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도움될 기사가 필요해요”

노동사회

“실제로 도움될 기사가 필요해요”

편집국 0 2,675 2013.05.17 09:26

수많은 작가와 기자들은 도시의 화려한 불빛 속에 감추어진 처절한 민초들의 삶을 곧잘 글로 풀어내곤한다. 『노동사회』 독자를 만나기 위해 별 다섯개짜리 특급호텔을 찾아가는 기자의 마음속에도 비슷한 소회가 떠올랐다. 저 화려한 성을 사업장으로 하여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삶은 과연 무엇일까?

hsyang_01.jpg막 시작된 봄기운을 느끼며 남산자락 하얏트호텔 정문에서 서성이는 기자를 건장한 체격만큼이나 호탕하게 맞아주는 박기영(전국관광서비스 노동조합연맹 하얏트호텔노동조합 사무장) 독자.

그의 호텔과의 인연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부터 시작된다. 1년여라는 짧은 시간을 일하고 군을 다녀온 후 조선호텔 외식사업부가 운영하던 세종문화회관에 둥지를 틀었다.

“야간대학도 다니고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죠. 그러다 90년대 초반 회사가 사업철수를 결정했고, 직장이 문을 닫게되면서 고용보장은 해주질 않았어요. 그래서 싸웠죠. 그런데 하나둘 떠나기 시작하더군요. 회사측의 회유에 넘어가는 사람도 있고, 다른 곳을 찾아 떠나기도 하고……열심히 싸웠던 만큼 배신감도 크더군요”

조선호텔을 그만두고 우여곡절 끝에 94년 하얏트호텔로 직장을 옮겼고, 전 직장에서의 상처로 인해 그저 조용히 회사 일만 하는 직원으로 살아갈 생각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노동조합 활동을 하던 절친했던 선배가 사직을 하게되면서 거절하지 못하고 2000년 노동조합을 가입하고, 3년여만에 사무장 직책을 맡았다.

“간하고 쓸개는 락커에 두고 나가라”

호텔업계에서는 입사 후 처음으로 고객을 마주하는 직원에게 “간하고 쓸개는 락커에 두고 나가라”는 말을 흔히 한다. 언뜻 특급호텔의 고객들은 교양수준도 특급일거라 생각했더니 딱히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그나마 낮에는 우아하고 조용합니다만 밤에는 술을 판매하다보니 취객들로부터 많은 상처를 받습니다. 시대를 거슬러 봉건시대 하인취급을 하시는 분들도 있고, 심지어 여성노동자들에게 성적모욕감을 주는 것도 다반사지요. 이른바 조폭같은 분들이 와서 소란을 피우기도 하죠. 호텔은 신원확인이 안되면 숙박을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다짜고짜 무조건 방을 내놓으라고 하니 그 분위기가 얼마나 살벌하겠어요.”

또한 인원부족에 따른 산재사고 발생과 노동강도 증가는 호텔업계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천여명의 노동자 가운데 30%정도가 비정규직과 외주용역노동자들이고, 학생실습이라는 명목 하에 단기간으로 일하는 노동자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노동자 평균연령이 40대를 웃돌고, 인사적체가 심해 정규직 신규채용은 거의 없어 임금압박에 의한 구조조정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장에 필요한 『노동사회』가 되길....

상근간부들은 바쁘다. 박기영 독자도 무지하게 바쁘다. 점심도 못먹고 인터뷰를 해야할 정도로……. 하지만 자신의 노력으로 조합원들의 생각이 바뀌고, 노동조합이 변화하고 있음을 감지하기에 신명나게 일할 수 있다. 

호텔 사업장의 특징 중 하나가 동호회가 많다는 점이다. 건장한 체격만큼이나 활동적이고 운동을 좋아해 농구부, 야구부 활동도 열심히 한다. 그리고 멋쩍게 웃으면서 율동패를 하고 있다고 밝히는데 조금은 의아스러웠다. 저 사람이 율동을? 

하지만 하얏트호텔 노동조합 율동패는 다른 단위사업장에 교육을 다닐 정도로 실력이 정평이 나있다. 그 실력의 이면에도 그의 노력이 베어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여유가 없기도 하지만 바빠서 제대로 끝까지 읽진 못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곳을 긁어주는 기사들이 많아 도움은 많이 됩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매시기 단위노동조합들에 필요한 교육프로그램이나 설문조사에 참고할 만한 설문문항 등 실제로 도움이 될 기사들이 실린다면 보다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노동사회』에 바라는 점을 들으며 『노동사회』 존재 이유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700여 회원을 기반으로 발간되는 『노동사회』는 언제나 열려있다. 비단 회원이 아니더라도 노동현장에서 필요한 교육자료나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 어느 때든지 전화기를 들면 어떨까?

  • 제작년도 :
  • 통권 : 제 9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