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산별교섭에 관한 연구(2)

노동사회

선진국의 산별교섭에 관한 연구(2)

편집국 0 2,908 2013.05.19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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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보건의료노조 연구프로젝트 결과물 중 일부를 요약한 것으로 세 차례에 나눠 싣습니다. 첫번재 글은 2006년 2월호에 실렸고, 마지막 글은 5월호에 게재하도록 하겠습니다. -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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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미국

1) 보건의료산업의 개관

미국의 보건의료산업은 선진국 가운데서도 독특한 제도를 취하고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국가가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재원은 일반조세로 조달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모든 국민이 일반적, 기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 국민(약 3억명) 가운데 1억 8,740만명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며, 3,500만명은 메디케어(Medicare: 노인층을 대상으로 한 연방정부 지원 의료보호제도), 3,150만명은 메디케이드(Medicaid: 빈곤층을 대상으로 한 주정부 및 연방정부 지원 의료보호제도)의 수혜자이다. 따라서 의료보험이나 의료보호의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5천만명에 달하고 있다. 의료서비스의 공급에서도 미국은 다른 선진국과는 달리 공공부문이 핵심적 역할을 하지 않고 단지 민간부문의 보조적 역할만을 하고 있다. 

미국의 병원은 크게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으로 구분되며 민간병원은 다시 비영리병원과 영리병원으로 구분된다. 2001년 현재 미국 전체 병상 수 가운데 민간부문이 71%(비영리 60%, 영리 11%), 공공부문이 29%(연방정부 5%, 주 및 지방정부 13%, 기타 11%)를 차지하고 있어 보건의료산업에서의 민간주도가 눈에 띤다. 

민간병원 가운데 비영리병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병원으로서 주로 지역사회단체나 자선기관, 종교단체 등에 의해 운영되며 지역사회 중심병원의 역할을 한다. 영리병원은 주로 기업에 의해 소유되고 있으며 매년 이윤을 배당금 형태로 주주들에게 분배한다. 영리병원의 대다수는 전국적인 계열병원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가장 대규모의 계열병원으로서는 HCA(200개 병원에 종업원 17만명)와 테네트(Tenet: 114개 병원에 종업원 11만명)가 있다. 그리고 최근 들어 병원의 경영부진으로 인한 합병 및 폐업 등으로 인해 총 민간병원 수는 1995년의 3,844개로부터 1999년에는 3,759개로 줄어들었다. 이와 동시에 병원들의 계열화나 네트워크화 등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의 보건의료산업은 현재 전환기에 처해 있다. 의료비의 상승과 의료서비스 제공 및 재원조달 방식의 변화 등이 그러한 변화를 가져오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 1990년에서 2000년 사이, 미국의 총 의료비 지출은 6,960억 달러에서 1조 3천억 달러로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다. 또한 이 기간 동안 1인당 보건의료비 지출 역시 69%나 증가하였다. 이는 의료기술의 발전에 따른 고가의 의료장비 및 진단, 치료방법의 사용, 고령화에 따른 의료수요의 증대 등에 기인한 것이다. 

이러한 의료비의 급속한 증대는 공공과 민간부문의 의료산업 모두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공공부문의 경우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지출이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재정압박을 심하게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민간보험의 경우 의료보험 제공자인 기업(사용자)과 보험회사들은 의료보험 지출을 줄이기 위해 시장에 토대를 둔 접근방식을 도입하게 되었는데 이를 ‘관리된 의료(managed care)’라고 부른다. 즉 종전에는 환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치료비를 내고 그 영수증을 받아 보험회사에 제출하면 전액을 보상해주는 방식이었던 데 비해, ‘관리된 의료’ 방식에서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의료기관 사용을 줄이고 의료비 지출을 감축시키려 한다. 즉 의료서비스의 기본적 기능들을 통합하여 그 효율성을 높이고, 의료서비스의 이용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을 채용하며, 서비스의 가격을 통제한다는 것 등이다. 

이러한 병원 경영자들의 비용절감 노력은 의사, 간호사 등 병원 종사 전문 인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병원의 합병, 폐쇄에 따른 고용불안, 비용 절감에 따른 인건비 삭감과 인력 부족, 조직혁신에 따른 노동시간 증가와 노동강도 강화, 전문직 발언권의 감소 및 관리자의 권한 증대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간호사의 경우 병원 내에서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그룹이므로 인건비의 절감에 있어서도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집단이다. 합병과 폐쇄에 따른 고용불안도 간호사에게 집중되고 있다. 병원 조직 혁신에 따라 간호사 직무범위 및 내용도 크게 변화하고 있는데, 즉 인력부족으로 인한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수의 증가, 직무강도의 강화(‘관리된 치료’에 따라 가장 증상이 심한 환자만 입원시키되 단기간만 입원시키는 정책을 취하면서 간호사 업무가 늘어남) 등이 현저해진 것이다.

인력부족으로 인해 면허가 없는 보조 인력의 사용도 크게 높아졌다. 종전에 등록간호사가 하던 일을 보조 인력이 맡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또 간호사들의 직무 전문화도 점점 무너져 중환자실, 신생아실 등 특정 영역에서 경력과 전문성을 오래 쌓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문을 순환하게 되었다. 이는 간호사의 스트레스 증가와 환자 간호의 질 저하를 가져오는 요인이 되고 있다.

 2) 보건의료산업 단체교섭의 특징

미국의 단체교섭을 규정하는 법률적 틀은 1930년대 대공황 극복과정에서 이루어진 노동보호 입법(특히 1935년의 전국노사관계법(NLRA: National Labor Relations Act)이 중요하다)으로부터 비롯된다. NLRA은 종전에 독점금지로 묶여 있던 민간부문에서 노동조합의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였으며 이를 시행하기 위한 정부기관으로서 전국노사관계위원회(NLRB)를 창설하였다. 각 주별로 노동법의 구체적 내용은 약간씩 다르지만 대부분 연방노동법의 내용을 그대로 채택하고 있어 민간부문 노동자들은 완전한 노동3권을 누리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공공부문 노동자들 역시 1960~70년대에 걸쳐 각 주별로 이루어진 입법에 따라 대부분 노동법의 보호를 받고 있다. 미국의 단체교섭은 전형적인 분권 구조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노동조합들은 대부분 산별노조체제로 되어 있음에도 단체교섭은 사업장 단위로 각 지부조직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분권적 교섭구조로 인해 미국 노동조합은 산별노조임에도 전체 노조의 단결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사업장 단위 교섭의 결과로 나타나는 임금 및 근로조건의 차이를 가능한 한 줄이기 위해 산별노조 본부는 협상 지침을 마련하고 협상팀을 파견하는 등 교섭과정을 통제, 지도하고 있다. 복수의 지부가 관련된 교섭의 경우에는 산별 본부가 직접 교섭에 나서기도 한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노사관계는 뚜렷한 분권화 경향을 보였다. 중앙 집중된 단체교섭구조를 가진 산업에서도 단체교섭 구조의 분권화가 나타났으며 이와 아울러 단체교섭 비중의 감소와 노동조합의 조직률 저하 현상 등이 나타났다. 이는 주로 세계화에 따른 경쟁격화와 산업구조의 변화 등으로 전통적인 노조의 기반이 되어 왔던 제조업의 비중이 줄어들고 서비스업이 미국 경제의 주축으로 등장한 데 그 원인이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제조업의 노조 교섭력 저하 및 단체교섭의 비중 저하 현상과는 달리 보건의료산업에서는 간호사 등 전문직들의 노동조합 결성이 활발해지고 오히려 노조 교섭력이 강화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보건의료부문 노조 조직률은 2000년 현재 13.5%이며 등록간호사 조직률은 16.9%로서 1995년에 비해 1.5% 포인트 상승하였다. 다른 민간부문 조직률이 7%에 불과한 점을 생각하면 보건의료부문에서 노조 활동이 상대적으로 활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노조 조직률이 높을 뿐만 아니라 단체협약 적용률도 높은 편인데, 2000년 현재 전체 보건의료부문의 단체협약 적용률은 14.9%이며 등록간호사의 경우 19.1%에 달한다. 

현재 미국 보건의료산업 노동자들을 조직대상으로 삼고 있는 노동조합은 무수히 많다. 이는 기존 노조들이 조직기반의 와해로 조합원 수가 줄어들자 상대적으로 성장산업이고 해외로 이전할 염려도 없는 보건의료산업으로 조직대상을 넓힌 결과이다. 이들 노조 가운데는 직업별, 산별, 일반노조 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 노조들 간에는 관할권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지기도 한다.  

보건의료산업을 조직대상으로 삼고 있는 노조들 가운데 가장 조합원 수가 많은 것은 서비스노동조합(SEIU)이다. SEIU는 보건의료부문에서 65만명의 조합원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노조의 구조와 운영 또한 산별노조의 본래의 모습에 가장 가깝다. SEIU의 조합원은 거의 모든 직종과 모든 직위에 다 포진해 있으며 가장 열심히 조직활동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SEIU 다음으로 보건의료부문 조합원 수가 많은 것은 식품상업노조(UFCW)로서 140만 조합원 가운데 10만명이 보건의료부문에서 일하고 있다. 이는 주로 보조간호사나 기타 전문직, 사무직, 블루칼라 등을 조직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보건의료산업의 단체교섭구조는 매우 분권화된 형태를 취해 왔다. 이는 다른 민간산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이다. 병원부문의 경우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는 사업장 수준의 교섭이다. 이 경우 단일 사용자(개별 병원)가 하나 혹은 그 이상의 교섭단위(병원의 경우 NLRB에 의해 모두 8개의 직종별 교섭단위가 인정되고 있다)별로 노조와 교섭을 벌이게 된다. 때로는 동일한 사업장 내의 여러 교섭단위가 연합하여 조정된 교섭을 벌이기도 하고 때로는 각 교섭단위가 동일한 사용자를 상대로 별개의 교섭을 벌이기도 한다. 

이보다는 흔하지 않지만 여러 사업장(계열병원)을 거느린 단일 사용자(회사)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지부 노조들과 기업 전체 교섭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이는 예컨대 여러 병원을 거느린 계열병원이나 네트워크 병원의 경우 나타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2000년 미국 최대의 비영리 계열병원 소유회사인 카이저 퍼머넌트(Kaiser Permanente)사와 25개의 지부노조가 회사 전체 협약을 체결한 예이다. 이후 다시 각 지부별로 보충교섭을 벌일 때 회사 전체 협약의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였다. 

한편 이보다 더 집중된 형태도 찾아볼 수 있는데 즉 전국적 혹은 지역적 산별교섭이 그것이다. 이는 한 지역 내 혹은 전국적 범위에서 한 산업 내의 사용자들이 함께 모여 그 산업 내(지역별 혹은 전국적)의 모든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복수의 노동조합 지부대표들과 단일한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경우이다. 이러한 다(多) 사용자 교섭은 다른 산업에서는 그 예를 찾기 힘들지만 보건의료부문에서는 점차 흔해지고 있다. 특히 보건의료산업의 노동조합이 어떤 지역에서 상당한 조직화에 성공하여 교섭력이 큰 경우, 지역 내 병원들을 압박하여 다 사용자 교섭을 벌이도록 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예컨대 1998년 뉴욕시의 SEIU 1199 지부와 뉴욕시 비영리병원협회 간에 체결된 다 사용자 협약의 경우 35개 병원의 4만명의 종업원이 적용대상이 되었다. 그 후에도 뉴욕시 지역에서는 다 사용자 협약이 계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보건의료산업 단체교섭에서 주요 교섭 이슈와 동향은 다음과 같다.
- 임금: 간호사 인력부족으로 인해 간호사들의 교섭력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임금인상률이 높아지고 있다. 2001년의 경우 SEIU는 캘리포니아 주 2개 병원의 등록간호사의 임금을 3년간(협약유효기간) 22% 인상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임금 외의 연금 등 부가급부도 증가하고 있다.

- 근로조건: 인력부족, 의무적인 초과근무, 부서 간 배치전환 등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간호사의 이직률이 높아지면서 환자간호 상의 여러 문제가 중요한 교섭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병원 경영진은 전통적으로 환자간호와 관련된 사항을 경영권 사항으로 간주하여 교섭대상으로 삼기를 거부해 왔지만 최근에는 간호사노조의 강력한 압력에 따라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 인력부족: 이는 등록간호사들의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모든 노동조합들이 인력부족을 최소화하기 위해 투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력수준을 감시, 권고하기 위한 노사공동위원회의 설치, 인력부족 시 신규환자 진료 중지, 인력부족을 둘러싼 노사 간 이견 시 외부의 중립적 전문가에게 의뢰하여 그 결정에 따르는 방안 등이 제안되거나 합의되었다. 

- 초과근무: 인력부족에 따른 초과근무의 증대(1교대 당 12~16시간 근무)로 인해 간호사의 개인생활이 방해를 받을 뿐만 아니라 환자 간호를 위협하고 있다고 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일부 단체협약에서 노조는 의무적인 초과근무를 없애는 데 성공하였다.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초과근무시간을 줄이거나 초과근무수당을 높임으로써 지나친 초과근로 사용 인센티브를 줄이는 방법 등이 사용되고 있다. 

- 구조조정과 합병: ‘관리된 의료’의 결과로 구조조정과 합병이 증가함에 따라 간호사와 환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노동조합은 사용자 임의로 간호사의 직무를 구조조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한하고 구조조정이 있을 경우 그것을 감독, 허가할 수 있는 노사공동위원회의 설립을 교섭하고 있다. 

- 배치전환: 인력부족의 결과로 부서 간 간호사 이동이 잦아짐에 따라 간호사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간호의 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빚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이러한 관행을 제한하는 조항을 단체협약에 삽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노조 조직화에 대한 사용자 방해문제: 노조가 결성되어 있지 않은 다른 계열병원에서 노조 신규조직화가 진행되는 경우 사용자 측이 이에 대해 방해공작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중립성 조항’을 단체협약에 포함시키기 위해 노조는 노력하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대로 간호사 노조는 ‘관리된 의료’로 야기된 문제들에 대응하여 단체교섭의 범위를 전통적인 주제 밖으로 넓히고 있다. 노조는 지금까지 이 영역에서 일부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는 무엇보다도 등록간호사의 부족이라는 요인에 크게 힘입은 것이다. 

대부분의 교섭이 노사합의로 끝나기는 하지만 교섭이 결렬되는 경우 파업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NLRA에 따라 민간부문 병원에서는 간호사가 파업을 벌일 수 있지만 이 경우 일정한 제약이 따른다. 즉 노조는 파업 혹은 피케팅 개시 10일 전까지 병원 측과 연방조정중재위원회(FMCS)에 서면으로 이를 통보해야 한다. 노조는 또한 파업에 돌입하기 전에 FMCS에 의한 중재절차를 거쳐야 한다. 만약 FMCS가 파업이나 병원 폐쇄로 인해 의료서비스 공급에 “상당한 중단”을 가져올 것이라고 판단한 경우에는 청문회 개최를 명령할 수 있다. 청문회는 사실 확인을 위한 절차로서 어떤 법률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만약 노사 어느 쪽이든 청문회 결과의 권고를 따르기를 거부할 경우 노사 당사자는 파업 또는 병원 폐쇄를 단행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 실제로 간호사가 파업을 벌이는 경우는 그다지 흔하지는 않다.

4. 스웨덴

1) 보건의료산업의 개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스웨덴의 사회복지제도는 고도로 발전되어 있는데 보건의료제도는 그러한 복지제도의 핵심적 부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스웨덴 모델은 강력한 복지국가가 사회의 모든 부문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특징지어지며, 민간부문은 복지제도의 재원조달이나 서비스의 제공 면에서 그 역할이 최소한에 그치고 있다. 이는 주로 스웨덴 사회의 연대주의 정신과 사회민주당의 장기집권, 기초적인 사회적 수요의 제공으로부터 이윤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정신 등에 기초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정신은 다시 노사 정상조직 간의 사회적 합의에 의해 강화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연대주의적 임금정책과 경제성장의 과실을 복지부문으로 이전하는 정책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스웨덴의 보건의료제도는 조세(지방세)를 재원으로 한 일반재정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재원조달, 시설의 소유, 운영에 이르기까지 공공부문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민간부문 의료시설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는 매우 제한적인 범위에 그치고 있다. 중앙정부(보건 및 사회문제성)는 보건의료정책의 수립과 제도의 효율적 운영에 대한 책임만 지고 있다. 의료서비스의 제공과 재원조달을 실제 책임지고 있는 것은 21개의 지방자치단체(군 County Councils 단위)이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그 지리적 관할범위(주민 평균 30만명) 내의 의료보건을 책임진다. 각 지자체는 다시 몇 개의 보건의료구역으로 나뉘며 각 보건의료구역은 한 개의 핵심 병원과 여러 개의 1차 의료기관으로 구성된다. 

스웨덴에서는 군 정부(County Council)의 행정이 주로 의료서비스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나라들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난다. 전체 군 정부 예산의 80% 이상이 보건, 의료부문에 지출되고 있으며 전체 군 정부 직원의 85%가 보건, 의료부문에 종사하고 있을 정도로 ‘군 정부=보건의료기관’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있는 것이다. 

1980년대 들어 스웨덴의 보건의료제도는 수많은 어려움을 만나게 되었다. 경제성장의 둔화와 의료비 지출의 증가에 따라 전체 의료비 지출을 억제해야한다는 압력을 받게 되었다. 이에 따라 GDP 대비 보건의료비 지출의 비중을 줄이려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보건의료분야 지출에 소요되는 재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방소득세는 꾸준히 증가되어 왔는데 1990년 스웨덴 의회는 2년간 지방세율을 동결하는 내용의 법률을 통과시킴으로써 이에 제동을 걸었다. 1994년에 조세증가 동결조치는 공식적으로 해제되었으나 군 정부에 대해 조세증가를 막기 위한 인센티브 조치가 주어졌다. 군 정부는 조세 동결에 따른 세수부족을 메우기 위해 이용자 부담을 증가시켰다. 그밖에도 비용절감을 위해 인력을 삭감하였는데 특히 주요 도시의 보조간호사가 주된 삭감목표가 되고 있다. 

스웨덴 의료제도에 있어 또 하나의 문제점은 환자에게 선택권이 없다는 점이다. 1차 진료가 병원을 중심으로 조직되어 있으므로 의료비가 비쌀 뿐만 아니라 환자가 의사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도 없다. 일부 수술의 경우 수술 대기기간이 너무 긴 점도 문제이다.

이러한 비판의 고조에 따라 각 군 정부는 서로 다른 대응을 했는데 대부분은 국가가 주도하는 보건의료제도에 보다 시장적인 요소를 강화하는 방법을 택하였다. 즉 영국처럼 일반의사 제도를 도입하여 환자가 (민간)의사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도록 하고 그 치료비를 군 정부가 보상해주는 방안(달라 모델: Dala model)이나, 혹은 각 지역 보건당국이 군 정부 관할 하의 병원에 독점적인 지위를 주지 않고 가장 우수한 의료공급자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병원 간 경쟁과 효율화를 촉진시키는 방안(스톡홀름 모델: Stockholm model)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되면 어떤 병원이 환자들로부터 인기를 얻지 못할 경우 설혹 공립병원이라 하더라도 도산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병원이 경영불능 상태에 빠지게 되면 직원의 해고를 초래하게 된다. 

오늘날 스웨덴에서는 이처럼 보다 시장지향적인 보건의료제도의 도입에 의해 효율 제고와 비용 삭감을 원하는 쪽과 보건의료제도의 보다 기본적인 사회적 가치 유지를 위해 시장 지향적 개혁에 반대하는 쪽 간의 갈등이 치열해지고 있다.   

2) 보건의료산업 단체교섭의 특징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 여러 나라에서는 노동과 자본 간의 세력균형을 반영하여 일찍부터 노사 간 타협체제가 성립되어 있었다. 이미 1930년대부터 스웨덴에서는 강력한 사회민주당의 장기집권 하에 계급 간 타협이 이루어지고 노동조합 보호, 노사관계의 중앙집중화 등을 지향하는 입법이 이루어졌다.   

스웨덴에서 단체교섭은 매우 중앙집권화 되어 있으며 단체교섭의 포괄범위는 거의 100%에 이르고 있다. 스웨덴의 단체협약은 과거 중앙협약-산별협약-지부협약 등 3개 수준에서 이루어졌다. 1956년부터 1982년까지 민간부문에서는 스웨덴노동조합총연합(LO), 스웨덴봉급노동자연맹(TCO), 스웨덴전문직노동자연맹(SACO) 등 3개 노동조합 중앙조직과 사용자단체인 스웨덴경영자단체연합(SAF) 사이에 전국적 수준의 중앙협약을 체결하여 왔다. 이른바 ‘스웨덴 모델’로 불리는 독특한 중앙협약이 그것이다. 노사 중앙기구 간의 교섭에 의해 임금 및 근로조건 협약안이 타결되면 각각 산하조직에서 타결된 틀 안에서 단체교섭을 체결하도록 권고하였다. 이에 따라 산별노조와 산별 사용자단체 간의 산별교섭이 이루어지는데 이 때 중앙교섭으로 타결된 임금인상 및 근로조건 안을 하회할 수 없다. 이어서 개별기업과 지역지부 또는 지부분회 간의 기업별 교섭이 이루어지는데 이는 산별교섭으로 타결된 수준을 하회할 수 없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세계화에 따른 경쟁격화와 유연화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스웨덴 모델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1980년대 이후 세계화의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임금, 고용, 노동조직 등에서의 유연화, 개별화, 시장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에 따라 노사관계의 분권화 현상이 나타났다. 즉 중앙교섭제도가 임금, 고용, 근로조건의 유연화에 장애가 되고 있으며 따라서 교섭의 분권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거세진 것이다. 

1982년 SAF는 산하 각 경영자단체에게 SAF의 교섭과 상관없이 산업별 교섭을 실시할 수 있는 권리를 줌으로써 교섭체제 분권화의 길을 열었다. 이에 따라 금속산업에서 처음으로 중앙교섭으로부터 이탈하여 금속산업사용자연맹과 금속산업노동조합 간에 독자적인 산별교섭을 실시하기 시작하였다. 마침내 1990년 SAF가 LO와의 교섭을 완전 중단하기로 결정하였다. 이에 따라 중앙교섭이 붕괴되고 현재는 중앙교섭에서는 연금과 보험문제만 다룰 뿐 임금 및 기타 근로조건은 산별교섭-지부교섭 등 2원화된 체제의 단체교섭을 통해 결정되고 있다. LO는 이제 교섭주체가 아니라 산하 산별노조의 교섭을 조정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스웨덴의 단체교섭 분권화 과정이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여전히 산별교섭에서 임금 및 근로조건의 기본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부 단위의 교섭 역시 산별노조의 엄격한 조정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조정된 산업별(분권화) 교섭”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분권화된 단체교섭구조는 보건의료부문의 경우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중앙정부, 군 정부, 읍면 정부 수준에서 각각 별개의 교섭이 이루어지고 있다. 보건의료부문 인력의 임금을 교섭하는 주된 사용자는 군 단위 사용자단체인 군 정부연맹(Federation of County Councils)이다. 군 정부연맹은 기초지자체 정부협회(Association of Local Authorities)와의 협의 하에 단체교섭을 수행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의사들을 대표하는 스웨덴의료노조와 간호사들을 대표하는 스웨덴보건노조, 일반직을 대표하는 스웨덴지자체노동조합 등의 단체로 이루어져 있다.


스웨덴 의료노동자는 대부분(92%) 지방공무원이다. 의사를 별도로 하면 이들 의료노동자들은 간호사, 조산부, 의료검사기사 등의 전문직과, 다양한 서비스 직무를 포함한 일반직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자의 세 직종은 1977년에 단일노조인 스웨덴보건노조(SAHP)를 결성하였다. 또한 일반직 노동자들은 LO 산하의 최대 노조인 스웨덴지자체노동조합(SKAF: 통칭 kommunal)으로 조직되어 있다. 재미있는 것은 같은 간호사라 하더라도 준 간호사(practical nurse)와 간호조무원(low-skilled nurse)은 SAHP가 아니라 SKAF 소속이라는 점이다. 직종, 계층을 통합한 산별노조와는 달리, 스웨덴에서는 공공부문의 의료기관에 두 개의 직종별 노동조합이 있어 의료노동자들을 계층별로 조직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에서는 스웨덴의 어느 병원 사례를 통해 스웨덴 보건의료노동자들의 구체적인 단체교섭 상황을 살펴보기로 한다. 사례가 된 병원은 스톡홀름 교외의 대학부속 후딩게 병원(Huddinge Sjukhus: 이하 HS로 약칭)이다. 1972년 설립된 이 병원은 병상 수가 789개이며, 직원 수는 의사 942명, 간호사 2,021명, 기타 의료기술자 458명, 준 간호사 928명, 관리 및 사무직 273명, 기타 노동자 990명 등 총 5,600여명에 달하는 스톡홀름군 내 제2의 대병원이다. 의사는 남녀가 절반 정도씩인 반면, 간호사, 준 간호사의 경우에는 95% 이상이 여성이며 물론 대부분 노동조합원이다. 이들의 신분은 모두 지방정부에 속한 지방공무원이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스웨덴의 보건의료부문은 의료비 지출의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으며 이를 막기 위해 강력한 의료비 지출 억제정책을 쓰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HS에서도 지난 10년간 경비절감을 위한 다양한 경영노력이 계속되어 왔다. 예컨대 1989년부터 1990년에 걸쳐 직원 수를 약 7천명에서 약 5천명으로 줄이는 해고조치가 실시된 바 있다. 병원에 불가결한 여러 가지 보조, 간접업무를 외부에 위탁하는 이른바 아웃소싱(outsourcing)도 진행되었다. 세탁, 청소, 식당, 커피숍 등을 민간기업에 위탁하였다. 

이제 HS에서의 노사관계 및 단체교섭의 상황을 전문직과 비전문직으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비전문직의 경우를 살펴보면 병원에서 일하는 비전문직 일반노동자들은 1960~70년대의 공공부문의 확대와 더불어 67만명을 가진 LO 산하 최대노조로 성장한 스웨덴지자체노동조합(kommunal)에 속해 있다. 이는 지방정부의 현장업무에 종사하는 공무원들로 구성된 노동조합이다. 이 노조는 전국 수준의 산별교섭을 통해 450개의 ‘직종’에 대해 최저임금협정을 체결한다.

이 가운데 준 간호사 등 숙련직 자격을 인정받은 직종 종사자들은 1997년의 전국협약에서 최저임금으로 월 11,850크로네를 적용받았다. 한편 기타 비숙련직은 20세 미만이 월 9,600크로네, 20세 이상이 월 10,700크로네를 적용받았다. 이를 기본으로 하여 지역 수준, 각 병원 수준의 임금구조가 형성되고 그 위에 개인별 임금이 결정된다. 

코뮤날의 임금교섭은 전국수준의 임금수준교섭과 지역수준의 임금배분교섭으로 나뉜다. 먼저 전국수준의 산별교섭에서 8%, 즉 1천크로네의 임금인상이 결정된다. 코뮤날은 그 가운데 전 조합원 공통의 임금인상분을 200크로네로 합의하고 남은 800크로네를 군 수준 교섭에 위임한다. 스톡홀름 군 교섭에서는 예컨대 200크로네를 일률인상분으로 협정하고 나머지 600크로네는 개별 병원 수준의 교섭에 위임한다. 개별 병원(HS) 수준에서는 남은 600 크로네와 노조원 수를 곱한 값을 임금인상 총기금으로 하고 최종단계의 배분교섭이 전개된다. 1996년의 경우 HS에서는 평균 600크로네 가운데 150크로네만을 전원 배분하고 남은 450크로네는 저임금 직종(임금 1만2천크로네 이하의 준 간호사)에 대한 특별 인상분과 개인별 결정분(개인별 평가에 기초한 임금인상)으로 배분하였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HS의 임금결정방식은 직장 및 노동자 간 강력한 연대의식 없이는 성립하기 힘든 것이다.

1990년대 초까지 HS의 임금체계는 연공별 임금체계로서 직종별로 10년간 자동승급이 이루어지는 체계였다. 같은 직종, 같은 근무년수일 경우 임금은 동일하였다. 개인별 평가에 의한 임금격차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1993년 이후 개인별 기능이나 업적에 따라 임금상승률이 달라지는 임금체계가 도입되었다. 단 이는 노동조합의 철학이 변했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공공부문의 재정적자로 지방공무원의 일률적인 임금인상이 어려운 상황에서 개인별 임금인상에 의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임금인상을 따내려는 실리적 필요성에 의해 이루어진 조치였다. 그러나 새로운 임금제도 하에서도 승급선이 직종, 직역별로 이루어진다는 점에는 변화가 없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볼 때 HS의 임금은 결국 HS의 근속년수, 직역별 경력년수, 특별 직역(예컨대 책임이 무거운 부문)에의 배속 등 객관적인 부분과 개인의 숙련, 능률, 생산성 등 주관적인 부분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이 주관적인 부분에 노동조합이 개입하여 보다 공정한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음으로 간호사의 경우를 살펴보면 간호사 노동조합인 스웨덴보건노조(SAPH)는 간호사 9만명, 조산부 5천명, 의료검사기사 1만명, 기타 약간 명의 연금생활자와 학생을 더하여 총 11만 2천명의 조합원을 가지고 있으며, 간호사, 조산부, 의료검사기사 전체 인력의 93%를 조직하고 있다. 노조의 중심세력인 간호사는 의료기관 이외의 조직, 예컨대 민간기업, 학교, 선박 등에서도 일하고 있으나 그 노동조건의 결정에 SAPH가 관여하는 조합원의 비율은 역시 93%에 이르고 있다. 따라서 SAPH는 조합원 간의 동질성이 높은 강력한 직종별 노조형태를 취하고 있다.

SAPH는 앞에서 보았듯이 지방공무원의 노동조합이며 그 기본이념의 하나로서 모든 국민에게 충분한 의료가 권리로서 보장되어야 한다는 관점으로부터 의료서비스에 있어서 상업주의의 거부, 공공자금에 의한 의료공급의 확립을 내걸고 있다. SAPH는 무엇보다도 “전문직 단체라는 명료한 특징을 가진 조합조직”이므로 그 관심은 한편으로는 전문직의 문제, 다른 한편으로는 임금과 노동에 관한 규제의 문제에 주로 두고 있다. 간호사와 조산부는 대학의 간호학과 졸업 후 적어도 6~24개월의 실무연수와 1년에 걸친 특별교육을 받은 후 자격증을 따게 되는 고도의 숙련인력이므로 노동에 대한 자율성과 책임감, 의료서비스의 불가결성에 대한 강한 자각 등을 갖추고 있다. 

SAPH는 그런 까닭에 26개의 의료전문가단체와 연대관계를 맺고 간호와 의료에 관한 대 사회적 발언을 하고 있으며 조합원들에 의한 의료연구집회(포럼)를 개최하고 있고 각 직장에서도 보다 “좋은 의료와 간호”를 공부하는 서클 활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간호사의 경우에도 임금교섭은 다양한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전국 수준에서는 사용자(의료기관의 관리자조직) 측과 노동시간, 각종 휴가, 일반적 임금인상률(예컨대 최소한 2~3%), 임금과 기능 및 실적의 관계에 관한 가이드라인 등을 협정한다. 단, 간호사의 경우에는 직종별 최저임금협약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전체적으로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여 노동시장에서 유리한 상황에 있고 노동조합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굳이 최저임금을 설정할 필요를 노조가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전국수준의 교섭에서 최저 임금인상률이 정해지면 다음으로 군 단위의 교섭에서 조정되고 다시 병원 수준의 교섭에서 미세한 조정이 이루어짐으로써 HS에서의 임금인상의 총액이 결정된다. 현재는 모든 병원이 군 정부에서 운영하는 같은 예산 하에 있기 때문에 병원 간 임금격차는 발생하지 않고 있으나 앞으로 예산 적자폭이 확대되고 병원 간 적자폭의 차이가 문제되기 시작하면 이에 따른 노동조건의 병원 간 격차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노조는 우려하고 있다. 

승급체계는 근속년수에 따른 자동승급(호봉상승)이 아니라 개인별 인사평가(배속된 직역에서 요구되는 책임과 노력 정도, 자격과 경험, 실적 등에 기초한)에 기초하고 있다. 물론 경험이 중요한 요소로 고려되고 있기는 하지만 일정한 인사평가를 거치므로 관리자의 자의가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능력주의에 기초한 임금 결정 그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고 있으며 노동조합의 철저한 개입에 의해 평가기준을 투명화, 공정화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스톡홀름 군에서는 1996년에 간호사의 승급과 능력 사다리(competence ladder)를 연계시킨 모델이 노사 간에 합의되었다. 

이는 기본적으로 경력년수와 책임 및 전문성 등에 따라 몇 개의 임금계층을 만들고 그 안에서 다시 일의 난이도와 개인의 숙련도 및 헌신도라는 기준에 의해 개인의 임금이 결정되는 틀을 만든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간호사를 1급(미경험), 2a, 2b, 2c급(경력 1년차부터, 일반 간호직), 3급(경력 2~4년차부터, 전문 간호직), 4, 5급(주임 간호사, 지도직, 연구직 등, 경력년수 규정 없음) 등으로 계층화하고 각 계층 내에서는 개인별 인사평가에 기초하여 임금에 차이를 두고 있다. 예컨대 1급의 경우 14,500~16,000크로네, 2a급의 경우 15,000~17,000크로네, 2b급의 경우 15,000~18,000크로네, 2c급의 경우 16,000~20,000크로네, 주임간호사 20,000~25,000크로네 등의 범위 내에서 임금이 결정된다. 

각 임금계층에 대한 업무내용, 필요한 책임과 능력에 대한 상세한 기술서(description book)가 있다. 개인에 대한 구체적인 평가는 관리자가 주관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며, 환자와 의사의 평가, 본인과의 인터뷰 등에 의해 이루어지며 평가결과는 소속부서의 관리자와 노조의 직장위원 간의 협의에 의해 최종 확인된다. 전체 임금표의 작성 및 어떤 개인이 어떤 임금계층에 속하는가의 문제는 노사의 교섭으로 결정된다. 조합원의 90%는 그 결과에 동의하였다고 한다.

HS에서 간호사의 근무시간대는 7시~16시(단 6시30분~8시 사이에 출근하는 플랙스 타임제를 적용하고 있다), 13시~21시, 21시~7시30분의 3교대제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심야근무가 파트타임 간호사의 전담으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것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로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며, 심야근무에서는 임금의 할증률이 높고 또 어린아이가 있거나 주간에 다른 사정이 있는 간호사 등이 자발적으로 파트타임으로 심야근무를 하는 것이다. 파트타임 노동자는 비정규직이 아니라 고용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규직의 일부이다. 근무형태만 다를 뿐이다. 실제로 SAPH의 취업 조합원 가운데 파트타임 노동자는 50%에 이르고 있다. 한편 유급휴가 일수는 조합원 평균 연간 25일이다.

인력문제에 대해 살펴보면 스웨덴에서는 의료 레벨 별로 간호사의 배치기준은 없으며 인원 수는 노사교섭으로 유연하게 결정된다. 본대로 병상 수 789개인 HS에서 간호사 2,021명, 준 간호사 928명이라는 인원배치는 매우 풍족한 것처럼 보인다. 다만 앞에서 본대로 간호사의 50% 가까이가 파트타임이라는 점을 감안하여야 한다. 실제로 간호사 노조는 최근 인력부족에 따른 스트레스의 증대를 호소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더불어 환자 수가 증가하고 또한 간호, 치료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이에 더하여 준 간호사의 인원삭감에 따라 여분의 일이 덧붙여지는 등 간호사의 업무가 과중하다는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0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