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ICT제조업
전통 제조업(중화학 장치산업)이 ICT융합 제조업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ICT제조업 내에서도 업종에 따라 수익성에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에서 성장세가 정체되고 있다. 과거 신성장동력이었던 스마트폰은 이제 범용상품이 된 지 오래이다. 삼성의 스마트폰 세계시장 점유율은 22%지만 이익 점유율은 16%로 애플(84%)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고가폰 시장은 애플이 차지하고, 저가폰시장도 샤오미 등 중국업체에 밀리면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2015년부터 삼성전자는 사업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한화, 롯데와의 빅딜(Big Deal)을 통해서 방위산업과 화학업체 7개사를 매각하고 5조 원의 자금을 확보했으며, 앞으로도 중화학 장치산업(조선, 건설, 엔지니어링 등)을 줄이고 스마트폰의 뒤를 이을 웨어러블기기(몸에 착용할 수 있는 IT기기)와 함께 자동차부품, 바이오, 스마트 결제 등을 주력산업으로 선정했다. 나아가 스마트 공장, O2O(on-line to off-line) 사업 등 ICT를 활용한 공정 및 제품 혁신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2) 자동차 산업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산업의 중심축은 신흥시장으로 이동하였다. 생산과 판매에서 중국이 세계시장 1위에 등극하고 2015년 신흥시장 판매 비중이 58%를 초과하였다. 기술면에서는 동력의 전기화, 부품의 전장(전기장치)화, 소재의 경량화, 운전의 무인화가 진행되고 있다. 향후 5년 내 자동차부품의 50% 이상이 전장품(전기장치부품)으로 바뀔 것으로 추정되며, 정보통신기술의 확대로 충돌방지, 인포테인먼트(위성 내비게이션, 터치스크린 등) 기능이 기본으로 장착될 것이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됨에 따라 완성차업계, 정유업계, IT 및 전력업계 등은 충전 인프라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소재도 강철에서 특수 마그네슘, 강화 플라스틱, 탄소섬유로 전환되고 있고, 구글, 애플 등 정보통신업체가 완성차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자동차산업은 기존 휘발유차의 엔진, 변속기, 소음기 등 부품 비중이 감소하고 소재의 변화로 도장공장, 열처리 공정 등이 축소될 것이며 기계장치에서 전장부품, ICT제품 등으로 수요가 변화할 것이다.
3. 구조조정 전망
정부는 장기불황의 위기를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극복하려고 한다. 창조경제, 제조업 3.0 등에서 강조하는 바와 같이 구조조정의 큰 방향은 중후장대 장치산업에서 ICT제조업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의 산업재편이며,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것이다. 선제적 구조조정은 곧 비용절감(정규직 감원, 파견 확대, 실질임금 삭감)을 동반하는 전통적인 이윤주도성장에 기반하고 있다.
자본은 과거 국책은행들이 부실기업(C, D등급)에 대해 자율협약, 워크아웃, 법정관리로 구조조정을 주도하였으나, 이는 사후개입으로 좀비기업이 생존하여 은행부실을 키우고 국민경제에 피해를 주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자본은 대안으로 민간 구조조정 전문가들이 주도하는 인수합병(M&A)시장, 사모펀드시장, 기업인수목적회사를 활성화시켜 시장자율로 정상기업(A, B등급)까지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고 주장하였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구조조정 절차를 간소화하고 기업에 세제혜택, 금융지원을 할 수 있는「기업활력제고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빈번한 구조조정은 소수 재벌과 외국자본의 독점을 심화시킬 것이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퇴출될 것이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일본은「원샷법」, 독일은「인더스트리 4.0(Industry 4.0)」, 미국은 「경제회복과 재투자법(ARRA)」 등을 시행하였으나, 동시에 산업재편 및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과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하였다.
일본은 원샷법 24조에 사업재편 계획의 필수조항으로 “종업원 지위를 부당하게 해하지 않을 것”을 원칙으로 “노조와 충분한 협의”, “고용안정의 충분한 배려”가 있어야만 구조조정이 승인된다. 또 「회사분할에 따른 노동계약의 승계법」을 제정하여 회사 분할 시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일자리 배치를 결정하도록 한다. 그리고 법원은 헌법의 근로권을 고려하여 해고남용을 금지한다.
독일은 ICT 융합 및 스마트공장 등으로 산업을 재편함과 동시에 장관, 사용자단체, 산별노조가 참가하는 산업의 미래(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여 파트너적 관계로 재훈련, 재취업, 고용보호 문제를 다루고 있다.
미국도 ARRA라는 특별법을 제정하여 2009년 2월부터 2년간 8,400억 달러의 특별예산지출을 결정하고 일자리 보전과 창출을 위한 각종 경제정책을 1순위로 시행한 바 있다.
중국의 경우도 고도성장을 늦추고 최저임금 인상 등 양극화 해소로 지속가능한 발전, 6.5% 중속 성장으로 경제정책을 수정하였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선제적 구조조정 또는 제조업 3.0 정책을 시행하면서 고용보호에 관한 고려는 거의 없으며, 당사자인 노동조합의 참여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 고용보호는커녕 구조조정이 남발될 정세 속에서 오히려 저성과자 일반해고를 실시하였고, 뿌리산업의 파견허용 등 개악법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이는 노동자를 경제위기 극복의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발상에서 나올 수 있는 정책이다.
4. 제조업 발전 방안
한국 제조업이 현재의 과잉공급, 새로운 수요 창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정책의 근본적 수정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수출의존성장, 글로벌 가치사슬에 대한 과도한 의존으로 고용과 국내 부가가치가 감소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1) 이윤주도성장에서 소득주도성장으로 패러다임 전환
이윤주도성장은 한국에서 수출의존성장과 부채기반성장으로 표출된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결과적으로 경제위기를 초래하였기에 내수기반, 소득주도성장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비정규직,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의 소득 증대를 통해 소비를 늘리고, 노동자들의 실질임금 상승과 고용안정을 보장해야 한다.
2)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고용창출, 노동의 질 제고
850만 명이 넘는 비정규직의 장시간노동으로 인한 고용불안, 생산성 저하를 ‘상시고용 정규직화’로 해소해야 한다. 주 52시간 법정노동시간만 준수해도 109만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자동화시대 숙련 개념을 ‘종합적인 업무 지식’, ‘문제발생 시 해결능력’으로 확대하여 엔지니어와 기계 중심 생산체제에서 작업자의 주도성을 높이는 생산체제로 전환하여 고부가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3) 재벌위주 산업구조의 개혁
대기업-중소기업, 최종재-부품소재, 수출-내수, 제조업-서비스업 사이의 불균형과 불평등을 재벌개혁과 산업구조개편을 통해서 개선하고, 국내 고용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균형 있는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의 재벌은 환율조정(국민세금으로 수출대기업을 위한 외국환평형기금 유지), 조세감면과 함께 순환출자, 불공정거래, 규제 해소 등 정부의 온갖 특혜를 받으면서 성장하였다. 그러나 글로벌 다국적기업이 된 삼성은 전체 핸드폰 중 94%를 해외에서 생산하고, 반도체 국산화율은 36%에 불과하며 외국인 지분율은 51%나 된다. 게다가 납품업체 지배력 남용, 골목상권 장악, 간접고용 비정규직 확대로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삼성의 이윤이 상승해도 국내 고용증가, 납품업체 상생, 소비자 후생 등이 동반되지 않으므로 국민경제가 성장하지 않는다. 현대자동차의 경우도 비슷하게 고용창출과 이해관계자 동반성장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제조업 발전을 위해서는 글로벌 소싱, 원하청 납품구조, 고용구조, 외국인 과다배당 등 재벌중심 산업구조의 전반적 개편이 요구된다.
4) 산업 내 총고용 보장
ICT융합, 소프트웨어, 서비스부문이 확대되는 추세다. 이러한 산업재편과 관련해 융합제조업으로 산업 영역을 넓히고 ‘산업 내 총고용’ 보장을 요구해야 한다.
먼저 생산직뿐만 아니라 정보통신, 연구개발, 부품조달, 물류, 판매, 정비, 고객관리 등의 영역을 제조업으로 포괄하고 노동자들을 노동조합으로 조직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영업 흑자기업의 유동성 위기는 정책금융으로 지원하며, 전통 제조업의 재편에 따른 고용문제는 산업 내에서 노정 협의틀을 마련하고 기업 내에서는 노사가 합의하여 시행해야 한다. 또한 만성 적자기업의 퇴출 시 산업 차원에서 실권을 갖는 사회적 기구를 마련하고 노조의 참가 아래 노동자 재교육, 재취업, 실업보호, 생계보장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