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건강권 파괴하고 뭘 얻겠다는 것인가

노동사회

생태계, 건강권 파괴하고 뭘 얻겠다는 것인가

편집국 0 2,087 2013.05.19 07:30

한미 FTA가 체결되면 농업분야의 피해가 가장 확실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정부도 인정하는 바다. 최소 2조원에서 최대 8조8천억원에 이르는 피해액이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 GDP 중 농산물이 차지하는 규모가 일년에 약 22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한미 FTA 체결은 농업이 곧 공황상태에 빠지게 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농민들이 한미 FTA를 반대해서 투쟁하는 것은 현재 상황에서 취할 수 있는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과 같이 농민들이 ‘국익’을 위해 참아야 한다는 주장은 황당하거나 무책임한 것이다.

생태파괴와 건강권 침해 동반할 농업 몰락 

그러나 농업부문의 피해가 최소 2조에서 최대 8조8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계산 역시 ‘단순 피해액’만을 염두에 둔 것이다. 농업은 식량공급이라는 기초적인 기능 이외에도 자연경관을 가꾸고 경지보전, 재생가능한 자연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 생물다양성의 보존 등 환경적 편익을 제공하며, 농촌지역의 사회경제적 활력에 기여한다. 이러한 식량공급 이외 편익을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 정의할 수 있으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의 다원적 기능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농업의 다원적 가치는 연간 28조3771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한미 FTA 체결에 따른 농업의 붕괴는 사회적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며 그 피해는 농업부문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게다가 농업·농산품 관련 미국기업 진출은 국내기업의 피해는 물론이거니와 국민의 건강권마저 심각하게 위협하게 될 것이다. 미국은 협상쟁점으로 농업·농산품 관세 인하 및 철폐 항목과 원산지 기준 설정을 다룰 것을 주장하고 있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경쟁력이 약한 우리나라의 가공농산물업이 몰락하는 것은 물론 관련 산업까지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또한 미국의 요구조건인 ‘통관절차의 간소화’는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수입품이 쉽게 들어오도록 만들 것이다. 국민의 건강권 차원에서 심히 우려된다. 일례로 미국이 한미 FTA에 포함시키고자 하는 ‘위생 및 식물검역조치(SPS) 규정 준수 요구’는 지난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미국산 소고기수입 금지조치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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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기구(WTO)의 SPS 협약

WTO의 SPS 협약은 질병과 병해충 발생 범위를 ‘국가’가 아닌 ‘지역화’ 개념으로 규정하고 있다. 가령 중국의 헤이룽장성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경우 수천킬로미터 떨어진 윈난성이 청정지역으로 인정받으면 윈난성에서 생산된 돼지고기는 구제역과 관계없이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지역화 개념에는 축산물뿐만 아니라 과일 등 모든 농축산물이 포함된다. 한미 FTA에서 비슷한 SPS 규정이 통과될 경우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지역화’ 개념을 이용하여 광우병 쇠고기가 수입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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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17일 광화문에서 열린 한미 FTA와 스크린쿼터축소에 반대하는 '쌀과 영화' 촛불문화제  - 출처:오마이뉴스 ]

무능력한 한국정부 협상전략, 불가능 혹은 졸속

정부는 농업부문에서 ‘차별화된 전략’으로 협상에 임해 피해를 최소화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의 강경한 협상태도와 그동안 정부행동을 살펴볼 때 정부의 의지를 신뢰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는 본격적인 협상을 하기 전에 미국 산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하였고,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철저히 배제한 가운데 지난 2월2일 형식적인 공청회 후 2월3일 협상을 개시함으로써 절차적 정당성마저 스스로 부정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 본 농민들은 정부의 협상태도와 협상력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한미 FTA를 통해서 농산물 시장을 ‘완전 개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17개 협상분과 안에 쌀을 포함한 전체 농업부문을 포함하고 있다. 미국과 호주의 FTA에서는 농업부문 관세철폐 예외항목이나 농축산물 보호장치 마련이 합의되기도 했지만, 이를 관철시킨 것은 미국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호주가 촉박한 협상시한과 협상실패에 따른 정치적 부담감에 밀린 것이었다. 호주와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과정을 밟고 있는 우리 정부의 FTA 추진 역시 매우 우려스럽다 할 것이다.   

미국 대통령 부시는 취임 직후인 지난 2001년 3월 무역정책 아젠다를 통해 FTA를 중점 추진과제로 천명한 바 있다. 그런데 2002년 미국 의회의 승인 이후 추진되고 있는 미국 행정부의 무역촉진권한(TPA)은 내년 6월로 종결된다. TPA란 미국 의회의 고유 권한인 무역협상권을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에게 일정한 조건하에 위임한 것이다. 따라서 다급한 것은 미국 정부다. 그러나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정부는 미국과의 FTA를 중장기적 과제로 설정했으나 미국의 요구에 따라 2월2일 형식적인 공청회를 진행하고 2월3일 FTA 개시를 선언하고 말았다. 

칠레와의 FTA도 협상 개시부터 완료까지 3년이 소요되었다. 칠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규모가 큰 미국과의 FTA를 노무현 정부가 1년 만에 마무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마저 미국 의회의 사전, 사후 검토기간 각 90일씩, 180일을 제외하면 내년 6월까지 우리나라가 미국과 FTA를 위해 실질적인 협상을 벌일 수 있는 기간은 고작 10개월 남짓이다. 그 기간 동안 미국과 FTA를 마무리한다는 우리 정부의 계획은 상식적으로는 ‘불가능’하다. 만약 체결에 이른다면 이것은 ‘졸속협상’의 경우뿐이다. 

국민 모두 ‘개방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세계화 시대에 자유무역협정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일 것이다. 우리와 같은 통상국가에서 자유무역협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2004년에 70.3%이다. 미국과 일본의 무역의존도가 20% 내외에 불과한 점에 비교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무역의존도가 높다는 점과 수출산업의 국가적 중요도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2004년 우리나라 수출액은 2,538억 달러이며, 주요 수출산업의 부가가치율은 대략 24% 수준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수출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액은 약 607억 달러이며, 이는 국내총생산 6,801억 달러의 8.9%에 불과하다. 즉 무역의존도는 70%지만 수출 부가가치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에도 미치지 못한다. 무역의존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참고로 국내총생산에서 농업 부가가치의 비중은 3.2%이다.

자동차산업의 경우를 보면 2004년에 총 325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여기서 자동차산업의 부가가치율 19.5%를 적용하면 자동차 수출이 창출한 부가가치는 63억 달러 수준이다. 반도체 및 전자부품 산업의 경우에 수출액은 343억 달러이며, 부가가치 생산액은 109억 달러로 추정된다. 이를 원화로 환산해 보면, 자동차 수출의 부가가치는 약 6조원, 반도체 및 전자부품의 수출 부가가치는 약 11조원이다. 그런데 쌀 산업의 부가가치 생산액은 약 9조원이며, 농업부문의 부가가치는 22조원 수준이다. 다시 말해 국내총생산 비중이 9% 수준인 수출산업을 위해 국내총생산 비중 3%인 농업은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신기엽, ‘무역의존도에 대한 올바른 이해’, 농민신문 4월26일).

이제라도 개방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금도 충분히 개방되어 있는 나라다. 무엇보다 정부가 말하는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한 국가 발전의 성장 동력은 한미 FTA와 같은 외부적 충격이 아니라 한국경제 내부에서 생겨나야 한다. 외부에서 찾는 문제해결의 방법은 그야말로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한미 간의 FTA가 체결된다 해도 미국의 평균 공산품관세가 2% 정도 수준임을 감안할 때 관세철폐를 통한 수출 증가 효과가 얼마나 될지도 의문이다. 실익이 있을지는 불명확하고 피해는 확실한 협상을 우리가 서둘 이유는 없다.

관료들이 서둘 건 미국 통상절차 학습이다 

미국이 우리나라와 FTA를 추진하는 이유는 자국경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미국은 1989년 국제무역위원회(USITC)를 통하여 아태지역의 주요 국가들과의 FTA 타당성을 검토하였고, 바람직한 FTA 대상국가로 우리나라를 거명하는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이후 1999년 한국과의 FTA 추진법안이 의회에 상정되었고, 2004년 11월 양국 통상장관회담에서 정부 간 FTA 추진 예비협의를 진행키로 합의했다. 이후 양국 정부 간 사전 실무점검회의를 거쳐서야 비로소, 2006년 2월3일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살펴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미국의 대외통상협상 진행과정은 매우 체계적이다. 게다가 무역협상권이 의회에 있음으로 해서 자국에 불리한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의회가 거부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우리는 평범한 사실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미국이 우리나라와의 FTA를 추진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한미 FTA가 우리나라에 이로운지 해가 될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우리 정부가 지금 서둘 일은 한미 FTA가 아니라 미국의 통상협상 절차에 대한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를 교훈 삼는 일인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통상과정에는 민주적 협의와 통제절차 없이 통상교섭본부에 의한 일방적인 결정만이 존재할 뿐이다. 다행이 국무총리 산하의 통상위원회 구성과 이해당사자의 참여 보장을 골자로 하는 ‘통상절차법’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하루빨리 입법화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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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FTA 반대 집회에 참석한 한 농민의 주름살이 깊기만 하다.   - 출처: 오마이뉴스 ]

농민들은 사회 전체의 희망을 위하여 싸울 것

FTA 협정는 WTO 협정과는 달라서 양국의 필요성에 의해서 추진되는 양자 간 협정이다. 미국의 경우도 지금까지 FTA를 체결한 나라가 15개국에 불과한데, 이마저 호주, 캐나다, 이스라엘, 싱가포르를 제외하면 모두 중동, 중남미의 가난한 나라들이다. 더욱이 미국하고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멕시코나 캐나다의 경험은 모든 자유무역협정이 결코 좋은 것만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또한 스위스는 자국농업 보호를 위해서 미국과의 FTA를 포기했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월등한 일본은 미국과 FTA를 개시하지도 않았다.

우리정부가 한미 FTA를 이처럼 서두르는 이유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농민단체들은 한미 FTA를 저지하기 위하여 ‘농업계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여 범국민적인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본 협상도 시작하기 전에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을 허용하고 스크린 쿼터를 반으로 줄이고, 형식적인 공청회 다음날 협상 개시를 선언한 정부의 행태를 농민들은 결코 용서할 수 없다.

한·칠레 FTA를 통해 농민들은 FTA가 가지는 문제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 설령 아무리 좋은 자유무역협정이라 해도 그것이 사회 전체의 이익과 결부되지 않고 일부 재벌과 기업에만 유리한 것이라면 우리는 이를 반대한다. 따라서 정부가 원점에서 한미 FTA를 검토하지 않는다면 농민들의 투쟁을 피할 길은 없다. 희망이란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내가 그렇게 하기로 결심하는 것이란 점을 상기하며, 희망을 만들기 위해 국민들과 함께 싸워 나갈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