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서비스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태와 조직화 문제

노동사회

유통서비스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상태와 조직화 문제

편집국 0 4,943 2013.05.19 02:10

Ⅰ. 들어가는 말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서비스 산업의 성장으로 인해 한국 사회에서도 서비스부문의 비정규직 증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새로운 직종의 30% 이상이 서비스 부문에서 창출되고 있으며,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다수는 여성 노동자들인데 이들 중 상당수는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 주요 나라들에서 지난 20년 동안 서비스 산업 내 파트타임 여성 노동자 비율은 15%이상 증가했으며, 서비스부문 여성 취업자 중에서 파트타임의 비중은 80% 내외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서비스 산업의 비정규직 증가 현상은 비정규직 효과와 산업구조 변화 효과로 분나눌 수 있다. 첫째, 비정규직 효과로 서비스 산업을 중심으로 비정규직화 추세가 진행되고 있다. 둘째, 산업구조 변화 효과를 보면, 서비스 산업의 팽창으로 비정규직은 꾸준히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경우 2004년 8월 현재 노동부 경활부가조사 자료에 의하면 서비스부문 취업자 중 비정규직 비율은 76.6%이며, 유통서비스 부문은 82.8%이다. 결국 서비스 산업의 비정규직화 효과와 서비스 산업 팽창에 따른 산업구조변화 효과로 인하여 비정규직 비율은 꾸준히 증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산업구조 변화와 서비스 산업의 성장은 노동운동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에 비해 현실의 서비스부문 노동운동은 제조업 대공장 중심의 노동조합에 비해 매우 취약하다. 실제로 한국의 서비스부문 노조 조직률은 5.1%이며, 유통서비스 부문은 3.6%로 전체 노조 조직률(12.4%)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며, 유노조 조직률도 14%정도에 불과하다. 따라서 서비스 산업의 성장은 산업구조와 노동시장뿐만 아니라 노동운동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조직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의 노동운동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조직화 활동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노동조합은 서비스 산업 노동자들의 상태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Ⅱ.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의 실태

1)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의 현황과 특징

유통업은 현재 국내 대기업과 초국적 기업의 시장진입이 확장되면서, 제한된 영역 내에서 대형유통업의 슈퍼체인 사업 진출과 전자상거래 활성화, 영업시간 연장 등으로 인한 과당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결국 자본은 비용절감이라는 측면에서 비정규직 채용, 경쟁주의 임금체계 도입, 기존 인력의 재편(사업부 외주·용역) 등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대형할인점은 양적 지표로만 본다면 지난 10년간 매출액이 780% 성장했으며, 점포수도 10배정도 증가했다. 주요 대형할인점의 경우 2005년 11월 현재 254개이며 전년 대비 10.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수도권(52.3%, 133개)과 경남(18.1%, 46개)에 약 70%정도가 밀집해 있다. 

통계청(KOSIS) 자료에 의하면 2003년 현재 유통서비스업(대형종합소매업)의 경우 전체 종사자는 8만8천명(백화점 3만2천, 기타 대형종합소매점 5만6천)이며, 여성(61%, 5만7천명)이 남성(39%, 3만1천명)보다 다소 많았다. 고용형태별로 보면 상용직이 5만여명인데, 이 중 임시직(34.9%, 1만7천명)과 일용직(15.6%, 7천명)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표1]은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에 소속된 유통서비스부문(유통분과) 비조합원 현황이다. 먼저, 2005년 6월 현재 유통서비스부문 주요 단위 사업장 조합원(4,730명) 규모는 전체 정규직의 약 33.5%정도가 가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으로, 비정규직 규모는 정규직과 거의 비슷한 1만2천명으로, 직접고용(62.6%, 7,704명)이 간접고용(37.4%, 4,611명) 보다 1.5배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표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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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서비스업 종사자 10명 중 7~8명 여성인데, 유통서비스 노동조합의 경우 전체 직원 대비 여성 비중은 70.7%(14,087명/4,730명)이며, 전체 조합원 대비 여성 비중은 62.9%(4,730명/2,877명)이다. 유통서비스부문 비정규직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직접고용(임시직 81.8%, 파트타임 70.6%)과 간접고용(파견 85.9%) 모두 정규직보다 많았다. 이를 통해 유통서비스부문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비정규직화가 심각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 노동시장과 노동조건

일반적으로 유통서비스 부문 노동시장의 구조적 특징은 이동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중 하나는 유통업시장의 이질성과 함께 저임금, 장시간 노동, 복리후생 등의 노동조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유통서비스부문 노동자들의 상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유통서비스부문 노동시장의 특징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다른 산업에 비해 고용이 불안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설문조사 결과 정규직은 평균 근속년수는 4년 8개월(이직률 1.7회) 정도에 불과했으며, 비정규직은 2년(이직률 2.8회)에 불과했다(<표 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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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의 취업형태에 따른 노동의 순이동을 보면 산업부문간 이동보다는 산업 내 이동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유통서비스 노동자 10명 중 6명(59.7%)은 이전 직종이 판매 서비스업(‘정규직 58.9%??와 ??비정규직 30.5%??)이었으며, 10명 중 4명(42.7%)은 향후 이직 업종으로 판매서비스직(??정규직 63.5%??과 ??비정규직 36.5%??)을 선호하고 있었다. 실제로 유통서비스부문에서는 고용형태별, 성별분리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설문조사 결과 정규직의 주된 업무는 사무와 매장관리?구매였으나, 비정규직의 주된 업무는 판매?판촉 및 수납(캐셔)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정규직의 여성노동자 10명 가운데 7명 이상은 판매(82%)와 수납(70.3%)을 담당하고 있었다.

셋째, 유통서비스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작업장 내 차별에 대해 일상적인 불만을 갖고 있었다. 이러한 불만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에 종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금 및 복지제도가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우선, 정규직(182만원)과 비정규직(102만원)의 평균임금은 56.4% 정도 차이가 있었으며, 비정규직의 경우 기업 내 복지제도 수혜율은 10~20%에 불과했다. 게다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제 근무시간(49.8시간)은 정규직(47.8시간)에 비해 2시간 정도 많았다. 한편, 기업 내 복지혜택은 할인점 노동자들이 더 열악했으나, 노동시간은 백화점(45.9시간) 노동자들이 할인점(40.9시간) 노동자들에 비해 5시간 정도 실제 근무시간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은 작업장 내 개별 노동자들의 불만과 잠재적 이해관계를 조직화로 분출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높은 이직률과 대체가능성 등은 조직화에 어려움이 있다. 더불어 유통서비스부문의 광범위한 고용형태는 노조활동의 구조적·제도적 제약의 원인이다. 실제로 유통업의 정규직과 직간접 고용 노동자보다 많은 입점업체 노동자 문제는 노조 활동 및 조직화의 최대 걸림돌이다. 일반적으로 노동자들의 조직화는 개별 노동자들의 불만이 집단적 행동으로 발전할 때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유통서비스부문처럼 노동시장의 특성이 다양하고, 분절된 사업장일수록 노동자들의 불만이 집합적 저항으로 연결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유통서비스부문의 비정규직 조직화는 쉽지 않다. 더불어 유통서비스부문 비정규직 조직화의 문제는 노동자들의 수동성(passivity)이라는 내적인 측면과 열악한 노동시장과 노동조건이라는 외적인 측면이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Ⅲ. 유통서비스 노동자들의 조직화 문제

1) 노동조합의 조직화 활동과 경향

민주노총 서비스연맹의 조직화 사업을 살펴보면 미약하나마 조금씩 조직화가 진행되었거나, 비정규직 처우개선이 이루어졌다. 실제로 매년 어느 정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진행된 사업장(현대 백화점과 농협유통)이 있으며, 주5일제 등 일부 단체협약이 비정규직에게 적용된 사업장(동원F&B, 한국까르푸, 농협유통)도 있다. 게다가 단협을 통해 파트타이머의 비율을 제한하고 노조 내 비정규직특위를 구성하여 구체적 사업계획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사업장(뉴코아)도 있다. 이러한 부분적인 성과가 있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지난 4년간 연맹의 노동조합 조직화 계획은 구체적으로 이행되지 못했다. 오히려 일부 사업장은 M&A등으로 인해 인수합병 된 후 노조 가입제도가 오픈 숍으로 변경되어 노조 조직력이 약해졌다. 그리고 일부 사업장에서는 조직화를 목표로 사업장에 활동가가 투여됐지만, 조직화 목적과 방식 등의 전략적 플랜과 목표가 부재한 상태에서 진행되어 그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2005년 현재 노동조합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비정규직 간담회 등을 통해 분위기가 성숙된 다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조에 가입하도록 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처럼 유통서비스부문 조직화는 노동운동의 내적 역량과 노동시장의 구조 및 특징 때문에 결코 쉽지 않다.

2) 노동조합 조직화 방안

(1) 조직화의 원칙과 전제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의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해서는 법·제도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의 조직률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가 정부정책과 기업의 인사관리정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정부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보호를 위한 법·제도를 보완하고 또한 철저히 행정감독 하도록 강력하고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유통서비스업의 경우 납품업체의 파견규정이나 영업시간 규제완화 등을 담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이나 육아보호휴업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노동자들에게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정책에 의도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으로 노동조합은 조직화 이전에 노조 차원에서 비정규직을 위한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 이는 노동조합 상급단체와 단위사업장 차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노조 규약 및 단협 개정을 의미하는데, 최소한 조합원으로 보호하지 못한다면 비정규직 채용의 비율제한 및 노동조건 향상을 위한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조직화 전략은 그 전제적 조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현재의 노동조합 조직을 산별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이지만 과도기적으로는 노동조합의 조직체계를 조직화 모델(organizing model)로 전환해야 하며, 다른 한편으로 노동조합 조직문화와 노동자들 스스로의 의식을 변화시켜야한다. 노동조합의 조직화 모델은 1989년 미국 노총(AFO-CIL)에서 시작되어, 호주 노총(ACTU)과 영국 노총(TUC)에서 노동조합의 조직화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한국의 노동조합은 조직화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체계적인 자료분석(비정규직 실태조사)을 통해 노조의 일정한 원칙과 방향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노동조합은 조직활동을 위한 보다 많은 자원을 집중 해야한다. 조직화 사업은 단기적인 사업이 아니라 지속적인 사업으로 가져가야 하기 때문에 재정의 집중적 투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노동조합은 상급단체부터 단위 노조까지 전체 예산의 20~30%를 투입해야 한다. 2005년 현재 유통서비스 단위노조에서 비정규직 조직사업비로 책정된 직접적인 예산은 대부분의 경우 전체 예산의 1%도 채 안되며, 그나마 개별 사업장의 상황과 여건에 따라 금액(40만원~500만원)의 편차도 매우 크다. 상급단체인 서비스연맹의 경우 신규노조 설립지원비를 포함하여 약 86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산업별연맹 및 단위 사업장에서 일상적으로 노조 조직화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조합 예산 중 조직 사업비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단계적으로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조직화 대상과 활동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 예를 들면 미조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전담하는 기구(담당자)를 각기 두어 조직화를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들 조직담당자들이 일상적인 조직 사업(정보교환 및 상담)을 수행할 수 있도록 내·외부 조직들과의 네트워크가 가능한 체계(실업자정보센터, 노동민생상담소 등)를 형성해야 한다.

둘째, 노동조합은 조직화를 위한 전략적 플랜을 고안하고 실행해야 한다. 유통서비스부문의 조직화는 유통업체 미조직 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밀집된 서울과 경기도(일산, 용인, 부천, 수원 등)를 핵심 대상 지역으로 삼고 이곳에 집중적으로 자원을 투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조 자원을 전략적으로 배치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를 이른바 나무그늘 프로그램(Tree Shade Program)으로 개념화 하고자 한다. 유통서비스업의 경우 산업 특성상 자본의 유동성과 노동의 유연화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임금, 여성(기혼), 파트타임 노동자들을 주로 고용하기 때문에 자본이 노조회피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쉽다. 

서비스 노동운동은 전통적인 제조업에 비해 노동조합의 내적 역학이 미약하거나 제한적이다. 때문에 노동조합은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방식의 여러 경로를 놓고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이러한 이유로 노동조합은 유통서비스 사업장의 60~70% 이상이 밀집되어 있는 수도권(서울, 경기-부천, 일산, 수원, 용인-, 인천)과 부산을 조직화의 주된 지역으로 설정하고, 사업장으로는 노동과정과 자본의 성격을 고려하여 국제협약의 기준들이 적용되는 할인점을 조직화의 주요 업체로 선정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노동조합은 나무그늘 프로그램을 조직화의 광범위한 확장 전략(broad outreach strategic)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

나무그늘 프로그램(Tree Shade Program)은 원래 환경단체에서 녹지확대를 위해 제안된 것이다. 녹지확대를 위해서 인공위성 사진으로 열배출 밀집지역을 찾아내어 이곳에 집중적으로 나무를 심어 열섬효과를 저감하고 전체적으로 냉방전력수요를 낮추기 위한 것이다. 이를 한국의 노동운동에서 차용하면, 나무그늘 프로그램은 초국적 기업의 노조회피전략(Greenfield Strategy)에 대한 노동조합의 대응전략의 하나로 고려할 수 있다. 그린필드 전략은 초국적 기업(GM, Wal-Mart 등)들이 전투적 성향을 갖고 있는 지역의 노동자들을 피해, 노조가 없거나 노조 경험이 미약한 저임금의 노동자들을 고용하여 기업 측의 전략대로 작업장을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조직화 방식에 대한 노동조합의 전략적 선택은 유통서비스부문의 노동조건과 자본의 성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우선, 전자의 측면에서 보면 유통업 중 할인점이 주요한 1차 조직화 대상이다. 이것은 할인점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백화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동질적인 업무를 담당하기 때문에 노동자들 간의 일상적 관계 맺기가 쉽다. 또한 할인점에 근무하는 노동자들은 백화점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지혜택 등이 열악하기 때문에 일상적 불만과 저항의 여지도 높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후자의 측면에서 보면 사업장의 경우 초국적 기업으로 국제협약(노조 가입권리와 단체교섭 관련 사항)의 기준들이 적용되는 사업장(한국까르푸, 삼성 테스코 홈플러스)을 우선대상으로 고려할 수 있다. 물론 월마트나 이마트와 같이 무노조 경영의 상징으로 되어 있는 사업장을 국제노동단체(UNI) 등과 협력하여 조직화의 주요 대상으로 선정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 두 업체를 대상으로 조직화가 성공한다면 다른 미조직 사업장의 조직화를 유도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월마트(캐나다 퀘벡-영업점 폐쇄)와 이마트(한국 용인 수지-조합원 탄압)의 사례를 통해 이들 사업장에서 조직화의 어려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좀 더 긴 호흡과 여유를 갖고 진행 할 필요도 있다.

셋째, 조직화 사업 이전에 조직화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조직화 사업은 유통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기혼), 파트타임, 학생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것은 기존 노동조합에서 고려하지 못했던 여성 친화적 조직화 모델을 구축해야 함을 의미한다. 여성친화적 모델을 위해서는 단지 구조적인 시스템만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움직일 수 있는 노동조합의 의식적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통서비스 노동조합은 의사결정과정에 일반 노동자들을 더 잘 대변하고 그들의 권익을 높이기 위해 여성할당제(30%)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 유통서비스 노조에 소속된 단위사업장 중 여성 위원장은 한 명도 없으며, 상집 간부 중에서도 여성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때문에 노동조합은 조직화 사업 이전에 여성 친화적 조직운영이라는 변화가 필요하다. 이것은 조직활동을 활발히 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재정을 더 투입하는 문제가 아니라 조직의 운영방식과 의사결정이 바뀌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조합 활동의 세세한 부분에서 파트타임을 고려해야 하고, 노동조합의 활동이나 단협 내용에 여성 관련 조항(육아, 보육, 출산 등)을 반영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노동조합은 일상활동부터 사회적 의제까지 전달할 수 있는 문화활동과 공간을 갖출 필요가 있다. 하지만 현재 유통서비스 노동조합에 소속된 단위 사업장의 소모임 활동은 활발하지 못한 편이다. 조직 활동을 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일반 조합원들과의 정서적 유대를 형성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다.

넷째, 노동조합의 조직화 사업은 개별 노동자들의 의미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기존의 조직화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조직화로 연결된 불만의 증가가 동원화의 잠재력(mobilization potential)이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노조가 조직된 사업장의 경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비정규직 조직화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기존 조합원들의 양보와 협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기존 조합원들의 요구에 부흥하는 이해집단으로서의 기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에 조직화 사업에 대한 불만이 제기될 수 있다. 때문에 노동조합이 조직화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동원과 설득의 논리가 있어야 한다. 이는 기존 조합원에게는 노동계급의 연대성을, 비조합원들에게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조직화 성공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노동조합의 동원화와 조직화는 외부로부터 자원이나 전문 조직활동가가 투입되어 이루어진 것이기보다는 자발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때문에 노동조합은 조직활동가를 외부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해당 사업장의 내부 구성원(혹은 유경험자)에서 찾아야 한다. 한편 노동조합은 조직화 사업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상징적이며, 정서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슬로건(구호)을 정해야 한다. 다른 나라 노동조합은 조직화와 투쟁과정에서 “변화를 위한 조직화, 조직화를 위한 변화??(미국 노총), ??청소노동자에게 정의를??(미국 전미서비스노조), ??누구나, 어디서나, 1,200엔 이상??(일본 UI 젠센동맹), ??조합 만들기 액션플랜 21??(일본 연합) 등의 구호로 지역주민들과 노동자들에게 노동조합의 이슈를 쉽게 전달했다.

(2) 조직화를 위한 일상적 실천 유형
앞에서는 조직화를 위한 원칙과 과제를 짚어보았다. 이제노동조합이 조직화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중장기적 실천전략에 따른 구체적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노동조합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역사회의 의제에 공동 의사결정구조를 형성하고 이에 결합해야 한다. 이것은 노동조합의 투쟁과 일상활동이 지역사회의 여론과 일반 노동자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해야하고 지지를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유통서비스에 종사하는 다수는 여성, 파트타임 노동자들로서 해당 지역 주민이다. 때문에 지역노동시장에 대한 구체적이고 면밀한 조사를 통한 주체를 확보해야 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관심이 성숙된 뒤에 노조 조직화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우리는 지역사회에 존재하는 기존 연결망(민주노동당 지역위원회, 여성민우회, 소비자단체 등)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유통업체의 대부분이 지하철과 연계되어 있으므로 노동조합이 조직화를 위한 캠페인을 전개할 경우 지하철 노조의 도움을 받아 지하철 역사 내부에 미조직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상담서비스 홍보물을 부착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둘째, 노동조합은 조직화 이전에 작업장 안에 존재하는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간의 사회적 관계(social exclusion)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조직화에 대한 고민은 비정규직에 대한 훈련과 경력개발에 대한 관심부터 시작해야하며, 궁극적으로 비정규직이 현재 속한 상태에서 벗어나 더 좋은 여건에서 차별 받지 않고 동등한 노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스웨덴과 일본은 저렴한 의료보험과 직장 간 이전 가능한 연금 등 비정규직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법률상담 및 노조 교육 참가 등)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스웨덴 금속노조는 조직화 사업을 하기 위해 노동조합 홍보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데, 이 프로그램은 조합에 가입하려는 사람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방법으로 8단계로 나뉘어 있다. 

셋째, 노동조합은 우리 안에 내재된 사회적 의식과 관행을 깨뜨리고 변화시키는 주체로 나서야 한다. 일반적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단시간노동자(아르바이트)들은 작업장 내외에서 '알바(혹은 애들)'로 지칭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작업장 내 또 다른 위계적 요소며, 다른 한편으로는 정당한 노동의 가치를 희석시킨다. 때문에 노동조합은 이를 파트타이머라 호명함으로서 이들의 노동에 대한 가치를 분명하게 각인시켜야 한다. 이것은 전교조 등 노동운동진영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등과 함께 공동사업으로 이끌어 가야 한다. 더불어 서비스 부문 노동자들의 다수가 20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는 대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노조 여름캠프 및 아카데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향후 젊은이들이 노조활동에 참여하면서 노조가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체험하게 하는 것이다.

넷째, 노동운동진영은 조직화를 담당할 활동가 양성을 위한 체계와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 전국 중앙조직과 연맹의 임무는 단순 일회성 교육훈련이 아니라 조직화 연구 및 사례발굴, 지원과 연계된 조직활동가 훈련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현재 노동조합의 조직가훈련 프로그램은 주로 신규 조직활동가 양성을 중심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 활동가들이 조직가 학교를 수료한 이후의 활동과정에서 필요한 내용을 학습할 기회가 없다. 때문에 조직활동가들이 조직화 사업을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받고 자문을 구할 수 있는 담당 기구(organizing institute)가 필요하다. 따라서 노조 조직화 사업은 기존의 사례연구를 통한 전략을 수립하고, 중앙조직에서 단위 사업장까지 체계성과 연계성을 갖고 시작해야 한다. 

Ⅳ. 글을 나가면서

서구 노동조합의 조직화 성과는 그 사회의 역사적 제도적 맥락과 노동체제의 특징들과 연결된다. 또한 부분적으로 노동조합이 갖고 있는 독특한 궤적에 기인한 것이다. 서구의 나라들에서도 노동조합은 조직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전체 조직률 향상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비정규직 조직화 문제는 각 나라가 처한 환경과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노동조합의 조직화 경로와 유형 또한 상이할 수 있다. 

다만, 외국의 조직화 사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비정규직 노동자, 특히 파트타임 조직화가 중요한 과제로 다루어졌다는 점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단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노조로 가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노조가 그들을 더 잘 대변하고 그들의 권익을 높이기 위해서 여러 활동들을 조직화 활동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파트타임 및 비정규노동자를 조직하려면 노조 내부의 조직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조합 스스로 조직활동을 파트타임에 맞도록 재조정하거나, 단체교섭 안건으로 파트타임 노동자들의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더불어 노동조합의 의견반영시스템을 통해 파트타임 노동자들이 더 많이 참여 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하지만 외국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지만,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는 주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리 쉽지 않다. 그러나 노동계급의 결합된 힘을 발휘한다면 미조직 비정규직 조직화 사업은 점차적으로 그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