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와 결합하는 노동운동을 위한 시론

노동사회

지역사회와 결합하는 노동운동을 위한 시론

편집국 0 3,492 2013.05.19 02:02

 

21세기 들어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Coporate Social Responsibility) 못지 않게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 노동조합운동의 입장에서도 이러한 필요는 실제적이다. 우선 당장, 아무리 내부 결속력이 높아도 지역과 긴밀히 결합하지 않은 투쟁은 성공을 거두기 어려워졌다. 예를 들어 2004년 LG칼텍스(현 GS칼텍스) 노동조합은 비정규직들에 대한 차별적 처우들을 시정할 것과 대형 공해유발 사업장으로서 지역사회발전기금을 설치할 것, 주 5일제 시행시 신규인력채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통한 청년실업해소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전개했지만, “노동귀족의 배부른 파업”으로 매도되었고 일방적인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노동운동은 언제나 자본과 보수언론의 공세에 맞서 싸워 왔지만, 투쟁시기에만 반짝하는 ‘언론플레이’로는 이러한 공세를 이기기 어렵다. 일상적 시기에 노동조합운동의 사회적 의의와 문제의식을 확산시키고 사업을 전개하여 노동운동의 든든한 우군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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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사회 발전기금' 을 포함한 요구조건을 내세웠던 옛 LG정유노조의 2004년 파업은 왜 지역주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을까? ]

노동조합운동, 든든한 우군이 필요하다

대기업 노동조합이 지역사회의 산업발전 역량을 강화하는 산업입지 전략을 사용자의 사회적 책임 활동과 함께 강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시되고 있다. 지역사회 여론으로부터 점점 고립되고 있는 노동운동의 사회적 정당성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대기업의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활동, 즉 사회복지시설의 공동이용, 직업훈련 및 교육시설의 공유, 지역노동시장제도의 공동개발은 물론, 하청 및 협력업체, 비정규직에 대한 노조의 책임있는 태도와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상호, 2005)

이와 접근 방향이 좀 다르긴 하지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의 민주노동당에서도 지역조직 개편 논의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민주노동당의 지역조직들이 지역 시민사회 내에 아무런 확고한 조직적 토대 없이 보수정당들과 경쟁한다는 게 순전히 선거 상의 성과 측면에서만 보더라도 한계가 뻔하다는 문제의식이 하나요, 당 조직이 인적 자원과 물리적 자원을 활용하여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지역 전진기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또 하나다. 

한편 생활임금, 고용정책, 산업정책, 대중교통 등 지방자치체의 정책과 행정이 노동자의 삶이나 노동운동에 직접 영향을 주는 가능성과 여지가 증대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지방자치제도가 성숙하고, 노동운동 출신의 인사들이 지방의회와 지자체에 진출하면서 이러한 측면에 대한 활용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한 요구가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노동조합의 인식은 매우 미흡하며 대응전략도 거의 부재한 상황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2004년 민주노총 일부 산별연맹의 사회연대기금 요구, 과기노조의 대전지역 주민사업, 보건의료노조의 공공병원 확대 요구, 지하철노조와 철도노조의 안전 요원 확충 요구, 공무원노조의 부패감시 활동 선언 등에서 노동조합운동이 지역 이슈와 결합하는 실천의 단초가 발견되고 있다. 최근 울산 현대자동차노조에서 만들어진 노동조합운동혁신실천단도 ‘지역사회 노동계급 연대 프로그램’ 준비를 사업 내용 중 하나로 설정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연구소에서도 지역사회와 노동운동 개입전략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물론 ‘지역사회’라는 개념도 연구의 목적에 맞도록 특정할 필요가 있고, 노동운동의 관여나 개입 수준의 스펙트럼도 매우 넓기 때문에 모든 것을 지금 진행하는 연구에서 모두 다룰 수는 없다. 이 글에서는 그 골격을 미리 간단히 정리해 보이고자 한다.

지역사회는 노동조합운동에게 무엇인가

‘지역사회’는 지리적으로 특정 지역, 그리고 이 지역을 기반으로 형성된 인간들의 공동체를 통칭하는 말이다. 지역사회는 사람들이 단순히 거주하는 곳이 아니라 서로의 생활과 행동을 나누면서 살아가는 공동체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역사회가 노동자, 또는 노동조합운동에게 갖는 특수한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21세기의 노동과 지역사회가 결합을 맺는 방식은 무엇인가?

자본의 세계화는 민족, 국가의 대립, 인종, 지역 간의 차별, 성적인 억압을 수반하기 마련인데, 자본은 이러한 분열의 공간을 통해서 자기실현을 하게 된다. 특히 후발 산업국가의 자본-노동관계는 세계자본주의의 질서 속에 훨씬 깊게 편입되어 있고 노조가 속한 국가의 세계체제 내의 위치에 거의 결정적으로 좌우된다. 이 경우 민족·국가·시민사회는 단순한 관념이 아니라 그들의 생산과 재생산의 조건, 투쟁과 조직화의 기회와 가능성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 조건변수가 된다. 제3세계의 노동운동이 대개 지역운동, 공동체운동과 결합되어 있는 이유도 이러한 조건에 기인하고 있다.(김동춘, 2001)

1990년대 세계화 국면은 이제 다른 방식으로 노동의 생산과 재생산을 사회화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질서 하에서 경제가 모든 사회영역의 지배자로 군림하면서 이제 노동자의 재생산은 주거와 교육, 소비의 영역 등 모든 삶의 영역에서 철저하게 시장에 의존하게 되었다. 

노동이 사회화되었다는 것은 노동의 생산과 재생산의 조건을 통합적으로 보지 않고서는 노동자가 자신이 처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족과 인종에 따라 균열시키고, 시민과 계급을 끊임없이 분리하면서도 소비자로서 재구성하는 시장주의의 논리와 대결하지 않고서는 ‘노동해방’을 꿈꿀 수 없다는 것이다. 지역사회는 바로 이러한 자본의 포섭과 통제, 회유와 그에 대한 순응과 크고 작은 갈등, 저항이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각축장이다. 

따라서 위해 우리는 먼저 노동문제가 갖는 복합적인 성격을 인정해야 한다. 계급, 성, 지역, 국가, 민족, 생태 문제 등은 각기 어느 하나로 환원될 수 없는 독자성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중층적으로 상호 연관되어 한국사회의 모순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계급모순도 크게는 국가를 통해, 작게는 지역사회와 단위 사업장을 통해 복합적으로 드러나고 작동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예컨대 울산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계급구조 혹은 계급재생산은 결코 울산공장 내에서 완결적으로 순환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현대자동차 안팎의 노동시장, 노동조직 구조 외에도 울산 북구의 주거와 환경, 육아와 교육, 문화산업, 성별 역할, 지방행정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이러한 인식은 지역의 생산 공간으로서 일터와 노동력 재생산 공간으로서 지역사회에 대한 통일적 이해를 요구한다. 

다음으로, ‘서울’과 다른 ‘지역’의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제껏 우리 사회는 수도 서울을 중심으로 압축적 근대화를 이루고 과밀한 성장을 했고, 이에 따라 서울의 문제가 전국의 문제로 확대되어 왔다. 한편으로, 과대한 중앙정부의 권위가 민주화운동, 노동운동으로 하여금 중앙정부와 대결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빠르고도 유일한 방법으로 인식하게 만든 면이 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문제든 복지시스템의 문제든 각 지역에는 지역마다의 특수성이 있고 해결의 기제가 있다. 노동운동도 단지 지도상의 추상적인 구획이 아니라 각각 구체적인 특성을 갖는 ‘지방’으로서 지역사회를 인식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덧붙여서, 최근에는 산별전환과 비정규직 조직화의 문제와 관련하여 지역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이미 지역 일반노조의 시도들에서 드러나고 있는 바, 과거의 단위사업장 위주의 조직화는 물론이고, 업종별․부문별 조직화로 포괄하지 못하는 새로운 불안정 노동집단을 가장 효과적으로 조직화할 수 있는 축이 다름 아닌 지역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역사회는 재생산과 조직화가 교직되는 지점으로 새롭게 떠오른다.

지역사회와 노동운동의 결합 방식

그렇다면 노동조합운동은 지역사회와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 분명 현실 속에 이러 저러한 단초들이 존재하지만, 어떤 체계적이고 통일적인 그림으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호주에서 오랜 동안 노동운동의 지역사회 운동 전략을 연구해온 아만다 타터솔(Amanda Tattersall)은 노동조합과 지역사회의 관계 모형을 세 가지 수준으로 정리하며, 특히 가장 효과적인 수준의 유형을 ‘지역사회 노조주의(Community Unionism)’라고 개념화하는데, 이는 우리의 모색에서도 유용한 준거틀로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타터솔의 구분에서 첫째는 도구적 노동조합-지역사회의 관계(Instrumental Union-Community Relationship) 모형이다. 지역사회에 어떤 사안이 발생하거나 참여를 요구받는 경우 노동조합이 일정한 자원을 투여하고 연대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이거나 체계적인 결합은 아니다. 한국에서라면 무슨무슨 ‘공대위’와 같은 단기적 연대체의 형태로 많이 발견되는 모형이다. 

둘째는 노동조합과 지역사회 결속(Union-Community Coalitions) 모형이다. ‘결속’이라 함은 일정한 효과에 대한 기대를 갖고 상호 이해 속에 지속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동적인 결합이 아니라 노동조합이 자신들의 전략적 구상 속에서 지역사회의 각 부위에 이슈를 제안하고 노조가 주도하는 경우다. 결속 모형에서는 노조 이외의 지역사회 연대 단위들도 그 의의를 공감하고 공동의 이해관계를 인식하는 이슈가 추구되며, 노동조합은 이슈에 대해 간부 등 주요 역량을 투입하여 노조운동이 바라는 방향으로 연합을 끌고 가고자 할 것이다. 2000년 인천의 대우자동차 공대위는 단기적이지만 이러한 성격을 띠고 있었다. 또한 사회임금 쟁취를 위한 공동기구라면 전국적 수준 연합의 사례라고 볼 수 있겠다. 

셋째는 지역사회 노동조합주의(Community Unionism) 모형으로, 노조의 체질과 활동전략까지 상당히 변화함을 의미하는 높은 수준의 모형이다. 이 모형에서는 임금과 노동조건을 넘어서는 지역사회 발전 구상에 노동운동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며, 조합 주요 활동가뿐 아니라 평조합원들도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광범위하게 참여한다. 하지만 여기서 선택되는 이슈는 대중성을 갖는 모든 것이 아니라, ‘근로인민의 사회적 비전’으로 틀지워지면서도 참여 조직들의 상호 이해를 그 속에 소화해내는, 한마디로 당파적인 이슈다. 나아가 타터솔은 지역사회 노조주의가 노동운동 전반을 ‘갱신’하는 유력한 방안이 될 것이라고 제시한다. 
물론 이러한 구분은 다분히 이념형적인 것이어서 한 편으로는 현실을 반영하며, 또 한편으로는 혁신적인 고민과 과감한 시도를 촉구하는 것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타터솔이 지역사회 노조주의의 사례로 제시하는 체신부문이나 환경위생 부문 노동자들의 경우도 그 실내용 자체가 대단한 것은 아니며, 한국의 노동운동에서도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모습들이다.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의미부여하고 일반화하느냐는 것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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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성동구지역위원회는 성수동지역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을 위한 실태조사 사업 등 지역 노동자를 위한 사업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다. - 출처:민주노동당 성동구위원회 ]

[표] 노동조합-지역사회 관계 모형
  

 

도구적 노조-지역사회 관계

노조-지역사회 연합

지역사회 노조주의

이슈와 공통이해

- 모든 이슈

- 모든 이슈

- 때때로 노조가 선별한 이슈

- 근로인민의 사회적 비전에 기반한 이슈들

- 참여 조직의 상호 이해에 연관된 이슈들

구조

- 단일한, 개별적 요청들

- 공식적이거나 지속적 관계 구조 부재

- 모든 구조

- 노조가 주도하는 경향

- 노조와 지역사회 조직이 공동 의사결정 구조에 결합

- 연합 내에서 신뢰와 호혜의 관계

- 개인/평조합원 참여의 여지 보장

장소

- 모든 수준

- 모든 수준에서 관계 가능 : 지역, 시, 주, 국가, 국제 등

- 지역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경향

- 자본이 고정된 산업 에서 성공적인 경우 많음. 서비스, 광산, 공공부문 등

노조 참여

- 형식적 참여에 국한

- 노조 간부의 참여

- 현식적 참여

- 조합원들로부터 분리된/별도의 운동

- 노조가 계획수립 과정에 자원을 제공하여 결합(buy-in)

- 임금과 노동조건을 넘어서는 노조의 비전

- 연합에서 조합원들의 활발한 참여

 


* Amanda Tattersall (2005)
 

어떤 이슈를 가지고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

이제 지역사회와 노동운동이 결합 가능한 부분을 몇 가지로 정리하고,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결합 지점과 전략의 적실성을 논증할 차례다. 그 대략적 방향만 간추린다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 노동시장에 대한 개입 차원이다. 한국의 지역 노동시장에 대한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지역별로 실업, 이직, 노동이동, 일자리 창출의 양상이 크게 다르게 나타난다. 따라서 지역별 특성에 근거한 노동시장 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정인수, 2003)
구체적으로 ‘직업훈련’을 예로 들면 대한 직종 및 기술수준에 대한 판단이 지역사회의 연령분포와 성비를 고려하여 선택되어져야 한다. 그리고 특히 지역별 산업특성과 노동수요 그리고 근로자의 통근 가능 거리에 맞추어 매우 일정하게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럴 때만이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이 실질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결국, 노동시장에 개입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정책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좀 더 지역 특화된 노동시장 정책과 고용서비스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도 입장과 전략을 가져야 한다. 

둘째, 앞의 것과도 연관이 있는데 지역 경제운영을 위한 지역 파트너십 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방정부, 사용자 조직, 노동조합, 시민단체 사이의 공동 기구나 협의틀이 노동의 문제를 해결하고 지역사회의 통합을 촉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지역노사정협의체는 지역 전략산업 발전, 고용창출과 안정, 교육 및 직업훈련 등 인적자원개발, 기타 지역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정책을 논의하고 입안할 근거와 여지를 가지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 노사정위원회에 대한 거부감과 불신감이 매우 크고, 지역 노사정위원회도 대부분 노사평화와 일자리 창출 선언을 위한 의례적 기구에 머무르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가능성을 쉽게 이야기하기 어렵다. 그러나 중앙 노사정위원회와 달리 지역 노사정위원회은 지역 노동운동의 역량과 개입에 따라 상당한 활용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지방자치체의 정책이나 제도에 대한 개입 차원이다. 고용이나 노사관계 같은 이슈나 정책과 관련해서도 지방정부의 권한이나 작용이 확대되고 있으나 노동운동은 이에 매우 둔감한 편이다. 몇명의 노동자 출신 지방의원을 배출하느냐에는 관심이 있지만, 지방자치체나 지방의회를 통해 무엇을 얻어낼 것인가 하는 고민은 부족한 상황이다. 

넷째, 사회공공성 담론에 기반하여 지역 이슈에 접근하는 것이다. 지난 몇 년 사이 노동운동에 심화된 사회공공성 논의와 주제 발굴 시도는 이러한 결합 지점을 더욱 쉽게 발견하게 한다. 기실 사회공공성 담론이 주민 또는 시민에게 경험되는 공간도 지역사회고, 사회공공성을 실현하는 정책이나 제도의 자원을 갖고 있는 것도 지역사회다. 예를 들어 제레미 라이스는 뉴욕시의 경험을 통해 노동운동이 착목할 수 있는 공공 정책적 이슈들을 제안하는데, 그것은 ‘지속가능한 발전’, ‘이주노동자의 권리’, ‘노동교육과 취업훈련’, ‘경제 발전’, ‘보건’, ‘주택’, ‘산업안전’, ‘대중(공공)교육’ 등이다. 이것은 우리에게도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노동운동의 지역사회 이슈라면 다음의 것들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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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존권적 요구 : 고용보장 및 창출, 최저임금, 최저생계비, 실업급여, 취업훈련
. 경제발전 전략 : 지역 산업구조, 산업공동화, 지역 혁신, 도농간 균형
. 지역복지 요구 : 주택, 보건, 대중교통 확충, 공교육, 공보육, 장애인 이동권과 노동권
. 지역환경 요구 : 대기와 수질, 대중교통, 우리 농산물
. 기타 : 보편적 문화 향유권, 미군기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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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보다 본질적인 차원으로 지역 발전전략이나 성장기획에 참여하는 일이다. 지역의 산업공동화, 고용 변화에 대한 대응으로 산업 재구조화 논의가 빈번히 일어나며 여기에 노동조합이 주체로 참여하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그러나 대개는 고용안정, 해고반대, 산업 이전 반대 등과 같은 ‘저지 투쟁’이 주를 이루어 왔다고 하겠다. 
한편 정부는 지역 혁신 전략, 산학협 네트워크 같은 기획을 가지고 각 지역의 발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운동은 이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묵시적으로 거부하는 태도를 보여왔지만, 노조가 지역과 지역 노동자 전체의 재생산에 관심을 갖고, 이를 진보적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진보적 발전전략에는 고용 안정, 비정규직을 해소하고 양질의 평등한 일자리 확충을 동반하는 산업 발전, 노동자 친화적인 작업장, 환경친화적인 현장, 여성과 이주노동자 등 취약층을 고려하는 일자리, 전국적 균형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려하는 산업 구조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노동의 경제적, 실존적 이해 보장 뿐 아니라 지역에서 헤게모니를 갖는 노동운동이 자리잡고 영향력을 확대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보다 나아가서 진보적인 지역 공간 기획(site planning)이나 산업구조 재편에까지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이는 주로 낙후하거나 황폐화된 지역의 재건과 관련하여 사례가 존재하는 편이다. 그러나 지역의 발전 프로젝트를 언제까지 자본과 정부에게 맡겨 둘 필요는 없다. 아직까지는 먼 이야기일 수 있으나 장기적인 관심을 가지고 작은 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섯째, 지역주민과 유대 강화 차원이다. 지역 주민과의 결합력 강화는 노조 단위의 마을 청소나 바자회 개최 같은 일상적 수준의 것부터, 지역 주민들의 생활공간에 노동운동 세력이 직접 개입하는 수준까지 있을 수 있다. 즉 마을 대표자회의나 부녀회, 학교운영위원회, 지자체 등에 노동운동이 전략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다. 이는 단위 노조나 노동운동가 개인의 차원일 수도 있고, 보다 큰 틀의 기획일 수도 있다. 하지만 또한 지역주민과의 유대 강화는 지역사회와 결합하는 노동운동의 첫 출발이자, 전반적 노력의 최종 결과물이기도 하다. 
 

“필요하지만 어렵다”를 넘어서기 위해

이 글은 지역사회를 바라보는 노동운동의 관점을 매우 시론적으로 풀어 본 것으로, 한국 노동조합운동의 현실과 지역사회 사이의 구체적 사례에 대한 검토로 이어져야 온전한 구성을 갖추게 될 것이다. 그러나 모든 곳에서 혁신이 이야기되는 즈음, 지역사회라는 주제에 대해서도 거칠더라도 과감한 문제제기를 늦출 수 없다고 생각된다. 

연구를 진행하며 만나 본 노동운동 활동가들은 대부분, “정말 필요한 일이지만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이구동성을 발한다. 그 이유야 제각각이지만, 노동운동 전반의 인식 부족, 관성적 조직사업 작풍, 보수적 지반이 뿌리깊은 지역사회 분위기, 중앙 집중․서울 중심으로 고착화된 운동 방식 같은 것들이 모두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이제는 단지 노동조합의 지역사회 봉사 수준의 관점을 뛰어넘는 지역사회 기획에의 참여와 민주주의 심화, 확대라는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지역사회와 결합하는 노동운동’이라는 화두를 통해 조직되지 않은 부분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의 모델을 정립해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기대를 해본다. 
 

<참고문헌>
Amanda Tattersall, “Understanding what makes union-community coalition effective: A framework fo analysing union-community relationships”, AIRAANZ, 2005.
Jeremy Brecher and Tim Costello eds., Building Bridges - The Emerging Grassroots Coalition of Labor and Community, Monthly Review Press, 1990 .
Jeremy Reiss, “Social Movement Unionism and Progressive Public Policy in New York City”, Just Labour vol. 5, Winter 2005.
김동춘, 「노동운동, 사회운동성 회복해야」, 『노동사회』, 2001년 2월호, 통권 51호.
신광영, 「미조직노동자와 시민사회에게 인정받는 노동운동」, 『노동사회』 2005년 6월호. 통권 100호.
이상호, 「지역산업의 혁신적 발전을 위한 노사정의 공동노력」, 『매일노동뉴스』, 2005년 9월 14일. 
정인수 전병유 임상훈, 「지역노동시장 연구 - 실증분석과 선진국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노동연구원, 2003.
황한식, 「지역사회경제발전과 노동조합운동의 진로」, 『지역경제연구』 제4호, 1995.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