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속살 들여다보기

노동사회

‘세계화’의 속살 들여다보기

편집국 0 3,077 2013.05.19 01:16

 


book.jpg얼마 전 미국의 어느 경제사학자가 “현재 세계 경제 상황이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과 같이 위험하다”라고 경고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 내용인 즉, ‘안정적인 세계화' 시대를 구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의 세계경제의 특징들이 1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과 흡사하며 폭발적인 붕괴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주장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계화에 대한 경고가 여기저기에서 점차 진지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충고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세계화’를 정말 알고 있는가

『다보스, 포르투 알레그레 그리고 서울』의 문제의식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한다. 이젠 너무나도 익숙한 세계화, 마치 그것을 모두 다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 저자는 조용히 묻는다. 정말로 우리는 세계화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인가?

저자가 보기에 세계화는 야누스의 얼굴을 갖고 있다. ‘다보스’로 상징되는 장밋빛 미래와  ‘포르투 알레그레’로 상징되는 빈곤의 덫으로서의 모습을 둘 다 가지고 있는 세계화.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진실은 저 너머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가운데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양극단의 이해 혹은 오해 속에서, 세계화에 대한 진지한 논의는 과잉이 아니라 여전히 결핍되어 있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현재 논의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세계화의 두 측면을 각각 비추는 경제학들에 대해 설명한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세계화 들여다보기’라는 제목의 1부에서는 제목 그대로 세계화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를 통해 자본주의의 기본 속성으로서 세계화와 구분되는, 1970년대 이후의 세계화의 특성들을 검토한다. 그리고 이어서 자본시장과 상품시장의 개방과 개발도상국들 경제성장과의 관계를 살펴본다. 세계화 지지자들은 시장개방이 개도국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이라고 하지만, 저자의 분석을 따라가 보면 이러한 주장은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증적으로 많은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된다. 

2부 ‘세계화와 그 불만들’에서는 세계화에 대해 제기되는 여러 차원의 불만들을 검토한다. 노동자들 간의 임금격차 확대와 소득분배 악화, 빈곤 심화와 선·후진국 간 격차 확대와 같은 여러 문제와 불만들이 세계화와 어떠한 관련을 가지고 있는지, 다양한 통계자료와 연구들을 바탕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불만들의 타당성과 오해에 대해 차분히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3부 ‘세계화와 한국경제’에서는 한국경제의 역사적 변화를 금융세계화와 관련지어 살펴보고 있다. 특히 ‘발전국가’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1990년대를 거치면서 변화한 한국경제의 특징 그리고 한국경제의 위기를 검토하고 있다.

세계화 논의를 풍성하게 할 텍스트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무엇보다도 풍부한 내용들을 그다지 어렵지 않게 읽어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신문 『프레시안』에 연재되었던 글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어려운 경제학이야기를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 저자와 편집진의 노고 덕택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장점은 지금까지 진행된 다양한 연구들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세계화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 특히 최근의 논의들까지도 종합적으로 검토함으로써 보다 총체적으로 세계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와 함께 다양한 실증적, 계량적 연구들을 통해 세계화의 명암들을 검토했기 때문에 세계화의 두 경제학, 특히 주류 경제학이 가지고 있는 세계화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계량적, 실증적 한계들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그간 세계화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 외국 저자들의 번역물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다양한 논의들을 정리함과 동시에 세계화와 한국 경제의 관계에 대해 저자 나름의 고유한 분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부각된다. 

그래도 조금 아쉬운 점은 있다. 실증적, 계량적 연구들을 중심으로 소개하다 보니 실제 그러한 통계들이 대체 우리들의 삶과 어떻게 관련을 맺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부족한 듯 하다. “세계화라는 사회 변화가 우리의 삶을 실제 어떻게 변화시켰을까”라는 질문은 통계표와 그래프만으로는 설명될 수는 없을 것이다. 비록 양적 연구라는 것이 우리들에게 많은 함의들을 던져 주지만, 그러한 함의들만큼 비어 있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 진행될 세계화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과 논의들 속에서 찾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한국 사회에서 세계화에 대한 논의를 보다 풍성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발걸음으로 평가될 것이다.(이강국 짓고, 후마니타스 냄, 1만3천5백원)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2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