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꿀 자유마저 앗아간 박정희 - 푸른혼

노동사회

꿈꿀 자유마저 앗아간 박정희 - 푸른혼

편집국 0 3,344 2013.05.17 09:36

 


jspark_01.jpg『어둠의 혼』, 『노을』, 『연』 등 6·25전쟁으로 인한 민족 분단의 비극을 중점적으로 조명해 분단작가로 불리는 김원일씨가 이번에는 인권문제에 눈을 돌려 민청학련의 배후로 지목된 인혁당사건을 다룬 『푸른 혼』이라는 책을 냈다. 

인혁당 희생자들의 소박하고 평범했던 삶들

인혁당 사건은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법학자협회에서 1974년 4월9일을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정할 만큼 대표적 인권말살 사건이며 정치조작사건이다.  

1차 인혁당 사건은 1964년 해방 이후 단절되었던 한일 외교를 정상화하려는 박정희 정권에 대항해 한일회담 반대시위가 격렬했던 시기에 일어났다. 박정희 정권은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비상계엄(6·3사태)을 선포했고, 그 배후조직으로 인혁당(인민혁명당)을 지목한다. 하지만 검찰에 의해 아무런 증거도 없음이 밝혀지면서 실패한 공작으로 끝난다. 

그로부터 10년 후 1974년 2차 인혁당 사건(인혁당재건위사건)이 발생했다. 박정희가 유신헌법을 선포하고 영구집권을 위한 독재정권을 강화하자 학생들의 데모가 전국적으로 거세게 일어났다. 4월7일 ‘민청학련’이란 이름으로 시국선언문을 발표하자 정부는 ‘긴급조치 4호’를 발동하고 민청학련을 주도한 운동권 학생 검거에 나섰고, 민청학련 배후세력으로 또다시 ‘인혁당’이 지목되면서 용공조작사건을 만들게 된다. 날조된 인혁당재건위 사건으로 검거된 지 꼭 1년 뒤인 1975년 4월8일 대법원이 항소를 기각한 지 20시간도 채 못된 9일 새벽, 서울 서대문구치소에서 교수형으로 처형되는 운명이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역사가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책은 여섯 개의 중편소설로 이루어져있다. 각 소설은 인혁당재건위 사건으로 사형판결을 받은 지 20시간만에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서도원, 도예종, 송상진, 우홍선, 하재완, 이수병, 김용원, 여정남 가운데 여섯 명에 관한 글이다. 물론 소설이기 때문에 실명을 쓰지는 않았다. 전체적인 배경은 대구를 중심으로 하고, 형식은 각 인물들의 일대기형식으로 그려진다. 내용은 각 인물들의 소박하고 평범한 삶을 그리고 있지만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반독재가 행해지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완전한 좌익도 아니오, 진정한 혁명가라고도 할 수 없다. 그러기에 이들의 희생은 더욱더 용납될 수 없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7~80년대의 참혹했던 유신정권시대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두 손은 땀으로 젖었고, 읽는 내내 불끈 쥐어지는 두 주먹을 보며 이 모든 내용이 작가의 상상이기를 바랬다. 하지만 책을 다 덮고 난 후 나오는 한숨과 이런 치욕의 날조가 우리 역사 속에 자리잡고 있다는 게 새삼 안타깝고 울분이 가시지 않았다. 

산 정상에 오르는 등산로가 여럿이듯 이 책의 여섯 개의 중편소설들은 억울한 여덟 영혼에 대한 넋을 기림과 동시에 과거사 진상규명이란 목표를 향하고 있다.(김원일 짓고, 이룸 냄. 11,000원)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