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액인건비제 평가와 노동조합의 대응

노동사회

총액인건비제 평가와 노동조합의 대응

편집국 0 3,472 2013.05.19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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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지난 4월28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주최한 <총액인건비예산제도 현장토론회>에서 발표된 글입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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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 28일 <총액인건비제도 현장토론회 모습   - 출처: 매일노동뉴스 ]

1. 논의의 전제

○ 통제와 자율, (중앙)집중과 (지방)분권의 딜레마 문제
-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은 위계 구조를 갖추는데, 이때 그 조직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용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및 실행의 집중과 분권, 통제와 자율이 적절한 수준에서 조화를 이룰 필요가 있음.
- 그러나 통제와 자율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율과 통제의 유기적 결합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협의와 조정의 메커니즘에 대한 논의, 또는 다원적인 가치규범이 공존할 수 있는 사회적 소통의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전제될 필요가 있음.

○ 행정조직의 거버넌스 문제
- 현대 사회에서는 행정조직의 거버넌스에 시민사회가 밀접하게 개입되어 있다는 점에서 행정조직과 시민사회 간에는 항상 ‘호응성’의 문제가 발생함. 특히 행정에서 ‘지배’, ‘관리’의 의미보다는 ‘서비스’의 의미가 강조되는 현대에는 호응성 문제가 더욱 중요함. 더불어 행정 과정의 ‘효율성’ 문제는 호응성이 작동하는 방식과 관련된 것임. 따라서 효율성은 호응성에 종속되어야 함. 만일 반대로 호응성이 효율성에 종속된다면 행정조직 및 그 서비스의 정당성 문제가 발생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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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버넌스(Governance)란?
사전적 뜻이 ‘통치’인 거버넌스(Governance)는, 과거에는 ‘전통적 국가통치행위’를 의미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 들어와서는 (i) 정부와 사회 간의 새로운 상호작용의 형태를 의미하는 하거나, (ii) 정부관료제를 조직하고 관리하는 새로운 방법을 뜻한다.
‘정부(Government)’는 공식적인 권위에 근거한 활동을 지칭하는 반면, ‘거버넌스(Governance)’는 공유된 목적에 의해 일어나는 활동을 의미한다. 거버넌스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중앙정부, 지방정부, 정치·사회단체, NGO, 민간 조직 등의 다양한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강조한다. 때문에 ‘협치’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호응성이란?
‘호응’은 국가 또는 공공행정이 시민사회에 대해 이러저러하게 ‘반응’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호응성’을 사회구성의 한 주체 또는 당사자로서 공공행정이 ‘시민사회와 맺는 관계의 성격’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따라서 ‘호응성’에는 이미 ‘협조관계’, ‘민주주의적 참여’, ‘공익 혹은 공공성’의 개념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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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조직 노사관계와 거버넌스 문제
- 행정조직 노사관계에 대한 접근은 호응성과 효율성의 틀 내에서 이루어져야 함. 특히 행정 서비스를 담당하는 공무노동자들의 노동생활 질 문제는 호응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음. 호응성과 효율성의 수준은 공무노동자의 질적 수준에 달려 있고, 다시 공무노동자의 질적 수준은 노동생활의 질적 수준에 의존하기 때문.

2. 총액인건비제의 평가 기준

○ ‘통제’와 ‘자율’의 문제
- 총액인건비제는 거대 행정조직이 의사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집중과 분권, 통제와 자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임. 따라서 총액인건비제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첫째 이러한 제도적 장치의 도입이 행정조직의 상·하 또는 중앙·지방 간 협의 및 조정, 혹은 토론 및 소통 과정을 거친 것인가, 둘째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통제와 자율의 딜레마가 적절하게 해소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함.

- 정부 자료에 따르면, 총액인건비제의 목적은 행정조직을 효율적이면서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조치임. 이를 위해 지방조직이 행정적 자율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하되, 중앙조직은 총액인건비를 통해서 통제를 유지하는 방안이라 할 수 있음. 따라서 총액인건비제가 ‘통제와 자율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가, 또는 해결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 논의를 풀어가는 데 일차적인 핵심일 수밖에 없음.

○ 행정조직의 호응성 및 효율성
- 근본적으로 행정조직은 시민사회와 관계 속에서 정책내용의 호응성과 정책집행의 효율성을 확보해야 함. 따라서 총액인건비제에 대한 평가기준에는 그것의 도입으로 행정조직이 시민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호응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는가, 또는 높이고 있는가 하는 점이 추가되어야 함.

○ 총액인건비제와 공무노동자의 노동생활의 질
- 한편, 총액인건비제는 어떻게 운영되는가에 따라서 공무노동자들 노동생활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장치임. 따라서 총액인건비제가 공무노동자들 노동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운용되는가 아니면 저하시키는 방향으로 운용되는가가 중요한 평가의 기준이 될 것임.

3. 정부 조직 및 운영의 재편  

○ 총액인건비제, 성과관리형 팀제, 성과계약제의 상호연계 
- 정부의 행정조직 운영재편 방향은 중앙정부의 각 부처와 지방정부의 조직 운영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한편, 이들 조직에 대한 통제를 총액인건비 관리를 통해서 유지하는 것임. 그런데, 이러한 총액인건비제는 각 부처와 지방정부의 하위조직을 ‘성과관리형’ 팀으로 운영하는 것, 그리고 성과관리형 팀의 구성원들을 ‘성과계약제’를 통해서 관리하는 것에 의해서 완성됨.

○ 총액인건비제
- 총액인건비제는 “예산당국은 각 부처별 인건비 예산의 총액을 관리하고, 각 부처는 인건비 총액 내에서 인적자원관리의 자율성을 보유하는 제도”로서 세부 내용은 아래와 같음. 
  ① 조직 관리: 인력 규모, 인력 종류의 결정과 가구 설치의 자율권을 확대함.
  ② 보수 관리: 성과 관리와 보수 체계를 연계시킴. 
  ③ 인사 관리: 부처 자율 채용을 확대하면서 그에 따른 협의 사항을 축소함.
  ④ 예산 관리: 인건비 운영과 잉여 인건비 사용의 재량권을 부여함. 

- 총액인건비제는 각 부처별로 조직 운영상의 재량권을 일정하게 보장하되, 관리를 총액인건비에 대한 통제로 대신하고자 하는 것임. 따라서 총액인건비제는 정부조직 운영상의 분권(자율)과 집중(통제)이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마련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음.

○ 성과관리형 팀제 조직
- 또한, 총액인건비제는 정부조직 운영방식을 변경시키고자 하는 계획과 밀접하게 연동되어 있음. 
- 정부의 ‘통합행정혁신시스템’은 “중앙행정기관이 행정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각 부처의 조직자율권을 확대하고, 성과관리체제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것임
- 통합행정혁신시스템은 성과관리시스템, 업무관리시스템, 고객관리시스템, 보상시스템을 하위 시스템으로 포괄하고 있음. 이들 하위 시스템들 간의 관계를 보면, 성과관리시스템을 중심으로 업무관리시스템 및 고객관리시스템이 배치되고, 이것들은 다시 보상시스템에 연동되어 있음. 이것은 기존의 조직 구조를 ‘성과관리형 팀제 조직’으로 전환하는 것임. 

○ 성과계약제
- 성과계약제는 기존의 공무노동자 업무에 대한 평가를 성과관리형 조직에 부합하도록 변경시키고자 도입되는 것임. 성과계약제는 “평가대상자와 평가자 간에 성과목표와 평가지표, 평가결과의 활용 등에 대한 합의”인 성과계약을 공무원 업무 수행 및 평가의 제도적 근간으로 삼고자 하는 것임. 
- 성과계약제가 도입되면, 공무노동자들은 매년 업무성과 목표와 그것에 대한 측정 지표를 합의하여 결정하고, 평가대상 기간의 종료 시점에서 그 결과에 대해 평가를 받게 됨. 성과계약제는 목표관리제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으며, 행정개혁의 미시적인 장치라고 할 수 있음.

4. 총액인건비제 평가

○ 총액인건비제는 통제와 자율, 집중과 분권의 문제를 해결하는가?
- 통제와 자율의 문제는 ‘둘 중 어느 한 쪽도 일방적으로 강해지는 것은 조직의 효과적인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 관련되어 있음. 따라서 적절한 수준에서의 ‘제한적 통제’와 ‘제한적 자율성’이 작동할 때 비로소 조직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음.
- 통제의 측면에서 볼 때, 총액인건비 기준의 설정을 중앙정부에서 거의 일방적으로 설정할 가능성이 크므로 제한적 통제가 아니라 일방적 통제가 될 가능성이 큼. 
- 제한적 통제가 되기 위해서는 지방정부의 운영과 관련된 제반 사항에 대하여 상호간에 충분한 협의를 거쳐 인건비 기준이 책정되어야 하는 바,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지방의 행정 수요를 충족시키는 데 필요한 적정한 인원과 보수 수준을 정하여야 함. 그렇지만 그렇게 하는 경우 특별히 총액인건비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없게 됨. 
- 총액인건비 식으로 오로지 화폐척도(비용)만을 기준으로 삼아서 지방정부를 통제하고자 한다면 지방정부의 운영과 관련해서 발생하는 여타의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방기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음. 특히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민주주의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거나 왜곡되어 있는 경우에는 기관장에 의해서 자의적으로 기구와 정원이 책정되거나 운영될 수 있는데, 이럴 경우 총액인건비제의 기준만 충족된다면 중앙정부가 개입할 여지가 없게 됨.
- 다른 한편, 통제의 측면에서 지적될 수 있는 문제점들은 자율의 측면에서는 반대의 상황으로 나타날 수 있음. 특히 지방정부의 자율성이 갖는 긍정적인 측면은 민주주의적인 지방자치제도의 활성화를 기본적인 조건으로 한다는 점에서 총액인건비제가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을 제어하기 위한 일정한 수준의 제한적 자율성이 요구됨(물론 이는 중앙 정부가 적절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을 전제로 함).

○ 총액인건비제는 행정조직의 호응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키는가?
- 호응성과 효율성 문제는 어떻게 시민사회에 호응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그것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가의 문제임. 따라서 호응성과 효율성 문제는 근본적으로는 총액인건비제와 무관한 문제라고 할 수 있음. 
- 행정 수요에 대한 행정조직의 호응성은 적절한 수준 이상의 인적자원, 즉 공무노동자들이 배치되어 합리적인 정책을 수행하는 것을 통해 달성되어야 하는 문제이며, 정책집행의 효율성도 행정조직 내부의 의사결정 과정의 효율성, 대민서비스의 신속성 및 정확성의 문제임. 
- 행정조직의 호응성과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예산통제는 인건비 총액의 통제측면에서가 아니라, 필요한 정책사업에 예산을 적절하게 집행하도록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과 관련된 것이어야 함.  

○ 총액인건비제는 공무노동자들의 노동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가?
- 총액인건비제는 공무노동자들의 노동생활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제로 작용하기보다는 그 반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큼. 
- 조직 차원에서 성과관리형 팀의 운영 그리고 공무노동자 차원에서 성과계약제의 운영은, 만일 제대로 기능한다면, 행정조직의 호응성과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임. 그러나 팀제 및 성과계약제의 운영이 ‘인건비 절감’을 목표로 한 것이라면 노동생활의 질을 저하시킴으로써 반대로 호응성과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
- 특히 효율성을 인건비 또는 공무노동자의 임금·보수의 문제로 여기는 것은 올바르지 않음. 행정조직의 성과는 시장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처럼 화폐척도로 계산할 성질의 것이 아님. 효율성의 제고는 인건비의 절감 측면이 아니라, 행정집행상의 불합리한 요소를 제거하여 생길 수 있는 예산절감의 측면에서 찾아져야 함. 성과급에 대해서는 이 차원의 문제로 접근되어야 하는 바, 성과급의 차등지급은 예산 운용상의 합리성과 불합리성에 대한 상벌 정도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 바람직함. 
- 한편, 총액인건비제는 아웃소싱 등 행정조직의 구조조정을 손쉽게 함으로써 공무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고, 이러한 상황은 실제로 발생하고 있음. 면밀한 검토를 거쳐 특정 업무나 사업을 아웃소싱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인건비 이외의 예산절감 차원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음. 

5. 노동조합의 대응

- 공무원노동조합은 행정조직의 호응적·효율적 운영과 무관하게 인건비의 불합리한 절감을 목적으로 하거나 노동생활의 질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는 총액인건비제에 대해서는 반대를 분명히 해야 함. 
- 총액인건비제는 행정조직 운영의 호응성 및 효율성 제고 또는 훼손에 대한 상벌 장치로 운용되는 경우에만 유의미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양과 질에서 적정한 수준의 공무노동자가 배치되고, 또 노동생활의 질을 적정한 수준 이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인건비 책정이 이루어져야 함. 따라서 총액인건비는 적정 인건비 총액에 적절한 수준의 ‘성과포상금액’이 더해지는 수준에서 책정되어야 함.
- 노동조합은 각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별로 적정한 인력 및 인건비 수준에 대한 기준을 나름대로 마련하여 총액인건비제에 대응하여야 함. 물론 그 기준은 ‘사회적 가치규범’을 위배하지 않는 것이어야 하며, 이렇게 해야 노동조합이 정당성을 무기로 불합리한 제도와 정책의 시정을 요구할 수 있음.
- 행정의 분권화는 지역 민주주의의 활성화라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지역 거버넌스의 비민주화를 구조화할 수 있는 조건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음. 따라서 노동조합은 안팎으로 행정의 호응성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다하여 지역 차원에서 정당성을 확보하여야 함. 지역적 정당성을 확보한 활동만이 행정 분권화의 긍정성을 제고하고 부정성을 억제할 수 있음.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