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를 찾아내고 길러내는 교육

노동사회

활동가를 찾아내고 길러내는 교육

편집국 0 2,884 2013.05.17 09:19

 


egchoi_01.jpg1989년에 설립되어 1,500여명의 해고자를 배출하며 힘겨운 합법화 투쟁 속에 10년 만에 법적 지위를 인정받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전국 16개의 시도지부를 가지고 있다. 각 지부는 지역 형편에 맞게 초등/중등 혹은 사립/공립의 체계로 지회를 설립하고 각 학교마다 분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글에서 살펴 볼 전교조 서울지부 사립중서부지회(이하 사립중서부지회)는 종로, 서대문, 은평구 등에 있는 사립중고등학교 전교조 조합원들의 조직이다. 총 90개의 학교가 있고, 그 중 60개의 학교에 분회가 있으며, 총 조합원은 720명이다. 분회는 1명으로 구성된 곳부터 50~60명이 있는 곳까지 크기 차이가 심한 편이다. 

사립학교는 명절이나 재단창립자 기일에 무덤에 가서 참배를 해야 하거나 교무회의시간에 발언이 제한되는 등 비민주적인 관행들이 남아있고, 재단마다 특성과 현안이 다르기 때문에 조직화와 조직활동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중에도 모범사례로 뽑히고 있는 곳의 활동은 어떠한지 전교조 사립위원회 김행수 사무국장(전 사립중서부지회 집행위원장)에게 사립중서부지회의 교육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조직활동가 양성을 위한 신입조합원 교육

사립중서부지회는 26명의 간부 중 20명이 30대 초반의 젊은 간부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 중 14명이 신입조합원 교육을 이수했다. 전교조 18년 역사를 생각하면 생각보다 간부층이 젊다. 그 비결은 2000년부터 간부양성을 목적으로 연 1~2차례 시행한 신입조합원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합법화 이전에는 조합원이 100여명 남짓이었으니까 몇몇 간부들로도 운영이 되었지요. 그러다가 합법화되고 조합원이 400~500명으로 갑자기 증가하니까 기초 활동가가 크게 부족했습니다. 이전 방식의 조직운영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이제 활동할 사람들을 만들어내자’라며 교육을 시작했습니다.” 

사립학교에서는 전교조에 가입하는 것 자체가 학교 재단에 ‘찍힌다’. 때문에 각 기수마다 교육 참가자는 15명에서 17명 정도밖에 되지 않고, 열의가 있고 관심 있는 사람들만 참석하게 된다. 이것은 전교조의 조직방식과도 관련이 있는데, 전교조에서는 학교에 신입교사가 오면 처음엔 학교 적응을 도와주고 2~3년쯤 지나야 가입을 권유한다. 그러니 신입조합원이라도 해도 신참 교사가 아니라 ‘알만한’ 사람들이다.

교육 프로그램은 교선부장이 기획을 하고 지회 집행위에서 통과가 되면 분회장들이 조직해 진행된다. 처음 시작할 때는 서울본부를 통해 강사를 초빙하여 진행하였으나 3~4년 지나면서부터는 지회에서 강사를 구성하여 진행하고 있다. 2004년 신입조합원 교육은 일주일에 한번씩 총 5강으로 구성되었으며 강사는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지회 소속 선생님들이다. 주제는 교권(노동법), 학생자치, 통일과 정치, 한국교육진단, 전교조의 역사 등으로 노동조합 관련된 이야기뿐 아니라 학교 현장과 교육, 사회적 영역까지 다양하다. 분회장이 파악한 대상자들에게는 초대장을 보내고, 교육 중에 각 지구(분회의 지역별 모임)에서 격려방문을 한다. 출석일의 과반수를 넘기면 졸업장을 주고 분회원과 지회 집행부가 참여한 가운데 졸업식을 한다. 이렇게 배출된 졸업생들은 지회 간부로, 분회장으로, 분회 간부로 활동하면서 각자의 위치에서 조합 활동을 하고 있다.

나를 바꾸고 교육을 바꾸기 위한 분회방문 교육

사립중서부지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또다른 교육은 분회방문교육이다. 분회 방문교육은 2001년, 2002년 전교조 본부의 사업으로 진행되었고, 각 분회마다 집행간부들이 방문하여 7차 교육과정의 문제와 투쟁의 방향에 대한 선전교육이 실시되었다. 그 이후 일상적 사업계획에 포함되어 집행부의 사업이나 당면투쟁에 대한 지침교육의 방법으로 쓰이고 있다. 

사립 중서부지회는 이 분회 방문교육의 형식을 조금 바꿔서 분회에서 요구하는 교육을 집행하는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몇 개의 분회를 모아서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지회에서 제시하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분회에서 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지회에서 강사진을 꾸려서 교육을 하고 있다. 이 교육은 분회와 조합원의 자발성이 요구되는 것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방과 후에 소속 학교 또는 옆 학교에 모여 필요한 교육을 받는 형식이다. 때문에 조합원에게는 교육기회가 많이 확대되고, 지회 차원에서는 조직력이 강화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런 교육이 자주 진행되면서 학교 현장을 움직이는 효과도 나타난다.

“전교조는 일상활동이 교육이고, 학급소풍 어디로 갈까, 학생 상담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하는 내용이 교육인 조직입니다. 즉 교육사업이 조직사업인거죠. 이런 교육을 받으면 다른 노조보다 우리는 배운 내용을 정해줄 사람이 무지 많아요. 그게 교사의 일이고요”.

전교조는 비합법 단체 10년을 넘어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그 사업을 진행하고 이끌어갈 현장 간부들을 육성하고, 동시에 전교조가 가지고 있는 사회공공성, 교육개혁을 위해 교육 현장을 움직이려 하고 있다. 일진회와 학교폭력, 사교육으로 무너진 공교육의 체계를 잡기 위해, 또 그 속에서 노동자의 자기 자리를 찾기 위해 일하는 조직이 있다는 건 우리 노동운동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힘일 것이다. 그렇다면 일선 단위노조 간부들에게 주는 사립중서부지회의 교훈은 무엇일까? 신입조합원 교육평가에 쓰여 있는 것 그대로일 것이다.

조직이 필요한 사람은 그런 사람을 필요로 하는 조직이 찾아내고 만들어 가야 한다. 활동가 한 명이 우리 운동에 얼마나 소중한지 안다면 그만큼 그런 사람을 만들기 위해서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 이들의 성장이 전교조의 미래이고, 전교조의 발전이라는 생각으로, 활동가는 어디에나 있고 전교조를 사랑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들을 찾아내서 이들을 성장시키는 것을 꼭 우리의 중심 과제로 해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