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게 자랄 권리! 행복하게 일할 권리!

노동사회

행복하게 자랄 권리! 행복하게 일할 권리!

편집국 0 3,210 2013.05.19 02:55

고단한 어린이집에서의 하루하루
용을 써 가며 버텼더니
안 될 것 같았던
정말로 많이 기다렸던 보육노조가 떠버렸네
쟁쟁한 강성노조도 많겠지만
취사선택의 여지가 내게는 없어, 오직 보육노조만이 내 사랑일 뿐…
                                                            ‘도깨비’(정명화)
고요히 침묵하고 있는 보육노동자여
용솟음쳐라!
안 한다면 몰라도 이제 시작했으면
정말 신나게 한판 붙어보세
쟁취하자 고용안정!
취소시키자 비정규법안!
                                                             ‘무제’(깍-깍)


위의 시들은 보육노조(위원장 김명선)가 비정규직 철폐와 고용안정 쟁취를 주제로 2005년 5월에 진행한 6행시 짓기 콘테스트에서 당선된 작품들이다. 짧고 직선적인 시들이지만 고된 삶 속에서 희망을 찾는 보육노동자의 몸짓을 담기에는 충분한 듯하다.

헌신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사람들, 하지만…

1월 추위가 잠시 주춤하던 날,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전국보육노동조합 사무실을 들어서자 밝은 얼굴의 이윤경 사무처장을 볼 수 있었다. 고백하건데, 아이들처럼 순수하고, 말도 예쁘게 하고, 착하고, 헌신적일 거라는 보육교사에 대한 선입견이, 일목요연하게 노조를 설명하는 그 앞에서 완벽하게 깨져 버렸다. 

전국보육노동조합(위원장 김명선)은 1987년 지역사회탁아소연합회에서 출발하여 1997년 한국보육교사회를 거쳐 2005년 1월16일, “참다운 인권보육실현! 보육노동자 노동조건개선! 보육의 공공성 쟁취! 보육현장의 민주개혁! 궁극적으로 육아의 사회화”를 목적으로, 보육교사를 비롯해서 보육지원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까지도 모두 조직대상으로 하는 전국소산별 형태로 출범하였으며 당시에는 5개의 지부와 3개의 지부준비위원회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보육교사 1인당 감당할 수 있는 육아 수는 끊임없이 증가하고, 휴식시간이어야 하는 점심시간이 하루 중 제일로 바쁜 보육교사의 처지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며 이윤경 사무처장은 이렇게 말했다. 

“‘육체노동 + 정신노동 + 감정노동’이 보육교사의 현실입니다. 보육교사의 노동조건이 나아져야 아이의 인권과 복지도 나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보육노동자에 대한 이미지가 오히려 보육현장에서 보육노동자를 옭죈다. 희생, 봉사,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같은 이데올로기에 가로막혀 장시간 노동에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을 발설하는 순간 ‘낙인’이 찍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일반인에게는 당연한 일이지만, 보육교사가 면접과정에서 월급을 묻는 순간, 교사의 자질을 의심받습니다. ‘돈에 관심을 두다니!’라는 이데올로기 속에서 노동자가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데도 스스로 죄책감을 가지게 되는 게 보육노동자의 실상입니다. 슬픈 일이지만, 보육노동자 스스로도 아이의 엄마가 되어 아이를 맡기는 순간, 다른 보육노동자를 보육노동자로 보지 않습니다.” 
스스로도 덫에 갇히고 마는 아픔이다. 시장에 내 던져진 ‘노동자’ 신분과 공공성을 강조하는 ‘보육’이란 역할 사이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긴장관계에 대한 뾰족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는 어려워 보였다. 

노동자대회 때 만난 얼굴도 몰랐던 조합원

빈민지역 탁아활동부터 시작하여 한국보육교사회를 거치고 전국보육노동조합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이윤경 사무처장에게 그 동안 활동하면서 감동받았던 순간을 물어보았다.

어느 날 아침 일찍, 전남 여수에 있는 한 보육노동자에게 전화를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분은 보육노동자의 현실, 보육노조에 대한 설명을 들으시고 조합원으로 가입을 하셨다고 한다. 활동하느라 까마득히 잊고 있었는데, 얼마 뒤에 전국노동자대회장에서 전남 여수에서 홀로 기차를 타시고 오신, 얼굴도 몰랐던 그 조합원을 보는 순간 감동이 복받쳤다고 한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보육시설의 국공립 교사를 직접 채용한 울산 동구청에 관한 이야기도 해주었다. 단체교섭은 인사권을 가진 동구청과 해야 하는데 단체협약 체결 직전에 민주노동당원인 울산 동구청장이 공무원파업과 관련하여 직무정지를 당해 협약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또, 10여명의 보육노동자들이 복직과 퇴직금 중간정산에 문제가 발생하여 투쟁으로 차액부족분을 쟁취하자, 그 가운데 10%를 투쟁기금으로 납부했다며 남다른 동지애에 대한 자랑도 뽐냈다. 이런 조합원들의 모습이 이윤경 사무처장에게 변함없는 투쟁을 할 수 있게 힘을 실어주는 것은 아닐까.

“2006년은 보육교사들이 스스로 단결의 중요성을 깨닫고, 현장조직화에 힘을 쏟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현재 파악되는 보육노동자의 수는 취사 1만명, 보육교사 7만, 특수교사·전산·사무직 2만으로, 약 10만여명에 이르고, 그 중 5인 미만 사업장이 60%에 달한다. 이 사무처장은 10만명 모두를 조직하겠다는 ‘야무진’ 목표를 세우고 있다. 그리고 미조직 보육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집중 실천, 현장 조합원들이 조직화에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육노동자근로조건 실태조사 설문지」 제작·배포, 취업을 준비하는 예비보육노동자를 위한 강좌의 배치 등 꿈을 실현하려는 활동으로 그는 쉴 틈이 없다.
한 번의 만남이지만, 백 번의 만남보다 값진 순간이 있다. 보육노조를 찾은 날이 바로 그 날이 아니었을까. 

2월말에 사무실을 이전하게 되는데, 이전할 사무실을 구하기가 쉽지가 않다고 합니다.
동지들의 뜨거운 연대 부탁드립니다. 
연락처 : 02-362-8576   이윤경 사무처장 : 016-708-5476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