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애국하자!

노동사회

그림으로 애국하자!

편집국 0 3,096 2013.05.19 07:25

"9시 뉴스에 나오는 불타는 조형물의 대부분이 저희들의 작품(?)입니다."

웹디자이너도 아티스트라고 애써 자위하며 같은 '예술인'이라는 헛된 망상을 가지고 중국에서 날아온 황사바람을 뚫고(?) 신길동에 자리 잡은 ‘자주통일을 향한 힘찬 붓놀림 <그/림/공/장>’을 찾았다. 하지만 웬걸, 시끌벅적 할 줄 알았던 작업실엔 인송자 대표 혼자 남아 반겨줄 뿐이다. 외부에 작업이 있어서 모두들 자리를 비웠단다.

“그림으로 애국하자” 

<그/림/공/장>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무엇일까? 바로 “그림으로 애국하자”일 것이다. 각 계급과 계층의 이해를 그림으로 환원시키고 전체대중에게 이해를 시키는 것이 <그/림/공/장>의 궁극적인 목표다. 미술의 공공성과 대중화를 창작의 힘으로 만들어 가는 활력 있는 미술 창작단이며, 다양한 시각매체를 활용한 참신하고 꾸준한 창작활동과 기획·전시로 미술을 통한 진보적 소통공간의 활로를 만들어 간다.

초창기 세 명으로 출발해 걸개그림 위주의 활동을 펼쳤으나 6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11명의 식구들이 걸개그림과 각종 행사와 문화제·콘서트의 무대작업과 조형물 제작은 물론, 내용성과 참신성, 기동성을 겸비한 선전미술 작업, 각종 일러스트, 만평, 기획전시 등으로 활동의 폭과 깊이를 더 해가고 있다. 왠지 민중미술계의 ‘가제트형사’처럼 느껴진다. 주문하면 뭐든 해낼 것 같은 다재다능함 때문이리라.

<그/림/공/장>의 구성은 크게 두 부문으로 나뉜다. 문예운동 단체들의 가장 큰 문제인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는 동국대 100주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재정사업단과 창작단이다. 또 창작단에는 문예활동가 발굴을 위해 대학단위 미술패들을 대상으로 강연 및 강습을 하고 있는 ‘교육단’과 지난 3월 18~19일 용산역 앞 광장에서 평택 주제전인 <소원展> 1차 전시를 끝내고 2차, 3차 준비 및 5·18 관련 기획단에 참여하고 있는 ‘전시단’이 있다. 그리고 만화 주체 등도 활발하게 활동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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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무자가 아닌 동지로 

진보적인 문화·예술운동 단체들의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진보운동진영이 이들 문예활동가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어떠할까? 행사를 준비하기 위한 단순한 실무단위로 바라보거나 수단과 목적으로만 바라보지는 않을까?

“언젠가 무대 걸개그림을 제작할 때였어요. 공들여 제작을 마쳤는데 ‘너무 비싼 거 아니냐, 싸게 해 달라’고 하시는데 답답하더군요. 저희들의 작업이라는 게 단순히 총액으로만 계산해서는 안되는 부분이 많거든요. 물론 인건비에 재료비도 만만치 않죠. 그래서 차근차근 내용에 대한 설명을 해줬더니 그때서야 이해를 하시더군요”

물론 <그/림/공/장>과 같은 문화·예술운동 단체들만큼이나 의뢰하는 운동단체들의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다만 문예활동가들이나 전문인력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단순한 실무자로만 인식해서 값을 흥정하려고 하는 경우는 없었으면 하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그들에게도 초창기에는 실무단위로만 행사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대중과의 실제 접촉이 많은 문예활동가들이 기획은 물론 실무까지 책임을 지는 것이 올바른 시스템이라고 판단했다. 목적과 지향을 같이하고 같이가는 동지로서 인식하며 행사를 총괄할 수 있다면 보다 나은 작품을 창작해낼 수 있고, 그 창작물은 민중들에게 즐거움으로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접해보지 못한 추상적 문화를 이야기하며 왜색·퇴폐·향락 문화에 대해 단순한 사상적·학습적 차원에서의 무조건적인 반대가 아니라, 자기가 주장하고 알려야할 내용들을 발굴하고 홍보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싶어 한다. 이제는 민중미술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양, 민중미술이 그나마 활발하던 시절을 마치 ‘전설’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비수처럼 내꽂는 말이 아닐 수 없다. 

한 사람이 열 사람을, 열 사람이 백 사람을

“사람이 중요한 시기인거 같다.”

2006년 5월1일 노동절 전야제가 없다는 말에 나온 대답이다. 공동 투쟁과 창작 작업에 있어서는 정파를 초월해 공동의 사업, 공동의 투쟁으로 단결하여 활동해야 할 시기에, 공동의 사업이나 투쟁과는 무관하게 정파를 기준으로 재단 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각개약진이 아니라 단일하게 투쟁하고 연대하는 모습에 대한 스스로의 고민과 실천이 부족한 것 아닐까요?”

눈물을 닦아주고, 손잡고 웃어주며, 어깨를 두드리고, 속 시원히 말하는 미술을 만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가지게 하는 그들 <그/림/공/장>.

향후 3~5년 내에 문예활동과 관련된 센터건립을 목적으로 날카로우면서도 희망을 향한 뜨겁고 힘찬 붓을 들고 있는 <그/림/공/장>.

이제 집회 현장에서 잠시 시선을 주고 지나쳐버리던 무대 뒤 걸개그림과 각종 조형물들 속에서 그들의 숨소리를 느끼게 될 것 같다. 삶과 생활 속에서 자신과 사회,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는 사람들 속에서 다양한 창작 활동을 기대한다.

자주통일을 향한 힘찬 붓놀림 <그/림/공/장> 작품을 감상하고 싶거나 작품을 의뢰하고 싶은 분들은  홈페이지( http://www.grimfactory.com )를 방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