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 황우석 대한민국의 희망인가?

노동사회

한류스타 황우석 대한민국의 희망인가?

편집국 0 3,502 2013.05.19 01:49

 


ygg_01.jpg스타 과학자’ 황우석 교수가 뭔가 심사가 단단히 뒤틀렸다. 지난 5일에는 삼성 계열사 사장의 상가를 방문한 자리에서 노골적으로 민주노동당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마치 대변인처럼 이를 보도한 한 보수 언론에 따르면 황 교수는 “민주노동당이 국정감사에 필요하다며 별별 자료를 요구하다보니 연구원들이 연구를 못 할 지경”이라며 “심지어 내가 중국 연변 처녀들의 난자를 불법적으로 거래했다는 소문이 있다며 자료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민주노동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런 황 교수의 ‘언론 플레이’는 그의 연구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쳤다면 당연히 기록ㆍ보관돼 있어야 할 자료를 ‘단지 열람만 하겠다’고 했던 민주노동당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반응이었다. 이번 자료 요청을 주도했던 민주노동당 당직자는 ‘연변 처녀’ 얘기는커녕 ‘난자 불법 거래’도 언급한 적이 없다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지킬 박사’를 한 순간에 ‘하이드’ 같이 만들었을까?

난자 얘기만 나오면 ‘발끈’하는 황우석

아마 시민ㆍ사회단체나 민주노동당까지 나서서 황 교수 연구의 문제점을 물고 늘어지는 것에 의아할 이들이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난치병 환자를 치료하는 데 성큼 다가섰다고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데다, 앞으로 엄청난 돈까지 벌어다 준다는데 왜 저렇게 눈에 쌍심지를 켜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일까, 칭찬해 줄 일은 칭찬해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이런 불평을 나 역시 심심치 않게 듣는다.

그런데 문제가 그렇게 간단치 않다. 우선 항상 점잖던 황우석 교수가 “연구에 필요한 난자를 어디서 구했느냐”는 문제만 불거지면 흥분하는 이유부터 살펴보자. 사실 2004년, 2005년에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를 들썩거리게 했던 황 교수 연구의 핵심은 ‘실험에 필요한 난자의 수’였다. 황 교수가 세계 최초로 인간 배아 복제를 통해 줄기세포를 추출할 수 있던 배경에는 미국, 유럽, 일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쉽게 많은 난자를 구할 수 있던 우리의 ‘훌륭한(?)’ 연구 환경이 한몫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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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에 발행된 인간복제줄기세포배양성공 기념우표 - 출처: 오마이뉴스 ]

이 때문에 2004년 『사이언스』에 그의 논문이 게재되자마자 기자 정신 투철한 경쟁지 『네이처』의 기자가 직접 황 교수의 연구실을 찾아 난자의 출처를 캐고 다니기도 했다. 당시 황 교수 밑에서 일하던 한 여성 연구원은 “자기 난자를 연구에 기증했다”고 고백한 후, 나중에 영어가 서툴러서 생긴 실수라고 말을 번복해 의혹을 사기도 했다. 통상적인 연구 윤리 지침에서는 연구에 참여하는 당사자가 자신의 난자를 기증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왜 금지하는지는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 자신의 명성이 달린 실험 성공을 위해서 원하지 않는데도 난자를 기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에는 압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난자를 기증하는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황 교수가 연구를 위해서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로부터 난자를 제공받았고 더 나아가 만에 하나 난자를 ‘불법’ 매매한 사실이 확인된다면 그의 연구의 정당성 자체가 훼손돼 두 번에 걸친 『사이언스』의 논문 게제가 취소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런 전후 맥락을 염두에 두면 황우석 교수 입장에서는 난자 문제만 불거지면 ‘발끈’하는 게 당연하다. 물론 이런 ‘발끈’하는 그를 보면서 상당수의 사람들은 ‘아닌 뗀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속담을 연상할 것이다.

줄기세포 치료, 노동자도 혜택볼 수 있나?

황우석 교수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은 이들은 그까짓 ‘후진국형 일탈’ 쯤이야 미국, 일본을 따라잡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제 좀더 어려운 문제를 살펴보자.

현재 황우석 교수가 중점을 두고 있는 배아 줄기세포 연구로 난치병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십 년이 걸린다. 최근에는 황 교수 스스로가 “줄기세포 치료가 2, 3세대 이후에 있을 꿈과 같은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최소한 30년 이상은 기다려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을 스스로 토로한 것이다.

이런 사정을 염두에 두면 당장 10년 후 반도체 산업과 같은 돈벌이 대상으로 황우석 교수의 연구를 꼽는 것은 넌센스다. 단적으로 황 교수의 연구가 연일 국내외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있지만 삼성, LG와 같은 국내 대기업이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는 소식은 전혀 들을 수 없다. 약삭빠른 그들은 정확히 실체를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수십 년 후에나 가능할, 그것도 성공할지 여부도 불확실한 연구에 그들이 왜 투자를 하겠는가?

물론 불과 몇 년 후에 황우석 교수가 기적처럼 가수 강원래를 줄기세포 치료를 통해 다시 걷게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일약 전 세계 난치병 환자들의 천국으로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변수가 있다. 설사 그렇게 된다고 해서 과연 이 글을 읽는 노동자ㆍ서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까?

정부가 기를 쓰고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를 띄우는 데는 이 연구가 앞으로 벌어들일 막대한 수익을 염두에 둔 탓이다. 겉으로는 난치병 환자 치료를 내세우며 국민들의 세금을 퍼붓고 있지만 실제로 그것이 실용화된 다음에는 정작 노동자ㆍ서민들에게 우선권이 보장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설사 줄기세포 치료가 실용화된다고 하더라도 그 혜택은 대개 국내외의 부유한 이들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2000년대 초반 만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약인 글리벡 약값 인하 운동을 주도했던 강주성 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의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약이 없을 때는 돈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다 죽었는데 이젠 약이 있는데도 돈이 없어서 죽는 일이 생기는 거야. 화병으로 먼저 죽는 거지.” 황우석 교수에게 ‘눈물의 편지’를 보낸 노동자ㆍ서민들은 또 한 번 ‘피눈물’을 흘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과학기술 동맹’에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앞에서 열거한 이런 내용은 민주노동당이나 일부 시민ㆍ사회단체의 ‘반골’들만 되뇌는 것이 아니다. 주류 의학계, 생물학계에서도 이른바 ‘황우석 신드롬’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린다. 실상이 이런데도 왜 정부, 과학기술계, 언론은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 이와 관련해 최근 ‘과학기술 동맹’이라는 개념이 제기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개발 동맹’에서 따온 ‘과학기술 동맹’은 과학기술을 매개로 다양한 세력과 이해관계와 이데올로기들이 서로 결합ㆍ유착돼 강고한 기득권 체계를 형성하는 것을 뜻한다. 과학기술자(실제 연구 작업의 수행), 기업(비용 등 물적 토대의 제공과 작업 동력의 창출), 정부(직ㆍ간접의 지원과 여건 조성), 언론(선전ㆍ선동과 이데올로기 전파의 역할)이 서로 역할을 분담해 유기적으로 맞물려 작동하면서 이 동맹의 강화와 확대재생산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기술보다는 돈의 논리 곧 자본과 기업의 이해관계와 긴밀하게 결합된 과학기술을 추구하는 ‘과학기술 동맹’이 힘을 떨치는 현실에서, 보통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과학기술 동맹’이 노동자ㆍ서민의 편이 아니라면 ‘황우석의 눈물’의 진실은 무엇일까?

지난한 민주화 투쟁을 통해 절차적 민주주의를 겨우 이룩한 지금, 우리는 ‘개발 동맹’의 횡포에 더해 ‘과학기술 동맹’의 위협에 노출돼 있다. 지금이야말로 민주화 투쟁 때보다 더 치열하게 ‘시민의 힘’을 결집해 실천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인지 모른다. 현대 과학기술은 ‘성찰’과 ‘실천’을 필요로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