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내리는 ‘금비’ 맛 좀 보실라우?

노동사회

금융권에 내리는 ‘금비’ 맛 좀 보실라우?

편집국 0 2,814 2013.05.19 02:54

2006년 1월9일 월간 『금비』의 창간호가 나오던 날. 예정대로 발간 날짜가 밀리지 않고 잡지가 발행되기는 했지만, 나는 상당히 긴장된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내용상의 문제는 없는지, 편집은 이상이 없을지, 잔걱정이 나를 감싸고 있었다. 잡지가 사무실에 도착하기로 한 2시가 조금 넘어서 나는 그동안 노력한 결실을 만났다. 그리고 잠시의 안도감으로 넋 놓고 『금비』만을 바라보았다. 월간 『금비』는 그리 화려하거나 당당하지는 않았지만, 금융권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모습으로 내 앞에 조용히 있었다.

첫 울음을 터트린 월간 『금비』

돌이켜보면 지난 1년은 서울경인사무서비스노동조합의 거의 모든 힘이 『금비』를 만드는 데 집중되었다. 서울경인사무서비스노동조합은 처음부터 금융직이나 사무직으로 일하는 중소영세 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작년 2월 나는 서울경인사무서비스노동조합의 위원장으로 출마하면서 노동조합의 두 가지 전략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그 가운데 하나가 금융권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였다. 총회를 통해 금융권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전략사업으로 결정하고 대의원대회를 통해 이를 다시 확인하였지만, 조직화를 위해 필요한 인력과 재정은 존재하지 않았다. 일반노동조합이 다 그러하듯이 우리 노동조합도 항상 열악한 재정과 부족한 인력 때문에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금융권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는 너무나 시급한 문제였고, 노동조합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에서 결의한 내용은 실행되어야만 했다.

우선 나와 함께 노동조합의 부위원장으로 일하게 된 사무금융연맹의 정책담당자인 정소성 동지와 우리 노동조합의 자문위원이자, 민주노동당 비정규직 철폐운동본부의 부본부장이기도 한 김대성 동지까지 이렇게 셋이서 첫 간담회를 가졌다. 두 분은 실제로 금융권 비정규직 노동자인 텔레마케터를 조직한 경험이 있어 신참인 나와는 전혀 다른 역량 있는 분들이었고, 『금비』가 발간되기까지 내내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주었다. 또한 우리 노동조합의 조직부장인 정현철 동지도 귀찮은 일들을 마다하지 않고 처리해 주었다.

우리는 첫 모임에서 서울경인사무서비스노동조합의 힘만으로 금융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사업에 관심을 가진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결정을 내렸다. 이 결정에 따라 모임의 규모를 확대하기 시작했고, 고성진 전국보험모집인노동조합 위원장, 권혜영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비정규직 지부장, 오승헌 한국자산관리공사 비정규직 노동조합 위원장, 전대석 전국손해보험노동조합 서울보증보험 지부장, 민주노동당 서대문위원회 동지들 등이 이 모임에 적극 참여해 주었다. 그리고 이 모임에서 첫 사업으로 금융권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월간 잡지를 발행하자고 결정했다.

빈손에서 출발했지만 동지애로 이룬 결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목숨을 건 헌신적인 노력으로 제조업 중심의 비정규직 조직화가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어쩌면 가장 많은 수의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금융권의 경우 투쟁과 조직 모두에서 매우 미미하기만 했다. 우리는 당장 금융권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직하기 보다는 비정규 사업을 담당할 주체를 비정규직 노동자들 중에서 발굴해 내고, 비정규 사업을 위한 보다 넓은 금융노동자들의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잡지 발간 사업이 적절하리라고 보았다.

월간 『금비』의 역할은 비정규 노동자들과 노동조합, 그리고 비정규 노동자의 희망찾기에 관심을 가진 많은 이들의 연대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금융노동자들의 연대와 희망”이라는 모토를 내세운 월간 『금비』는 금융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어 만드는 책이다. 하지만 월간 『금비』는 단순히 금융권 비정규직 노동자만을 위해 만드는 것은 아니며, 금융권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관심을 가진 모든 노동자들과 함께 하여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를 극복하는 데도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위와 같은 취지로 월간지를 만들기로 결정하자 우리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발간비용, 편집, 더욱 중요하게는 잡지의 내용을 채울 필진의 구성 등 안정적으로 잡지를 발간하기에는 우리의 역량이 너무도 미비했다.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우선 잡지의 편집위원회를 구성하여 안정적인 내용을 채우고자 했다. 편집위원회는 금융권의 업무 특성에 따라 채권추심, 보험모집, 텔레마케터 각 1인과 불안정노동철폐연대, 한국비정규센터 등 각 영역에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단체의 전문가들로 구성하고, 편집에 대한 최종 책임은 정소성 동지가 맡아 주었다. 그리고 발간 비용의 확보를 위해 잡지운영위원회를 구성했다. 김대성, 전대석 동지가 첫 발간비용을 부담해 주었다.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갔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잡지 발간을 위한 편집 전담자를 확보하지 못해서 일은 한참이나 지체 되었다. 어려운 조건에서 일하려는 사람을 확보하기는 무척이나 힘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현 편집 담당자인 남현우 동지가 상근하기로 하자 잡지의 발간은 속도를 붙였고 마침내 금비가 세상을 보게 되었다.

비정규 노동자 스스로 주체가 되길 바라며

『금비』는 그야말로 관심 있는 동지들의 헌신적인 희생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들의 노력과 희생이 없었다면 어떻게 『금비』의 발간을 꿈이나 꿀 수 있었겠는가? 이 자리를 빌어서 금비의 발간에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금비』는 창간호가 나오긴 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구독층과 내용의 확보는 무엇보다도 시급한 문제다. 당분간은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두 가지가 해결된다면 『금비』발행은 순풍에 돛 단 듯 이루어 질 것이고, 그런 상황이 되면 우리는 금융권 노동자들의 네트워크를 만드는데 주력할 것이다.

『금비』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우리의 첫걸음이다. 그리고 금융권 비정규직 노동자의 조직화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주체가 되어 이루어져야 한다. 『금비』는 이런 의지를 가진 노동자들을 네트워크로 묶어내고, 그들과 정보를 소통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조직 사업의 주체로 성장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역할로 만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권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월간 『금비』 발간에 적극 참여해 주길 부탁드린다. 보다 많은 사람이 모여야 보다 많은 힘을 발휘하기 마련이다. 월간 『금비』는 금융권 비정규직 노동자의 문제에 관심을 가진 모든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열린 공간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