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별노동운동의 쟁점과 과제

노동사회

한국 산별노동운동의 쟁점과 과제

편집국 0 3,512 2013.05.19 01:44

때: 2005년 10월19일(수) 오후 3시
곳: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교육장

사회: 김영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발표: 김승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토론: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
        정일부 금속노조 정책국장
        허  인 공공연맹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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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자: 김승호

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민주노총의 노력은 아시다시피 상당히 오래전에 시작되었습니다. 그 결과 금속, 보건에서 산별노조가 건설된 것을 비롯해 속도는 더디지만 이제 산별이 ‘대세’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무르익어 가는 산별 논의 과정을 깊이 들여다보면 다양한 쟁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크게 나누어 보면, ‘조직구조의 설계’ 문제와 ‘이행경로’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 보건의료노조의 ‘산별협약’에 대한 문제제기와 서울대병원지부의 보건의료노조 탈퇴, 뒤이은 공공연맹 가입에서 파생된 ‘조직구획’ 문제가 새롭게 제기되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산별노조 전환과 교섭구조의 집중화, 자원의 효율적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각 연맹, 특히 금속연맹의 산별전환 방침과 민주노총의 대산별 방침을 연결시켜 보다 정교한 계획안 수립의 필요성을 제기하고자 합니다.
발표는 조직설계 과정, 노동조합 조직 내부의 정책 또는 방침을 둘러싼 정치과정, 마지막으로 한국 산별노조의 조직 구조와 교섭 구조의 역사성 그리고 조직특성의 현황을 중심으로 하겠습니다.

산별노조 전환에 대한 인식의 차이

우선 조직설계 과정입니다. IMF 경제위기를 계기로 한국의 노조운동은 기업별노조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면서 산별노조 전환을 조직 과제로 세웁니다. 기업 내부적으로 자본의 구조조정이 일상화되면서 일개 기업별 노조가 조합원을 만족시키거나 보호할만한 힘이 약화된거죠. 이런 외적 환경 변화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은 조직별로, 조직 구성원별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예컨대 조합원들은 자신의 고용불안을 집단적, 즉 노동조합이란 조직을 통해서 극복하기보다는 스스로 알아서 해결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합니다. 여기엔 노동조합이 경제위기 시절 보여준 ‘무력함’이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그 방법 가운데서도 임금인상을 통해서 “회사가 잘 나갈 때 한 몫 잡아야 한다”는 해결 방식은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크게 약화시켰습니다. 

이런 개별 조합원의 동기와 행위의 결과로 인해 대공장노조와 중소기업 노조는 ‘하늘과 땅 차이’ 만큼의 서로 다른 생존 전략을 구사합니다. 보다 나은 조직력으로 조합원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공장노조의 경우, 상대적으로 산별노조에 대한 이해도 낮고 전환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의 정도가 낮지만, 조직끼리 서로 의존하지 않고는 규모 있는 힘을 행사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노조의 경우 산별노조 전환에 대해서 상당히 적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 규모별로 서로 다른 선택을 한 것이죠. 특히 노조의 집행부와 현장조직의 동학은 이같은 ‘기업내 이윤 배분 추구’ 대 ‘연대성 추구 전략’의 분화를 더욱 강화시켰습니다. 형식적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는 노조의 운영 원리 상 집행부 장악은 선거에서 조합원의 ‘표’ 외에는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따라서 대공장노조의 현장조직이나 집행부는 조합원들이 ‘선호’하는 임금인상 전략을 추구함으로써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죠.

다른 한편, 일반적으로 조직은 특히 노조 같은 대중조직의 경우 별의별 생각을 가진 개인들의 집합입니다. 따라서 조직의 구조나 내용, 활동은 천태만상의 개인들이 합의하는 범위 안에서 결정되고, 공통분모는 ‘최소’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환경 변화라는 같은 압력을 받고 있지만 산별 전환을 두고 기업규모별, 노조 내부의 정치동학에 따라 노조들이 서로 다른 선택을 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조직 구조 변화를 둘러싼 갈등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업별노조를 산별노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대부분의 조직이 동의하고 있는 모습일 겁니다. 하지만 산별 전환의 경로나 산별조직의 구조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보건의료노조 초기의 ‘지역건설 대 전국동시건설’, 금속산업연맹의 ‘계급적 산별과 지역으로의 재편 대 기업지부 인정’, 공공연맹의 ‘운수산별 대 공공대산별, 업종교섭 대 지역의결권’ 등의 논쟁이 예입니다.  

누구나 산별노조 전환에는 동의하지만 구체적인 목표로 접근하면 의견이 제각각인 겁니다. 대체로 보면, 각기 현재의 지형, 향후 전망에 따라 입장이 다르죠. 그런데 이 과정에 정파 간 논리가 많이 개입됩니다. 또 “무엇무엇을 해야 한다”는 식의 주장은 있지만, 이 주장대로 갈 때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이 나타날 것이냐 라는 것에는 누구도 자신 있는 대답을 할 수 없어, 주장과 주장만 부딪히고 있습니다. 게다가 주장의 명확한 근거나 현실 인식이 제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드물죠. 예를 들어, 1998년 금속연맹의 산별 전환 과정에서 있었던 소위 중앙파, 국민파 그리고 현장파 사이의 갈등, 그리고 지금의 공공연맹 건설 경로를 둘러싼 논쟁도 마찬가지이고, 건설연맹과 건설일용직노조의 갈등도 다 비슷한 영역에 속합니다. 즉, 이념적 지향성, 정치적 입장, 미래에 대한 상을 어떻게 그리는가에 따라 다양한 입장을 보입니다.

그런데 어떤 주장을 하거나 현실 극복을 이야기할 때 흔히 놓치는 게 ‘어느 정도까지 실현 가능한가’의 문제, 어떤 방침이나 정책을 정했을 때 얼마나 실현 가능한가의 문제입니다. 이 ‘실현가능성’은 산별노조의 상이나 구조를 어떻게 생각하든지 검토해야 할 사항입니다. 실현가능성이 없다면 애당초 기업별노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에서 제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현가능성’은 조직자원의 동원 능력과 관계가 깊습니다. 예컨대, 2001년 민주노총이 미조직사업을 위한 기금모금을 했지만 실적이 저조한 채 흐지부지되었습니다. 민주노총이 종종 선언하는 ‘실현되지 않는 총파업’도 그렇습니다. 이 두 예는 정책과 사업을 구상했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자원을 동원할 역량이 없음을 간과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산별노조 건설의 실현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은 바로 ‘현장조직’의 활동입니다. 산별노조 건설에는 동의하면서도 서로 이견을 보이는 현장조직이 무성하다면 실현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조직과 집행부가 얼마만큼을 합의하고 사업에 집중하느냐가 실현가능성의 문제입니다. 조직 내부에 물적, 인적 자원이 있어도 합의가 되지 않으면 제대로 굴러가기 힘듭니다. 특히 기업의 경우 경영자가 방침을 정해 밀어붙이면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위계조직이지만, 노동조합은 하부의 동의를 구하지 않으면 어떤 일도 못 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조합원의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집행부를 포함해서 중간집단을 형성하는 현장조직, 현장간부가 집행부와 함께 일사천리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 합의를 얼마만큼 만드느냐가 관건입니다.

아마도 이 문제의식의 적당한 사례가 2003년에 있었던 현대차노조의 산별전환 총회 시도일겁니다. 당시 현대차노조의 내부 정치세력, 즉 현장조직의 동의가 막판에 이루어져 그나마 총회 성사가 가능했었죠. 이처럼 현장 동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장조직, 현장간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물론 내부 정치세력 간의 합의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닙니다. 각각의 주장을 대충 봉합하여 합의한다면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가 동의하고 합의한 사항을 실천하다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적어도 공동의 책임이라는 명제가 부여되고, 어느 한쪽만의 책임을 묻지 않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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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실장과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승호 연구위원 ]

산별노조 전환 지도 그리기

산별 전환과 관련해서 민주노총에서는 ‘6개 대산별 방침’과, 공식 단위에서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2006년 3월 조합원 총투표를 통한 산별전환 방침’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냉정히 말해서 ‘지향’이지 ‘방침’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방침은 구체적인 집행을 전제로 하는데 이 내용이 비어있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문제를 지적하겠습니다. 첫째, 일정의 문제와 관련하여 민주노총은 산하 하부 조직과 적극적인 상의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 상태로는 ‘합의’가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둘째, 6대 대산별 방침과 관련하여, 그 과정이 산하 연맹의 산별노조 전환 후 산별노조 간 통합인지, 산별연맹 간 통합과 산별노조 전환을 동시에 그리는 상인지에 대한 그 어떤 입장도 없었습니다. 물론 지금부터 준비해서 가능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회의적입니다. 

한편 금속연맹의 경우 다소간 수정된 것으로 압니다만, 2006년 4월 산별전환 총회, 10월까지 규약, 조직체계, 운영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다는 계획을 세운 적이 있습니다. 산별 미전환 사업장은 자동차와 조선업종이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금속노조는 이 덩치가 큰 조직들이 금속노조에 들어오면 일어날 수 있는 문제에 대해 검토한 흔적이 없습니다. 총회 이후 계획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은 조합원 총회 전에 내용을 확정해서 알려야되는 게 논리적으로도 맞고, 실무적으로도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미전환 사업장에서도 조합원 총회를 통해 산별전환을 시도한다는 목표는 있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의 계획은 여전히 블랙박스입니다. 

공공연맹에서 진행되는 산별노조 논의는 두 개의 축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공대산별과 운수산별의 문제, 그리고 지역중심의 조직구조의 문제입니다. 최근 개최된 토론회에서 소산별 노동조합의 의의를 강조하는 것을 보면, 조직구조에 대한 다양성을 열어두자는 것으로, 일괄 지역중심 재편과는 다르게 이해될 수 있을 듯합니다.

보건의료노조는 산별전환 이후 중앙교섭 합의안에 대한 쟁점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즉, 협약의 내용과 교섭구조의 집중화 문제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현 시점에서 보건의료노조는 협약내용과 체계보다는 교섭구조 집중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리하면, 대산별 지역중심 대 다양성, 혹은 현실성의 모색을 한축으로, 집중화된 교섭구조 대 협약내용(성격)을 다른 한축으로 쟁점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원동원과 집중의 의미

산별노조 건설의 의미가 뭘까 하고 생각해보면, 기업별로 나뉜 자원과 파편화된 연대의 고리를 통합하여 강화시켜내고, 그렇게 강화된 수단을 통해 교섭구조를 집중하여 사회적 분배를 공평하게 하자는 노동조합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산별노조 이행시기에 무엇보다 강조해야 할 점은 산별노조라는 조직구조를 통해 분산된 권한과 자원을 집중하고, 교섭구조와 협약체계를 집중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자면 기업별체계를 벗어나는 과정에서는 자원의 집중이 교섭구조를 집중하기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보건의료노조는 산별전환 8년 만에 중앙교섭을 했고, 금속노조는 출범 5년이 지나서야 사용자단체 구성의 싹이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노조나 증권노조는 사용자의 반발로 중앙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구요. 이런 현황은 한국에서는 산별노조의 건설이 곧 산별교섭이라는 공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산별교섭을 강제하기 위한 자원동원과 집중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소위 ‘무늬만 산별’이라는 비판적 평가를 받기 쉽다는다는 것이죠.

자원을 동원하거나 집중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조합의 민주주의를 전제로 한 ‘조직통제력’의 발휘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것은 조직이 업종을 기준으로 재편되든, 지역으로 재편되든 각 산하조직이 산별노조의 방침과 통제에 순응하는 정도에 따라 좌우됩니다. 덧붙여 업종이냐 지역이냐 하는 문제는 조직구조 설계 과정에서 효율성 혹은 효과성의 극대화를 위한 고려대상이지 ‘원칙’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닌 듯합니다.

조직의 범위를 당위에 맞출까 현실에 맞출까?

산별노조를 둘러싼 쟁점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준이 필요합니다. 첫째는 공공연맹의 사례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조직의 건설 범위를 ‘장기’적으로 결정할지 ‘단기’적으로 결정할지를 판단하는 문제입니다. 공공대산별과 운수산별이 바로 이 예입니다. 운수산별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운수산별과 공공운수산별을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운수산별은 현실 가능성이 높지만, 공공산별은 하나의 지향점으로 이 지향점을 당장 실현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겠느냐는 식으로요. 덧붙여 공공연맹 내부에서 지역과 업종을 자꾸 구분하여 이야기하면서 지역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나중에 얘기하겠지만, 지역과 업종으로 구분할 때는 기존의 ‘지역’을 제대로 평가하는 것이 먼저 필요합니다.

공공연맹의 쟁점은 두 가지 측면에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교섭구조와 교섭단위의 문제’ 그리고 ‘공공연맹의 왜소화, 연대의 제도화’의 측면입니다.

조직구조의 측면에서 볼 때, 운수산별을 주장하는 쪽은 대정부투쟁이 용이하다는 점을 들거나 버스와 택시를 포함하는 운수산업 전체가 파업을 하면 ‘대체’ 가능한 수단이 없다는 점도 근거로 얘기합니다. 주장처럼 조직이 동원된다면 실제 힘은 엄청날 겁니다. 그러나 문제는 조직 구조만 변해서는 그와 같은 파업 역량이 발휘되기 어렵고, 대체 가능성을 봉쇄할 수 있는 역량을 어떻게 갖출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다음으로 교섭구조의 측면에서 철도, 택시, 지하철, 항공 등등이 모였을 때, 교섭이 정말로 성사될 것인가의 문제가 있습니다. 아마 각 부문이 5~6개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각개약진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운수산별은 현실적으로는 당분간 소산별노조 연합체의 성격을 강하게 띠는 조직체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공연맹의 주력인 궤도 부분이 독립적인 운수산별로 조직된다면 공공연맹의 위상과 인적, 물적 자원의 규모는 급격히 약화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공공연맹에서 독립적인 운수산별의 인정은 수용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예전 전노협 당시에는 화학과 금속은 한 조직이라서 연대가 가능했지만, 민주노총으로 전환하면서 조직이 분리되고 연대 고리가 없어졌습니다. 운수산별과 공공연맹의 관계도 아마 그렇게 될 것입니다. 이때 ‘연대’는 상황에 따라 그 내용과 질, 범위가 들쑥날쑥해서는 안 됩니다. 동일한 규칙에 따라 자원을 집중, 배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운수산별과 공공연맹의 연대가능성은 미지수입니다. 현실적 경로를 생각한다면, 공공대산별이라는 틀과 운수산별을 별개의 틀로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조직적 관점에서 어떤 자원이든 하나의 틀 내에서 상호 넘나들게 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금 쟁점의 차이는 지향에 대한 강조와 현실에 대한 강조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현실의 문제를 반드시 ‘독립적 조직’으로 풀어야 하는지, 지향의 문제를 반드시 ‘현실의 문제’로 치환해야 하는지 하는 궁금증이 듭니다. 그러지 말고 공공연맹의 틀 내에서 운수 부문의 특성과 연대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의 문제를 고민하는 게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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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금속노조 정일부 정책국장과 공공연맹 허인 부위원장 ]

지역이냐 업종이냐

둘째, 조직 구조 설계에서 ‘지역’과 ‘업종’의 문제입니다. 민주노총은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전노협과 업종 조직인 사무직 중심의 업종회의가 합쳐지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업종회의 소속이었던 사무직노조의 조직 구조를 보면, 대부분이 수도권의 본사 중심의 조직들입니다. 이 조직들은 지점이나 영업망으로 산개되어 있어 지역 중심의 활동을 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구조적 문제 때문에 업종 조직으로 자연스럽게 갔습니다. 반면, 당시 전노협은 교섭의 문제가 크게 걸려 있지 않았기 때문에 지역 중심으로 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조직방어라는 측면에서 지역연대가 중요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점들을 눈여겨보지 않으면 조직 구조를 설계할 때 현실을 무시하고 과도한 주장이나 설계를 하기 십상입니다. 이러한 조직 발전의 역사성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지역 중심의 조직 체계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습니다.

지역 중심의 주장도 엄밀히 따지면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단일한 업종 또는 유사 업종의 집합체를 지역 중심으로 운영하자는 것과 업종을 무시하고 지역으로 재편하자는 주장입니다. 앞 주장의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지금의 금속노조입니다. 기업별노조의 관성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역의 중심성을 강화하자고 한다면, 기업별에서 산별로 이행하는 과정에서는 타당한 주장일 수 있습니다. 반면, 뒤의 주장은 공공연맹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으로 교섭은 업종을 중심으로 하되 의결권은 지역조직에게 주는 형태입니다. 공공연맹의 조직 내부는 업종의 다양성은 존재하나 ‘공공부문’을 기준으로 유사 조직이 모여 있습니다. 이 면에서는 자동차, 조선, 기계금속, 전기전자 등 업종연합체인 금속노조와 다를 게 없죠. 다만 일관되게 지역 중심의 활동을 했던 역사가 있는 금속노조와는 조직 조건에서 차이가 큽니다. 게다가 노동조합의 활동 대부분이 교섭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현실을 무시하지 않는다면, 과연 활동의 중심단위가 조직 내부의 중요 의결권 행사에서 배제되면서도 유지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이 문제는 『노동사회』 9월호와 10월호에 자세히 썼기 때문에 여기서는 더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조직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다고 봅니다. 다만, 현재의 조직 조건과 향후 지향점 등을 고려하여 분석하고 해당 조직이 ‘감당’할 수 있으면서도 중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 그리고 조직구성원 전체가 동의하는 방법이 노조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직구조와 교섭구조의 문제

셋째는 조직구조와 교섭구조의 문제입니다. 조직 구조와 교섭 구조는 상호 영향을 미치지만 우리의 경우 기업별노조 체계에서 기업별 교섭이 압도적일 만큼 조직구조가 교섭구조를 강제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그리고 산별노조의 경우에도 산별노조로 전환했다고 해서 산별교섭이 곧바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경험적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조직 특성이나 조직 운영의 역사, 사용자의 전략과 태도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는 파편화될 수 없을 정도로 기업별로 나누어져 있는 기업별 체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산별노조의 중앙으로 자원과 권한을 집중시켜야 합니다. 이때 중앙의 방침을 하부 조직이 얼마나 따르느냐가 관건입니다. 산별노조에서도 조직 구조가 교섭 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금속노조가 5년 만에 사용자단체와 교섭할 가능성이 커졌는데 이런 조건에서는 산하조직들이 실제 방침의 옳고 그름을 떠나 조직이 합의한 내용을 따르는 것이 조직구조를 완성하는 데 지름길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금속연맹의 대공장노조가 금속노조의 방침을 수행할만한 역량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금속노조 소속의 1천명 이상 대공장 가운데 중앙교섭에 합류하는 곳이 한진중공업 한 군데입니다. 왜 그럴까요. 임금인상을 위한 투쟁에 대해서는 집행부, 현장조직, 조합원이 삼위일체가 되지만, 금속노조의 중앙교섭에 대해서는 조합원과 간부 모두 돌파의지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중앙교섭에 합류하거나 금속노조의 방침을 따른다는 것은 회사 울타리 안에 금속노조를 들여놓은 것과 같기 때문에, 상당한 정치적 의미를 가진 투쟁이 됩니다. 그 예로 아이엔아이 스틸(INI Steel)을 들 수 있겠지요. 물론 다른 대공장지회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한편, 조직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 즉 기업별노조에서 산별노조로 전환하는 것은 그것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이는 교섭 구조의 변화, 협약 체계의 변화를 통해서 사회적 분배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수단이고, 그러한 측면에서 교섭 구조의 변화는 상당한 무게감을 갖는 사건입니다.

교섭구조인가 협약내용인가

넷째는 조직의 전환 과정에서 교섭 구조건설과 협약 내용쟁취 중에서 무엇을 먼저 선택하느냐 입니다. 
보건의료노조는 산별노조 건설 8년 만에 중앙교섭을 진행했고, 금속노조는 5년, 금융노조는 이보다 짧은 시기에 은행연합회와 교섭을 진행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특히 보건과 금속의 경우, 공익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 문제와 노동조합 전술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보건의료노조의 10조 2항 문제가 좋은 예입니다. 그 여파로 인한 서울대병원 지부의 탈퇴와 공공연맹 가입은 조직구획 문제로까지 확대되었습니다. 교섭구조가 정착되는 현 시점에서 보건의료노조사태는 그 후과가 너무 큽니다. 반면 금속노조의 경우에는 교섭구조 집중화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추기 위해 협약 요구안도 근로조건의 규정보다는 집중화를 위해 최소화 하는 전술을 사용했습니다. 조직구조를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기업별노조 체계로부터 발생하는 상이한 조건들 때문에, 그리고 산별노조에 적합한 교섭구조가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전술을 사용했던 것입니다. 

정리해 보면, 산별노조 건설과정은 ‘대략 조직구조 → 교섭구조 → 협약체계’의 순서로 발전하는 양상임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기업별노조라는 특수한 조건에서 급격하게 산별노조로 이행하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조직구조의 변화에 따른 조직 통제력과 집중성의 정도가 교섭구조의 변화를 가져오는 요인이며, 협약체계는 이보다 뒤늦게 관철됩니다. 특히 산별노조 전환, 교섭구조의 변화 과정이란 과도기에는 무엇보다도 조직방침에 대한 하부 단위의 ‘순응’이 절대적입니다. 물론 이 순응이 조직 내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한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남은 과제들

우리의 과제라면, 당연한 얘기지만 산별노조의 전환이 시급하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세력의 산별전환이 시급합니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산별노조의 진행정도는 조직마다 제각각입니다. 따라서 “무늬만 산별”이니 “실패한 작품”이니 하는 평가는 섣부르다고 생각합니다. 한계는 있지만 최소한 기업별노조보다는 ‘연대’라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으로, 제각각인 산별노조의 발전 과정에 대한 경험의 공유가 보다 활발히 이루어져야 합니다. 보건의료노조의 건설 과정은 금속노조에 영향을 주었고, 금속노조의 중앙교섭 성사는 보건의료노조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이것은 화섬노조에게 영향을 줄 것입니다. 금융노조와 증권노조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지막은 정파의 문제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줄곧 ‘정치과정’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누가 방침을 결정하는지’ 그리고 ‘누가 그 방침을 반대하는지’, 물론 조직을 정치과정으로 모두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만, 현재의 노동조합운동은 염려스럽게도 이러한 지형에서 대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입니다. 3개의 세력으로 나누어진 현재의 노동조합운동은 담합구조 혹은 독과점 구조를 낳고 있습니다. 

상층에서의 선거연합은 말 그대로 ‘권력 나눠 먹기’에만 그치고 현장 단위의 연합이나 정책연대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장 내에서의 권력 쟁취를 위한 담합구조는 대중추수수의, 실리적 전투성, 주장과 실천의 괴리 등 부정적 결과만을 낳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의 제도적 틀 내에서 정파 갈등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 중의 하나가 산별노조 건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금속노조의 사례에서 시사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금속노조 3기의 선거연합은 이전과 달리 정파간 갈등이 내부에서 증폭되는 시기였지만 중앙교섭과 산별노조란 운영체계 때문에 다른 조직에 비해 갈등이 외부로 표출되거나 위기로 비화되지 않았습니다. 

이념과 가치를 앞세워 대립각을 세우면 구체적인 안이 진전되기 어렵고, 집중시켜야 할 것들이 집중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각기 조직이 처한 현실과 역사성, 외부 조건들을 각자 분석한 결과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게 필요합니다. 선거에서는 경쟁을 하지만, 사업이나 방침, 사안을 놓고는 연합을 해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은데, 나중에라도 좀 더 깊게 다시 나눠보고 싶은 고민거리입니다.

토론자

이주호:  먼저 저희 조직 상황을 얘기하겠습니다. 올해 보건은 산별 4기 선거가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3년을 고민하면서 8년의 활동과 2년의 산별교섭을 되돌아보고, 의료공공성, 산업정책의 개입력 확대, 미조직 비정규직 사업의 강화 등의 화두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것의 준비를 위해 교섭구조의 확보, 조직개편(산별적 조직편제)도 얘기 중입니다. 2007년 복수노조가 됐을 때 우리 산별노조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도 별도로 고민 중입니다. 

발표 내용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동의합니다. 산별전환에 대해서는 보건의료노조 건설 전후로 단계적 건설론과 동시 건설론이 논쟁되었지만, 양쪽을 절충해서 시기를 앞당기면서 동시에 가는 방향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산별 조직의 ‘집중성’과 ‘내부 민주주의’의 관계는 논의를 다른 조직에서는 많이 하겠지만, 보건은 집중성이 당연시 되었던 것 같습니다. 교섭구조의 경우, 현재 어렵게 산별교섭을 진행하고 있으나 규모의 격차, 특성차이 등의 문제들 때문에 완전히 하나의 교섭구조로 담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저는 교섭구조의 중층화, 특히 교섭의제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산별 총파업을 2년 동안 진행  하면서 느낀 것은, 실제로 산별 총파업을 했을 때 투쟁의 하향평준화를 많이 얘기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는 점입니다. 산별파업에 대해서 보다 집중된 연구가 필요합니다.

덧붙여서 서울대병원지부의 탈퇴 그리고 공공연맹 가입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뭐가 원칙이냐 하는 고민이 있는데, 제 생각을 참고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보건의료노조의 산별 협약 가운데 10장 2조에 대해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작년 산별협약을 통해 많은 성과를 냈다거나 혹은 그렇지 않다는 식으로 논쟁이 전개되면 좋겠지만, 지금 논쟁을 보면 선악의 개념으로 악이다, 오류다 하면서 영양가 없는 논란거리밖에 되지 않습니다. 발표자가 하부 단위의 중앙 방침 순응성을 중요하게 지적했는데 보건은 금속과 달리 대형 병원이 가장 중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협을 개혁하거나 지부투쟁을 봉쇄하거나 하는 그런 식의 사업이 가능하지 않은 구조입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더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발표에서 빠진 부분을 지적하자면, 산별운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근본부터 고민할 것은 ‘왜 산별건설이 지체되고 있는가’에 대한 원인 분석입니다. 나름대로 생각해 보면, 민주노총 70만 조합원이 상대적으로 기득권층이 되고 있습니다. 노동의 양극화 속에서 우리 조합원들이 미조직 비정규 노동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득권층이다 보니, 우리가 지향하는 산별의 이념과 조직이 조합원에게 맞지 않고 있습니다. 대공장의 먹고 살만한 정규직 조합원들에게 이것만이 살길이라고 아무리 떠들어도 지금은 자신의 기업에서 살길만을 고민하기 때문에 조합원의 실리주의, 경제주의 속에서 산별 건설이 쉽지 않습니다. 또 하나 지금의 정파 구도는, 산별노조들이 힘을 합쳐도 될까말까한 판에 발목을 잡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원인을 찾지 않으면 그 다음의 이야기는 시작하기도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 산별은 원칙을 세게 주장한다고 해서가 아니라, 간부가 결단한 만큼 발전한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그 명제를 간부들이 ‘합의’한 만큼 나간다고 바꿔야 할 듯합니다. 함께 갈 수 있는 공동의 원칙과 합의가 없으면 말싸움만하다가 산별은 산별대로 표류하고, 현장조합원은 실리주의로 나가는 게 현실입니다. 연맹 활동은 51:49로 두 표 차이라도 활동 가능하지만, 산별 활동은 99:1로 압도적인 다수가 찬성하더라도 ‘1’이 반대하면 안 되는 수가 있습니다. 연맹 활동과는 ‘질’이 다르고, 그래서 더욱 ‘합의’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민주성과 관련해서, 기업별 의식과 현장의 요구를 혼동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현장’은 ‘기업’별 의식에 토대를 두고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를 잘 구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끼리의 쟁점과 논쟁도 중요하지만, 산별운동의 발전을 위해서는 산별 협약을 확장하고, 기업별체계 전환이 보다 쉽게 가능해지도록 등의 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공동투쟁을 조직하는 것이 산별운동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는 말씀을 드립니다.

정일부: 발표자의 문제의식에는 소중한 내용이 많습니다. 다만 내용 곳곳에서 생각의 차이, 이견이나 쟁점은 아니고, 생각의 비중과 초점을 달리 두는 게 느껴져서 그런 부분을 위주로 얘기하겠습니다.

현재 금속노조로 전환하지 않은 채 금속연맹에 조직된 노동자가 6만이고, 금속노조는 4만입니다. 이걸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서 김승호 위원이 『노동사회』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완성차노조 혹은 자동차노조 건설을 이야기해서는 안됩니다. 완성차노조를 모은다는 것은 금속노조의 성과를 와해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당사자인 현대차노조와 기아차노조는 산별전환을 위한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기아는 산별추진위를 만들어 내년에 산별 전환에 집중할 계획이며, 현자노조도 12월에 선거가 있지만 선거와 함께 내년에 산별 전환을 시도하겠다는 의지가 있습니다. 기아나 현자 활동가들과 이야기 해보면, 완성차노조에 대해서는 이미 얘기할 것은 다 했기 때문에 더 이야기하면 혼란만 가중될 뿐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는 않을 거라고 합니다. 2007년 복수노조 시대를 앞둔 상황에서 내년에 모든 걸 걸고 산별전환을 시도하려는 판에 완성차단일노조 제안은 혼란만을 가중시킬 뿐입니다. 

조직 구조를 재편하는 것에 대해서는 ‘지역이 중심이다’는 발표자 말에 동의합니다. 지역과 업종 중심의 문제는 논쟁거리가 아니라고 봅니다. 사실 핵심은 ‘지역지부냐, 기업지부냐’하는 것보다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차이에 있는 것입니다. 금속은 지역중심을 많이 강조하고 있는데 교섭대표권도 지역지부장에게까지 위임을 하고 사업장지회가 아니라 지역지부에 사업의 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업장 울타리를 넘어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지, 업종별을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둘이 배타적인 것은 아니지만, 사업장을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지역 중심으로 가져가는 게 온당하게 균형 잡힌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직구조는 곧 교섭이나 협약과 연관됩니다. 고민이 있지만 조직 전환이 완성되면 보다 효율적인 교섭체계인 업종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아직은 전환이 미완성이기 때문에 업종으로 가는 것은 섣부르다는 판단에서 지금은 지역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전환이 마무리 된다면 업종별 교섭체계로 발전해 나갈 거라 생각합니다.

금속노조의 교섭과 관련해 기업별노조 때보다 교섭기간이 길어져 불만이라는 얘기를 여기저기서 듣습니다. 중앙교섭, 지부교섭, 사업장 보충교섭까지 하니까요. 그렇게 불만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주장은 협약이 산별중앙협약과  사업장별 보충협약 이렇게 두 가지로 정리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지부협약은 과도기적으로 인정되는 경우입니다. 왜냐하면 과도기인 산별 전환 시기에 중앙교섭을 제대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사업장과 중앙의 중간에서 사업장마다 중앙교섭이 제대로 성사되도록 관장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10장 2조부터 시작해서 서울대병원지부의 문제는 세 군데(보건의료, 서울대병원지부, 공공연맹) 다 틀렸다고 생각합니다. 산별협약 발전의 문제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건은 우리나라 산별노조의 첫 시도를 했고 여전히 중심에서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여러 군데서 토론하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정파 관련해서, 정파는 긍정성과 부정성이 모두가 있고 현재는 부정성이 더 크다는 것에 동의합니다. 지금 정파구도가 대부분의 사람을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금속노조를 만들 때, 중앙파와 국민파의 기업지부를 둘러싼 논란과 연합 그리고 현장파의 반발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조합원들은 위에서 지지고 볶고 하는 사이에도 계속 투쟁하고 있고, 누가 되든 현장을 지킨다고 합니다. 여기에 주목해야 합니다. 1, 2, 3번 어디에 속하든지 간에, 전노협부터 조합 활동을 했던 경력이 있고, 노동자라는 계급적 위치로부터 발생하는 생활조건이 있기 때문에 조합원들은 대중을 계속 의식을 하고 있고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집행부와 대의제의 관계를 보면, 집행부가 안을 내면 중앙위원회와 대의원대회에서 통과되는 구조이고 80~90%는 집행부 안대로 진행됩니다. 이렇게 대의제가 발전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파간 이합집산이 훨씬 크게 작용할 수 있는 것이지, 현장이 건강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의제가 발달한 남아공이나 서유럽처럼 대의원대회를 7~8일씩 하는 것도 아니고, 대의제를 형식적으로 하다 보니 중앙이 거의 절대적인 권력을 갖는 것이 문제점이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2007년 복수노조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단체협약 효력확장을 위한 법개정 투쟁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내부적인 것입니다. 금속노조로 전환한 조합원도 정규직의 한계를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장을 넘어서기 위한 사업을 강화하고, 산별노조를 정착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들을 만들어 내는 것, 그리고 기업별노조에서 생각할 수 없는 내용(주5일제, 산별고용 등)을 만들어 나가는 활동가 부대를 조직에서 만들어 갈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비정규 부분은 활동방식을 대폭 바꿔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금속노조에 15개의 비정규지회가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싸움은 자신의 원청하고만 할 뿐입니다. 산별운동과 비정규운동이 결합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표적 사례죠. 공동의 적을 두고 같이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비정규직이 투쟁의 중심으로 서고 있으니 산별노조도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사업을 꾸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허 인: 이해를 돕기 위해 공공연맹의 현황을 먼저 애기하겠습니다. 10만 5천명의 조합원이 있는 공공연맹은 내부적으로 상당히 복잡합니다. 조직규모로 보면 2만5천명의 철도노조부터 5명의 조합원을 가지고 있는 조그만 노조까지 다양하고, 노조 수도 165개 노조가 있지만, 7개 소산별노조를 사업장별로 구분할 경우 340개에 달합니다. 

공공연맹은 일반적으로 업종 중심이냐, 지역중심이냐 하는 논의 자체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지배구조별로 구분하는 게 정확합니다. 정부투자기관, 재투자기관, 출연기관, 출연위탁기관, 지방공기업, 민간서비스업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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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권 : 제10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