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투기는 유죄!

노동사회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투기는 유죄!

편집국 0 4,942 2013.05.19 01:51

 


shj_01.jpg올해 국정감사에서는 2003년 9월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된 의혹이 주요 이슈 가운데 하나였다. 지난해 국정감사뿐만 아니라 2003년 매각 당시부터 수많은 의혹을 받아 온, 새로울 것도 없는 이 사건이 새롭게 여론과 국회의 주목을 받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아마도 주식 매각제한, 즉 외환은행 주식을 팔 수 없는 기간이 끝나면서 무려 2조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것과 그 동안 제기되어 온 투기자본의 문제점들이 외환은행의 경우를 통해 압축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 이유일 것이다. 논란의 핵심에 있는 ‘론스타펀드’는 금융기관이 아니라 말 그대로 펀드(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모금한 실적 배당형 성격의 투자기금)에 불과하다. 1980년대 말 미국의 저축대부조합이 부실화되고 수많은 조합이 파산하였을 때, 부실채권을 매입하기 시작해서 성장한 펀드가 바로 론스타펀드다. 한마디로 부실채권이나 부도가 난 기업을 사서 구조조정을 한 후 고가에 되파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본부는 ‘조세 피난처’인 버뮤다 해밀턴에 있으며, 자금 투자자는 공공연기금, 대학기금, IMF, 세계은행, 은행지주회사, 신탁회사, 보험회사 등이라고 알려져 있을 뿐 사모펀드(PEF)의 특성상 투자자의 신분이나 자금출처 및 투자지분 구성 등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론스타, 더 큰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2003년이나 지금이나 금융기관을 소유할 수는 있는 자격을 금융기관으로 제한하고 있는 우리나라 금융법상, 론스타펀드가 외환은행을 소유할 수 있는 합법적 방법은 차단되어 있다. 그럼에도 금융 당국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취했다. 금융감독위원회 금융정책1국장은 2003년 7월25일 ‘외환은행 외자 유치 관련 검토’라는 극비 회의를 개최해 론스타펀드로 외환은행을 매각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했다. 이때 고려된 방안은 4가지였다. 

우선, 론스타펀드를 금융기관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했다. 금융기관이면 문제는 단순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억지를 부려도 펀드를 금융기관으로 인정할 수는 없었다. 다음으로 론스타펀드가 소유하고 있는 일본의 ‘도쿄 스타은행’과 론스타펀드가 50대50의 지분으로 특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Company: 금융기관에서 발생한 부실 채권을 매각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설립하는 일종의 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였다. 하지만 도쿄 스타은행은 2001년 6월에 설립되었기 때문에, “인수 주체가 최근 3년 간 자기자본(BIS)비율이 8% 이상인 은행이어야 한다”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그러자 금융감독위원회는 외국 금융기관과의 합작 투자를 권고하였다. 제이피모건과 칼라일펀드가 50:50으로 특수목적회사를 만들어 2000년 한미은행을 인수한 전례를 들어 론스타펀드도 ‘아베엔 암로(ABN Amro: 1990년 ABN은행과 AMRO은행의 합병으로 설립된 네델란드계 은행)’라는 네덜란드 은행과 합작으로 투자할 것을 권유하지만 론스타 투자위원회에서 “아베엔 암로에 의결권을 50% 부여할 경우 향후 경영권 분쟁 등의 법률적 리스크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론스타펀드에게 무참하게 거절당한 금융당국이 마지막으로 고안해 준 방안이 바로 외환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둔갑’시키는 일이었다. 만일 부실금융기관으로 둔갑시킬 수만 있다면 “부실금융기관의 정리 등 특별한 경우에는 (금융기관이 아니라도) 은행소유를 인정할 수 있다”는 은행법 시행령 제8조 2항을 근거로 론스타펀드에게 외환은행을 넘길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외환은행은 부실금융기관에는 해당되지 않으나, 잠재부실 규모 등을 고려할 때 경영여건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부실금융기관에 준한다”는, 멀쩡한 외환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만드는 희한한 논리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금융감독원으로 하여금 외환은행의 경영악화에 대비하여 ‘주요 경영지표 개선에 관한 약정서’를 체결하도록 준비시켰고, 외환은행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외자유치(론스타펀드의 투자유치)가 필수라고 언론에 홍보했다. 또 2003년 말 외환은행 경영전망을 시나리오로 만들어 냈고, 마지막으로 금감위에 ‘대주주 자격 요건의 예외승인 적용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하는 것까지 치밀한 각본대로 움직인다. 이렇게 외환은행은 2003년 9월26일 한국정부(금융감독원회)의 승인에 따라 론스타펀드로 매각되었다.

암호명 ‘프로젝트 나이트(Project Knight)'

도대체 한국의 금융당국자들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왜 론스타펀드에게 외환은행을 넘기기 위해 이처럼 애처롭고 필사적일 정도의 노력을 하는 것인가? 

이야기는 2002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울은행 입찰을 둘러싸고 론스타펀드와 하나은행이 경합을 벌였고 론스타펀드가 더 많은 금액을 써냈음에도 하나은행에게 고배를 마셨다. 당시의 주된 논거는 은행을 펀드가 아니라 금융기관에 넘겨야 한다는 것이었고, 국내 금융기관에 넘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자 미국이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을 외국에 팔기로 한 IMF약정을 어겼고, 외국자본에 대해 차별대우했다”는 강력한 항의를 한다. 한국정부는 “서울은행을 외국에 매각하지 않는 이유는 IMF 관리체제를 졸업했기 때문이다”라고 해명하지만 론스타펀드를 차별대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이 없었다. 그러고 2002년 10월에 론스타펀드는 느닷없이 외환은행에 투자제안서를 접수시켰다. 서울은행 인수에 실패한 펀드가 외환은행에 투자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당시 소문은 이렇게 나돌았다. “론스타펀드, 미안합니다. 더 큰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2002년 10월에 투자제안서를 접수한 론스타펀드는 바로 12월에 외환은행과 ‘비밀 준수협약’을 체결하고 2003년 1월에 ‘우선투자제안서(Preliminary Proposal)’를 접수시켰다. 이어 2003년 4월 재산실사(Due Diligence), 8월 계약 체결, 9월26일 한국정부(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 10월30일 주식 대금을 지불함으로써 마침내 외환은행의 주인이 되었다.

금융 관료들의 행동뿐만 아니라 론스타펀드의 법률대리인이었던 ‘김&장 법률사무소’의 적법성 여부도 시빗거리이다. 당시 김&장 법률사무소는 이헌재 전 부총리가 고문으로 있던 곳으로, 뉴브릿지캐피탈의 제일은행 인수와 칼라일펀드의 한미은행 인수 과정에서 정부에 대한 법률 자문과 해당 펀드의 대리인 역할을 동시에 수행했던 곳이다. 이는 곧 정부 자문역할을 통해 내부 정보를 빼내어, 이를 상대측 펀드에 제공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낳는 행위이다. 더구나 팔려는 정부와 사려는 펀드를 모두 대리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는 쌍방 대리인이고 따라서 이들의 행위는 무효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돈을 가지고 있는 론스타펀드와 외환은행 매각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정부 관료, 그리고 인수를 책임지는 김&장 법률사무소 등의 엘리트 그룹, 이들과 공생하는 전직 관료들의 로비 능력, 이 세 가지가 바로 한국판 ‘아이언 트라이앵글(Iron Triangle)’이며, 암호명 ‘프로젝트 나이트’라는 이름으로 추진된 비밀작전인 것이다. 이 ‘프로젝트 나이트’의 실체는 론스타의 재정 주간사인 시티은행이 외환은행을 상대로 2003년 4월에 재산실사(Due Diligence)를 하는 과정에서 외환은행장과 부행장에게 질의할 질문 내용 가운데 일부만 공개되어 있지만, 이를 통해 외환은행 접수를 위한 총체적인 계획의 존재를 짐작할 수 있다.

Iron Triangle
미국의 정치학자들 사이에서 쓰이는 말로 입법부, 정부관료, 유권자 사이의 긴밀한 관계를 지칭한다. 미국의 마이클 무어감독은 ‘화씨 9/11’에서 이라크전쟁이 방위산업체와 정부관료, 투기자본이라는 삼각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의 음모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이 글에서의 아이언 트라이앵글은 후자의 삼각관계 즉, 미국의 방위산업체와 정부관료, 투기자본을 빗댄 말이다


수익률 지상주의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펀드의 유일한 관심사는 수익률일 뿐 금융기관으로서의 공공성이나 한국의 경제는 안중에도 없다. 2년간 매각이 금지되어 있으니 2년 동안 무슨 짓을 해서라도 값어치를 높이는 일만 할 것이라는 것은 예견된 재앙이었다. 론스타펀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경영진 교체와 자기 사람 심기였다. 2003년 10월30일 주식대금을 납부하자마자 은행장과 회계법인을 교체하였다. 이는 모든 의사 결정을 자기들 뜻대로 하면서 외부 공개는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의사표시였고, 이후 외환은행은 이사회가 언제, 어디서, 어떤 안건으로 개최되는지 알려지지 않게 되었다. 

50억원 이상의 기업여신에 대해서 론스타펀드의 직접 감독을 받는 ‘론 프리뷰팀’을 통한 통제는 물론 부실채권의 규모와 한국의 기업들에 대한 파악을 통해 부실채권의 인수·매각과 부실기업 인수라는 론스타펀드 본연의 사업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2004년 말 론스타펀드는 외환은행이 관리하던 동아건설의 파산채권 입찰에 참여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거래라고 고발해 입찰을 포기하긴 했지만 외환은행으로부터 얻은 기업 정보를 기업 사냥과 인수 합병에 부당하게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단기 투기자본의 대표적인 경영행태 사례는 ‘외환카드 사태’와 ‘엘지카드 사태’다. 2003년 11월 외환카드 합병을 앞두고 론스타펀드는 외환카드의 2대 주주인 올림푸스 캐피탈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고객들의 불편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현금서비스를 중단시키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또 엘지카드에 대한 금융권 공동 지원도 외환은행이 지원을 거부해 엘지카드의 위기가 국가 금융시스템 전체의 위기로 번질 위험에 처하게 만들었다. 당시 정부가 나서서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위기에 대처할 것을 요청하자 외국자본이 대주주인 제일은행(뉴브릿지 캐피탈), 외환은행(론스타), 한미은행(칼라일 펀드)이 이를 거부했는데, 명분은 ‘관치금융 거부’와 ‘시장경제 수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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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기자본감시센터의 외환은행 불법매각 관련자 검찰고발 기자회견  - 출처 : 금융노조 ]

뿐만 아니라 노사관계에서는 벌칙 조항이나 처벌 조항이 없는 단체협약은 위반하더라도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악용하여 단체협약을 멋대로 위반하고 있고, 2004년 1월 외환카드 파업 당시 파업 책임을 노조에 떠넘기고 국민 여론을 노조에 불리하게 만들기 위해 2차로 현금서비스를 중단하고, 금융권에 대한 직장폐쇄와 함께 핸드폰 문자메시지로 정리해고를 통보하는 야만적이고 비정한 ‘선진기법’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선진기법은 우리은행의 비정규직 정리해고에 대한 이메일 통보로 발전했고, 금융권에서 해고 통보 시 핸드폰 문자메시지와 이메일이 동원되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의 외환 정보가 환투기꾼들에게 갈 수도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투기자본이 기업인수 후 취하는 전략은 인력감축이다. 사람을 비용으로만 생각하는 투기자본의 속성상 인력감축은 필연적이어서, 론스타펀드도 다양한 방법으로 인력감축을 기도하였다. 사내 스카우트제를 만들어 업무를 맡지 못한 직원을 만들어 내고 직원들의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어 퇴직을 종용했고, “외환은행을 매입한 지 1년이 경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경영위기가 여전하니 정리해고가 가능하다”는 해괴한 논리를 앞세워 희망퇴직을 강요하였다. 이렇게 해서 2004년 1천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을 강요하고 퇴직하지 않는 직원에 대해서는 ‘특수영업직’을 만들어 한곳에 수용하는 야만적 경영을 서슴지 않았다. 

또 다른 변화는 아웃소싱이다. 최근 외환은행은 전산부분을 통째로 미국계 시스템 운영사인 아이비엠 코리아에 헐값에 넘기려 하고 있다. 외환은행이 2003년부터 금년까지 683억원을 들여 개발한 전산시스템을 390억원에 매각하고 10년 동안 아이비엠 코리아에 5천억원의 비용을 지불하며 위탁·운용시킨다는 계획을 세우고 금융감독원에 승인을 요청 중이다. 이것은 전산부분의 헐값 매각이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은행의 전산업무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고객의 정보와 자금흐름을 책임지는 핵심설비이다. 이런 핵심설비에 문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을 지며 피해보상은 누가 할 것인지, 금융감독원이 전산회사를 감독할 권한은 있는지 등 숱한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이처럼 투기자본은 기업가치의 훼손 등은 안중에도 없다. 그런데 더 두려운 일은 론스타펀드와 아이비엠 간에 어떤 내용을 담은 계약이 체결될지, 누가 어떤 목적으로 정보를 통제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이다. 외환은행이 외환거래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정부의 외환관련 공식통계의 기본자료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 자료가 국외로 유출될 위험성과 국가의 주요정보가 외국 일개 기업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될 위험이 생기는 것이다. 국가정보의 유출과 사유화가 국제 투기꾼들에게 넘어간다면 외환공격과 환율조작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론스타펀드는 지난해 4분기부터 지금까지 보유 중인 70여개 기업의 주식을 팔아 5천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확보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대우건설 주식 633억원, 한미파이낸셜 주식 209억원, 두산중공업 지분매각 2천억원 등 주식처분을 서두르고 있고, 외환은행이 주요 채권단으로 있는 현대건설과 하이닉스에 대한 매각작업도 서두르고 있으며 부동산의 매각도 추진 중이다. 자산을 처분해 현금화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매각 시 몸값 높이기 전략이다. 은행을 팔 때 평가에 따라 값어치가 달라지는 자산을 없애고 논란의 여지가 없는 현금으로 만들어 놓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식과 부동산, 심지어 전산부분도 매각하는 것이다. 

투기자본의 폐해, 국민이 심판해야

이렇게 폐해가 큰 투기자본에 대해 “앞으로는 잘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론스타펀드는 진행형이고 현재로도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다. 우선, 자기자본(BIS)비율 조작 의혹을 사고 있는 부분에 대해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조작의 주범인 재경부 및 금융감독위와 공모자인 김&장 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하고, 법원은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공모에 의한 조작이기에 무효라는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증거로도 충분하다. 한편 금융감독위원회도 각종 탈세와 불법에 대해 론스타펀드의 은행대주주 자격을 박탈시키는 작업을 해야 한다. 국회는 즉시 특별검사 도입과 아울러 청문회를 개최해 1997년 IMF 이후 은행과 금융기관 매각 시 투기자본(펀드)과 정부관료, 김&장 법률사무소, 전직관료들의 더러운 유착관계를 이 기회에 깨끗하게 정리하여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투기자본에 대한 국민의 심판이다. 

최근 삼성그룹의 5년 전 문제에 대해 법원은 업무상 배임죄로 유죄 결정을 내렸다. GDP의 15%를 차지하고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삼성에 대해서도 과감하게 판단한 법원이 미국에서 은행업도 못 하는 투기자본 론스타펀드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못 내릴 이유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불과 2년 전 일이 아닌가.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