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제124차 노동포럼을 시작하겠습니다. 이번 포럼 주제는 ‘독일 사례를 통해 본 고용노동부 일반해고 지침의 문제점과 피해 사례’입니다.
정부와 경영계가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입법을 시도하고 있지만, 19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구성상 입법은 매우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정부는 입법이 아닌 지침의 형태를 택해 올해 초 ‘공정인사 지침’을 일방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이는 노정관계를 파국으로 모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이며, 올해 노사관계의 가장 큰 현안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사안입니다.
오늘 발표하실 두 분을 소개합니다. 연구소의 황수옥 연구위원과 민주노총의 박은정 정책국장입니다. 먼저 박은정 국장께서 현장의 피해사례를 얘기하고, 이후 독일에서 노동법을 전공한 황수옥 연구위원께서 독일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박은정) 올해 초 민주노총은 일반해고 지침의 위험성을 살펴보기 위해 2001~15년 11월까지 노동위원회가 판정한 해고 등 구제신청 사건 3만 5,335건을 분석하였습니다. 이 중 저성과 해고로 볼 수 있는 내용들을 추려냈는데, 이 판정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올해 진행 중인 사건들은 아직 사건 판정례에 올라오지 않아 제외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월 노동시장 구조개혁 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이에 앞서 2014년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에 ‘2014 규제개혁 종합건의’를 제출했고, 정부는 올해 1월에 ‘공정인사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지침의 내용은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등에 저성과자 해고 요건을 명시하고, 평가를 진행하여 저성과자를 선정하고, 저성과자에 대해서 배치전환이나 교육 등 해고 회피 노력을 기울인 경우 이를 정당한 해고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증가하는 저성과자 해고사건
노동위원회 해고사건 통계와 판정례를 통해 지침이 어떤 효과를 갖는지 살펴보겠습니다. 2001~06년까지 완만하게 증가했던 해고사건 수는 2007~11년 사이에 급증했습니다.
해고사건 가운데 노동위원회에서 사건이 종결된 비율은 96% 정도입니다. 올해 1월 기준으로는 97% 정도고요. 노동위원회 판정결과는 행정법원을 거쳐 부당해고사건 판례로도 축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노동위원회 사건처리 현황과 판정례는 저성과자 해고 지침에서 밝힌 정부 주장이 노동관계법과 판례는 물론, 해고 정당성과 관련해 객관적인 실태를 반영했는지 검증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도입을 공식화한 지난해에는 업무 저성과를 이유로 한 해고사건이 급증했습니다. 판정이 올해로 이월됐거나 집계에 포함되지 않은 사건까지 더할 경우 2015년 저성과자 해고 사례는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노동위원회 사건을 분석하기 위해 사용한 검색어는 저성과 해고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업무능력’, ‘성적부진’, ‘평가’, ‘평가점수’ 등 16가지입니다. 사건을 추출한 결과, 저성과자 해고 사건은 △정규직 저성과자 해고사건, △정리해고, △수습사원 채용을 거절한 사건, △기간제 노동자에 대해 계약 갱신을 거절하거나 무기계약 전환을 거절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 등 크게 4가지로 유형을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정리해고사건의 경우 2002년 대법원 판례(대법 2001다29452) 이후 업무평가로 정리해고 대상자를 선정하는 사례가 줄었습니다만, 이러한 사례는 여전히 확인됩니다. 추출한 정리해고 사례는 업무능력을 중심으로 정리해고 대상을 선정한 것의 정당성을 다룬 사건들입니다.
업무능력 결여 등을 이유로 해고를 포함한 불이익 처분을 한 사건 전체를 볼 때는 정규직 노동자 사건의 비율이 더 높았습니다, 그러나 정직, 감봉 등을 뺀 근로계약의 종료에 해당하는 해고사건만 봤을 때는 정규직이 242건, 비정규직 513건으로 비정규직의 저성과자 해고가 월등히 높게 나타납니다. 비율로 보면 비정규직 사건이 42%, 정규직 사건은 2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사용기간을 제한하지 않는 전문직 비정규직 노동자 중 저성과 해고 사례가 두드러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비정규직에 대한 저성과자 해고가 많은 이유는 정부가 비정규대책 등에서 업무평가를 통해 무기계약전환 대상을 선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게 아니라, ‘업무평가 결과’를 명분삼아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죠.
저성과자 해고 지침이 현장에 미친 효과는?
저성과자 해고 계획이 발표된 이후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저성과 해고사건 중에서 구제를 신청했지만 기각된 사건을 중심으로 보겠습니다. 노동위원회에서 지난 15년 동안 발생한 저성과 해고사건 중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해고가 정당하다고 본 판정례는 11건에 불과합니다. 각 사례들을 판정서에 드러난 특징에 따라 분류할 경우 영업실적이 사업의 목적달성과 직결되는 사례, 사업의 운영에 일정한 책임을 갖는 간부직인 경우, 장기근속자인 경우 등 몇 가지 공통점이 확인됩니다.
2000년 초반에는 업무 실적 부진을 이유로 전보를 여러 차례, 상당히 오랜 기간에 거쳐 진행한 후에 최종적으로 해고한 경우 정당한 해고로 본 사례가 있습니다. 그런데, 2009년 이후에는 정부가 밝힌 대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저성과자 해고를 규정하고 평가를 한 뒤 해고회피 노력을 거쳐 해고한 사례들이 나타납니다. 정부가 발표한 공정인사지침의 절차와 유사한 사건들이지요. 이 사건들의 경우 지난해에만 4건의 구제신청이 기각됐습니다. 정부가 저성과자 해고 도입을 예고한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봅니다.
정부 저성과자 해고지침의 신호가 된 것으로 보이는 사건으로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발생한 사례가 있습니다. 창조컨설팅이 사건을 대리했고, 간부가 아닌 일반직을 대상으로 한 최초 저성과자 해고 판정례입니다. 회사는 취업규칙에 저성과자를 해고할 수 있는 규정을 만들었고, 능력향상을 위한 과정 등 형식적 절차를 거친 후 20년 근무한 노동자를 해고했습니다. 노동위원회는 이를 정당한 해고라고 결론 내렸고, 이 사건은 서울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종결됐습니다.
2010년에는 노동조합의 동의 없이 C-Player(성과부진자) 관리 제도를 도입해 해고한 사례도 있습니다. 판정례에 따르면, 노동위원회는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사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는데, 그 이유는 추상적인 인사규정을 구체화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판단은 현장에 그대로 영향을 미칩니다. 인사규정이나 취업규칙의 해당 내용을 개정하는 방식이 아니라, 역량향상 프로그램 시행과 같은 특정한 계획을 세워서 저성과자를 선정한 사례들도 발견됩니다. 2010년 한 안전공단에서는 25년 근무한 간부직원을 두 차례에 걸쳐 C-Player 대상으로 선정한 뒤, 보직대기 중 다른 업무에 배치한 뒤에 업무 성과가 낮다는 이유로 해고했습니다.
마지막 사례는 노동위원회가 대부분 부당하다고 인정한 사건들입니다. 노동위원회는 취업규칙 변경절차가 부당하다고 판단한 경우 취업규칙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은 채 부당해고로 봅니다. 최근 취업규칙의 한 부분인 인사규정을 변경하는 사실상 취업규칙을 불이익 변경하는 사례가 많은데, 민주노총 소속 사업장에서도 이런 상황이 왕왕 발생하고 있습니다.
부당해고 없는 일터 위한 민주노총의 대안
오늘 고용노동부가 ‘2016년도 임금·단체교섭 지도방향’을 발표했습니다. ‘취업규칙 지침’ 및 ‘공정인사 지침’ 등 2대 지침의 적용을 위한 지도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는데,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의도가 전적으로 반영되는 상황이 발생할 겁니다. 실제 창조컨설팅이 대신증권에 저성과자 프로그램을 지원한 사례가 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인사조치와 관련해 단계별 성과에 따라 당연 퇴직이 가능하도록 명시할 것을 주문합니다. 당연 퇴직은 취업규칙 상 징계위원회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인사위원회를 통해서 해고를 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노동조합이 없는 노동자들은 소명이나 이의제기를 할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어 더욱 우려스럽습니다.
민주노총은 지침의 철회, 무효화를 주장하는 한편, 부당해고 없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대안으로 △학대해고, ‘일터 괴롭힘’ 방지 입법, △취업규칙 제·개정 시 노동자 동의 조항 등 근기법 개정, △행정지침 시정요구 등에 관한 국회법 개정, △정리해고 요건강화 근기법 개정 등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노동위원회가 정부 정책에 따라 해고 판정기준을 달리하는 일이 없도록 노동위원회의 독립성 보장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정부 출신이나 노동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람을 노동위원회 공익위원으로 위촉하는 것을 제한하는 등 관련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 할 것입니다.
황수옥: 저는 우리나라의 해고제도에 대해 법리적으로 설명하고, 독일의 변경해고제도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지난 1월 말 고용노동부가 공정인사 지침을 발표했는데, 대체로 노동법계에서는 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동부가 말하는 업무 능력 부족과 관련한 저성과자 해고는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비위행위와 같은 징계해고 사유로 다뤄왔을 뿐, 판례에서는 업무 성과가 저조하다는 이유만으로는 해고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노동자의 직무수행능력 부족 여부를 판단하는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직접 제시한 대법원의 판례는 없습니다. 법원은 원칙적으로 인사고과 결과만으로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한지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부가 제시한 일반해고 지침이 현장에 도입될 경우 매우 혼란스러울 것이고,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조치가 취해질 겁니다. 일반해고 지침은 법리상으로 맞지 않지만 현장에서는 지침에 따라 해고를 강행할 것이고, 이 문제가 재판까지 갔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아울러 최근 경영계에서 일반해고와 관련해 독일의 변경해고제도 도입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는데, 국내에는 다소 생소한 제도이기 때문에 뒤에서 자세히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 해고제도: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는 불가
우리나라는 원칙적으로 해고를 엄격히 제한합니다. 해고는 경제적·사회적으로 약자의 지위에 있는 노동자에게 직장상실의 위험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리상으로 해고는 징계의 의미가 컸습니다.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의 금지, 정리해고의 제한, 해고 시기의 제한, 해고절차의 제한 등을 통해 사용자의 해고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근기법 제23조를 보면,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지 못한다”고 나옵니다. 이게 해고에 대한 조항 전부입니다. 현재 통상해고, 징계해고 등에 대한 논란이 있는데, 근기법 상의 해고는 명확하게 정립된 것이 아니라 추상적입니다. 지금까지 해고에 관한 규제는 학설, 판례를 통해 구체화되었으며, 판례에서도 정확하게 해고의 개념에 대해 언급하지 않습니다. 다만 누적된 판례를 보면,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판례에 따라 해고는 일반적으로 사용자 측 사정에 따른 해고인 정리해고와 근로자 측 사정에 따른 해고로 나뉩니다. 사용자 측 사정에 의한 것은 정리해고를 의미하고, 근로자 측 사정에 따른 해고는 징계해고와 이번에 노동부가 발표한 통상해고(일반해고)로 나뉩니다. 통상해고는 불법이라고 할 수 없으며, 독일에서도 이를 인정하고 해고의 범위 안에 포함시키지만 우리나라는 여태까지 판례상으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근로자의 책임 있는 사유 없이 대개 장애가 발생하거나 질병, 사고로 인해 기존 업무를 지속할 수 없을 때 통상해고라는 표현을 썼죠. 여태까지 우리나라는 징계해고와 정리해고 이 두 가지 해고만을 법리상으로 인정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통상해고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공백상태나 다름없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해고에 이르기까지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이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객관적으로 불량한 정도에 이른 이유를 의미합니다. 기업이 해고를 판단하는 것은 기업의 관점이 아닌 사회의 관점으로, 독일과 프랑스가 이런 정당 해고의 원칙을 갖고 있습니다.
독일 해고제도: 중요한 역할 하는 노동자평의회
독일은 민법과 해고제한법에서 해고제도를 규정합니다. 독일도 정당 해고의 원칙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정당성을 판단하고 해고제한법에서 구제 절차를 규정합니다. 그런데 독일은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법률에 의해서뿐만 아니라, 노동자평의회를 통해 사용자를 통제합니다. 해고제한법에 따르면 동일한 사업장 또는 기업에서 6개월 이상 일한 모든 노동자들은 해고제한법의 대상이 됩니다. 수습, 파트타이머도 해고 제한법의 대상이 되며, 이는 노동자평의회, 단체협약에 있어서도 보호의 대상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독일도 해고를 근로자 일신상의 사유, 행태상의 사유, 또는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 등 세 가지로 나누는데 앞서 살펴본 통상해고, 징계해고, 정리해고의 개념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통상해고는 신체적·정신적 능력의 결여, 질병, 장기 징역형 등이 해당되며, 행태상의 사유는 징계해고의 개념으로 업무 기밀 위반, 무단결근, 마약 복용, 음주 출근, 동료 폭행 등과 같은 근로관계와 관련된 범죄행위 등이 해당합니다.
독일은 해고에 있어서 연령, 근속, 장애여부 등 사회적 관점을 중요하게 고려합니다. 또한 해고에 관해서는 단체협약보다 사업장평의회법에 의한 노동자평의회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노동자평의회는 사업장평의회법 제1조에 의해 상시 5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설치할 수 있습니다. 노동자평의회 설치는 의무가 아니지만 사용자는 노동자가 이를 요구했을 경우 거부할 수 없습니다. 또한 해당 사업장 내 노동자들은 모두 노동자평의회에 소속되고, 관련한 모든 비용은 사용자가 지불합니다. 노동자평의회는 경영 참가권, 청취권 등 여러 가지 권리를 가지며, 해고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업장평의회법 제102조에 따라 사용자는 모든 해고에 있어서 해당 노동자에게 해고통보를 하기 전에 노동자평의회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협의하며 노동자평의회의 의견을 들어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사용자는 노동자평의회의 의사와 관계 없이 해고를 할 수는 있지만, 이런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그 해고는 무효가 됩니다.
저성과 해고 전제인 ‘사회적 정당성·저성과 입증’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저성과만을 해고 사유로 보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에 대한 판례도 상당히 적고요. 우리나라의 해고는 징계의 의미가 큰데, 독일은 근로계약의 해지라는 의미가 큽니다.
또한 저성과자를 해고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정당성을 가져야 하고, 저성과 자체가 입증되어야 합니다. 보통 양적으로 측정가능한 성과에 대해서는 특정 근로자의 성과가 비교 가능한 근로자 평균 성과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 저성과자로 인정하고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 경우 해고사유로 인정됩니다. 그런데 양적 평가는 통계상 신뢰할 수 있는 확인 과정이 필요하거나, 개별적 표본조사는 업무와 관련된 성과의 변동을 포괄하지 못하는 한 성과의 조사방법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질적 평가는 구체적 평가 기준 없이 각 직무상 요구되는 사항에 따라 다르게 판단합니다.
그리고 저성과로 인한 해고는 더 이상 계약을 존속시킬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경우에 가능합니다. 독일에서는 양적 저성과자의 경우 보수의 감액 또는 다른 직무로의 배치전환이 필요하다고 보는 경우가 있는데, 이와 관련한 제도가 변경해고제도입니다.
근로조건 변경이 목적인 변경해고제도
독일은 저성과자를 바로 해고하지 않고, 변경해고제도를 통해서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속적으로 변경해고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데, 경총은 이 제도를 성과가 저조한 사람의 임금을 삭감하거나 자유롭게 배치 전환하는 것으로만 이해하는 듯합니다. 일반적으로 독일에서 변경해고제도의 절차는 일반해고보다 더 복잡합니다. 그런데 제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경총은 이를 단순화시켜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만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변경해고제도는 해고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근로조건의 변경을 목적으로 합니다. 따라서 사용자는 근로관계 종료의 의사표시를 하고 이와 더불어 노동자에게 변경된 근로조건으로 근로관계를 지속할 것을 제안합니다. 예를 들어 저성과 문제가 해고사유가 될 정도로 심각할 때 해당 노동자에게 해고 혹은 다른 업무로의 전환배치, 연봉 삭감을 동시에 제안합니다. 경총은 이 제도의 목적이 해고라는 학설이 있으므로, 해고제도의 하나라고 주장하는데 실질적인 목적은 근로조건의 변경입니다.
독일의 해고제한법 제2조에서는 이 제도와 관련해 근로조건의 변경을 먼저 제안하고 노동자가 이를 거부한 후에 해고통보를 하는 것은 변경해고가 아닌 일반적인 해고에 해당한다고 규정합니다. 따라서 사용자는 근로조건 변경 제안과 해고 통지를 동시에 전달해야 합니다. 또한 사용자가 제안하는 변경된 근로조건은 노동자가 ‘예’, ‘아니오’로만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연봉이 삭감된다면 얼마나 줄어드는지, 어떤 직무에 어떻게 갈 것인지를 명확히 밝혀야 하고 노동자에게 여러 가지 대안을 선택하게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또한 제안하는 변경된 근로조건은 법률에 위반되지 않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단협상 35시간인 주당 근로시간을 임금보전 없이 38시간으로 연장시키기 위한 변경해고는 효력이 없습니다.
변경해고의 3가지 종류
변경해고의 종류는 근로자 일신상의 사유에 의한 변경해고, 근로자 행태상 사유에 의한 변경해고,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로 인한 변경해고 등으로 나뉩니다. 이 중 행태상 사유에 의한 변경해고는 그 의미가 징계해고와 같습니다. 또한 정당성 판단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해고에 대한 원칙들을 적용하지만, 노동자가 수용 가능한 다른 일자리를 제공한다면 변경해고의 사유로 인정됩니다. 그러나 근로시간 변경, 근로장소 변경, 업무 종류 변경 등은 굉장히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일반 해고사유와 같은 수준의 사유가 필요합니다. 다만 자회사 입사 등 경영상 편입에 대한 변경은 다소 낮은 수준의 사유가 있어도 가능합니다.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와 관련해 독일에서는 변경해고제도를 정리해고 이전 단계로 활용하고, 대개 정리해고의 회피 수단으로 씁니다. 연방노동법원은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와 마찬가지로 변경해고에 있어서도 사업 내·외부적 원인에 따라 기존 조건에 따른 근로자 고용이 지속될 수 없는 경우를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로 인정합니다.
변경해고제도의 핵심인 ‘조건부 수락’
변경해고와 관련해 노동자는 3가지 방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무조건적인 수락입니다. 사용자가 제안한 근로조건 변경을 조건 없이 받아들일 경우에 변경된 근로조건으로 근로관계가 지속됩니다. 두 번째, 조건부 수락입니다. 노동자가 변경된 근로조건 제안을 받고 거부하기 이전에 이 변경된 조건이 사회적 정당성을 갖는지 법원에 판단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이 경우 근로계약이 종료되지 않은 상태로, 노동자가 제안을 받고 3주 이내에 소송을 걸면 해고는 이뤄지지 않고 일단 변경된 근로조건의 제안이 사회적 정당성을 갖는지에 관해서만 논의합니다. 만약 법원이 변경 조건이 사회적으로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기존 근로조건대로 일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정당하다면 노동자는 변경된 조건으로 근로관계를 유지하게 됩니다. 변경해고제도의 핵심은 바로 이 조건부 수락으로, 노동자를 실직의 위험에서 보호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조건부 수락이 가능하지 않으면 노동자는 무조건 변경된 근로조건을 받아들이거나 해고를 당해야 합니다. 그 다음 해고무효 확인소송 등을 통해 노동자에게는 다시 한 번 선택의 여지가 주어집니다.
노동자평의회 통한 해고의 이중 장치
변경해고에서는 근로조건의 변경이 사회적으로 정당한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회적 정당성은 사용자 의도대로 해고가 기업에 이익이 되느냐 여부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사회적으로 정당한지를 봅니다. 사회적 정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은 최후수단의 원칙, 해고의 정당성 판단 기준,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 근로자가 새로운 조건을 마땅히 받아들여야 하는지 여부, 고용 중단의 필요성 여부 등입니다.
또한 변경해고도 일반해고와 마찬가지로 노동자평의회를 거치게 됩니다. 사용자는 노동자에게 변경해고 통보를 하기 전에 노동자평의회에 변경해고와 관련한 사실을 통지해야 하고, 노동자평의회의 의견을 청취해야 합니다. 이를 위반한 변경은 무효입니다. 노동자평의회는 청취 절차를 거친 뒤 변경해고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며, 인사조치에 대한 공동결정권을 갖고 있기에 노동자평의회의 공동결정권 행사를 무시한 인사조치 역시 무효입니다. 즉 사용자는 노동자평의회 제도를 통해 해고에 있어 강한 제약을 받는 것입니다.
사용자 아닌 노동자에게 유리한 변경해고제도
우리나라와 독일 모두 해고와 관련해 엄격한 법적 기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독일의 변경해고제도는 원칙상 해고제한법 상 해고의 한 종류로 취급되나, 그 목적은 해고가 아니라 근로조건을 변경시키는 데 있습니다. 변경해고는 사용자가 기존의 근로조건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시키려는 경우에 법적 수단으로 이용됩니다. 또한 노동자가 사회적 정당성을 판단하는 데 있어 조건부 수락이라는 노동자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독일에서 변경해고는 해고와 근로조건의 변경이라는 두 부분이 모두 적법하고 유효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제로 매우 까다로운 절차입니다. 그래서 연방노동법원의 해고사건 중 변경해고와 관련한 사안은 상대적으로 판례가 매우 적은 것입니다. 또한 변경해고제도는 기업이 집단 정리해고를 하기 전에 이를 피할 수 있는 방안으로 사용가능합니다.
이처럼 독일에서는 변경해고 절차가 매우 까다로운데, 우리나라는 노동자평의회와 같은 장치가 없는 탓에 근로조건 변경을 쉽게 하고, 정리해고에 대한 사회적 지탄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발표를 마치겠습니다.
질의응답
참여자) 황수옥 연구위원의 발제문에 사업장평의회와 관련해 노동자평의회, 작업장평의회 등 다양한 표현이 나오는데, 같은 기구를 의미하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또한 독일에 사업장평의회 법이 있는데, 실제로도 사업장평의회를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는지요.
황수옥) 법적 명칭은 사업장평의회입니다. 사업장평의회를 종업원평의회, 노동자평의회 등 여러 가지 명칭으로 사용하는 것일 뿐 의미는 같습니다. 사업장평의회가 국내에 처음 소개될 때 법학자들이 함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에 다양한 표현들이 쓰이고 있는 겁니다.
아울러 독일은 산별노조체제로 기업별노조가 없습니다. 따라서 사업장 내부의 일을 규정하는 것은 사업장평의회로써 번역을 할 때는 사업장평의회라는 명칭을 씁니다. 노동자들만 가입할 수 있기에 그 단체를 노동자평의회라고 지칭하는 것이죠. 정리하자면 사업장평의회 법이 있고 그 법에 의해 모인 사람들을 노동자평의회라고 부르는 겁니다.
참여자) 사업장평의회는 어떻게 구성되는지 궁금합니다.
황수옥) 우선 법률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사업장평의회 법이 있고 이 법에 따라 기구가 설치되면, 해당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의사를 묻지 않고 사업장평의회의 구성원이 됩니다. 그리고 평의회 내부에서 의장을 선출하거나 대의원대회를 엽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모든 비용은 사용자가 지불하고, 정리해고나 사업장을 옮기는 문제들은 사업장평의회의 동의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사용자는 해고에 대한 동의부터 해고의 청취권, 기업의 영업 상황을 사업장평의회에 보고하는 의무가 있기도 합니다. 이처럼 사업장평의회는 사용자의 경영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의미로 존재합니다.
참여자) 사업장평의회가 변경해고의 상황에 있는 노동자를 보호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근로조건 저하의 문제가 발생하면, 사업장평의회보다는 노조에 문의할 것 같거든요.
황수옥) 노조와 사업장평의회가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독일의 노조 조직률은 20% 정도이고, 산별노조체제입니다. 반면 사업장평의회는 해당 사업장 내 모든 노동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합니다. 이 노동자평의회의 활동가들은 대부분 노조 조합원들입니다. 이들이 노동자평의회에서 기업 내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법적으로, 단체협약으로도 조합원을 보호할 수 있지만 노동자평의회를 통한 구제가 가장 쉽고 빠르기 때문에 사업장평의회가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참여자) 통상해고에 관해 실질적으로 공백상태라고 쓰셨는데 사실상 통상해고는 없는 것인지요. 법적 공백상태라 함은 실체는 있는데 법률적 규정이 없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황수옥) 우리나라의 해고제도는 근로기준법 제23, 24조에 있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제한” 이 두 가지 규정이 전부입니다. 따라서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어떤 판례를 적용하는지가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정리해고의 개념이 생기기 전에는 원칙적으로 해고의 의미는 징계라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노동자가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해고는 불가하고, 그 해고는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판단을 해온 것입니다. 그렇기에 통상해고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성과가 저조했는지 여부와 함께 근무지 이탈, 무단결근 등 여러 가지 징계사유와 결합해 통상해고를 판단했습니다. 저성과만을 이유로 해고를 판단하지는 않은 거죠. 왜냐하면 징계사유가 명백하면 그걸로 해고하는 게 법적으로 가장 명백하니까요. 다시 말해 고용노동부가 주장하는 저성과만을 이유로 해고하는 것은 여태 판례, 학설이 없다는 것이 노동법 전공자들의 입장입니다.
참여자) 독일 사례에서 보듯 사업장평의회를 통한 경영참여 제도를 통해 해고문제에 개입하는 방안이 가능한데, 혹시 민주노총에서도 노사협의회 등을 통한 참여방안을 고민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박은정) 정부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를 추진하면서 노조의 개입을 배제하려고 하는데, 노조조직률은 몇 년째 10%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노사 간 힘의 불균형이 심각합니다. 노조조직률이 높은 공공기관의 경우도 취업규칙을 보면 인사규정, 상벌규정, 복무규정, 평가세칙, 평가 세칙 등 인사와 관련한 사항들을 세분화해서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취업규칙에 담아둡니다. 즉 인사문제에 있어서 노조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죠. 노조가 있는 사업장에서도 노동자의 영향력을 차단하려고 하는데, 노조보다 더 규제력이 약한 노사협의회 등을 통한 경영참여는 다분히 사용자의 뜻을 관철하는 형식적 절차로 흐를 우려가 큽니다. 민주노총은 이를 우려하는 것이고 따라서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통한 규율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마무리 발언
박은정) 일반해고 지침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응방안은 지침 무력화입니다. 그래서 국가인권위원회에 정부 지침의 위법성을 조사하고 시정을 권고하라는 진정을 넣은 상태이며, 입법 대응도 하고 있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사용자들이 그간 사업장 안에서 노동조합이 일정하게 개입하고 제한할 수 있었던 영역에서조차 노동자들을 밀어내고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민주노총은 정부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강행하는 사업장 단위 노동개악을 막아낼 수 있는 영향력, 즉 조직력을 갖추는 데 온 힘을 기울여 갈 것입니다. 정부 불법지침은 민주노총 사업장뿐만 아니라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와 직결됩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황수옥) 일반해고 지침은 법리적 차원에서 보면 그 자체로 말도 안 되고, 노동법의 원리를 따른 것이 아니라 민법의 원리로 설명하는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로 재판에 가면, 무조건 사용자가 질 겁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왜 일반해고 지침을 발표했는지 따져 보면, 법리와 상관없이 현장에 미치는 파급이 상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법원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판단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변경해고제도 도입을 시도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변경해고제도를 소개함으로써 정보를 공유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자) 정부와 경영계의 ‘쉬운 해고’ 시도에 노동계도 법이면 법, 관행이면 관행 등 총망라한 대응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것으로 제124차 노동포럼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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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2016년 3월 23일 오후4시
○ 장소: 국민서관빌딩 RAUM 교육장
○ 사회: 정경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객원연구위원
○ 발제: 황수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박은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장
○ 주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 후원: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 한국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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