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시장 개방 저지와 농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동사회

쌀시장 개방 저지와 농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편집국 0 3,163 2013.05.17 10:34

장마의 끄트머리,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 우산을 받쳐들고 영등포구 양평동에 위치한 가톨릭농민회(회장 정재돈, 이하 가농)를 찾았다. 1966년 “농민 자신과 사회를 누룩처럼 변혁시켜 감으로써, 농민구원, 겨레구원, 인류구원을 지향하는 생활 공동체 운동”으로 출발했으니 내년이면 40주년을 맞는다. 인간의 나이로 치면 ‘불혹(不惑)’인데, 세상사에 갈팡질팡하지 않는 내공의 단면이라도 들여다 보고 싶어 찾아갔다.

농촌계몽에서 쌀개방 반대까지

가농은 창립 초기인 1960년대엔 모범 농촌청년의 육성과 농촌 계몽운동, 농사기술 개발에 주력했다면 1970년대부터는 함평 고구마 사건, 오원춘 사건 등 농민문제를 이슈화하고 바로잡으며 농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사회운동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고 한다. 그리고 1980년대 부당한 ‘농지세 철폐 집회’와 ‘농협 민주화 운동’ 등의 활동을 펼쳤다.

21세기를 맞이한 요즘엔 산업화에 따른 이농 가구 증가, 농촌의 고령화, 세계화에 따른 한국 농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 중심의 운동을 지향하면서, 생명 운동·공동체 운동을 정신적 바탕으로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생명 농업의 실천, 수입 농산물의 위험성 알리기, 도시·농촌간 직거래 운동을 통한 농촌 마을 공동체 지원, 농촌 일손 돕기 등의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근래 가장 큰 쟁점은 바로 WTO에 의한 ‘쌀개방 문제’라고 한다.

 “쌀 개방을 막아야 하는 이유는 단지 ‘우리농촌 지키기’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 쌀시장의 수출국은 소수인 반면, 수입국은 다수라는 겁니다. 바로 과점 시장인 거죠. 1990년대 들어 수요자는 분산되는 반면 초국적 곡물 회사들은 인수와 합병을 통해 대형화되면서 시장 지배력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쌀 수출국의 국내 사정에 따라 쌀 시장은 심한 요동을 치게 될 것이고, 언제든지 쌀값 폭등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우리 겨레를 살찌워 온 생명이자 문화인 ‘쌀’이 이젠 생명과 문화를 위협하는 무기가 되어 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는 더욱더 쌀의 자급자족이 시급한 상황이다. 

우루과이라운드협상 이후 우리나라는 10년간 관세화 유예를 인정받았지만 작년에 그 10년이 마감되면서 후속 협정으로 10년간 관세화 유예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세계화에 발맞춰 갈 수밖에 없으며 국제적 신뢰도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를 대면서 비준을 미루고만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쌀 이외의 농산물에 대한 개방을 허용했다는 이면 합의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쌀개방 반대를 넘어 농가 경쟁력 확보로

식량은 생명이며 주권이다
세상에 생명을 양보하라는 법은 없다
세상에 주권을 거래하자는 법은 없다
우리의 세계는 상품이 아니다


가농에서는 쌀 개방의 반대에도 앞장서고 있지만 반대만 하기보다 그에 대한 대안도 함께 찾고 있다. 쌀 시장개방 문제에 대한 의식화뿐만 아니라 농가의 경쟁력을 살리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처음엔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무농약 재배를 통한 생명 농산물을 농민들에게 권장해 왔지만 사람이 아플 때 약 먹는 게 당연한 것처럼 벼가 벌레 먹으면 농약 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농민들에게 외면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죠. 요즘 사회적 열풍이 불고 있는 ‘웰빙현상’이 오히려 힘이 되었습니다. 농민분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고, 농가수입 증가로 경제적으로도 보탬이 되었죠”.

논과 밭은 식량 공급의 원천이기도 하면서 자연경관을 가꾸고, 경지 보전, 생물의 다양성 보존 등 환경적 편익을 제공한다. 그런 측면에서 농업의 다원적 기능도 충분히 ‘경제력’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농촌문제에 대한 접근은 단지 농민을 도와준다는 생각만으로 이뤄져서는 안되는 것이다. 

밥 한 그릇에는 삼라만상이 들어 있다. 쌀 한 톨은 농민, 땅, 지렁이, 메뚜기, 거미, 소, 달, 조수, 비, 태양, 이 모두의 작품이다.

 -농민교리서-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