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 걸린 전교조 순풍 탄 교육부

노동사회

암초 걸린 전교조 순풍 탄 교육부

편집국 0 4,378 2013.05.19 02:05

 

얼마 전 참여연대 김기식 사무처장을 만났다. “전교조가 보수언론에 의해 일반적으로 매도당하고 있는데, 시민운동 차원에서 대응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제안했더니, “참교육학부모회가 교원평가를 찬성하면 우리도 참 어려워진다. 그 부분부터 해결해 달라”고 대답했다. 평소 교류가 잦은 학부모단체가 교원평가를 지지했으니, 전교조를 지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참여연대처럼 규모가 큰 시민단체들은 대부분의 정책현안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분석의견을 수시로 내놓는다. 그러나 온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교육문제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하다. 교육현안에 대한 판단을 내놓아도 표면적이고 형식적인 느낌이다. 이는 “사회단체로서 전교조는 신뢰하지만 교단에서의 전교조는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는 이중적 태도에 기인하고 있다. 즉 '공교육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시민단체 내부에서도 알게 모르게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갈수록 양극화되고 있는 우리사회에서 국민들에게 양육은 곧 고통이고, 교육은 곧 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바탕 속에서 2003년 교육행정정보화(NEIS) 반대싸움 때 1,082개 단체가 정보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전교조 지지 기자회견을 벌이던 때와는 대조적으로, 현재 교원평가 논쟁에서는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교육운동단체들도 대부분 말을 아끼거나 양비론적 관점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전교조반대, 교원평가찬성” 말고는 별다른 ‘교육운동’을 벌이지 않는 단체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보수언론의 초점이 됐고, 교원평가 도입을 주장하는 새로운 단체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동안에는 교육현안과 관련하여 교육부와 교육시민단체 간에 갈등이 있었다면, 현재는 교육운동진영들 사이에 불필요한 긴장이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운동진영 내부를 분열시키고 있는 교원평가제란 무엇이며, 왜 찬반 격론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보수언론이 노리는 점은 무엇일까? 지금부터 천천히 답해보기로 한다.    

왜 교원평가제만을 이야기하는가!

우리나라 사람 열에 아홉은 공교육을 못미더워 한다. 교육 제도의 탓인데 애꿎게도 그 불똥이 ‘교사’에게까지 튀고 있다. 그러나 냉철히 따져보면 교사는 국가가 정한 교육정책과 제도 안에서 주어진 교육과정을 교실에서 소화하는, 제한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지금 교육부는 공교육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구실 삼아 교원평가를 실시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는 방향타를 상실한 교육정책과 그 실패의 책임을 학교현장의 교원에게 모두 뒤집어씌워 국민을 속이려는 술책밖에 안 된다. 만일 교육부가 교원평가를 통해 교육의 질을 개선할 의지가 정말로 있다면, 교원평가 이전에 교육시스템부터 대폭 손질해야 마땅하고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교원평가를 도입하면 마치 학교가 새로워지고, 대한민국 교육과 교직사회가 완전히 달라지는 양 과대포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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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열린 교원평가 대안을 위한 공청회 ]

지난 11월4일 교육부가 발표한 교원평가 실시방안의 주요내용은 첫째, 교사와 학부모 대표가 참여(추가 참여부분은 자체 결정)하는 ‘학교평가위원회’를 만들어 교사, 교감, 교장 등 모든 교원을 대상으로 다면평가를 한다. 둘째, 교원에 대한 평가에는 교원 자신과 동료교사가 참여하고 학생과 학부모는 설문지를 통해 만족도를 조사한다. 셋째, 평가결과를 해당자 및 학교장에게 통보만 하고 교원의 인사승진제도에 활용하지 않는 것 등이다. 

교사입장에서는 이러한 내용의 교원평가는 새로운 제도의 도입이 아니라 기존 근무성적평정제도(아래부터, 근무평정)에 혹 하나를 더할 뿐이다. 현재 교사들은 매년 근무평정을 받고 있다. 근무평정은 일종의 교원평가인 셈인데, 승진에만 활용되고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모든 교사에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승진 계획이 있는 이들에게만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이런 근무평정은 평가기준이 추상적이고 애매한데다, 상급자에 의한 일방적인 하급자 평가이다. 또 막상 승진에는 최종 2년 치만을 반영하고, 결과가 본인에게 공개되지도 않는다. 이런 까닭에 근무평정은 교사로부터 신뢰를 잃었고, 교원을 평가하는 잣대로서 실제적인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계 안팎에서 근무평정제도를 폐지하자는 목소리가 매우 높았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근무평정제도 폐지는 고려하지 않은 채 새로운 교원평가를 도입하려 했고, 이것이 교원단체들의 반발을 낳은 것이다. 교육부는 교원평가가 학교교육 정상화의 지름길인 것처럼 과장하지만 교원평가가 도입되든 안 되든 학교교육이 정상화되려면 선행되어야 할 다른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사립학교법 개정, 학부모회나 교사회의 법제화, 획일적인 입시교육체제 타개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주제들은 워낙 우리교육의 근본적인 문제들이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그러나 교육력제고특별협의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부터 이런 의제는 제외되었다. 또한 어느 한군데서도 전교조가 교원평가의 대안으로 내세운 ‘학교자치평가제도’를 주요 의제로 다루지 않았다.

'위원회'로 책임 넘기며 떡고물 챙기는 교육부

지난 6월20일, 교원단체들은 교원평가를 보류시킬 시간을 벌 요량으로, 학부모단체들은 교원평가 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한 의도로, 각자 동상이몽 속에서 사회적 합의기구인 ‘교육력제고특별협의회(아래부터, 협의회)’를 구성하였다. 협의회는 주요의제를 교원정원 확충, 교원평가제도 개선, 수업시수 감축, 잡무경감 등 근무여건 개선 등으로 설정하고, 전원이 찬성하는 제도만을 실시하는 것으로 구성과 운영을 못 박아 처음부터 한계를 분명히 했다. 

교육운동단체들은 그 의제들은 교육부와 노조가 단체협상으로 처리할 사항이라고 주장하며, ‘협의회’라는 사회적 합의체제를 구성하려고 하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또한 국민의 교육권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할 교육부가 국민적 이해가 달린 각종 교육현안의 결론을 일개 위원회에 맡기는 일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우려하면서, “교육개혁의 전반적 문제에 대해 교육부가 책임을 회피하고 교원평가라는 특정사안으로 몰고 간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협의회가 구성된 만큼 협의회 의견과 절차를 존중하고 최선의 결론을 낼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후 교육부는 교원양성, 승진 등 중요 사안을 제2기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회의 과제로 넘겨버렸다. 뜨거운 감자를 피해 가는 노회함을 보인 것이다. 해방 후 교원정책을 장악한 교육부가 이미 누더기가 되어 폐기처분해야 할 교원관련 정책 전반을 책임 있는 자세로 마무리 짓지 않고, 임기 2년의 대통령 자문기구로 업무를 이관시킨다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지난 몇 달 동안, 교육부는 특별협의회를 교원평가제 시범실시를 강행하기 위한 도구로만 활용하였다. 교육부는 필요할 때에만 협의회를 조직, 운영한다면서 실상은 파행을 거듭했고, 당사자 간에 합의되지도 않은 사항을 지난 11월4일 일방적으로 결정해버렸다. 이러한 일방적인 강행의 결과는 시범학교선정 불협화음으로 나타났다.

전교조는 현재 특별협의회로 대변되는 ‘사회적 합의’의 부정적 측면을 경험하고 있다. 열린 토론을 통한 각성된 시민이 중심이 되지 않은 사회적 합의란 애초에 존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최근의 방폐장 유치를 위한 주민투표에서 볼 수 있듯이 최선의 결론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최악의 결과를 잠시 미루어 놓을 수는 있어도 진정한 참여가 아니라 들러리인 이상 결국 '칼자루를 쥔 사람'(교육부) 뜻대로 된다는 것이다. 

증상이 더 심각해진 보수언론 전교조 혐오증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11월11일 교원평가제 논란 초기부터 언론보도를 모니터링했다. 그 결과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언론이 ‘색깔론’과 마녀사냥식 보도로 모든 책임을 전교조에 전가했으며, 교원평가제와 관련 “합의 실패과정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채, 원인이 전교조가 실무단위에서 합의한 사항을 대표급 회의에서 뒤집고 단체행동을 벌이는 데에만 있는 것처럼 몰고 있다”고 논평을 냈다. 민언련은 “이러한 보도는 교원평가제의 합리적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이들 신문은 ‘교원평가제’에 대한 전교조의 입장을 비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악의적 비난과 색깔론까지 동원해 '특정이념을 주입하고 단체행동을 일삼아 교육을 망치는 주범'으로 전교조를 매도하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교원평가제, 아펙(APEC)반대 계기수업 등과 관련하여 전교조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보수언론의 전교조 혐오증은 도가 지나치다. 이들은 이번 기회를 이용하여 전교조를 국민들과 분리시키고, 이를 통해 ‘사립학교법 개정반대’ 등 자신들만의 ‘교육개혁’에서 최대 걸림돌인 전교조를 해치우려고 한다는 인상이 강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교육부도 예외는 아니다. 어쨌건 여론이 뭇매를 퍼부은 결과, 중도적 입장의 교육계 인사들조차 전교조는 회생이 어려울 것이며 국민들의 관심 밖에서 멀어질 것이고, 이제 교육부의 교육개혁은 순풍을 맞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나 보수언론들의 ‘아펙반대 계기수업’ 비판은 일부 전리품을 챙기기도 했지만 전교조가 정당성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민주노총과 민중연대 등 개혁진영의 엄호와 지지 속에서 머쓱한 채로 끝나기도 했다.

전교조가 발목 잡힌 사이, 제주도에서는… 

2005년 상반기 일본사회는 역사왜곡 교과서 채택문제로 떠들썩했다. 하지만 자민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전국 10% 채택을 자신만만하게 주장했던 후쇼사 교과서는, 결국 0.4% 채택에 그쳤다. 그런데 후쇼사 교과서를 채택한 지역은 공통적으로 교원노조의 조직률이 낮은 곳이었다. 교원노조 조직률이 높은 곳에서는 교육위원회가 노조와의 갈등을 피해기 위해 후쇼사 교과서 채택을 포기하였지만, 조직률이 낮은 곳에서는 시민들의 반대운동이 들불처럼 맹렬히 타올랐음에도 후쇼사 교과서가 채택되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동경도의 스기나미구다. 

아무리 안팎에서 ‘노동조합 본연의 역할’이 이러니저러니 해도, 교원노조운동은 민주적인 교육을 실현하는 중요한 주체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민사회와 국민들이 전교조에 거는 기대와 지지는 각별한 것이다. 그러나 2005년 전교조는 교원 평가 사안을 ‘교육력제고특별협의회’라는 논의 틀에 가두어 놓아, 교육운동단체들이 각자의 단편적인 교육 경험만으로 교원 평가를 판단하도록 하는 우를 범했다. 협의회의 구성 또한 참교육학부모회를 제외한다면 진보적 교육운동단체들을 모두 배제하였다. 진보적 교육운동단체들은 협의회에 무관심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교원 평가에 대하여 교육운동 진영이 통일된 입장을 피력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틈을 보수언론이 파고들어 선정적인 기사편집으로 국민 여론을 흔들었다. 전교조와 교육부가 합의한 ‘협의회’가 최선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이후에 평가가 필요할 것이다. 

전교조가 2005년 상반기 이후 지금까지 교원평가에 발목이 잡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그동안 축적한 교육민주화의 성과, 참교육의 성과를 하나 둘씩 까먹고 있는 사이, 참여정부는 ‘참여와 분권’이라는 미명 아래 대한민국 전역에서 매우 비교육적이고 비공공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법과 교육특구,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교육개방 등이 그것이다. 

제주도는 그간 정부에서 실시하고자 했던 모든 ‘교육실험’이 쏟아 부어지는 실험장이 될 전망이다. 초등학교를 영리법인이 세워 유료로 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 자치와 일반 자치를 통합하여 교육에 관한 조례제정을 도지사 권한으로 넘겼다. 이제 제주도를 시작으로 그와 비슷한 형태의 교육특구에서 온갖 교육 사유화 실험이 더 심화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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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시장화를 자극하는 제주특별자치도법은 교원평가제 논란 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 출처 : 오마이뉴스 ]

이런 문제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절박한 심정에서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지만 지금 전교조와 시민단체들은 힘이 부족함을 절감할 뿐이다. 시행 시기를 늦추거나 보완할 수는 있어도 원천봉쇄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육의 공공성과 민주성 확보라는 사회적 정의가 있었음에도, 투쟁 시기를 놓쳐 국민적 설득에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육 사유화는 이미 사회·정치적 현안이 돼버려 농성을 하더라도 국민을 설득하기가 어렵다. 힘의 대결만 남았을 뿐…. 

다시 전열을 가다듬을 때다

11월17일 교육부는 48개 초·중·고 교원평가제 시범학교 선정을 완료하였다. 하지만 선정과정에 대한 잡음이 존재하여 시범실시 여부가 불확실하다. 그동안 교육운동단체들이 중앙에서 교육부를 대상으로 싸웠다면, 이제는 시·도 교육청을 상대로 지역마다 따로따로 싸움을 벌여야 하는 형편이다. 그런 만큼 더욱 이전투구가 될 가능성이 있다. 교육부는 교원평가를 승진에 활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일부 시범 실시학교에는 이미 승진점수를 가산해 준다고 공표했다. 

전교조는 ‘근무평정 폐지 시 교원평가 조건부 수용’과 ‘교원평가 반대’라는 조직 내 노선 차이로 올 한해 여러 차례 예측 불허의 행동을 했다. 어쨌거나 11월26일에는 전교조가 2005년 교원평가 싸움의 방향을 결산하는 임시대의원대회를 개최한다. 모쪼록 임시대의원대회 결과가 정리되면 교육운동단체들은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근무평정제, 교육부 교원평가안, 학교자치평가 비교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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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