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3년, 노동정책 평가

노동사회

참여정부 3년, 노동정책 평가

편집국 0 4,263 2013.05.19 02:22

 

 

제1절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진단

1. 노동시장 

가. 대다수 노동자가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통계청 ‘사업체기초통계조사’에 따르면 2003년 현재 1인 이상 사업체 취업자 1,473만 명 가운데, 500인 이상 사업체 취업자는 128만 명(8.7%)이고, 1인 이상 100인 미만 중소영세업체 취업자는 1,152만 명(78.2%)이다. 노동부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와 ‘소규모사업체근로조건실태조사’에 따르면 민간부문 사업체 상시근로자 799만 명 가운데, 500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는 94만 명(11.8%)이고, 1인 이상 100인 미만 중소영세업체 근로자는 570만 명(71.3%)이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부가조사’에 따르면 2005년 8월 현재 전체 노동자 1,497만 명 가운데 정규직은 656만 명(43.9%)이고, 비정규직은 840만 명(56.1%)이다.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 가운데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그림1]과 [그림2] 참조)

[그림1] 500인 이상 사업체 취업자 비중 추이(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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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연도별 비정규직 규모 추이(단위: 천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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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노동조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500인 이상 사업체 임금을 100이라 할 때 중소영세업체(1~99인) 임금은 2000년 58~71%에서 2004년 49~64%로, 정규직 임금을 100이라 할 때 비정규직 임금은 2000년 8월 53.7%에서 2005년 8월 50.9%로 그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과 중소영세업체,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노동조건 격차가 확대되면서, 2005년 8월 임금소득 불평등(P9010, 하위10% 대비 상위10% 임금)은 5.40배로, OECD 국가 중 임금소득 불평등이 가장 높은 미국(2003년 4.39배)보다 크게 높고, 저임금계층(중위임금의 2/3 미만)이 전체 노동자의 26.6%에 이르고 있다.([그림3]과 [그림4] 참조)

[그림3] 사업체 규모별 임금격차 추이(월임금총액 기준, 500인이상=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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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4] 고용형태별 월임금총액 격차 추이(2000~5년, 단위: 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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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대기업 정규직도 외환위기 이전 생활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혹자는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의 노동조건 악화가 대기업 정규직의 고임금 때문인 양 주장한다. 그러나 [그림5]에서 도시근로자가구 중 1~5분위 계층은 외환위기 이후 가계수지가 적자이다. 6~7분위 계층은 외환위기 이후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가 최근에야 겨우 적자를 면했다. 8~9분위 계층은 외환위기 이후 흑자폭이 크게 감소했다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에 비해 10분위 계층은 외환위기 이후 흑자폭이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10분위 계층은 노동자계급이 아닌 중간계급(고위임원, 관리자, 전문직)일 것인 바, 전반적으로 노동자계급의 생활 상태는 악화되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대기업 정규직이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보다 형편이 나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도 아직 외환위기 이전 생활수준조차 회복하고 있지 못한 것이다. 

[그림5] 소득계층별 가계수지 추이(실질소득 기준, 단위: 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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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노동소득 분배구조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제조업에서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2004년 9.7%로 1977년 이래 최저이고, 1991년(14.0%)보다 4.3% 감소했다. 경상이익률은 7.8%로 한국은행이 기업경영분석을 발표한 1966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상이익률은 사상 최고, 인건비는 1977년 이래 최저를 기록하면서, 2004년 제조업 노동소득분배율(42.5%)은 1999년(41.7%) 한 해를 제외하면 1977년 이래 최저를 기록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노동하기 나쁜 나라’가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특징은 단순히 제조업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림6]에서 전체 취업자 대비 임금노동자 비중은 1998년 61.7%를 저점으로 증가세로 돌아서 2004년에는 66.0%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행 ‘국민계정’에서 요소국민소득(노동소득+사업소득+자산소득) 대비 노동(임금)소득 비중인 노동소득분배율은 1996년 63.4%를 정점으로 하락해 2004년 58.8%에 머물고 있다. 노동자 비중은 증가하고 있음에도 노동자들 몫은 줄어들고 자본 몫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림6] 노동소득분배율과 취업자 대비 피용자 비중 추이(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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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사관계

가.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기업별 노사관계

1980년 전두환 군사정권은 기업별 노동조합을 법률로 강제하면서, 초기업단위 노동조합을 강제 해산했다. 1987년 7~9월 노동자 대투쟁 직후인 1988년부터 기업별 노조 강제조항은 삭제되었지만, 복수노조 금지조항과 기업별 교섭체계 및 오랜 관행으로 아직까지 기업별 노동조합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기업별 노동조합 체제에서는 중소영세업체에 노동조합을 조직하기가 쉽지 않고, 설령 노동조합을 조직하더라도 정상적인 유지, 운영이 쉽지 않다. 더욱이 고용의 지속성이 담보되지 않는 임시일용직 등 비정규직은 오랜 관행과 단체협약, 규약 등으로 노조가입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은 헌법으로 보장된 노동기본권을 향유하지 못한 채 ‘노동인권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한국의 노동운동과 노사관계는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귀결되고 있다.

나. 낮은 노조 조직률과 조합원 구성 편중

2005년 8월 노동조합 조합원(조직률)은 176만 명(11.8%)밖에 안 되고, 1963년 이래 한국의 노동조합은 ‘조직률 10%대의 벽’을 넘어선 적이 없다. 이것은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이 압도적 다수를 점하고 있는 노동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조직대상이 대기업 정규직으로 한정된 현행 기업별 노사관계 체제에서는, 결코 ‘조직률 10%대의 벽’을 넘어설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규직 조합원(조직률)은 149만 명(22.7%), 비정규직은 27만 명(3.2%)으로, 전체 조합원의 84.6%를 정규직이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조합원 구성이 대기업 정규직 중심으로 편중된 상태에서는 노동조합이 사회적 연대와 계급적 연대에 충실할 수 없다. 그것은 일차적으로 대기업 정규직 조합원의 요구에 충실할 때만이 조직의 정상적인 유지·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다. 극도로 분권화되고 파편화된 기업별 노사관계

OECD(2004)는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 높을수록, 단체교섭이 전국 또는 산업 수준으로 집중되고 조정이 원활할수록 임금소득 불평등이 낮다’고 결론짓고 있다. [그림7]에서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OECD 30개국 중 29위이고, 단체협약 적용률은 30위로 가장 낮다. 한국보다 노조 조직률이 낮은 프랑스를 비롯해서 서유럽 국가들의 단체협약 적용률이 80~90%에 이르는 것은, 산업별 단체교섭을 통해 체결된 단체협약이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를 통해 미조직 노동자들에게 확대 적용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은 단체교섭이 기업별로 분권화되어 있고 ‘전국-산업-기업’ 간에 조정이 원활하지 않아 미국, 영국 등과 함께 집중도와 조정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임금소득 불평등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은 노동시장 요인 이외에 극도로 분권화되고 파편화된 기업별 노사관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며, 이것은 다시 노동자계급 내부적으로 이질성을 증대시켜 단결의 토대를 허물고 있다.

[그림7] 노동조합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 국제비교 (단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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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단기 실적(실리)주의 팽배

1960년대 이래 수출지향형 산업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노동조합은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치부되어 왔고, 이에 따라 한국의 노사관계는 ‘억압적, 배제적 노사관계’로 특징 지워졌다. 1987년 6월 항쟁과 7~9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정치적 민주주의가 진전되고 노동조합운동이 활성화 된 뒤에도 이러한 특징은 그다지 달라지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 주요 사업장은 노사정 간에 갈등과 대립의 최전선으로서 격전지가 되었고, 이에 따라 한국의 노사관계는 ‘대립적 노사관계’라는 또 하나의 특징을 갖게 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은 ‘인건비 절감에 기초한 단기수익 극대화’라는 단기 실적주의로 치달렸고,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기업이 결코 나의 미래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뼈저린 학습효과를 통해 단기 실리주의로 치달려 왔다. 현장 조합원들의 즉자적 요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기업별 노동조합은 실리적 조합주의로 내몰렸고, 이러한 기업별 노동조합들의 요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산업별연맹과 총연합단체 역시 실리적 조합주의로 내몰려 왔다. 그 결과 한국의 노사관계는 일종의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상황에 빠져 있다. 기존의 노사관계 체제에서는 노사정 모두 공멸(共滅)에 이르리라는 점은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기업은 당해연도 실적을 극대화하고, 노동자는 눈앞에 실리를 극대화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인, 모순된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마. 외환위기 이후 파업발생건수 증가 -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파업 증가

1980년대 초반에는 연간 파업발생건수가 100~200건, 파업참가자수가 1~5만 명, 노동손실일수가 1~7만일에 불과했다. 그러나 1987년에는 3,749건의 파업이 발생했고, 파업참가자수는 126만 명, 노동손실일수는 695만일이었다. 이러한 파업의 폭발적 증가는 1988년과 89년에도 이어졌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서는 파업발생건수와 참가자수 모두 뚜렷이 감소했다. 이것은 교섭과 투쟁의 경험이 축적되면서 노사 쌍방이 불필요한 마찰과 쟁의를 자제하는 등 노사관계가 어느 정도 제도화된데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78건을 저점으로 1998년부터 파업발생건수는 증가세로 돌아서 2004년에는 462건을 기록했다. 이처럼 외환위기 이후 파업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노동소득분배율이 저하되고 부당해고가 급증하는 등 노동시장 상황이 악화되고,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증가하는 등 사업장 단위 노사관계가 악화된 데 기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그림8] 참조) 
혹자는 ‘2005년에 파업발생건수가 감소했다’(10월 현재 262건)며 ‘노사관계가 안정화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진단은 매우 피상적이면서도 안일한 것이다. 최근 파업은 주로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에서 발생하고 있고, 때로는 극한적 양상마저 띠고 있다. 이것은 대기업 정규직 노사관계는 어느 정도 제도화되었지만,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의 문제는 현행 노사관계 제도가 담아내지 못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2005년에 파업발생건수가 감소한 것은 어디까지나 일시적 현상일 뿐, 앞으로 파업이 폭발적이면서도 격렬한 양상으로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림8] 연도별 파업발생건수 추이(단위: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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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구속,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 중소영세업체 부당해고 구제신청 급증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있은 지 1년 반 뒤인 1989년 1월 2일 풍산금속 경찰병력 투입을 시작으로, 노태우 정권은 노동운동에 대한 대대적인 탄압을 시작했다. 그 결과 1989년부터 1992년까지 노동현장은 ‘파업 → 공권력 투입 → 구속 → 해고’가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격전지가 되었다. 1988년 한 해 동안 구속 노동자는 80명이었지만, 1989년에는 611명으로 8배 증가했다. 1990년에는 492명, 1991년에는 515명, 1992년에는 275명으로, 1989년부터 1992년까지 4년 동안 구속 노동자는 1,893명에 이르렀다. 4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1.3명이 구속되는 대대적인 탄압이 가해진 것이다.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는 구속 노동자가 노태우 정권 때보다는 감소했지만, 최소 87명, 최대 241명으로 노조활동을 이유로 하는 구속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건수를 기준으로 부당노동행위 추이를 살펴보면, 1989년(1,721건)을 정점으로 감소하다가 외환위기 직후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2002년(1,787건)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참여정부 출범 이후 기업이 부당노동행위를 자제하면서 2004년에는 1,262건으로 감소했다. 이에 비해 부당해고 구제신청 건수는 1989년 706건에서 2004년 6,163건으로 특히 중소영세업체를 중심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만큼 사업장 단위 노사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그림9] 참조)

[그림9] 구속자와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추이(단위: 명,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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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절 참여정부 노사관계 정책평가

1. 참여정부 출범 당시 국정과제

참여정부는 출범 당시 12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노동정책 기조로 천명했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중층적 구조의 사회적 파트너십 형성’을 제시했다. 여기서 ‘중층적 구조의 사회적 파트너십 형성’이란 바로 ‘전국-산업-기업을 잇는 중층적 노사관계 구축’을 의미하는 바, 과거 정부에 비해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참여정부 노사관계 정책은 출범 당시부터 뚜렷한 한계를 안고 있었다. 첫째, 노동시장과 노사관계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고 영향을 주고받는다. 따라서 외환위기 이후 한국 사회 최대 현안인 ‘노동시장 불평등과 불안정 해소’를 목표로 하는 ‘사회통합적 노동시장 구축’을 함께 추진하지 않는 한,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은 실현되기 어렵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사회통합적 노동시장 정책에 대한 고려를 결여하고 있었다. 둘째,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제시한 ‘중층적 노사관계 구축’도, 기업별 노사관계를 극복하고 산업 등 초기업수준 노사관계를 진전시키는데 필요한 구체적 정책수단을 결여한 채, 과거 정부의 노사관계 정책 연장선에서 노사정위원회 정상화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 노동시장 정책도 얼마 안 가 예전의 ‘노동시장 (수량적) 유연화’가 제1의 정책과제로 자리 잡게 되었고, 대선 당시 노동부문 최대 공약인 ‘비정규직 남용 금지와 차별 해소’는 실종되고 말았으며, 민간부문의 모범이 되어야 할 공공부문이 오히려 비정규직 증가를 주도하는 양상마저 드러내게 되었다. 
노사정위원회 정상화 등 사회협약 정치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불평등과 불안정을 해소하고 산업 등 초기업수준 노사관계를 진전시키는 방향에서 사회협약 의제(또는 패키지)를 구체화하는 것이 필요했다. 이것은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노동자들 내부적으로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팽배한 상태에서-그 평가가 객관적으로 옳은가, 그른가를 떠나서-노사정위원회를 정상화하고 사회협약 정치를 활성화하는데 필요한 선결과제였다. 
그러나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개혁방향에 관한 구체적 청사진을 갖지 못한 참여정부는, 사회협약 의제를 구체화하지 못한 채 노동조합 지도부를 상대로 노사정위원회 참여만을 반복적으로 요구했고, 사회협약 정치가 복원될 가능성이 있는 시점에는 노동부가 판 깨기에 나섬으로써 지난 3년 동안 사회협약 정치는 실종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낡은 노사관계 시스템의 한계는 갈수록 확대 재생산되고 있음에도 이를 대체할 새로운 시스템은 가시화되지 않은 채 혼돈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그림10] 사회 통합적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노동정책

 

사회 통합적 노사관계 구축

노사관계 중층화

 

↑↓

 

↑↓

 

사회 통합적 노동시장 구축

노동시장 불평등과 불안정 해소

 



2.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

참여정부 출범 초기는 한국의 노동시장과 노사관계를 어떠한 방향에서 개혁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노사정 3자가 사회협약 정치의 복원과 활성화를 모색할 수 있는 시기였다. 그러나 노동부는 2003년 5월 독자적으로 ‘노사관계제도 선진화연구위원회’를 구성한 뒤, 9월 초 서둘러 ‘노사관계 법·제도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노동부가 작성한 선진화 방안은 내용과 절차상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고,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노사정 3자 간에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로 노사정위원회 정상화를 비롯한 사회협약 정치의 복원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가. 내용상 문제점

첫째, 선진화 방안은 참여정부 출범 당시 노동정책 기조인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과, ⑴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노사관계 구축, ⑵ 중층적 구조의 사회적 파트너십 형성, ⑶ 자율과 책임의 노사자치주의 확립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선진화 방안은 한국의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대한 종합적 진단 아래 ‘사회통합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법제도 개선이 필요한가?’라는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고, 과거 노동행정의 연장선에서 각 조항별로 얼마간 덧셈, 뺄셈을 한 것에 불과하다.
둘째, 2007년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금지조항 삭제는 자주적 단결권의 보장을 의미하는 바, 노동조합 조직률이 제고되고 산업(업종), 지역, 직종 등 초기업수준 노사관계를 진전시키는 등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러나 선진화 방안은 기업수준 복수노조 설립 시 교섭창구 단일화를 법률로 강제하는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이러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배타적 과반수 교섭대표제 등 법률에 의한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는 헌법으로 보장된 단체교섭권을 침해하고 기업수준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뿐만 아니라, 산별교섭 진전을 가로막고 기업별 교섭구조를 고착화하는 등 한국의 노사관계에 매우 커다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선진화 방안은 ⑴ 조직대상 중복 여부에 관계없이 기업 내 모든 노조에게 교섭창구 단일화 의무를 강제하고, ⑵ 산업 등 초기업노조 지부(분회)도 기업수준 교섭창구 단일화 대상에 포함시키며, ⑶ 노사가 자율적으로 개별교섭을 하기로 합의하더라도 개별교섭을 허용하지 않고 교섭창구 단일화 의무를 강제하는 것으로 하고 있어, 그만큼 부정적 영향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이처럼 법률로 교섭창구 단일화 의무를 강제하여 기업별 노사관계를 고착화시키면서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마저 금지한다면, 그나마 몇 안 되는 중소영세업체 기업별 노조는 정상적인 유지․운영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셋째, 선진화 방안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노동부가 노사관계에서 최소한의 균형 감각을 지니고 있었다면, 2007년에야 허용될 ‘기업단위 복수노조’의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을 강구하기에 앞서, 지난 10여 년 동안 실제 상황으로 전개된 ‘초기업단위 복수사용자’의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부터 강구했어야 마땅하다. 산업, 지역 등 초기업수준 단체교섭은 바로 ‘복수사용자 교섭’을 의미하며, 사용자단체 미구성을 이유로 사용자가 산별교섭을 거부하고 해태하면서 산별교섭이 진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파견 시비가 끊이지 않는 사내하청업체에서는, 실질적 사용자인 원청업체 사용자가 교섭을 거부하고 해태함에 따라, 노사분규가 극한 상황으로 치달리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선진화 방안은 ‘복수사용자 교섭창구 단일화=산업별 사용자단체 구성’을 강제하는 방안까지는 아니더라도, 복수사용자가 연합해서 교섭에 응할 의무를 부과한다든지 또는 원청업체 사용자에게 공동사용자 책임을 부과한다든지 하여 초기업수준 단체교섭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넷째, 이상은 선진화 방안이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기업별 노사관계’에서 한 치도 못 벗어난 채, 노사 간에 균형보다 사용자측 편의만 고려한 데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선진화 방안을 주도한 노동부는 앞으로 노동정책을 운용함에 있어,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기업별 노사관계관을 벗어나서 산업, 지역 등 초기업수준으로 시야를 넓혀야 할 것이며, 사용자측 편의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 편의도 고려하는 균형 감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할 때만이 ‘노동자, 특히 중소영세업체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인권을 신장해야 한다’는 스스로의 책무를 다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 절차상 문제점

1987년 7~9월 노동자 대투쟁 이후 한국의 노사관계는 “상반기는 임단투(임금․단체협약갱신투쟁), 하반기는 노개투(노동법개정투쟁)”로 응축되듯이, 노동법 개정은 노정간에 대립과 갈등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 왔다. 노동법 개정 과정에서 드러난 대립적 측면을 완화하고, ‘참여와 협력적 노사관계’를 구축할 것을 목적으로, 문민정부는 노사관계개혁위원회를 구성했고, 국민의 정부는 노사정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 기구는 노사단체의 정책결정 참여를 제도화한 점에서, 노사관계 개혁에 중요한 단초를 마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기구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설령 정부안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공식화하지 않고, 의제설정 단계부터 노사단체 참여 하에 합의 도출을 시도하는 관행이 형성되어 왔다.
물론 지금까지 이러한 사회적 협의․합의기구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된 측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합의 사항이 정부 측으로 넘어가면 지금까지 논의보다 노동계에 불리한 방향에서 정부안이 마련되어 1996~97년 총파업 투쟁을 촉발하기도 했고, 합의사항이라도 노동계가 요구한 사항은 지연되거나 보류되기 십상이었다. 이에 따라 노동계의 불신이 누적되면서 1999년 이래 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했고, 그 결과 노사정위원회의 정상적 운영과 효율적 논의는 불가능해졌으며, 특히 어느 한 당사자가 거부하면 필요한 입법조차 추진되지 않는 일종의 블랙홀(black hole)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노사단체의 참여를 배제한 채 노동부가 서둘러 ‘선진화 방안’을 내놓은 이유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그것은 “참여없이 책임없고 협력없다”는 격언에서 알 수 있듯이 노사단체의 정책결정 과정 참여를 제도화한 노사정위원회의 설립 근거를 허무는 것이며, ‘의제설정 단계부터 노사단체가 함께 참여하여 논의’하는 그나마 있는 성과를 허무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동안의 비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논의시한 종결제’를 도입한 마당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노동법 개정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했던 1996년 노사관계개혁위원회 때도 반 년 만에 대략적인 합의가 도출되었고,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2월 노사정위원회 때는 한 달 만에 100여개 조항에 걸친 합의가 도출되었다. 중요한 것은 의제 설정 단계부터 노사단체가 함께 참여하여 논의하는 과정에서 상호간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결국 선진화 방안은 당시 많은 노사관계 전문가들이 예측했듯이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노사관계 개혁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해 왔고 노정간에 갈등만 증폭시켜 왔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긴다. 노동부는 왜 하필 참여정부 출범 첫 해에, 노정간에 갈등을 조장하고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어렵게 할 ‘선진화 방안’(?)을 서둘러 내 놓았을까? 이에 대해 납득할만한 답변은 찾기가 쉽지 않다. 다음과 같은 추측만 가능할 뿐이다. ‘노동부는 노사정위원회가 정상화되고 사회협약 정치가 복원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은 아닌가? 노사정위원회가 정상화되고 사회협약 정치가 복원되면 노사관계 정책에서 주도권을 상실할 것을 우려한 것은 아닌가?’

3. 비정규직 입법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한국 사회에서 비정규직은 2005년 8월 현재 840만 명(56.1%)으로 전체 노동자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임금을 비롯한 각종 노동조건에서 극심한 차별을 받고, 사회보험 적용 및 노조가입에서도 체계적으로 배제되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 고용의 폐해가 다른 나라보다 두드러진 것은, 비정규직 대부분이 임시근로자이거나 임시근로를 겸하고 있기 때문이다. 
OECD 국가들은 대부분 파트타임이 비정규직의 다수를 점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 파트타임은 노동시간만 짧을 뿐 고용계약기간은 상용직이 대부분이며, 노동시간에 비례하여 임금 등 노동조건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제외하면 차별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한국은 비정규직 840만 명 가운데 823만 명(98.0%)이 임시근로자이거나 임시근로를 겸하고 있고, 파트타임 104만 명 가운데 103만 명(98.5%)이 임시직이라는 점에서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뚜렷하게 다른 특징을 띠고 있다.

 [표1] 임금, 직장연금, 상여금, 일자리만족도, 노조가입에 미치는 영향

 

시간당임금

국민연금

상여금

근속년수

만족도

노조가입

 임시

-0.24 

 ***

-3.72 

 ***

-4.96 

 ***

-3.30 

 ***

-1.16 

 ***

-1.90 

 ***

 일용

-0.40 

 ***

-5.40 

 ***

-7.53 

 ***

-3.05 

 ***

-3.77 

 ***

-2.33 

 ***

 기간제근로

-0.02 

 **

-0.09 

 

-0.76 

 ***

-1.78 

 ***

-0.37 

 ***

-0.23 

 *

 시간제근로

0.26 

 ***

-2.87 

 ***

-0.50 

 

0.13 

 

-0.52 

 ***

-1.37 

 

 호출근로

0.04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