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이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

노동사회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이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

편집국 0 5,293 2013.05.19 07:33

제1절 서론  

1963년 4월 박정희 군사정권은 제2노총 결성 움직임을 봉쇄하기 위해 복수노조 금지조항(구 노동조합법 제3조 5호)을 신설했고, 1980년 12월 전두환 군사정권은 기업별 노동조합 이외의 조직형태는 법률로 금지했다. 1987년 7~9월 노동자 대투쟁 직후 정기국회에서 기업별 노조 강제조항이 삭제되었지만 복수노조 금지조항은 “기존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이 중복되는 경우”가 추가되어 한층 강화되었다. 이에 따라 1988년 이래 복수노조 금지조항은 민주노총과 신규 산별노조(연맹)의 합법성을 부인하고, 산별노조 건설을 가로막고 기업별 노조 체제를 강화하며, 노조민주화와 비정규직 조직화를 가로막고 삼성그룹 등의 무(無)노조 전략을 가능케 하는 근거조항으로 기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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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4월 개정 노동조합법
제3조(노동조합의 정의)  이 법에서 “노동조합”이라 함은 ……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 그러나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5. 조직이 기존노동조합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1987년 11월 개정 노동조합법
제3조(노동조합의 정의)  이 법에서 “노동조합”이라 함은 ……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를 말한다. 그러나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5. 조직이 기존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 하거나 그 노동조합의 정상적 운영을 방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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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1988년 11월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복수노조 금지조항 삭제, 자주적 단결권 쟁취’가 대중적 요구로 제기되었고, 국제노동기구(ILO)와 경제개발기구(OECD)는 1993년 이래 수차에 걸쳐 한국 정부에게 복수노조 금지조항 삭제를 권고했으며, 1995년 11월에는 복수노조 금지조항을 무시하고 민주노총이 출범했다. 1996년 5월 노사관계개혁위원회가 출범하여 노동법 개정이 논의되면서 복수노조 금지조항은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고, 1996년 12월부터 1997년 1월에는 노동법 개정을 둘러싸고 연인원 5백만명이 참가한 총파업이 전개되었다. 이처럼 지난한 과정을 거쳐 복수노조 금지조항은 1997년 3월 삭제되었다. 

그러나 노동조합법 부칙 제5조 1항에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 2001년 12월31일까지 그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는 조항이 신설되고, 이 조항이 다시 “2006년 12월31일까지”로 연장되면서, 아직까지 기업단위 복수노조 설립은 금지되고 있다. 그러나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2007년부터 기업단위 복수노조 설립은 허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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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법 제5조(노동조합의 조직·가입)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공무원과 교원에 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
부칙 제5조(노동조합 설립에 관한 경과조치)  
①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조직되어 있는 경우에는 제5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2006년 12월31일까지는 그 노동조합과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새로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없다.
② 행정관청은 설립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이 제1항의 규정에 위반한 경우에는 그 설립신고서를 반려하여야 한다.
③ 노동부장관은 2006년 12월31일까지 제1항의 기간이 경과된 후에 적용될 교섭창구 단일화를 위한 단체교섭의 방법·절차 기타 필요한 사항을 강구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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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07년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이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을 진단하고 전망하는 것을 목적으로 작성되었다. 지난 40여년간 경험하지 못한 일이고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이 글에서 진단과 전망은 실제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이 반년 밖에 안 남은 현 시점에서 안팎의 논의를 촉발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글의 의의는 충분할 것으로 생각된다. 

제2절에서는 1997년 초(超)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이 노사관계에 미친 영향을 평가한다.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을 앞두고 부분적으로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초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이 노사관계에 미친 영향은 긍정적이었으며, 부정적 효과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제3절에서는 2007년 기업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과연 복수노조가 어느 정도 설립될 것인지를 전망하고, 제4절에서는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이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을, △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 노동조합운동(노조 조직률, 산별노조 건설, 통일 단결), △ 단체교섭 구조와 노사협의회 세 영역으로 나누어 전망하며, 제5절에서는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향후 대응방향을 살펴보도록 한다.

제2절 1997년 초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이 미친 영향

1. 총연합단체

첫째, 합법노총이 하나(한국노총)에서 둘(한국노총, 민주노총)로 늘어났다. 그렇지만 민주노총은 이미 1995년 11월에 출범했기 때문에 기왕의 사실관계를 법률로 추인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초기업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된 뒤 양대 노총 조합원 수의 변화를 살펴보면, 한국노총은 계속 감소하고(1996년 말 116만명 → 2004년 말 78만명), 민주노총은 계속 증가하다가(1996년 말 17만명 → 2002년 말 69만명) 2004년에는 소폭 감소했다.

둘째, 1997년 말에는 양대 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산별노조(연맹)가 둘 있었다. 그렇지만 1998년에 정투노련은 한국노총, 상업연맹은 민주노총에 가입하면서 2003년까지는 모든 산별노조(연맹)가 양대 노총 중 어느 하나에 가입해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2004년 한교조와 연예인노련이 한국노총에서 제명되면서, 양대 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산별노련이 다시 둘로 늘어났다. 

셋째, 양대 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단위노조는 2003년 말, 974개 4만4천명(전체 조합원의 2.9%)에서 2004년 말, 1,047개 8만9천명(전체 조합원의 5.8%)으로 증가했다. 이것은 한국노총에서는 한교조와 연예인노련이 제명되고, 민주노총에서는 현대중공업 노조가 제명된 데 기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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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산별노조(연맹)

첫째, 합법성을 확보한 산별노조(연맹)는 1996년 말 26개에서 1999년 말 45개로 증가했다가, 2004년 말에는 42개로 감소했다. 민주노총은 기존의 법외 산별노조(연맹)가 합법화되면서 1996년 말 6개에서 1999년 말 18개로 증가했으나, 산별노조(연맹) 통폐합이 진행되면서 2001년 말에는 14개로 감소했고, 2004년 말에는 IT연맹이 설립되면서 16개로 소폭 증가했다. 한국노총은 신규 산별노조(연맹)가 연합노련에서 분리, 설립되면서 1996년 말 20개에서 2000년 말 28개로 증가했으나, 2004년에는 한교조와 연예인노련이 제명되고 공공서비스노련, 공공건설노련, 정투노련이 공공노련으로 통합되면서 24개로 감소했다.

둘째, 양대 노총 모두 대다수 산업에 각각 산별노조(연맹)를 조직하고 있다. 이것은 1997년 3월 노동법 개정으로 초기업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단순히 ‘복수노총’ 체제가 형성된 것이 아니라, ‘복수노총-복수산별’ 체제가 형성되었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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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초기업단위 복수노조가 금지된 1997년 2월까지 산별노조는 철도, 체신, 담배인삼, 전력노조와 대학강사, 과학기술, 상호저축노조 등 14개(조합원수 8만9천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철도, 전력, 담배인삼, 체신노조는 ‘산업=기업’별 노조이고, 대학강사, 과학기술, 상호저축노조는 소규모 업종(또는 직종) 노조이므로, 사실상 산별노조라 할 만한 조직은 없었다. 그러나 2004년 말 산업별 노동조합은 53개 노조 51만명으로 증가했다. 민주노총은 32개 노조 31만명(조합원의 45.8%)이고, 한국노총은 17개 노조 18만명(23.1%)이다. 한국노총에는 금융노조, 택시노조 등이 있고, 민주노총에는 전교조,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언론노조, 민주택시노조, 운송하역노조 등이 있으며, 공공연맹(과기노조, 연전노조 등)과 사무금융연맹(증권노조, 생보노조 등)에는 소산별(업종)노조가 다수 조직되어 있다. 이상은 1997년 초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이 기업별 노동조합의 산별노조 전환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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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결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1997년 초(超)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은 ① 법외 산별노조(연맹) 합법화, ② 산별연맹 강화와 산별노조 건설 촉진 ③ ‘양대 노총-양대 산별’ 체제 확립, ④ 기업별 노사관계에서 ‘전국-산업-기업’을 잇는 중층적 노사관계로의 전환 가능성 제고 등 노사관계 발전에 미친 긍정적 영향이 매우 컸다. 그러나 부정적 영향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제3절 기업단위 복수노조 설립 전망

2007년 기업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면 기업단위 복수노조는 당연히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어느 정도 증가할 것인지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이 절에서는 복수노조 설립에 영향 미칠 요인을 살펴본 뒤 대략적인 전망을 제시하도록 한다. 

1. ‘양대 노총-양대 산별’ 체제

‘양대 노총-양대 산별’ 체제는 어느 한쪽이 절대적 열세로 기울지 않는 한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예컨대 우리와 사회문화적 분위기가 유사한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등 남부유럽에서는 3~5개 노총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 이태리는 1960년대 후반 ‘뜨거운 가을’ 투쟁 당시 아래로부터 통합 요구가 제기되어 3개 노총 통합이 추진되었지만, 지금까지 3개 노총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양대 노총 모두 적어도 거대기업에서는 소속 노조를 확보하려 할 것인 바, ‘양대 노총-양대 산별’ 체제는 기업단위 복수노조 설립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일각의 우려나 기대와는 달리 제3노총은 쉽지 않을 것이다. 대내외적으로 충분한 명분과 조직세가 없는 한, 찻잔 속에 미풍으로 그칠 수밖에 없다. 1997년 3월 노동법 개정 이후 양대 노총에 가입하지 않은 중간연맹이 사라지고, 잇단 제명 사태에도 중간노조 조합원이 5.6%밖에 안 되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2007년 이후 거대기업에서는 일시적으로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복수노조가 난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과도기가 지나면 상급단체를 달리 하는 두 개의 복수노조로 재편되거나 하나의 노조로 통폐합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다.

2. 특정 직종, 정규직 중심 노조 관행

한국의 노동조합은 특정 직종, 정규직 중심의 기업별 노동조합을 특징으로 한다. 이에 따라 제조업 내에서 사무직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조종사, 계약직 등 직종별, 고용형태별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2007년 기업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직종별, 고용형태별 노조가 대폭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지금도 단체협약이나 규약에 따른 제약은 있지만 법률상 조직대상을 달리 하는 복수노조가 허용되고 있음에도, 2004년 초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직종별 복수노조가 13개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기업 내 직종별, 고용형태별 노동조합으로는 충분한 교섭력을 발휘하기 힘든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상급조직이 1기업 1노조(지부, 분회) 원칙을 분명히 하고, 기존 노동조합이 모든 직종과 고용형태에 대해 가입문호를 개방하며, 민주적 조직운영을 통해 소수 직종, 비정규직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다면, 그 증가폭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 사용자의 제2노조 결성 가능성

2007년 기업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사용자가 제2노조를 결성하여 기존노조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 있다. 실제로 1950~70년대 일본에서는 사용자가 제2노조를 결성하여 제1노조를 파괴하는 수단으로 악용한 사례가 많아, 이러한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그룹 등 무노조 사업장에 신규노조가 설립되면, 사용자가 제2노조 결성을 사주하여 신규노조를 파괴하거나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한국 노동운동이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경험해 온 구사대(救社隊)에 노동조합 간판을 덧씌운 것에 불과하다. 노동조합이 관리전문직 등 사회 전 부문으로 확산되고, 1990년대 초반까지 창궐하던 구사대 폭력이 수그러든 점을 감안할 때,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을 계기로 ‘제2조합=구사대’에 대한 사용자들의 선호도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미 노동조합이 설립된 사업장 사용자들은, 제2노조 결성보다 복수노조 가운데 특정 노조를 지원하거나 기존노조 내 반대파를 활용하는 방안을 선호할 것이다. 그것은 사용자의 사주로 제2노조가 결성되면 사업장내 노사관계의 파행이 불가피하고 기존노조와 관계가 악화될 것이며, 지금도 거대기업 현장을 장악한 사용자들은 노조 집행부를 교체하기보다는 대의원을 장악하고 집행부를 밑에서 흔드는 방식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률로 단체교섭 비례대표제가 강제되면 사용자들의 제2노조 선호는 증가할 것이다. 제2노조를 결성하면 노동조합 단체교섭권을 상당 부분 유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용자의 제2노조 결성 가능성은 기업수준 단체교섭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주로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4. 분파(정파) 간 갈등

기업별 노조체제가 고착화되면서 특히 거대기업에서는 분파(정파)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고, 이에 따라 기업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거대기업에 복수노조가 난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일부 있다. 실제로 거대기업에서는 임단협 타결이나 임원 선거 등을 계기로 기존 노조가 양분되거나 제2노조가 결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이 때 난립된 노조는 다른 노조와의 경쟁에 매몰된 나머지 조합원들의 요구를 실현하기보다는 서로 사용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미인경쟁(Beauty Contest)’에 빠질 수 있다.

그러나 지난 40년 동안 단일노조가 법률로 강제된 결과 1기업 1노조가 관행이자 전통으로 굳어진 측면이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복수노조를 설립할 때는 대중적으로 분명한 명분이 있던가, (특히 실리적 조합주의를 내세우는 경우에는) 조합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실리를 가져다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합원들로부터 고립되기 쉽고, 또 이후에 하나의 노조로 통합하더라도 조직 내 발언권은 크게 약화될 것이다. 따라서 그만큼 복수노조 설립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 

물론 거대기업에는 둘 이상의 노동조합이 장기적으로 병존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장내 노사관계에 영향력을 미칠 만한 조합원을 확보하지 못한 소수노조는, 얼마안가 다른 노조로 통폐합되든가 초기업노조 지부(분회)로 재편될 것이다. 상급단체로부터 지속적인 지원을 제공받지 않는 한 기업별 노조로서 존속은 쉽지 않으며, 지금까지 ‘기업별 독자생존’ 관행으로 볼 때 과연 얼마만큼 실질적인 지원이 가능할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초기업노조 지부(분회)는 소수노조로서 존립이 가능하다.

5. 미조직 사업장 복수노조 설립 가능성

1995년 전체 사업체 17만9천개 가운데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체는 6,600개(3.7%)밖에 안 된다. 2005년에도 이러한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노동조합 하나도 못 만드는 사업장이 96%나 되는 터에 기업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다고 해서 미조직 사업장에 노동조합이 2개, 3개 설립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물론 노동조합이 신규 결성되면 사용자가 이를 견제하고 파괴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2노조를 만들 가능성은 있다. 

6. 사업체 규모별 복수노조 설립 가능성

이미 노동조합이 설립된 거대기업에는 일시적으로 노조가 2개, 3개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50인 이상 100인 미만 중소영세업체 노조의 조합원수는 평균 72명이고, 조합비는 100만원이 안 된다. 노조 1개도 운영하기 힘든 판에 2개, 3개가 만들어질 리 없고, 설령 만들어진다 해도 얼마 안가 하나로 합쳐질 수밖에 없다. 오히려 노조 규모가 워낙 영세하기 때문에, 산업·지역 등 초기업단위 노동조합 지부(분회)로 재편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다. 따라서 노조가 있는 1백인 미만 중소영세업체(4,155개)에서는, 사용자가 기존노조를 약화시키거나 파괴하기 위해 제2노조를 만드는 경우가 아닌 한, 기업단위 복수노조 설립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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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소결

2007년부터 기업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면 기업단위 복수노조는 증가할 것이다. 거대기업은 일시적으로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복수노조가 난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지만 과도기가 지나면 상급단체를 달리 하는 두 개의 복수노조 또는 하나의 단일노조로 재편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다. 중소영세업체는 복수노조가 설립되거나 존속할 가능성이 희박하며, 사용자의 제2노조 결성 가능성은 기업수준 단체교섭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좌우될 것이다. 직종별, 고용형태별 복수노조와 분파, 정파 간 갈등에 따른 복수노조는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며, 상급단체 방침에 따라 그 규모는 줄어들 수 있다.

제4절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

1.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1950~70년대 일본에서는 사용자가 제2노조를 결성한 뒤 제1노조를 파괴하는 수단으로 악용한 사례가 많다. 국내에 많이 소개된 오지(王子)제지와 제너럴 석유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57년 6월부터 11월까지 장기파업이 진행되자 오지제지 회사 측은 1957년 8월 사무관리직과 노동조합 전임 집행부를 주축으로 제2노조를 결성했다. 제2노조는 제1노조 조합원들의 피켓라인을 뚫고 공장에 들어가 조업을 재개하는 행동대(파업파괴단) 노릇을 했다. 제1노조는 상급조직인 총평과 종이펄프노련 지도하에 지역 내 18개 노동조합과 연대파업 등 완강한 투쟁을 전개했고, 11월말에는 홋카이도 도지사의 중재로 6개월에 걸친 장기파업을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파업이 끝난 뒤 ① 노조 내부의 분열로 집행부가 교체되면서 내부 통제력을 상실하고, ② 쟁의를 지도한 총평, 종이펄프노련 등 상급조직과의 관계가 소원해졌으며, ③ 회사 측의 탈퇴 유도, 승진승급 차별 등을 돌파하지 못함에 따라, 끝내 소수파 노조 지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제너럴 석유 사례에서는 회사 측이 1970년 5월 사까이 정유공장 지부장을 해고하자, 이에 맞서 노동조합은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회사 측은 파업 2주일째에 사무관리직을 중심으로 제2노조를 결성했고, 제1노조는 파업 이후 현장조직 사업을 완강하게 전개하면서, 상급조직인 석유산업노조 지도하에 산업, 지역 공동투쟁을 전개했다. 회사 측은 임투 때 제2노조(어느 산별연맹에도 가입하지 못 했다)와 선(先) 타결했지만, 제1노조는 산업별 공동투쟁을 통해 이보다 높은 수준에서 임금인상을 타결했고, 제2노조가 확보하지 못한 물가수당·대휴출근수당·경조비 지급 등을 확보했다. 이러한 패턴이 이후에도 반복되면서 제2노조 조합원들도 투쟁 없이 노동조건은 개선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고, 제1노조는 8년 뒤 ‘해고자 전원 원직복직, 배치전환·부당한 인사이동 철폐, 화해금 1억 7천만 엔 보상’ 등을 회사 측과 합의하는 등 주도권을 되찾았다.

이상의 두 사례에서 우리는 ① 장기파업이 진행되는 가운데 회사 측이 관리자들을 중심으로 제2노조를 만들었고, ② 제2노조 결성을 계기로 사업장내 노사관계가 극도로 악화되었으며, ③ 두 사례 모두 제1노조가 파업에서 승리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④ 오지제지는 노조 내부가 분열되고 상급조직이나 인근 노조들과 유기적 연대(network, articulation)가 미약하여 소수파 노조를 벗어나지 못한 반면, ⑤ 제너럴 석유는 노조 집행부가 튼튼하고 상급조직이나 인근 노조들과 유기적으로 연대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여 주도권을 되찾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2000년대 한국, 특히 노동조합이 이미 설립된 사업장 사용자들은, ‘제2노조=구사대’와 같은 노골적, 폭력적 방식보다 사업장내 복수노조 가운데 특정 노조를 음성적으로 지원하거나 기존노조 내 반대파를 활용하는 방식을 선호할 것이다. 노조운영에 대한 지배개입과 승진승급 차별을 주로 사용할 것이며, 특정 노조 조합원에게 더 나은 노동조건을 제공하는 방식은 그다지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한 노조에게 떡고물(특혜, 실리)을 주면 얼마 안가 전체 근로자에게 확대 적용해야 하는데 비해, 노조운영에 대한 지배개입과 승진승급 차별은 그다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지배개입, 차별행위는 지금까지 수없이 이루어져 온 일이므로 새삼스러울 게 없다. 

법률로 배타적 과반수 대표제를 강제하면,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는 증가할 것이다. 배타적 과반수 대표제에서 사용자는, 복수노조 가운데 상대하기 쉬운 노조가 교섭대표를 맡으면 노동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에, 사활적 이해를 걸고 이 노조가 과반수를 점할 수 있게 지원할 것이다. 따라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는 앞으로 기업수준 단체교섭 제도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좌우될 것이다.

2. 노동조합운동

가. 노동조합 조직률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은 노동조합 설립에 관한 모든 법률적 장애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따라서 신규노조 결성과 조합가입 확대를 촉진하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예컨대 삼성그룹의 무노조 전략은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고, 제조업 내에서 기존 노조의 규약이나 단체협약으로 조직대상에서 제외된 사무직이나 비정규직 조직화는 촉진될 것이다. 그 결과 노동조합 조직률은 제고되고, 기업단위 복수노조 설립 가능성과 부분적 현실화는 노조 민주화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현행 기업별 노사관계 체제가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조직률 10%대의 벽’을 넘어서지 못 할 것이다. 1987년 7~9월 노동자 대투쟁으로 노동조합이 폭발적으로 조직된 1980년대 후반에도 ‘조직률 10%대의 벽’을 넘어서진 못했기 때문이다.

 나. 산별노조 건설

최근 노동조합운동은 기업별 노사관계를 극복하고 산업별(또는 중층적)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4년 말에는 기업별 노조를 해산하고 산업 등 초기업노조 조합원 수가 50만명을 넘어섰고, 2003년에는 금융산업과 금속산업, 2004년에는 의료산업에서 산별교섭이 성사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동차, 조선 등 거대기업 노조가 금속노조에 가입하지 않음에 따라, 금속노조 조합원은 3만6천명(금속산업 노동자의 4.2%)에 불과하고, 산별교섭 또한 힘 있게 추진되고 있지 못 하다.

2003년 상반기 현대자동차 노조는 산별노조 전환을 둘러싸고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했다. 전체 조합원의 과반수가 넘는 62%가 산별노조 전환에 찬성하여, ‘대기업 노조 조합원은 기업별 노조를 선호하고, 산별노조 건설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다’는 주장이 억측에 불과함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3분의 2’ 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산별노조 전환은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만약 기업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된다면,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은 금속노조에 직접 가입하거나 별개의 노조를 결성해 금속노조에 가입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기업단위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면 산별노조 건설과 조합원 가입은 다양한 방식이 가능할 것인 바, 지금보다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다. 노동운동의 통일 단결

기업단위 복수노조 금지조항 삭제는 ‘자주적 단결권의 완전 쟁취’를 의미한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노동운동의 통일 단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단기적으로 임단투, 노조집행부 선거, 분파(정파) 간 대립 등으로 노동자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질 수 있고, 배타적 과반수 대표제든 비례대표제든 법률로 단체교섭 창구 단일화가 강제되면 이러한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이다. 또한 동일 기업 내에 복수노조가 만들어졌을 때 상급단체가 분명한 원칙하에 공정하게 대처하지 않는다면 노동조합운동 내부적으로 조직 질서가 문란해지고, 상급단체의 권위가 실추되어 노동조합운동의 통일단결을 저해할 수 있다. 몇 가지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2~3개의 조직이 같은 상급단체 가입을 희망할 때 하나만 받아들일 것인가, 모두 받아들일 것인가, 일정한 기준 아래 선택적으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원칙이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것을 선택하더라도 현실과의 괴리로 반발과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둘째, 지금도 대기업 노조나 산별노조(연맹)에서 내부 갈등이 발생하면 상급단체가 공식 입장을 정리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섣불리 정리하면 상급단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복수노조가 허용되어 2~3개 조직이 같은 상급단체 가입을 희망할 때 상급단체는 어떤 형태로든 빠른 시일 내에 공식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이 때 상급단체가 공정성을 의심받으면 지도력이 실추되는 등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양대 노총-양대 산별’ 간에 경쟁으로 조직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 한국노총 소속 산별노조(연맹) 간에, 민주노총 소속 산별노조(연맹) 간에 조직관할권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노동조합운동 내부적으로 경쟁과 갈등이 심화되면 그만큼 노동조합운동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기 쉽다.

3. 단체교섭 구조와 노사협의회

한국의 노사관계는 기업별 교섭구조를 골간으로 하고 있다. 최근 노동조합은 기업에서 산업으로 조직형태 전환과 교섭구조 집중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은 산별교섭을 촉진할 수도 있고, 기업별 교섭에서 기업 내 직종별, 고용형태별, 사업장별, 노조별 교섭으로 분권화를 촉진할 수도 있다(물론 이러한 과정을 거쳐 초기업단위 직종별, 고용형태별 교섭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배타적 과반수 대표제든 비례대표제든 법률로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면 기업별 교섭체제가 고착화되어 산별교섭의 진전을 가로막을 수 있다. 

한국에서 노사협의회는 30인 이상 사업장에 설치가 의무화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20여년간 기업별 유일노조 체제하에서 노사협의회는 독자적인 역할과 기능을 확보하기보다는 유명무실화 되거나, 또는 단체교섭 보완 기능에 머물러 온 것으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앞으로는 산업별 노사관계의 진전, 기업수준 복수노조의 설립 등과 맞물려, 노사협의회의 대표성과 역할, 기능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제5절 노동조합 대응방향

첫째, 복수노조에 대한 기본원칙을 분명히 해야 한다. 복수노조가 바람직한 것은 아니며, 단일노조 즉 1국 1노총, 1산업 1노조, 1기업 1지부(분회)가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법률로 단일노조를 강제해서는 아니 되며, 노동자들 스스로 자주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법률로 강제하면 소수노조의 단결권을 침해하고 사용자의 노조개입행위를 조장할 수 있다. 따라서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되더라도 노동운동 차원에서는 1기업 1지부(분회)를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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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LO 조약 및 권고의 적용에 관한 전문위원회
노동자들 스스로 결집하여 독점적 단일노조를 구성하고 있다 하더라도 법률로 이를 제도화하여 단일 중앙조직으로 인정해서는 아니 된다. 기존 노조에 가입을 원하지 않는 노동자들의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조직선택의 자유와 관련한 ILO의 기본 입장이다. 사업장 또는 직종 단위로 독점적 단일노조를 강제하는 것은 조약 제87호 2조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사용자들의 노조 개입행위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ILO 결사의 자유 위원회
단일노조가 노동자에게 이익이 된다 해서 법률로 단일노조를 강제하는 것은 조약 제87호 2조에 위배된다. 법률로 단일노조를 강제하는 상황과 자발적으로 단일노조를 구성하고 있는 상황 간에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노동자들이 경쟁적 복수노조를 피하는 것이 노동자들의 권익 실현에 유리하다해서 국가의 직·간접적 개입, 특히 법률에 의한 국가의 개입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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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노동조합 규약이나 단체협약을 개정하여 직종·고용형태에 관계없이 해당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로서 노동조합의 목적에 동의하여 가입할 의사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게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지금까지 노조가입을 제한하는 단체협약 내용을 개정하는 경우 사용자측 반대가 커다란 저해요인이었지만, 앞으로 기업단위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사용자 측 역시 기존의 노동조합이 직종, 고용형태에 따라 가입 문호를 폐쇄하는 것이 과연 유리한지 재검토하게 될 것이다.

셋째, 문제는 기업 내 복수노조가 설립될 가능성이 있거나 그 가능성이 현실화될 때 어떻게 할 것이냐이다. 상급단체로서는 ‘1기업 1노조(지부, 분회)’ 원칙을 분명히 하되, 과도적으로 복수노조 설립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되면 양 노조 간에 상호 연대와 선의의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그러나 복수노조가 현실화되어 상급단체 가입을 신청했을 때, 조직대상을 달리 하는 복수노조와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복수노조, 사용자 사주로 결성된 제2노조와 노동자들 스스로 결성한 노동조합에 대한 상급단체 방침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1) 조직대상을 달리 하는 복수노조가 동일한 상급단체에 가입을 신청한 경우 가입승인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 직종이나 고용형태의 특성에 따라 다른 상급단체 가입을 신청하더라도 막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가급적 동일 상급단체 가입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2) 조직대상을 같이 하는 복수노조가 동일한 상급단체에 가입을 신청한 경우 하나의 노조만 승인할 것인지, 모두 승인할 것인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선택적으로 승인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이 요구된다. 유사한 산업(업종)의 다른 상급단체에 가입을 신청한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원칙도 요구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어느 것을 택하더라도 현실과의 괴리로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따라서 상급단체는 조직 내 분쟁을 최소화하고 빠른 시일 내 가입 승인을 결정할 수 있도록 중립적 위원회 구성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3) 복수노조가 민주노총 또는 한국노총 소속 산별노조(연맹)로 상급단체를 달리 하는 경우 이를 막을 길은 없다. 다만 사용자의 사주로 결성된 제2노조는 양대 노총 모두 가입 불허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 또한 ‘양대 노총-양대 산별’ 간에 정책 공조 체계를 갖추고 공동사업을 전개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해소하고 파생되는 문제를 조율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기업별 노조체제에서 복수노조가 고착화되면 노동조합운동이나 노사관계 발전에 긍정적이지 않다. 이것은 산별노조 체제인 서구에서는 기업단위 복수노조의 부정적 폐해가 알려진 바 없는데, 기업별 노조 체제인 일본에서 부정적 폐해가 주로 보고되고 있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산업별노조 체제에서는 노사 간에 주요 현안이 산별교섭에서 주로 다루어지므로 기업단위 교섭에서 노사 간에 갈등 요인이 대폭 축소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산별연맹은 늦어도 2006년 말까지 산별노조로 조직형태 전환을 마무리 짓고 산별교섭 체제로 이행해야 한다. 사용자측도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우려를 최소화하려면 산별교섭 체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물리적으로 2006년 말까지 산별노조로 조직형태를 전환하지 못하는 노조는 상급단체 및 인근 노조들과 유기적 연대(network, articulation)를 강화해야 한다. 설령 산별노조로 전환하더라도 지금까지 기업별 노조 관행이 극복되려면 상당한 시일이 요구되므로, 산별노조로의 조직형태 전환보다 상급단체 및 인근 노조들과 유기적 연대 강화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이것은 앞서 살펴본 일본의 제2노조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여섯째, 단결권 관련 법제도가 노동조합운동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고 직접적이다.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은 자주적 단결권의 완전 쟁취이자 노동조합 설립에 있어 법률상 모든 제약이 제거됨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노동운동과 노사관계 발전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모든 법제도는 긍정과 부정 양 측면이 있기 마련이며, 주체의 대응 여하에 따라 긍정적 측면보다 부정적 측면이 클 수도 있다.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하고 긍정적 측면을 극대화하려면, 변화된 상황에 걸맞은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참고문헌>
김유선(2000), “2002년 사업장단위 복수노조 허용이 노사관계에 미치는 영향”, 『노동사회』49호(2000년 12월).
이종구(1993),『일본 노동운동의 이해』, 노동정보사. 
Western, B.(1995),  "A Comparative Study of Working-Class Disorganization : Union Decline in Eighteen Advanced Capitalist Countries",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Vol.60, pp.179-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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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