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시작되는 노동인권 교육

노동사회

새롭게 시작되는 노동인권 교육

편집국 0 6,016 2013.05.19 01:38

인권에 대해 배우는 것 자체가 권리이다.
무지를 강요하는 것, 내버려두는 것은 인권침해이다.
교육은 인권과 자유의 주춧돌이다.

-유엔,「인권, 새로운 약속」중에서


jspark_01.jpg최근 서비스산업의 팽창과 노동유연화의 확산, 가정경제의 파탄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청소년들이 저임금 노동시장으로 유입되는 경향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노동부가 2003년 12월에 발표한 표본조사에 따르면, 전국 중·고등학생 36,825명 가운데 22.1%인 7,969명이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전국 중·고등학생 수로 환산하면, 청소년 노동자의 수는 79만명에 육박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동안 노동이라는 주체에서 청소년은 소외되어 왔고, 권리를 보장받는 법에서조차 청소년 노동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한 게 사실이다.

방치된 청소년들의 노동인권

근로기준법에는 ‘15세 이상 18세 미만인 자의 근로시간은 1일에 7시간, 1주일에 40시간을 초과하지 못한다. 다만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하여 1일에 1시간, 1주일에 6시간 한도로 연장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저임금노동을 이용하고자 하는 업주들과 일하고 싶은 청소년들의 이해가 맞물리면서 청소년들의 불법고용이 확산되고 있으며, 합법적으로 고용된 청소년들도 여러 가지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다. 인권침해 사례로는 장시간 노동, 최저임금 위반, 임금체불이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다. 노동 인권이란 노동3권은 물론이고, 노동기준, 노동자 프라이버시, 차별, 건강 등의 문제까지 포괄할 수 있는 개념이다. 

‘저임금에 장시간 노동, 사장님의 거친 욕 참아내기, 일하다 다쳐도 자기 돈으로 약사기, CCTV로 일하는 것 감시당하기, 임금체불…’ 군사독재정권 시절 악질 사업주에게 착취당하던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3년 간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현아’의 이야기다.

‘현장실습’이라는 명목하에 이뤄지는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의 노동착취는 또 어떨까? 

“작은 회사로 실습을 나갔는데, 우리 부서에는 부장님이랑 저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틈만 나면 부장님이 뒤에서 끌어안고 노래방에 가서도 강제로 키스하려고 그러고…”
“실습 나간 공장에서 파업이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회사에서 파업하는 아저씨들 못 들어오게 막으라고 회사 정문 앞에 세우더라고요. 아저씨들에게 미안했지만 실습하다 잘릴까봐 어쩔 수 없었죠 뭐.”


이처럼 대부분의 청소년은 노동을 하면서도 자신에게 보장된 인권이 무엇인지, 불합리한 경우를 당했을 때 대처방법이 무엇인지 모른 채 이용당하기 일쑤다.

노동인권 교육의 주춧돌

이 책은 ‘현아’의 경우처럼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는 청소년 노동자들이 노동인권에 대해 자각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지침서이다. 노동자란 무엇인지, 일자리를 구할 때 챙겨야 할 권리들은 무엇인지, 성희롱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노동자의 단결할 권리가 무엇인지 등, 노동자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실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인권침해의 사례들과 교육 프로그램들을 소개하고 있다. 거기다 딱딱한 교과서가 아닌 읽을 거리와 놀이를 통한 활동중심의 사례소개를 통해 청소년들의 교육효과를 높이게 해준다. 

변화는 의식에서 비롯된다. 법의 개선과 강화도 중요하지만 청소년에게 노동인권에 대한 폭넓은 이해가 중요함을 알아야 한다. 노동인권 교육이 잘 이루어졌을 때, 그 아이들이 장차 사회로 나와 노동자가 되었을 때, 우리 노동자의 의식화도 높아질 것이다.
홍세화씨는 한국에 돌아와서 ‘노동인권’을 교육하는 사람과 책이 없다는 사실이 놀라웠다고 한다. 민주노동당, 인권운동사랑방, 전교조실업교육위원회,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21세기 청소년공동체 희망이 2004년에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를 구성한지 1년반의 산고 끝에 나온 이 책이 노동인권 교육의 주춧돌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짓고, 사람생각 냄. 15,000원)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