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만개 뒤 위기가 찾아 오는가

노동사회

한국영화, 만개 뒤 위기가 찾아 오는가

편집국 0 2,992 2013.05.17 08:48

전성기를 맞고 있는 한국 영화산업이 2007년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에 접어들 것이라는 충격적인 내용의 보고서가 현업 영화인들에 의해 제출됐다. 

유인택 ㈜기획시대 대표, 노종윤 사이더스픽쳐스 제작총괄이사, 최완 IM픽쳐스 대표, 김승범 튜브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은 국회 미래전략특위(위원장 안상수)에 보고한 『한국 영화산업 발전방향 보고서』에서 한국 영화산업이 2004년 상반기 61.9%의 시장점유율을 달성했고 해외에서도 일본과 동남아에서의 한류 열풍으로 최고의 활황을 누리고 있으나, 2007년이 되면 극장이 포화상태에 달하고, 비디오시장 침체와 DVD 시장의 저성장, 메이저 투자배급사의 독과점화, 영상 관련 투자조합 만기 도래 등의 악재가 겹쳐 점차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경쟁력 잃어가는 한국영화

2001년 1조1천억원 규모였던 한국 영화 산업은 올해 극장상영과 비디오, 해외수출 등을 포함해 1조7천억원 규모의 거대시장으로 성장했다. 2000년 35.1%에 불과했던 한국 영화의 시장점유율도 2004년 상반기에는 61.9%로 올라섰다. 관객 수 역시 꾸준히 증가해 2002년 1억명을 돌파했고, 2년이 지난 2004년에는 총관객 1억3천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 등의 증가로 스크린 수도 크게 늘어 지난 2003년 1132개였던 스크린 수는 올해 1천3백여개로 늘었고, 2007년에는 2천여개로 포화상태에 달할 전망이다. 수출도 호조를 보여 2002년 1천4백95만달러였던 실적이 2004년 상반기에만 3천2백52만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화산업의 미래에 대한 전망에 대해 현장의 제작자들은 우려가 앞서는 상태다. 2003년 말 현재 37개의 투자펀드에 3천4백억원 규모로 결성된 영상투자조합의 80%가 2005년 말에는 만기에 도달해 재결성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2천7백억원에 달하는 30여개 펀드가 해산되면 이후 영화 제작을 위한 재원마련의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영화관련 시장 역시 미국의 경우 50% 이상인 DVD 관련 매출이 국내에서는 불법복제와 비디오시장 침체로 2003년 2.5%에 그쳤고, 극장상영 비중이 70%를 차지하는 후진적 구조라는 지적이다.

또한 한국영화 점유율이 50%를 넘어서며 제기된 스크린쿼터 축소 움직임과 CJ, 쇼박스, 롯데시네마 등 대기업의 제작·투자·배급·극장 독점화에 따른 획일적인 상업영화 제작도 한국영화의 경쟁력을 해치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다양한 변화가 살 길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영화인들은 한계에 달한 국내시장을 넘어 한국영화 발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출시장 개척이 필수조건이라고 제시했다. 해외 공동제작 및 해외자본 유치를 통해 문화적 친밀성이 높은 중국, 일본, 동남아 시장의 개척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한류’ 역시 배우 한 두명에 의존한 단기적인 현상 대신 작품 중심의 장기적 한류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정부 지원을 위해 영화계에서는 먼저 2005년 영상관련 투자 조합이 해산된 후 정부가 재결성에 주도적 역할을 맡아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3백억원 규모의 영상펀드 5개를 결성해 향후 5년간 한국영화 제작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화산업특별법 등의 제정으로 영화를 벤처업으로 지정해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방법이나,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 및 DVD 불법복제를 막을 수 있는 범정부기구의 출범 역시 영화계가 학수고대하는 대책으로 꼽히고 있다. 

이날 특위 모임에 참석한 정덕구 열린우리당 의원도 “앞으로 문화산업의 소득창출원이 다양해지고 고용흡수력도 제조업보다 많아질 것”이라며 “영화를 단순한 예술의 한 부분이 아니라 중요한 미래 유망산업으로 보고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