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변 앞에 선 금융노조의 현실과 과제

노동사회

격변 앞에 선 금융노조의 현실과 과제

편집국 0 3,767 2013.05.19 12:56

전국금융산업노조(이하 금융노조)는 1960년 6월1일 조흥은행노동조합을 시작으로 노조가 결성되어 7월23일 전국은행노조연합회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5·16으로 해산 후 1961년 8월19일 산별노조인 전국은행노동조합이 결성되었으나 1981년부터는 다시 연합단체인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으로 활동하여 왔다. 그리고 1988년에는 노조민주화와 함께 조직화가 확대되면서 보험, 증권, 투신 등 제2금융권이 보험노련, 사무노련으로 분리되어 나갔다. 그리고 금융노동조합연맹은 2000년 3월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으로 산별전환을 하였다.

산별에서 기업별로, 강제를 뚫고 다시 산별로

조합원 수는 1960년 조직 당시에는 5개 노동조합 4천여명이었고 1992년 12월에는 171개 조합에 13만9천명이었다. 그리고 2004년 12월 현재, 38개 지부 7만9507명의 조합원이 금융노조에 가입되어 있으며, 이중 남자가 56,144명이고 여자는 23,363명이다. 조합원 수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기준으로 매우 큰 진폭을 보인다. IMF 구제금융 이후 조합원수는 1980년대 초반 수준(1983년도 80,101명)으로 떨어졌다. 앞에 언급했듯이 노조원 수는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급증했다가 1993년 최고에 달하였다. 그리고 2003년의 조합원 수는 IMF 구제금융 직전인 1996년과 비교하면 58,494명이 감소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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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에 열렸던 금융노조의 임시대의원대회 모습 - 출처 : 금융산업노동조합 ]

종업원 대 조합원의 비율은 45% 정도로 점점 하락하고 있다. 이는 비정규직의 양산과 관련되어 있다. 현재 금융권 비정규직 29,939명으로 통계에 잡히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4만3천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직종별로 보자면 텔러(43.5%), 콜센터, 서무직, 채권회수직 순으로 비정규직이 많다. 따라서 비정규직 조직화와 대형 시중은행의 비정규직 문제해결이 관건이다.

조직변화 특징은 1961년에서 1980년까지 산별경험을 하였으나 당시의 노조가 명실상부한 산별노조 역할을 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1981년부터 2002년 2월까지 연맹체제였으며, 2000년 3월 산별전환을 하였으나 지부의 기업별의식은 여전한 편이다. 산별전환 계기는 일부 노동계가 1997부터 공식적인 산별노조건설 필요성을 제기하면서부터였다. 금융노조는 당시 민주노총 산하 공공노련, 상업노련(민간서비스노련), 병원노련, 대학노련 등과 산별의 필요성에 대한 공동교육을 국제노동단체인 국제사무기술노련(FIET: UNI의 전신)의 지원으로 수 차례 실시하여 왔다.

그러다가 IMF 구제금융 이후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으로 고용불안이 심해지게 되었다. 여러 개의 은행에서 발생한 사업장 폐쇄와 인수합병, 그리고 인력 중심의 구조조정에 기업별노조의 대응이 무력해지며 그 한계를 확연히 드러내게 되었다. 이 와중에 금융노련을 중심으로 당해 문제에 공동대응을 하면서 산별노조의 필요성이 실질적으로 대두되었다. 그리고 1970년대부터 시작된 영역별(시중은행, 국책은행, 협동조합, 지방은행) 공동교섭 관행으로 인한 비슷한 수준이었던 노동조건은 산별전환을 좀 더 쉽게 결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금융 산별노조의 조직운영

IMF 구제금융 이후 전체적인 금융산업 구조조정으로 대량해고가 발생하고 각 사업장의 경영사정 악화로 고용안정과 임금 복지 등 근로조건 개선이 어려워졌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는 조합간부 중심으로 산별노조 건설의 담론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다양한 논의 끝에 금융노조는 기존의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체제에서 대의원대회를 통해 각 지부별로 산별 전환을 결의하는 방식을 택했다. 당시 전국금융노동조합연맹 산하 각 기업별 노조들은 대의원대회를 열어 산별전환을 결의하여 산별노조에 참석한 것이다. 그러므로 전체가 일시적으로 산별전환을 통해 산별노조에 합류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산별노조로 전환한 이후 인력의 필요성을 감안하여 본조의 전임자 수를 대폭 늘렸다. 연맹 시절 15명 내외였던 본조 내 전임간부가 36명으로 늘어났다. 그러나 지부전임자 수는 변함이 없었다. 현재 금융노조 전임자 수는 270여명으로 간부 1인당 조합원 수는 303명이다. 

또한 금융노조는 2002년 단체협상을 통해 2002년도 조합원 1인당 900원, 2003년 조합원이 납부하는 조합비의 10%, 2004년 조합원이 납부하는 조합비의 15%, 2005년도 조합원이 납부하는 조합비의 15%, 2006년도부터 조합원이 납부하는 조합비의 25%를 사용자가 직접 본조 계좌에 입금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지부 예금계좌에 입금하도록 합의했다. 현재 금융노조의 조합비는 대개 조합원들 통상 임금의 1% 정도 수준이며 이를 앞서 이야기한 방식으로 지부와 본조가 분배하고 있다.

금융노조의 2004년 예산은 20억7천5십만원이고, 2005년에는 30억1백만원 정도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노총 및 국제단체 의무금이 3억7천, 운영비 8억3천2백, 사업비 7억4천6백 등으로 구성된다. 

본조와 지부의 업무에 대한 배분은 항상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지부는 산별노조의 역할을 더 원하고 있고, 산별노조는 인력과 재정의 한계로 지부의 요구사항을 대처하기가 벅차다. 사실 지부는 산별전환을 하였음에도 기업별노조 의식과 활동패턴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만일 지부의 일탈행위가 있을 경우, 정해진 규약이 있음에도 본조가 징계나 제재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그러므로 “무늬만 산별”이라는 비판도 만만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본조는 산별중앙교섭을 통한 산별협약 체결 및 갱신, 매년 임금가이드라인 협상, 조합활동 등 규범조항 협상, 구조조정 등 금융정책에 대한 대정부 대응과 교섭을 하고 있다. 지부는 지부교섭을 통한 보충협약 체결 및 갱신을 한다. 지부에서는 주로 조합원 임금복지 등 근로조건과 관련한 협상을 한다. 또한 각 지부는 산별협약을 최저선으로 사업장 현실에 맞게 협약을 체결한다. 산별협약과 지부협약이 충돌할 시에는 산별협약이 우선하는 것으로 단협에 정하였다.  

산별 중앙교섭의 과거와 현재

금융노조에서 산별교섭의 장점은 교섭의 집중과 교섭내용의 단일화이다. 이를 통해 교섭의 경제성과 효율성이 높아졌다. 기업별 교섭 때 매년 상례적이었던 쟁의들이 거의 소멸되었다. 산별교섭 이후 임단협 교섭으로 인한 쟁의는 지부 사업장 단위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고 있다. 

교섭기간도 단축되었다. 산별 단체협상은 실제 교섭 시작 후 2~3개월 내 타결이 되었다. 기업별 교섭 때는 길게는 수개월에서 거의 일년 내내 교섭만 하나가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 사용자들도 교섭의 통일로 지부 사용자간 정보를 교류하고 연대감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며, 개별지부와 갖는 교섭의 부담을 덜 갖고 있는 것 같다. 

또한 이렇게 교섭이 집중되고 단일한 산별 단체협약을 맺으면서 금융사업장 조합활동 규범사항과 조합원의 근로조건이 통일되었다. 그렇게 근로조건 수준의 평준화를 지향하는 활동은 노동자간 연대감을 형성시켰다. 그리고 일시적으로 경영사정이 나빠져도 산별임금 최저선 때문에 일정정도 근로조건이 유지된다. 각 지부는 보충협약을 통해 지부사업장 경영사정을 반영하여 경영성과에 따른 임금복지 수준을 나름대로 마련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중앙교섭의 문제점도 있다. 사용자측이 산별교섭을 하고 다시 지부에 내려가 보충협약을 하는 ‘이중교섭’에 대한 불만을 나타내며, 교섭의 비효율성을 주장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측에 부담주기는 노측의 산별교섭 전략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사용자들은 노조측의 동일산업 유사근로조건 수준지향 때문에 개별사업장 사정이나 경영성과를 반영할 수 없다는 불만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리고 지부의 산별 의존이 심화되었다. 개별기업 단위의 경영상황에 대한 정치적 해결을 요구하거나 일부 사업장의 경우 보충협약 교섭 시 본조에 교섭위원 파견을 요청하는 등 산별노조의 힘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경영여건이 좋은 사업장의 근로조건 하향평준화를 우려하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한 사업장의 경영조건은 항상 파고가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산별교섭이 지속적인 근로조건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 

취약한 사용자대표와 이중교섭에 대한 인식부족

우선 사용자단체의 구성과 대표의 역할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2003년부터 은행연합회가 교섭권을 위임받아 사용자대표로 협상에 임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연합회는 법적으로 사용자단체가 아니므로 각 사업장의 위임을 받아 대표권을 갖고 교섭에 참여하는 식이다. 따라서 명실상부한 교섭대표로서의 역할보다는 중개자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다. 

2004년 교섭에 참여한 32개 사업장 가운데 은행연합회 사원 기관은 21개이며 나머지는 11개는 비회원사이다. 올해도 마찬가지의 형국이다. 산별노조가 확대되어서 교섭에 참여하는 은행연합회의 비회원사가 많아질 경우 연합회 위임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근본적인 대책이란 교섭에서 사용자를 명실상부하게 대표할 수 있는 사용자단체를 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노동법의 개정이 필요하기도 하다. 

더하여 사용자들도 산별교섭과 관련하여 기피전략을 지양하고 진정한 의미의 산별교섭이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 노조의 산별교섭에 대한 소극적인 회피전략보다 적극적으로 대항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 등 사용자측의 교섭력 증진에 대한 노력이 요구된다.

또한 산별 중앙교섭과 지부보충협약 등 ‘이중적 교섭구조’에 대한 사용자들의 인식 부족과 중앙교섭에 대한 현장조합원의 관심과 참여부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산별 중앙교섭이 계속되고 있지만 대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한 사용자측의 기업별 교섭으로의 회귀성향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즉 대규모 사업장의 사용자들은 지부사업장 차원에서 산별 중앙교섭보다도 더 좋은 조건으로 합의할 수 있고, 중앙교섭 이후 결국 보충협약을 해야하므로 산별교섭이 오히려 비효율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산별 차원의 중앙교섭 이후에는 사업장의 특성을 고려한 사업장 차원의 보충교섭은 당연한 사항임을 사용자측도 인식을 해야 할 것이다. 

물론 교섭내용의 중복을 노사가 합리적 기준에 의해 조율할 수 있음은 별개의 문제다. 그런데 한편으로 산별 중앙교섭 내용 가운데 지부에 위임하는 내용이 많아 지부가 부담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본조 입장에서는 지부의 상황을 반영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배려한 것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처리해 나갈 것인지 연구해야 할 부분이다.   

현장참여와 투쟁이 없는 교섭

금융노조는 임단협안을 기초할 때부터 지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그러나 그렇게 수렴된 것들을 보면 항목이나 내용에서 사실상 금융노조 중앙에서 내는 의견 이상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장의 참여가 부족한 것이다. 

2005년 역시 예년과 같이 본조와 지부간부가 결합하는 태스크 포스팀을 만들어 운영하였으나 참석 미흡으로 지지부진했다. 물론 이것은 현재 금융사업장 조합원의 노동생활감정의 반영물일 수 있다. 상대적 고임금 직종으로서 임금복지에 관심이 적어지고 있으며,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기중심적 계발과 성취라는 개별적, 고립적 인간관계가 사업장에 퍼져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임단협 계획 시 본조 내에서 정책본부와 다른 부서와 인식차이를 조율하기 위한 회의, 그리고 본조와 지부 담당간부와의 회의 등을 그저 정해진 절차에 맞추기 위해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또한 이와 함께 지부위원장들의 무관심과 교섭위원들의 요구내용에 대한 인식 및 숙지 부족 때문에 교섭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역량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금융노조는 해마다 조합원을 대상으로 조정신청과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진정성에 문제가 있고 그 효과가 미미하다. 때문에 다년간 투쟁이 없는, 교섭위원 중심의 교섭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지부의 급박한 현안을 산별 전체 상황으로 엮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과거 기업별노조 하에서는 임단협 시기에 집중투쟁 등 쟁의를 했던 것이 관례인데, 최근 산별 단위에서는 투쟁 계획만 있었지 실천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개개의 사업장 문제를 임단투 시기에 집중시킨다든지, 산별 차원의 제도·법률 개정투쟁 등 투쟁방법을 개발해내지 못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수년간 계속 지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사용자들의 저항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꼭 필요한 것으로 여겨지던 ‘경영참여’ 관련 조항을 밀어붙이지 못하고 쉽게 포기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비정규문제에서도 공론화 없이 편의주의적으로 교섭을 통한 근로조건 개선에만 염두에 둔 결과, 조직화에는 별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금융 산별노조의 미래를 위한 과제

산별교섭과 기업별교섭의 내용과 수준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산별교섭은 기업별교섭 수준의 문제를 넘어서는 임금가이드라인이나 큰 틀에서 노동시간 등의 근로조건, 그리고 직업훈련과 정부의 금융정책, 고용안정, 경영참가 등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지나친 경쟁이나 독점 등과 관련한 해당 산업정책을 노사가 논의하고 이 결과를 정책당국에 건의하거나 정부당국과 협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산별교섭은 기업별교섭에서 다루기 어려운 것으로 한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노사 양측 모두 교섭비용을 축소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바람직한 교섭형태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사용자단체 구성을 통해서 명실상부한 산별교섭이 자리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산별노조가 설립되어 있는 경우 이에 상응하는 교섭단체로 사용자단체 구성을 강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법으로 사용자단체 구성을 강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위임교섭 경우 사용자들의 내부의견 충돌 시 무산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다. 

사실 그동안에는 은행산업 중심의 금융노조가 공기업적 성격의 사용자에 대응하는 다소 편안한 노동조합 활동이었다. 그러나 금융산업의 지형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외국자본의 잠식과 민영화가 확산되면서 사용자들의 대응이 만만치 않아진 것이다. 그전에는 사용자가 노사문제로 분쟁을 일으키지 않고 임기만 잘 채우면 다른 자리로 무리 없이 옮겨가는 형국이어서 노조의 요구를 별 무리 없이 수용했다. 그러나 주주자본주의가 판을 치면서 사용자의 태도가 달라졌다.

노동조합활동의 ‘진정성’을 근본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할 때가 된 것이다. 현재 금융노조는 위원장 선거의 후유증으로 임단협이 지연되는가 하면, 정부와 사용자들에게도 힘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교섭은 직무대행이 교섭을 하며, 비정규직지부가 교섭에 참여하는 등 새롭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변화되고 있는 여건에서 금융노조가 어떤 길로 나아갈 것인가, 그 초석을 놓는 순간에 와 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