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희망’을 잊고 있던 이에게 건네는 책

노동사회

‘꿈’과 ‘희망’을 잊고 있던 이에게 건네는 책

편집국 0 3,078 2013.05.19 02:37

파울로 코엘료의 장편소설 『연금술사』가 최정수 씨의 번역으로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이 작품은 전 세계 120여 개 국에서 번역되어 지금까지 2,000만 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지며, 한국에서도 지난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책 표지에 쓰인 대담한 선전 문구가 한동안 내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그 어떤 책도 이만큼의 희망과 환희를 담고 있지 않다."

꿈을 좇는 청년의 이야기

신부(神父)가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 넓은 세상을 두루 여행하고 싶어 양치기가 된 청년 산티아고. 보지 않아도 자신의 양들이 좋아하는 풀이 어디에 있는지, 어느 시기에 양을 팔아야 가장 좋은 값을 받는지를 알고 있는 그가 집시여인의 해몽과, 우연히 만난 살렘의 왕 멜키세덱의 충고에 따라 익숙한 일상의 편안함을 떠나, 자신의 꿈을 찾아 이집트로 떠나는 선택을 한다. 모든 소설 속 주인공, 아니 꿈을 좇는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선택은 고난을 부른다. 양떼를 팔고 받은 돈을 도둑맞아 사막을 건널 돈이 없어 크리스털 가게에서 종업원으로 일을 한다. 언제나 메카 순례를 꿈꾸지만 혹시 자신의 꿈이 이루어졌을 때, 살아야 할 모든 이유를 잃게 될까봐 꿈으로만 간직하며 지루한 일상을 견디는 크리스털 가게 주인 밑에서 일 년을 일하고 엄청난 성공을 거두자, 카라반을 따라 사막횡단을 나서게 된다. 
그 후 일어나게 되는 사건들의 연속. 화학자, 낙타몰이꾼, 사막의 침묵과 부족 전쟁으로 인한 죽음의 위협과, 아름다운 연인 파티마와의 만남. 이 모든 만남 속에서 매 순간 발목이 묶이고 하염없이 지체되고, 거부할 수 없는 운명적 유혹 앞에서 고뇌도 하지만 결국 다시 결단을 내려 자신의 꿈, 자아의 신화(자신이 항상 이루기를 소망해오던 바로 그것)를 찾아 꿈을 완성한다. 

자신의 꿈을 좇아 용감히 앞으로 나가는 청년이 주인공이지만 이 책은 다양한 사람들의 서로 다른 꿈과 꿈을 추구하는 여정에 드러나는 표지에 관해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 어떤 고난을 무릅쓰고라도 꿈을 포기하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꿈이 있는 것만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는 크리스털 가게의 주인처럼 살아갈 수도, 이러한 꿈은 아예 부질없다고 믿으며 살아 갈 수도 있다. 

현대인에게 연금술의 의미는?

연금술이란 단지 철이나 납을 금으로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 “만물과 통하는 우주의 언어를 꿰뚫어 궁극의 ‘하나’에 이르는 길이며, 마침내 각자의 참된 운명, 자아의 신화를 사는 것”이다. 즉, 자신의 참된 운명, 자신의 가장 소중한 꿈을 좇아 일상에 안주하지 않고 두려움 가운데 매 순간 전진할 때 우리의 삶은 더 나은 삶으로 전화되며, 바로 그 과정이 연금술의 과정이다. 그래서 꿈을 찾아가는 여정은 눈부신 순금의 시간들이며, 주인공이 도달한 연금술의 환희는 꿈을 잊지 않으려는 모든 이들이 공통으로 누리는 환희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늙은 왕이 준 표지를 길잡이 삼아 자신의 긴 여정을 떠나지만 오늘 우리에게 무엇이 우리의 꿈을 좇는 올바른 표지가 될 것인가? 단 하나의 표지는 어쩌면 신기루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가 우리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주듯이 올바른 표지는 우리의 일상생활의 도처에 나타난다. 모두들 하나만이(The One) 꿈을 이루는 옳은 표지라고 주장할 때 혼돈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위대한 진실은 하나의 표지가 아니라 바로 무엇을 온 마음을 다해 원할 때, 반드시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위대한 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하루하루 성실히 오늘의 맡은 바 임무를 다하며 살아가는 세상 모든 사람 앞에 열려 있음을 믿으며, 2006년 병술년 개띠해를 힘차게 시작하고 싶다. (파울로 코엘료 짓고, 최정수 옮기고, 문학동네 펴냄. 8천원)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