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60주년을 맞아 '다시 힘찬 한걸음' 내딛는 한국노총

노동사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다시 힘찬 한걸음' 내딛는 한국노총

편집국 0 3,822 2013.05.19 03:35

“우리 한국노총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노동계 전반에 대한 국민대중의 신뢰도 부족하지만 한국노총에 대한 노동자 대중의 신뢰도 아직 약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노총은 창립 60주년을 계기로 더욱더 변화하고 개혁하겠습니다. 보다 더 현장과 함께, 국민과 함께 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세력으로서 조직과 사회연대를 확대 강화하고 사회적 대화와 투쟁을 병행하면서 평등복지사회를 건설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 3월10일 한국노총의 환갑을 맞이하여 이용득 위원장이 밝힌 포부다. 자고로 나이 육십을 이순(耳順)이라 했다. 세상을 순리대로 이해하게 된다는 환갑을 맞아 한국노총은 새로운 운동이념과 기조를 발표하고 조직 확대․강화 사업들을 발표하면서 재도약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한국노총은 스스로 60년의 역사 속에 조직운동체로서 명맥을 유지하여 왔지만 1987년 이전까지 권력과 자본에 대한 종속적 관계를 벗어나지 못한 채 노동계급을 대표하지 못하고 노동조합 총연맹으로서의 기능을 올바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반성을 하고 있다. 이런 반성을 토대로 이른바 ‘2007년 체제’로 대표되는 복수노조 시대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신자유주의 세계화 정세 속에서 조직운동의 새로운 혁신의 필요성에 따라 운동이념과 기조를 새로이 정립하고 조직변혁과 조직확대의 포부를 밝힌 것이다.

‘평등복지사회’, 한국노총이 나아갈 지향점

한국노총은 1991년에는 “민주복지 사회 실현을 위한 노동조합주의”를, 2001년엔 “힘·연대·정책·희망”을 표방하면서 ‘인본주의’를 지도이념으로, ‘반신자유주의적 연대’를 전략개념으로 하여 이념과 기조를 정립한 바 있었다. 이런 운동기조의 변화는 내부 조직경쟁력 제고와 변화하는 외부환경에 대처하기 위함이었다. 시대상황과 주변여건의 변화에 따라 조직의 운동이념과 기조를 변화시켜 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한국노총은 조직률 감소, 855만에 이르는 비정규직의 확대, 복수노조시대를 앞둔 조직경쟁 격화라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따라 ‘평등복지사회’를 운동이념으로 설정하고, ‘평등복지사회 실현을 위한 참여와 사회연대적 노동조합주의’를 운동기조로 두 가지의 운동전략과 산별노조 건설을 통한 조직확대 및 강화, 사회개혁(공공성)투쟁의 강화, 사회적 대화체제의 구축이라는 3대 운동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두 가지 운동전략은 첫째, 조직력의 강화와 확대로 5.4%에 불과한 조직률과 복수노조 시대를 앞두고 있는 조직현실을 타개해 나가고자 유사산별연맹을 통합하고 산별노조 건설에 박차를 가한다는 것이다. 둘째로 신자유주의 연대투쟁전략은 전체 노동자의 삶을 피폐화시키고 사회적 양극화로 인한 차별과 절망의 현실을 극복하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연대투쟁전선을 구축하고 실천투쟁을 전개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런 참여와 사회연대적 노동조합주의 운동기조 하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중심조직으로서의 노동조합의 미래, △인간의 자주적 발전과 사회적 삶으로서의 노동의 미래, △사회정의와 통합적 국민경제를 지향하는 사회경제정책의 주도, △사회공공성 확보를 통한 사회개혁세력으로서의 평등복지국가 실현, △사회 전영역에서의 실질적, 절차적 민주사회의 형성과 확대라는 다섯 가지 구체적 대응기조를 설정했다.

[그림] 한국노총 이념기조
yang_01.jpg
한국노총이 말하는 한국노총의 현재

과거 한국노총은 군사독재시절 노동자의 이익보다는 정권의 이익에 앞장섬으로서 노동운동 본연의 임무에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반성하고 있다. 아울러 이런 군부독재정권 아래에서의 노조활동의 한계로 1987년 이후 민주화가 진전되고 사상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지면서 ‘어용노조’라는 비판을 받게 되었고, 과거의 잘못으로 인해 끊임없이 어용성 시비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하고 있다는 자기반성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노총 스스로 말하는 한국노총의 현재에 대한 평가는 무엇일까?
 
한국노총은 기업별 노사관계 속에서 실리적 조합주의 경향을 띠면서도 전투적 노동운동에 치우친 변혁적 노조주의나 맹목적 투쟁은 배격하고, 사회적 대화체제의 구축과 중층적이고 합리적 노사관계를 지향하고 있으며 조직노동자뿐 아니라 농촌사랑운동, 투기자본이 아닌 순수 외자유치활동 등 국민의 지지와 호응을 얻어내는 국민과 함께하는 노동운동을 전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국노총의 운동방식은 대화와 투쟁을 병행하는 합리적 운동방식을 채택하고 있으며, 노정․노사정 간의 대화에 의한 협상과 타협을 한축으로 반노동자적인 정부와 자본에게는 투쟁을 통한 조직적 입장 관철을 위하여 활동하고 있다.
한국노총의 활동방향은 조합원의 권익과 노동조건 개선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여 최저임금투쟁 및 미조직 비정규노동자의 보호입법투쟁, 국민연금․건강보험․조세정책 등 사회개혁투쟁을 전개하고 있으며, 우리 민족의 자주적이고 평화적 통일을 위한 통일운동과 폭넓은 국제노동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2006년 정기대의원대회 자료집에서 발췌)


민주노총과 더불어 한국의 노동운동을 이끌고 있는 한 축으로서의 한국노총이 지향하는 바와 현재가 잘 드러나는 말이다. 오히려 한국노총의 ‘평등복지사회’라는 운동이념이 왜 새롭게 정립되어야 하는지가 지금의 한국노총의 모습에서 설명되어지는 것 같다. 새로운 운동이념을 만드는데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이민우 한국노총 정책국장은 ‘평등복지사회’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복지사회는 평안히 잘 지내는 상태, 즉 사회적으로 평안하고 만족스러운 상태로 개인의 행복 추구뿐 아니라 사회전체의 행복이 가능한 사회를 말할 수 있는데, 평등복지사회는 모든 인민이 삶의 전 여정 속에서 개별적 소외와 차별이 없이 보편적인 복지가 제공되는 사회를 추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시장경제 하에서 사회적 약자에게 안전망으로서의 사회복지 기능을 일시적, 임시적, 보충적으로 제공하고자 하는 잔여적 복지를 배제하고, 국가가 제도적 장치로서 모든 인민들에게 공평하고 동등하게 복지가 제공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조직확대와 강화를 위해

새로운 운동이념·기조와 더불어 한국노총은 야심찬 조직확대 및 조직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른바 ‘6대전략사업’과 ‘3대 조직강화 핵심사업’이다. 
우선 6대전략사업을 통해 ‘200만 조합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첫째, 사무직노조연맹 결성 및 조직화다. 사무직 노동자가 전체취업자 가운데 300만에 이르고 제조업 내 사무직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는 현실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이들의 조직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둘째, 합법적으로 공무원 노조가 가능해졌으므로 노조결성률이 미비한 중앙부처 및 교육청 소속 공무원을 중심으로 전국단위의 공무원노조(연맹)를 결성하겠다는 것이다. 셋째, 전교조, 한교조, 한국교총 등 3개의 조직으로 분할되어 있는 교직원단체와 지속적인 연대교류사업을 전개해 한국노총과 운동방향·노선을 같이하는 교원을 중심으로 한국노총 내에 교원연맹을 설립한다는 것이다. 넷째, 20만명에 이르는 삼성계열사 노동자와,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 등 노조가입이 저조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지역일반노동조합 건설을 통한 조직화를 이룬다는 것이다. 다섯째, 총연합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조직이나 임의로 탈퇴 또는 제명된 조직을 전략사업장으로 선정해 한국노총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여섯째로 3.1%에 머무르고 있는 시대의 화두인 비정규직 노동자를 지역노조로 끌어안아 조직화 해낸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전략사업을 통해 2010년까지 120만명의 조합원을 새로이 가입시켜 낸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더불어 노조전임자 임금 쟁취, 산별노조 건설, 유사산별통합을 통해 조직을 강화해 낸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빛 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기 위해

“꿈은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과 땀방울이 필요하다. 창립 60주년을 맞아 발표한 한국노총의 원대한 ‘꿈’들이 꿈으로 그치고 말 것이라는 우려의 시선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항상 “계획만 거창하고 실천이 없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던 한국노총이 아니던가.
이와 관련해 한국노총의 진정한 변화와 혁신을 기대하는 몇몇 산하연맹 간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비록 많은 동지들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산하연맹 간부들의 의견엔 뼈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새삼스러운 얘기도 아니었다. 한국노총 안팎에서 끊임없이 들려오던 문제제기들이 60주년을 맞이한 오늘도 되풀이 되고 있었다. 그러나 바로 그것이 진정 한국노총의 변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바로미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산하연맹 간부들은 우선 이용득 위원장의 과거에 대한 반성이 있었다고는 하나 보다 확실한 자기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에 애정이 있는 외부인사들의 지적은 새겨둘만하다. 반공청년단 간부를 중심으로 창립된 대한노총은 출범 초부터 정권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었고 당연히 노동조합의 생명인 ‘자주성’과 ‘민주성’을 갖지 못한 채 현재까지 ‘어용시비’를 낳고 있다. 더구나 한국노총은 과거 자주성과 민주성을 쟁취할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지만 스스로 거부하거나 그것을 이용하지 못하고 밑에서부터 저항하거나 외부의 비판세력이 등장해야 발등에 떨어진 불 끄듯이 변화를 강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간부들은 이런 부분을 확실히 불식시켜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간부들은 조직의 운동이념과 운동기조를 재정립하면서 ‘내부 토론’이 충분치 못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이는 ‘내려 먹이기식 운동’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낳게 한다. 애초 24개 연맹의 조직 및 정책담당자들이 함께 논의했어야 할 자리가 담당자들의 무관심 속에 일부에 의해서만 논의되고 결정되었다는 점은 되짚어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계급적 관점과 고민이 부족하다”거나, “집행부의 의사결정 방식이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는”다, 혹은 “집행부가 조합원의 일꾼이 아닌 군주와 같이 군림하려한다”는 지적 역시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한편 새로운 운동이념과 핵심전략사업, 조직강화사업을 발표하고도 현장조합원에 대한 홍보가 미약한 점도 지적받아야 할 것이다. 부족한 홍보를 보충하기 위해 산별추진 지역설명회, 홍보 동영상, 소책자나 팜플렛 등을 만들고, 각 산별에 전문일꾼을 두거나, 지도부가 직접 지역간담회나 설명회를 상시로 열어야 한다는, 그야말로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해 알려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6대 전략사업’과 ‘조직강화사업’에 대해서도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건 하지 않건 간에,  “현실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나 조직강화사업 가운데 ‘노조전임자 임금쟁취’는 한국노총 내부 결정의 문제를 넘어서는 교섭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했고, ‘유사산별 통합’과 관련해서는 “집행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 “자기반성과 성찰, 혁신하고자하는 의지가 부족하고 지도부의 적극성 결여”, “구체적 준비(전략, 전술)없는 구호성 사업내용”, “기존 조직들이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조합원들이 공감할지 의심”된다는 의견들을 들을 수 있었다. ‘산별대표자회의’가 한국노총 내에서 가지고 있는 지위를 생각할 때 유사산별 통합과 산별노조로의 전환은 결코 만만치 않으리라는 지적이다.

한국노총, ‘꿈’은 이루어진다.

한국노총의 발전을 위한 요구는 다양할 것이다. 명확한 계급적 관점의 부족, 현장 조직력에 대한 장악부족, 자신의 입신을 위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집행부, 기형적인 의사결정 구조 혁신, 노동운동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재인식, 조합원 중심적인 사업 전개,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한 혁신, 내부조직 혁신과 일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변화는 얼마나 열린 자세로 내․외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우려들이 있지만 이미 중앙 및 산하조직에 ‘조직특별위원회’ 구성을 위한 작업이 시작되었고, 지역노조 건설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들이 쌓이고 쌓여 한국노총의 변화는 이루어질 것이다. 

------------------------------------------------------------------------------------
인터뷰

이민우 한국노총 정책국장


이념, 기조 등을 새롭게 만드는데 총괄 조율하는 역할을 맡으신 걸로 아는데 그 과정에서 반영되지 못했다거나 아쉬운 점이 있으셨나요?

yang_02.jpg총괄역할은 정책본부가 맡았고, 전체 조율은 정책본부의 이철 동지와 함께 담당했습니다. 한 달이 넘도록 한국노총의 60주년 역사에 대한 조직의 정체성이나 자기비판, 대내외적인 경제현실과 조직적 현실 및 문제점 등에 대한 검증과 조직진단, 향후 써나가야 할 엄중한 운동역사에 대한 진중한 조망 등에 고뇌를 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의 운동이념과 기조에 대한 평가를 집필하신 노진귀 전 정책본부장님의 문건과 초안평가를 한 노진귀·이정식 전 본부장님들의 코멘트가 많은 도움이 된 것도 사실이구요. 산별·지역본부의 정책·조직담당자의 초안검토회의 후 정리가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이 가운데 한국노총의 정치세력화부분이 핵심전략으로서 반영되어 있지 않죠. 2004년 녹색사민당을 통한 독자적인 정치세력화의 실패 후 지도부와 총국간부가 모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를 거친 후 정치방침전략에 대한 내부 모색기에 처해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죠. 전국의 지역마다 노동자들이 조직되어 있고 그것이 지역과 산업별, 그리고 중앙으로 집중화된 남한사회의 최대 조직은 150만 노동자조직인데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새로운 이념·기조를 정립하면서 정리된 초안에 대한 다양한 전문가의 자문계획이 이루어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6대전략사업과 조직강화방안과 관련해 계획은 거창하지만 한국노총 내에서 과연 실현가능성이 있느냐는 문제제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선 24개 산별연맹가운데 전력·체신노조 등 전국단일업종노조 외에 산별노조로는 금융산업노조와 택시산업노조가 있습니다. 올해 조직 내 규모가 큰 연맹인 금속과 자동차에서 산별노조 건설 결의와 함께 추진 중에 있어 조직강화사업의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조직확대와 관련하여서도 이미 52개 지역지부에서 지역일반노조 건설이 8지역을 넘었고, 전 지역별로 건설한다는 결의를 통해 추진 중이어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계획과 실천의 괴리는 항상 제기되는 문제인데 유사산별 통합이나 인력과 재정의 집중투입으로 조직력 확대를 전국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로 보고 있습니다. 보다 철저한 중앙 지도부의 의지와 실천노력, 산별/지역 대표자들의 의욕과 헌신적 자세가 필요할 때라고 봅니다.

기획하신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나 난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미 앞서 얘기한 것도 있지만, 항상 결의와 실천이 동일시되지 않는 것이 어려운 문제입니다. 한국노총 2002년 개혁특별위원회 보고서에서도 지적하였듯이 결의는 쉽게 하고 이행하지 않거나, 이행하지 않아도 가능한 조직풍토는 쉽게 바꾸기 어려운 문제라 봅니다.
과제 중에서도 유산산별 통합은 소규모 연맹들의 대승적 입장에 의한 결의이행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산별노조 건설은 기업별노조체제 속에서 유지되어 온 그동안의 기득권이나 교섭관행을 과감히 탈피해야 가능한 것인데, 만만치 않은 사안들입니다. 그렇지만 환골탈태의 심정으로 열심히 할 것입니다.

2006년 말까지의 산별노조 전환과 2010년까지의 유사산별 통합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구체적인 실현방안은 무엇인지요?

그동안 산별노조 전환과 유사산별 통합 건은 이미 조직적 결의가 있었던 부분입니다. 다만 실천되지 않았던 것이고 이에 대한 평가와 조직적인 대처들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2006년 한국노총 60주년을 맞아 중요한 핵심전략으로 다시 거론하게 된 것은 이제 노동진영이 재정과 인력을 통합하여 조직력과 체제정비를 하지 못하면 신자유주의 투쟁이나 복수노조시대의 대비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절박함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결의의 실천주체는 산별연맹이지만 사실 중앙노총에서 한 일도 별로 없다는 비판도 많이 제기되어 왔습니다. 만사가 결의되었다고 모두 실현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중앙노총이 앞장서서 의지를 모으고 결의사항을 실천할 수 있도록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대산별연맹인 금속과 자동차에서 자체 결의로 실천해나가는 것은 다른 연맹에게도 힘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자동차연맹의 지역별 지도부나 현장노동자, 금속의 지방본부 지도부나 금속노동자들이 크나큰 결단을 한 것이라는 사실을 역사가 증명해 주리라 봅니다. 

노총의 과거에 대해 철저한 자기반성이 먼저 있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의견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한국노총 이념·기조의 슬로건이 ‘다시 힘찬 한걸음’입니다. 그리고 한국노총 조직역사와 정체성, 2006년 이념과 기조 항목 속에서 과거의 잘못된 부분에 대한 반성과 함께 단절과 발전, 계승과 혁신으로 나가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일제잔재가 유지되는 독재정권이나 총칼이 난무하는 군사정권시절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과거 한국노총이 노동조직 본연의 활동을 하지 않고 권력과 자본에 유착한 부분에 대한 반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은 한국노총이 60년 동안 어려운 정치․경제․환경 속에서도 노동조직의 명맥을 유지하여 왔다는 것에 대한 자기 조직의 오랜 역사성과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입니다.
한국노총 내부적으로 그 당시에 한국노총에서 ‘노동운동 열심히 하여 끌려가고 탄압받은 사람도 많았다’고 하거나, ‘그 시절 그렇게라도 하면서 조직운동 끌고 온 것이 누구냐’, ‘지금이라도 할 사람 있느냐’고 항변하는 분들도 있지만 한국노총 역사에서 잘못된 부분은 반성하면서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당당하고 자신감 있는 한국노총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일례로 지난 해 민주노총에서 발생한 ‘대의원대회 폭력사태 및 대회진행 강제중단사태’를 폭력집단이나 반민주적 집단이라고 규정하고 계속 사과하라고 외부에서 요구하면 되겠습니까? 또 뇌물수수건으로 집행부 총사퇴하고 새로운 집행부가 들어섰는데도 계속 부도덕하고 비리집단이기에 반성하라고 하면 되겠습니까? 
현재의 잘못된 운동행태에 대해서 잘잘못을 따지거나 비판하는 것은 어느 조직이건 감수할 것이지만, 과거의 한국노총 역사과정을 두고 현시점에서도 계속해서 ‘어용’, ‘반성’이라고 되뇌이는 것은 자신감 없음의 발로라고 봅니다.
------------------------------------------------------------------------------------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