사례

민영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인수한 회사는 2001년 4월 현재까지 5개 업체이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후생복지 사업부였던 (주)상록플라자, 한국마사회의 자회사였던 (주)경마진흥, 환경관리공단에서 분사한 (주)환경기술관리공사, 수자원공사에서 분사한 (주)수자원기술공사 및 한국통신에서 분사한 (주)한통S&C 등이다. 

① 상록플라자

1998년 행정자치부는 공무원연금관리공단의 수익사업 중단을 골자로 하는 구조조정 계획을 통보했고 후생복지 사업부를 매각하거나 위탁 경영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노조는 즉각적으로 이에 반발했으나, 공단은 1998년 말에 매각 및 임대 공고를 하였다. 노조는 일반 기업에 매각되는 것보다는 직원들이 인수하여 운영하는 것이 고용안정에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공단에 수탁경영 의사를 밝혔다. 1999년 1월 2차 경매에서 유찰되자 공단은 노동자인수와 관련하여 노조와 협상하기 시작하였다. 노조와 기존 임원이 합의하여 (주)상록플라자를 설립하고 1999년 6월 공단과 위수탁계약 및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 기간은 5년으로 서울 상록회관만 위탁계약하고 나머지 2개 상록회관과 4개 사업소는 임대계약을 맺었다. 상록회관장을 대표로 추대하였고, 이전 노동조합의 일부 간부들은 팀장급으로 배치되었다. 해당 사업부의 180명 중에서 85명만 상록플라자에 결합하였고 모두 출자에 참여하였다. 지분은 사장이 30%, 임원들이 25%, 노동자들이 45%를 소유하고 있다. 

2000년 말 현재 인원은 265명으로 정규직이 173명이고 나머지 92명은 계약직이다. 노동조합은 해체한 상태이며, 노사협의회가 경영진과 노동자들 사이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분사 이후에 급여는 민영화 이전의 70% 수준이며, 복지수준도 많이 열악해졌다. 

매출을 매일 공단계좌에 입금하고 다음날 수수료를 공제하고 돌려 받음으로써 상록플라자의 현금흐름을 압박하고 있으며 시설관리비, 감가상각비, 제세공과금을 모두 부담함으로써 상록플라자는 많은 불이익을 받고 있다.

② 경마진흥

경마진흥은 한국마사회가 지분의 51%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경마장 및 장외 발매소의 관리 및 경비를 맡아하는 용역업체였다. 당시에 정규직은 42명뿐이었고, 비정규직이 380명이었다. 노조는 민영화에 반대했으나 기획예산처는 1998년 경마진흥을 민간 용역업체에 매각한다는 방침을 수립하였다. 노조와 임원진은 노동자 인수를 하기로 결정하고 공개입찰을 무산시키고 마사회와 협의하면서 인수 주체로 사우회를 발족하였다. 1999년 11월 주식인수를 완료함으로써 노동자 소유 기업으로 출발하였다. 

마사회와 3년간 용역계약을 체결하였고, 그 후부터는 1년 단위로 계약하게 되어 있다. 문화관광부와 마사회 등에서 4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조합원 40%, 임원진 15%의 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부자들의 1인당 출자액은 부장급 이상이 1천∼3천만원, 그 이하는 4백∼8백만원 정도로 대부분 퇴직금에서 조달되었다. 지분은 42인으로 구성된 사우회에서 관리하고 있으며, 사우회 회원총회에서 의결된 내용을 이사에게 위임하여 주총에서 그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고 있다. 사우회 회장은 사장이 맡는 것으로 되어 있다. 

현재의 임금은 민영화 이전의 80% 수준이고 복리후생 측면이 많이 열악해졌다. 노조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단체협상과 이사회 상정 안건을 사전에 협의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경영진은 정관변경이나 인사, 예·결산 등의 문제에 대하여 노조에 정보를 제공하도록 되어 있다. 경마진흥 측은 임원과 노조가 협력하였기 때문에 적절한 계약이 가능했다고 보고 있다. 

경마진흥은 경비·시설관리 뿐만 아니라 영업분야를 확대하여 소독업과 인터넷 사업에도 진출하려고 하고 있다. 당시 노조위원장이었던 개발팀장은 인수이후에 경영의 투명성이 높아 경영진에 대한 신뢰도가 높고 직원들의 주인의식이 증가하여 책임감과 자발성이 높아졌다고 보고 있다. 

2) 영국 사례

① British Telecom


BT의 민영화는 3단계 매각으로 이루어졌다. 1차 매각은 1984년, 2차 매각은 1991년, 3차 매각은 1993년에 진행되었다. 이러한 3차에 걸친 매각 과정에서 전체 지분의 97.5%가 민간에게로 넘어갔는데, 종업원들과 일반국민들이 전체 지분의 49.7%를 차지하였고, 영국의 기관투자가들이 34.7%, 해외 투자가가 13.3%를 소유하게 되었다. 

특히 1차 매각에서는 종업원과 일반 국민들이 39%를 차지할 정도로 이들에 대한 배정을 우선시하였다. 종업원 1인당 54주씩 무상주로 총 1200만 주를 제공하였으며, 종업원이 주식을 매입할 때, 매입 주식 1주당 2주식을 최고 154주까지 무상주로 추가 제공하였다. 또한 추가 매입 시 최대 1600주까지 10% 할인혜택을 주었다. 

일반 국민들에 대해서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배분하기 위하여 10만 파운드 이상을 신청한 매입자들에게는 주식을 바로 배정하지 않고 소액 신청자에게 우선 배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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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피플스 지역버스 회사(People's Provincial Buses: PPB)

PPB는 1870년대 말, 마(馬)전차 사업으로 시작하였으나 1970년에 국영 버스회사로 전환되었다. 당시에 종업원 212명이었던 PPB는 1987년 5월 민영화 과정에서 노동자소유기업이 되었다. 민영화를 위해서 공개로 경매가 진행되었는데 해당 노동자들과 데본 제너럴사(Devon General)가 입찰에 참여하였다. 데본 제너럴사가 노동자들이 제시한 73만 파운드보다 높은 입찰 가격을 제시하였으나, 노동자들에게 우선권을 준다는 원칙 때문에 입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노동자들이 제시한 73만 파운드는 바클레이 은행으로부터 담보대출과 리스 형태로 54만 파운드를 조달하고 노동조합들과 협동조합 은행이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는 유니티 트러스트(Unity Trust)에서 4만 파운드를 차입하고 나머지 15만 파운드는 노동자들이 조달하였다. 

직원 212명 가운데 191명이 개별적으로 출자에 참여하였는데 1인당 750파운드(약 100만원)를 출자하여 그것은 총 지분의 20%였다. 나머지 80%는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신탁이 매입하였다. 결국 PPB는 노동자들이 100% 소유한 회사가 되었다.

인수 이후의 경제적 성과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1985년에는 버스가 70여대에 불과했으나, 인수 이후 1992년에는 126대로 증가하였고, 추가로 26개의 미니버스와 8대의 2층 버스를 보유하게 되었다. 노동자 수도 1987년 212명에서 1992년에는 280명으로 증가하였다. 이러한 성과로 노동자 1인당 출자했던 750파운드도 1992년에는 약 1500파운드로 평가되고 있다. 노동자 인수 이후의 성과들을 살펴보면, 이 회사가 지속적으로 발전해왔음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물리적인 성과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인수 이후에 갖게 된 주인의식과 자부심이다. 1990년에 외부 투자가가 노동자들의 초기 투자액의 몇 배를 지급하겠다고 인수 의사를 밝혔으나, 노동자들은 3:1이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부결시켰다.

3) 한국전력기술(주)의 노동자인수

한전기술은 원자력 및 화력발전소의 종합설계 기술의 자립과 국산 에너지 생산이라는 목표로 1975년에 설립되었다. 한전기술은 2001년 2월 현재 1,580명의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원자력과 화력발전소에 대한 기술자립도도 100%에 가깝다. 2000년 기준으로 부채비율 41%, 매출액 2152억 원에 당기순이익도 299억을 내고 있다. 1998년 산업자원부는 한전기술을 2001년 10월까지 민영화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였다. 2001년 2월에 한전기술에 대한 입찰을 공고하였고 4월 10일 입찰참가 의향서 접수를 마감하였다. 매각주식은 한전이 보유하고 있는 97.9% 중 51% 이상으로 국내외 법인이 여기에 참가할 수 있다. 우선협상 대상자의 순위를 결정하고 우선배정이 결정될 경우 매각대상 물량에서 우리사주 배정분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한전기술 노조는 민간기업으로의 매각에 반대하고 나섰다. 민간기업으로 매각되었을 때, 한전기술의 공공성이 심하게 침해될 수 있고, 정부가 민영화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 '경쟁을 바탕으로 한 효율성'을 달성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한전기술은 공공성이 강하며 장기간의 연구기간과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반면, 일반 업체들은 공공성보다는 단기적인 이윤극대화를 목표로 하며, 투자를 기피하여 국가 기간산업이 와해될 수 있다. 또한 발전소 설계 시장의 여건상 실질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이 구성되지 않아 단순히 국가 소유에서 민간 재벌 소유로 소유권만 이전되어서 구조조정의 효과 없이 실업자만 양산하고 민간독점의 폐해만 드러날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노조는 민영화에 대한 대안으로 노동자 인수를 주장하고 나섰다. 정부가 일정 지분을 보유하고 노조가 51% 이상을 인수하여 전문경영인을 선출함으로써, 대세로 자리잡은 민영화를 달성하고 공공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노조로서는 고용안정도 노동자 인수를 희망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이다. 

노조는 노동자인수에 대비하여 상당히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놓고 관련 정·관계 창구를 통해 협상을 벌이고 있으며, 관련 단체와 언론매체를 활용하여 지속적으로 여론조성 작업을 벌이고 있다. 노조는 10% 안팎의 인건비 삭감을 각오하고 있으며, 노사공동의 경영혁신위원회를 설치하여 경영효율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4. 맺음말

민영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인수에 참여하는 것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① 노동자들이 대주주가 됨으로써 안정적으로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노동자들이 대표이사 선출에 참여하기 때문에 경영진과 일반 노동자 사이에 이해를 조정하고 타협해 나갈 수 있는 여지가 증가됨으로써 노사분쟁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일반 기업보다 공공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데 유리하다. 또한 전력의 주 소비자인 일반 국민들이 지분에 참여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다.

② 일반기업에서는 연구개발비 투자에 인색하지만, 정부와 노동자들이 대주주가 됨으로써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매진할 수 있다. 특히 한전기술과 같이 연구개발이 중요한 업체의 경우, 외부 투자자들이 대주주가 될 경우, 단기적인 이윤극대화를 추구하여 연구개발에는 소홀하기 쉽다. 

③ 국내외 사례에서 살펴보았듯이 노동자들이 인수할 경우, 정리해고보다는 임금삭감과 내부효율성 향상을 통해 고용을 안정화시킨다. 결국 정부와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실업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④ 노동자 인수로 소유가 분산됨으로써 경영이 투명해지고, 전문경영인이 경영권을 행사함으로써 책임 있는 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다. 재벌 기업에서 나타나는 독단적인 경영을 차단하고 경제민주주의를 달성하는 데에도 노동자소유가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민영화는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다. 그러나 핵심 공기업을 민영화해선 안 된다. 물론 내부 효율성을 제고하고, 시장 개방에 앞서 철저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또한 공공성을 갖고 있는 기업을 자본력만을 믿고 일반 대기업에 매각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해당 노동자들과 국민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하고 노동자들이 인수할 의지를 갖고 있을 경우엔 노동자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것이 민영화로 인한 갈등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5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