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 이후 한반도평화의 향방과 2007년의 전환

노동사회

햇볕정책 이후 한반도평화의 향방과 2007년의 전환

편집국 0 2,607 2013.05.19 03:04

 

1998년 2월에 출범한 김대중 정부(국민의 정부)는 제로섬 게임의 남북관계를 윈윈 게임으로 전환하기 위한 구상을 ‘햇볕정책’으로 구체화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추진했다. 그 결과 남북당국 간에 신뢰가 조성되었고, 분단 55년만인 2000년 6월13일부터 15일까지, 평양에서 역사적인 첫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분단 이후 열린 첫 남북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6·15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하고 대립갈등의 남북관계를 화해협력, 공존공영의 남북관계로 전환할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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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정부 '햇볕정책'과 냉전구조 해체 구상

김대중 정부 대북정책의 기본가정은, 북한의 조기붕괴 가능성은 높지 않으며 북한정권은 자체의 힘으로 변하기 어려운 정권이므로, ‘햇볕론’에 입각한 대북 포용정책을 통해 북한의 변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은 접촉(교류·협력), 제공(先供後得), 대화(당국간·비당국간 대화)를 통해 북한의 변화와 남북 간 화해협력, 공존공영을 모색하는 것으로 집약할 수 있다.

대북 포용정책의 1단계는 분단체제의 평화적 관리정책을 추진하고, 2단계는 포괄적 접근을 통한 냉전구조 해체와 ‘사실상의 통일’을 이룩하는 것이다. 즉 김대중 정부는 단기적으로 북한의 장기생존 가능성을 가정하고 △무력도발 불용, △흡수통일 배제, △화해·협력 추진 등 대북정책 3원칙을 표방하면서 북한의 체제위기를 평화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그리고 중장기적으로는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남북 연합단계의 실현을 위해서 포괄적인 접근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이러한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햇볕정책)의 성과는 첫째, 구조적이고 총체적인 체제위기에 봉착한 북한 사회주의체제와 김정일 정권을 위기관리차원에서 ‘포용’함으로써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했다는 점이다. 둘째, 일관되게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대북정책의 혼선을 막고 남북 간 신뢰회복에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남북 간 민간차원의 교류․협력이 증대되어 북한의 개방을 촉진하고 남북관계에 있어 다양한 연결고리를 확보하는 성과를 얻었다. 넷째, 북-미, 북-일 관계 발전과 남북관계 발전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조화와 병행원칙’을 포기함으로써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 미·일 등 우방과의 마찰을 줄이고, 한국 주도의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미국·일본의 지지와 공조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봤을 때 김대중 정부가 표방했던 대북 포용정책의 1단계인 분단체제의 평화적 관리정책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2단계인 냉전구조 해체와 ‘사실상의 통일’로 나아가는 문제는 노무현 정부의 과제로 넘어왔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노선 지속 속에서 북한 핵문제가 다시 불거지면서 김대중 정부는 임기 내에 1단계인 분단체제의 평화적 관리정책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2단계인 냉전구조 해체(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와 ‘사실상의 통일’은 노무현 정부의 과제로 넘어왔다.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구상’은 기존의 정전협정에 기초해서 냉전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평화체제를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대통령의 현상타파 노력은 현상유지를 바라는 국내외 보수세력의 저항으로 현실화하지 못했다. 남북 정상회담 이후 양립하기 어려운 민족화해(민족공조)와 한미공조(외세공조)를 어떻게 조화롭게 절충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할 것인가가 김대중 정부의 고민이었고, 이 고민은 노무현 정부에게로 넘어왔다.

 

햇볕정책 계승한 노무현 정부의 ‘평화번영정책’

노무현 정부(참여정부)는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불안정하게 지속하고 있는 남북 화해협력시대를 정착시키고 더 나아가 통일시대를 열어야 하는 막중한 역사적 사명을 부여받았다. 이에 따라 참여정부는 햇볕정책의 계승·발전 차원에서 대북정책 및 동북아정책으로서 ‘평화번영정책’을 밝혔고, 이와 동시에 경제발전전략으로서의 ‘동북아 경제중심’, 그리고 미래 국가비전으로 ‘동북아시대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평화번영정책은 통일·외교·국방정책 전반을 포괄하는 개념으로서, 안보적 측면의 ‘평화’와 경제적 측면의 ‘번영’의 균형을 강조하는 한반도 평화발전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평화번영정책은 ‘한반도 평화 증진’과 ‘남북한 공동번영 실현 및 동북아 공동번영 추구’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참여정부의 평화번영정책은 대북정책으로서의 한반도 평화번영정책 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적용 범위가 확대됐다. 평화번영정책의 외연이 동북아로 확장되는 것과 더불어 대륙세력인 중국과 러시아의 중요성이 커지고, 해양세력인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등 동북아지역 정치지형에서도 변화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참여정부는 ‘북핵문제’로 불거진 위기정세와 관련하여 △한반도에서의 전쟁 반대, △대북 제재나 봉쇄 불가, △북한체제 붕괴 불원 등 ‘대북 3불원칙’을 천명했다. 이러한 연장선에서 북한 급변사태 때의 작전계획인 ‘작계 5029’ 작성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반대하여 한 때 한미 간 쟁점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지난 3년 참여정부의 대북정책은, 햇볕정책의 형성된 동력에 의해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철도연결 등 3대 경협사업을 이어가긴 했지만, 2004년 하반기부터 10개월 동안 당국 간 대화가 중단되는 등 ‘북핵’에 발목 잡혀 있었다. 평화번영정책을 본격화하지 못했고 남북관계의 새로운 동력을 찾는 데도 실패했다.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상호신뢰 우선과 호혜주의’에 입각해 북한의 태도변화를 강조했다. 이것의 연장선에서 북핵문제 해결의 큰 가닥을 잡아야 남북 화해협력정책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대북정책 기조를 설정하고 기존 합의사항 이행에 주력할 뿐 정부차원의 새로운 남북 협력사업을 추진하지 않았다. 북핵 해결을 위한 한반도 위기상황 악화방지 등 상황관리에 주력할 뿐 상황돌파를 위한 무리수를 쓰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지만 북한은 열린우리당이 2004년 4·15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집권당이 여대야소의 안정의석을 확보하자, 국가보안법 폐지와 전향적 대북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열린우리당의 총선 승리로 6·15 남북공동선언을 본격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주·객관적 조건들을 갖추었다고 보고 탄핵정국 이후 참여정부의 전향적 대북정책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노무현 정부가 여전히 북핵해결 우선과 국제공조를 강조하자 이에 반발하여 2004년 하반기부터 10개월여 동안 당국 간 대화에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6·15 남북 공동선언 이후 북한 핵문제로 인한 긴장상태와 북미 및 북일 간 경색관계, 대내적으로 대북송금을 둘러 싼 대북특검, 대북정책을 둘러싼 남남갈등 등 대내외 제약요인에도 남북대화는 지속되었다. 하지만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 교류협력의 병행추진 원칙을 내세웠던 참여정부는 북핵문제에 발목이 잡혀, 결과적으로 지난 3년의 남북관계는 현상유지에 머물렀다. 북핵문제로 인한 소극적 남북관계 설정은 북한으로 하여금 남한의 대북정책에 의구심을 갖게 했고, 결국 조문방북 불허와 탈북자 대거입국 사태를 빌미로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전면 중단되는 사태에 이르기도 했다.

집권 4년차를 맞는 참여정부는 지난 3년 동안의 대북정책 추진경험을 바탕으로, 핵문제 등 남북 간 각종 현안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평화번영정책을 가속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지난 3년여 동안 참여정부의 대북·외교안보정책은 북핵위기 상황악화 방지노력 등 주로 상황관리에 주력하는 것이었다. 때문에 한반도 평화체제구축 등 장기 국정과제와 미래비전을 구체화하고 실천할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제 정체된 남북관계와 교착국면에 빠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노무현 정부는 그동안의 위기관리·상황관리 위주의 기조를 상황돌파 위주의 대북정책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일관된 화해협력정책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첫째, 북핵문제의 역사·구조적 성격을 고려하여 북핵문제 해결노력과 남북관계 발전을 병행전략 차원에서 추진해나가야 한다. 둘째, ‘안정화된’ 남북관계를 ‘강화된’ 남북관계로 발전시켜 북핵위기 상황을 돌파해 나가야 한다. 셋째, 한미관계 강화와 남북관계 발전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남북이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남북 화해협력정책은 정권을 초월한 대세

북핵문제를 둘러싼 북한과 국제사회와의 갈등 등으로 6·15 공동선언 이후 한때 남북관계 개선 노력이 위기에 빠지기도 했지만, 분명 남북관계는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남북 사이에서 다양한 형태의 당국 간 대화를 지속하고 있으며 철도·도로를 연결하고 교류협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6․15 공동선언을 이행·실천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합의이행 의지를 다지는 것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냉전구조를 해체해야 한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과 고농축우라늄(HEU) 핵개발 의혹 제기 등으로 한반도에는 제2차 북핵위기 상황이 진행 중에 있다. 여기에 연동돼 남북관계도 기존 합의사항 이행에 주력할 뿐 새로운 관계 진전을 모색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남북관계의 획기적 진전을 위해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고, 북미 적대관계 해소 및 북일 국교정상화를 이루어야 한다.

6·15 공동선언 이후 남과 북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착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왔다. 그 결과 남과 북에서는 점차 대결적 냉전사고로부터 벗어나 민족공동번영을 모색하는 인식구조가 확산되고 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6·15 공동선언에 따라 남북관계를 제도화하고 남과 북의 사회 내에 남아있는 남북 대결시대의 논리와 정책을 완전하게 청산하지 못하고 있다. 남측에서는 북한 변화여부 논란과 대북 지원관련 ‘퍼주기’ 논쟁 등으로 ‘남북화해시대 남남갈등’이란 역설이 형성되었다. 북측에서도 미국의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대북 강경정책 등 국내외 정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남북관계 발전의 가속화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남북 화해협력정책은 정권을 초월한 ‘대안 없는 대세’다. 그럼에도 햇볕정책·대북 포용정책·평화번영정책 등을 둘러싸고 남남갈등을 지속하는 것은 냉전시대의 남북관계 패러다임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남갈등의 중심에는 국가정체성과 관련한 문제가 있다. 과거에는 일방적으로 부정하고 극복해야할 대상이었던 북한과 화해협력, 공존공영하는 데 따른 정체성 갈등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퇴보적인 갈등이다. 주권국가의 경계를 넘어 생산과 소비활동이 지구적 범위에서 이뤄지는 글로벌시대, 그리고 유럽연합(EU)에서처럼 국가 간 통합이 이뤄지는 지역통합의 시대, 그리고 남북 공존공영의 시대라는 역사적 변화에 걸맞게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립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국가이미지 제고에 활용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반공국가’라는 냉전시대 국가이미지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사실 햇볕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가 바로 우리 사회의 기득권 보수계층이다. 그럼에도 ‘대북 퍼주기 논쟁’을 일삼는 것은 남북관계 발전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남북 화해협력정책만이 동족상잔의 전쟁을 막고 남과 북이 공존공영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야할 것이다.   

 

북핵에 발목 잡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2002년 10월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HEU) 핵개발을 ‘시인했다’는 미국의 주장으로 재발한 2차 북핵위기가 3년을 넘기고 있다. 1993~94년의 1차 북핵위기의 연장에서 보면 북핵문제는 10년 이상 장기화하고 있는 한반도문제다. 지난해 2월10일 북한의 ‘핵보유와 6자회담 불참선언’으로 촉발된 ‘한반도 6월 위기설’은 ‘6·17 정동영-김정일 면담’과 ‘9·19 공동성명’ 채택으로 한고비를 넘겼다. 이 공동성명은 북핵 해결의 원칙과 방향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을 모색하는 등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를 위한 기본 틀을 제시한 ‘말 대 말’의 공약이다.

다자안전보장과 핵포기를 교환한 공동성명에 따라 5차 6자회담에서는 북한의 핵포기를 향한 구체적 절차를 논의하려 했다. 하지만 선 핵포기를 요구하는 미국과 경수로 제공을 핵포기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 북한의 입장 차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위조지폐 제조’ 의혹제기와 금융제재 등으로 6자회담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선군정치’를 하고 있는 북한 내부의 강경기류와 미국 네오콘의 입장을 대변하는 강경파의 입장이 맞서 공동성명 이후 북핵문제는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국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대량살상무기(WMD) 비확산, △북한위협론 유지 하에 미사일방어(MD) 체제구축, △북한 정권교체 등 3가지 시나리오를 동시에 추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북한 핵문제에 대한 미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음에 따라 북한의 대미 불신은 여전하고, 북핵해법을 둘러싸고 한미 간 이견이 노출되기도 했다.

부시 대통령의 재집권에 따른 미국에서의 보수주의 강화(현상유지세력의 재집권)는 한국의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구상과 평화번영정책, 개혁정책 등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난 2002년 한국 대선을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현상유지세력(보수세력)과 현상타파세력(개혁세력)의 권력투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고자 하는 개혁세력이 대통령직을 차지하고 개혁을 추진하려했지만, 의회를 장악한 보수세력이 대통령 탄핵으로 맞서 개혁세력은 위기에 봉착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탄핵 기각과 4·15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수가 넘는 다수의석을 차지함으로써 대통령과 의회를 ‘온건’ 진보세력이 장악하면서 내부개혁과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 등 평화번영정책을 본격화하려 했다.

하지만 미국에서 보수정권인 부시 대통령이 재선됨으로써 한국의 개혁정책과 남북관계 개선 노력이 다소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냉전구조 해체라는 현상타파를 통해서 동북아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려는 한국의 진보개혁세력과 힘을 통한 패권안정 추구와 현상유지적인 동북아 질서를 추구하는 미국 부시 행정부와의 갈등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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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평화프로세스와 남북 평화협정체결을 위하여

한반도를 둘러싼 현재의 북핵위기는 △미국의 세계전략과 북한의 생존전략의 충돌, △동북아 냉전구조의 유지세력과 냉전구조 해체세력의 갈등, △주변 4강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경쟁과 동북아에서의 새로운 질서구축에 유리한 고지확보 경쟁 등으로 단순화해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통해서 동북아 냉전구조를 해체하느냐, 아니면 북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지속하면서 ‘신냉전 질서’로 가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북핵위기 하에서도 남북이 주도하는 한반도 화해협력과 평화 프로세스를 어느 정도라도 진전시켜야 할 것이다. 북한도 최근 ‘냉전구도 해체’를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1999년 가을에 구체화한 페리 프로세스(보고서)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의 개입과 확대정책(engagement and enlargement policy),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 김정일 정권의 생존전략 사이의 이익의 조화에 따라 만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다. ‘제2의 페리 프로세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관련 국가들의 이익에서 공통분모를 찾아 우리 정부가 창의적인 안을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북한과 미국을 설득해나가야 할 것이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 만든 페리프로세스는 한·미·일 공조와 햇볕정책을 통한 남북 당국 간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은 한·미·일 공조에 이완조짐이 나타나고 남북사이의 신뢰도 높지 않은 편이다. 현재 새로운 평화프로세스를 만들어낼 정책수단이 많지 않고, 평화체제구축에 따른 미국의 우려 등을 고려할 때 한국과 중국의 역할이 확대되긴 해도 새로운 평화프로세스 만들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그럼에도 참여정부는 집권후반기까지 북핵해결의 실행 로드맵과 새로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만들어내지 못할 경우 재집권능력을 의심받게 될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김대중 정부가 추진하다 뜻을 이루지 못한 남북 간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이에 대한 유관국의 국제적 보장 형식의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남북 간 평화협정 체결은 김대중 정부가 추진했던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구상’의 완성단계이다. 남북 간 평화협정체결은 정전협정에 기초한 냉전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는 데는 기존질서를 유지하려는 세력의 도전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