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쿼터제도가 국수적이라고?

노동사회

스크린쿼터제도가 국수적이라고?

admin 0 3,945 2013.05.12 07:41

최근 한국영화가 시장 점유율 50%시대를 맞이하고 국제영화제에서의 수상도 잇따르자 “이제 스크린쿼터제가 없어도 무방하지 않겠는가”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스크린쿼터가 축소될 경우 매우 심각한 ‘경제적 부작용’이 예상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해영 교수(한신대 국제관계학부), 조성대 교수(한신대 국제관계학부), 조원희 교수(국민대 경제학부), 진시원(부산대 사회교육학과), 이찬근 교수(인천대학교 무역학과)등의 공동작성으로 만들어진 「스크린쿼터제의 경제적 효과와 한미투자협정(BIT)」이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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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 하루만 축소해도 3백27억 손해

이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146일 상영, 영화산업 규모 4조 4000억원(2003년)을 기준으로 할 경우, 스크린쿼터 1일 축소할 경우 영화시장의 규모는 약 3백27억 9천6백만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10일을 축소할 경우는 약 3천84억 3천2백만원, 30일(1개월)축소 시는 약7천955억 5천8백만원, 50일 축소 시에는 조단위로 뛰어 1조 1천94억 5천2백만원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스크린쿼터는 고유문화의 보존이라는 측면뿐 아니라 한국영상산업의 시장보호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시스템이라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한편, ‘스크린문화연대’는 한국영화 시장의 성장이 과도하게 일부 ‘대박영화’에 의존해 있으며, 한국영화의 성장 또한 최근 4~5년 간에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하면 안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1997년과 비교해 현재 한국의 영화시장 규모 자체가 약 2.5배 증가하면서 한국영화의 매출액이 5배 증가하는 동안, 외국영화의 매출액 역시 2배 가까이 증가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 또한 나오고 있다. 

이를 종합해서 풀이하면, 한국영화의 성장이 외국영화의 매출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파이’자체가 커져 외국영화 매출액 역시 동반성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스크린쿼터제는 한국영화산업의 성장뿐만 아니라 마찬가지 외국영화 매출성장에도 기여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스크린쿼터제는 한국영화와 ‘국수적인 보호’가 아니라 외국영화와 ‘윈-윈 게임’을 선도해 온 제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스크린쿼터를 지키려고 노력중인 활동가들은 스크린쿼터가 국가이미지에 미치는 영향도 막대하고 주장한다. 지금 우리나라가 F-15 전투기 구매나 이라크파병으로 국제적으로 ‘미국의 속국’이라는 이미지가 굳어질 분위기에서 그나마 스크린쿼터 덕택에 세계를 대신해 미국에게서 영상분야의 주권을 지키는 ‘성전’에 나선 국가라는 인식이 생겨 이미지를 상쇄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만 간에 우리정부와 미국정부 사이 ‘한미투자협정’을 위한 회담과 막후조정이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인과 정부가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고, 특히 경제 관료들은 ‘국가이미지’가 수출에 미치는 보이지 않는 영향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여름! 충무로 공포영화들이 몰려온다.

올 여름은 한국영화계에서 점점 사라져가던 장르 중 하나인 공포영화가 언뜻언뜻 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령>, <분신사바>, <인형사>, <R포인트> 등 다양한 공포영화들이 출동해 다시 한번 한국형 액션영화로 자리매김, ‘조폭영화’ 같은 고정된 장르화를 노리는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월화의 공동묘지>를 대표작(?)으로 하고 한때 잊혀진 장르였던 공포영화가 부활한 것은 1998년 여름에 <여고괴담>이 개봉한 후였다. 이 영화는 당시 인지도는 있지만 큰 인기는 없던 학생배우 김규리와 이혼으로 슬럼프에 빠진 이미연을 주연으로 하고 최강희 등 신인여배우들을 대거 기용해 만든 것이었다. 즉, 공포영화가 미국이나 일본의 영화계에서 수행하는 기능,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작비로 신인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가능성을 시험했고 비교적 손쉬운 특수효과들로 관객에게 ‘피’나 ‘시체’같은 볼거리를 선사하며 흥행에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후 여러 제작사들이 이런 ‘공식’에 입각해서 우후죽순으로 공포물을 만들었지만, 대부분이 졸작으로 평가받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공포영화는 투자자와 제작사를 ‘공포에 빠뜨리고’, 관객을 ‘놀라게 하며’ 빠르게 쇠퇴했다. <초록물고기>같은 리얼리즘 수작이 만들어진 ‘조폭영화’의 경우와는 달리, 장르의 성숙이나 발전 없이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작년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이 유려한 미장센과 꼼꼼한 시각적 설계를 바탕으로 흥행과 평단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거두자 올 여름에서 가을까지 이에 고무되어 만들어진 공포영화들이 연이어 상영될 것으로 보인다. 

<령>(김태경 감독), <분신사바>(안병기 감독), <페이스>(유상곤 감독), <인형사>(정용기 감독), <알포인트>(공수창 감독) 등 현재 개봉 대기 중이거나 제작 중인 영화들은 하나같이 ‘귀신’ 혹은 ‘악령’을 중요한 공포요소로 다루고 있다. 이는 <장화, 홍련>의 성공을 보면서 한국관객의 공포코드는 역시 ‘살인마’보다는 ‘귀신’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화계 속설 중에 불경기에는 공포물이 잘 된다는 말이 있다. IMF보다 더 하다는 이번 여름, 조금 역설적이지만 우리 공포영화들이 흥행에 성공을 거두고 그 동력을 이어받아 촬영기술의 발전에 공헌한 <샤이닝>이나 서구의 기독교전파 과정에 대한 암시를 담은 <오멘>같은 수작이 나타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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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공포영화 이야기  
* 영국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공포영화가 팝콘과 음료수 소비량이 가장 많아 극장주 입장에서 부수입이 가장 큰 장르라고 알려졌다.  
* 유럽의 고딕호러에서는 귀족이 흡혈귀나 악령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고(드라큐라) 미국의 슬래셔 무비에서는 살인마의 모습이 노동자나 하층민으로(제이슨, 프레디) 묘사되곤 한다. 물론 한니발 렉터 같은 예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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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년도 :
  • 통권 : 제 8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