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법 개정과 전교조, 색깔론 상관관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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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법 개정과 전교조, 색깔론 상관관계는?

편집국 0 3,587 2013.05.19 02:27

 


hw_01.jpg한나라당의 본회의 저지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과 투표를 통해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작년 12월9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는 지난 1990년 노태우 정권 때 사립학교법이 개악된 이후 15년만이며, 17대 국회가 개원된 후 꼭 15개월만의 일이다. 그런데 그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교육시민단체는 아쉽지만 환영하는 분위기인 반면 사학재단은 학교폐쇄, 신입생 배정거부 등을 결의하며 실력행사를 예정하고 있다. 올해도 사립학교법을 둘러싼 논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특히 한나라당은 작년 박근혜 대표의 주도로 사립학교법 무효화특위를 설치하고 12월 임시국회 보이콧과 함께 장외투쟁에 나선 바 있다. 

사학법개정과 ‘건학이념 훼손’이라는 억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올해 7월 발효될 개정사립학교법이 시행되기 전까지는 학교일정, 정치일정, 선거일정을 넘나들며 치열한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법에 비해 사립학교법은 이상하게도 통과되기 전보다 오히려 통과된 후 훨씬 더 치열한 찬반논쟁이 진행되는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의 도를 뛰어 넘은 사실왜곡, 논리의 비약, 색깔공세에 기인한 바가 크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동안 사학의 인사와 재정 등 모든 사항에 대해 마음대로 주물러온 사학재단의 과장된 기득권 상실위기, 전횡과 독재에 대한 병적인 집착, 보수적 종교계의 과잉반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도 하다. 

사실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사학의 소유구조, 지배구조, 의사결정 구조에 있어 별다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이렇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사학단체가 반응하는 것은 책임 있고 투명한 운영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 즉 ‘전횡 권력의 상실과 노출 두려움’ 때문이다. 이는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주된 내용을 보더라도 금방 알 수 있다.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사학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학교 이사진 7명 중 개방형 이사를 4분의 1이상으로 하되, 개방형 이사는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대학평의회에서 협의하여 2배수를 추천토록 되어 있다. 또 감사 중 1인을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회가 추천토록 했으며, 학내비리 때문에 임시이사를 선임할 경우에도 이사의 3분의 1은 학교운영위원회나 대학평의회의 추천을 거쳐야 한다. 이 정도 조항을 가지고 사학법인들은 개방형 이사 도입에 따른 ‘건학이념 훼손’이라고 억지를 부리고 있다. 그러나 소수의 개방형 이사를 도입하는 것과 건학이념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한편 개정사립학교법은 위법행위를 한 임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그 승인취소 요건을 대폭 강화했다. 우선 지금껏 사학이 비리와 관련하여 “일단 저질러보고 걸리면 시정하면 되지”라고 배짱을 부릴 수 있도록 했던 ‘15일 계고기간제도’는 사실상 유명무실해졌다. 또 위법행위로 인해 임원 취임승인이 취소되거나 해임된 자가 다시 임원으로 선임되기 위한 경과규정을 현행 2년에서 5년으로 연장했다. 경과기간이 지난 후 임원으로 재취임을 하기 위해서는 재적 이사의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개정법에는 친인척 이사 수의 제한, 이사장 친인척 학교장 임명 금지 등의 내용도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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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학법 개정안 처리에 반발하며 장외투쟁에 나선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개정 사학법은 전교조에게 우리 교육을 넘겨주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 출처 : 오마이뉴스 ]

전교조 맞짱뜨겠다는 한나라당, 주제 좀 파악하시라

이상의 내용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개정 사립학교법은 사학의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와 족벌운영에 대한 견제장치 마련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한나라당이나 사학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전교조의 학교 장악”이나 “자유주의 헌법질서의 파괴”, “건학이념의 훼손” 따위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은 소속의원들의 절반의 동의도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강경 장외투쟁을 벌이고 근거 없는 색깔공세를 퍼부었다. 게다가 국정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거대야당이 기껏해야 교원단체에 불과한 전교조와 ‘맞짱’을 뜨려고 들었다. 이러한 활극의 배경에는 오로지 ‘정치적 이해관계’만이 존재했다. 싸움을 부추기고 시비를 거는 입장에서는 사학법 무효화 투쟁이 잃는 것보다 얻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라는 전략적 판단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전략 한가운데는 무엇보다도 초·중·고 대학재단의 32%를 차지하고 있는,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종교계의 사립학교법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편승하여 자신들의 책임을 면피하고, 종교계의 보수세력에 지지를 강화하고자 하는 노림수가 있었을 것이다. 어쨌거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활을 건 투쟁’ 속에는 우리나라 사학, 더 나아가 교육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흔적은 전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학생 수를 기준으로 중등교육의 50% 이상, 대학교육의 75%를 사립학교에 의존하고 있다. 사학의 부정부패를 견제, 감시, 통제하는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극히 한정된 범위 내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이 강화되고 견제, 감시시스템이 마련되었다고 해서 “문을 닫겠다”느니 “건학이념을 침해당해 교육을 못하겠다”느니 떠들고 있다.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사학법개정은 도착지가 아니라 출발신호

사학단체들의 강력한 로비력 때문에 국가보안법 폐지 혹은 개정보다도 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던 개정 사립학교법이 통과된 것은 더 이상 전횡과 부정부패의 온상으로 사학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제는 상식에서 동떨어진 자율성 침해, 사유재산권 침해 등의 공허함을 가지고 근거 없는 색깔론이나 제기하는 극단적, 소모적인 논쟁은 종식되어야 한다. 

그러나 사립학교법 개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개정된 법의 내용 중 구체적인 행정의 기준이 될 시행령 개정작업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또한 사립학교법을 무력화시키려는 법인의 정관개정 움직임도 주시해야 하고, 특히 개정된 사립학교법이 담고 있지 못한 자치기구 법제화, 교장선출 보직제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실질적인 학교운영의 민주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