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노동사회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

편집국 0 3,244 2013.05.19 07:42

 


book.jpg후마니타스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우리시대의 논리> 시리즈 두 번째 권이 나왔다. 노동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강사 가운데 한사람인 한울 노동문제연구소 하종강 소장이 그동안 인터넷이나 방송, 언론 등에 써온 글들을 모은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이다.

대중을 위한 노동운동 해설서

저자는 20여년 동안 노동운동을 해오면서 요즘처럼 노동자 권리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조심스럽고 어려운 시기는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노동조합’이나 ‘근로조건’과 같은 단어조차 숨죽여 속삭여야 했던 암흑의 시대보다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로 올수록 노동자의 권리를 옹호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한다. 그 어려워진 여건 속에서 전국 각지를 돌며 한해 3백여 차례가 넘는 노동교육을 펼치고 있는 하종강 소장.

그의 글들은 비록 한두 페이지의 짧은 글들로 이루어져있지만 샛강이 흘러 장강을 이루듯 흩어져 있던 글들은 커다란 줄기를 이루며 노동운동이 어째서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인지를 들려준다. 아울러 노동자이면서 노동자임을 인정하지 않거나, 노동운동이나 노동조합을그저 나와는 상관없는 집단 이기주의자들의 과욕으로만 바라보는 대중들을 위해 올바른 노동운동의 이해를 위한 안내서 역할을 한다. 

하종강 소장은 대중들이 노동운동에 대해, 요즘 유행하는 말로 ‘비호감’을 가지게 되는 가장 큰 원인을 언론의 책임에서 찾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언론이 일반대중들에게 끼치는 파급력은 절대적이라 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예를 들어, 파업이 그저 집단이기주의자들의 난동일 뿐이라고 편파적으로 보도되는 뉴스나 신문을 보고 읽은 사람들은 ‘파업은 나쁜거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파업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합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기본적인 권리라는 사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까? 노동자의 편만 들라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 모두를 비추는 역할만이라도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파업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는 ‘진정성’

한편 저자는 노동운동을 노사관계에서만이 아니라 국가의 전체적인 구조 속에서 바라보라고 주문한다. 그러다보면 파업을 ‘남의 일’로만은 볼 수 없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병원파업을 보며 인간의 생명을 구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간호사들이 파업을 하면 되느냐고 눈살을 찌푸리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은 10%밖에 안 되는 공공의료기관을 제외한 90%는 사기업과 마찬가지로 노동착취를 하고 있는 현실을 애써 외면한다. 95%가 공공의료기관인 영국의 의료기관과 근무환경을 비교해볼 것도 없다. ‘구조’ 속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데 아무리 노동운동을 욕하고 탄압해봤자 선진노사관계는 정립될 수 없다.

우리는 “지하철파업 때문에 차가 엄청 막혀 불편하다”느니, “공무원들은 안정된 직장에 나랏돈 받으면서 무슨 노조결성이냐”, “일은 안하고 임금만 올려달라고 파업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주5일제 실시, 비정규직법 투쟁 등 노동운동이 온힘을 다해 싸우는 노력이 결국 노동자인 자신에게도 돌아오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말이다. 

*************************************************************************************
“제가 어릴 때부터요…뭔가 좀…정의로운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학교에 다닐 때도, 공부 잘해서 반장하는 것 말고…남들 앞에 나서서 잘난 척하는 것 말고…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뭔가 좀 착하고 정의로운 일을 하면서 살고 싶었거든요.”
*************************************************************************************


하종강 소장이 강원도 한 농공단지에 있는 중소기업 노동조합에 갔을 때 만난 노조 교선부장이 들려준 이야기라고 한다. 세련되지도 않고 말투도 어눌하지만 노동운동에 대한 진정성을 가진 그와 같은 노동자가 있기에 “그래도 희망은 노동운동”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대중에게 친근해지는 노동운동이 되길

흥미로운 것은 이 책을 내게 된 과정인데, 1년에 300일 이상 전국 각지로 노동교육을 다니는 저자의 수고를 덜어주기 위해 출판사 직원들이 미리 책 한권 분량의 글을 모아놓고 승낙을 받기위해 찾아갔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들을 ‘1980년대의 헌신성’이 느껴지는 사람들이라 표현했다. 그렇지만 그만큼 하종강 소장의 글이 노동운동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무관심한 사람들에게도 ‘아,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겠구나’할 만큼 친근하고 설득력 있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이다.(하종강 짓고, 후마니타스 냄. 1만원)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