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보호대책에 대한 검토

노동사회

노동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보호대책에 대한 검토

편집국 0 3,858 2013.05.24 12:20

 

지난 6월 노동부, 재정경제부, 산업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련부처로 구성됐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대책추진위원회’(위원장 노동부장관, 이하 위원회)가 4개월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위한 보호대책을 지난 10월25일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심의·확정했다. 

이번 대책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경제법적 보호가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물론 산재보험 적용이나 고용보험기금을 활용한 직능개발기회 등 노동법적 보호 내용이 포함되기는 했다. 그러나 산재보험은 특례적용 방식으로, 고용보험은 임의가입제도를 활용함으로써 ‘노동자성’ 논란을 최대한 회피하고자 노력한 모습이다. 반면, 공정거래법, 약관법, 보험업법 등의 경제법 적용은 본법에 근거하거나(공정거래법, 약관법), 본법을 개정하면서까지(보험업법) 보호대책을 강구했다. 이는 곧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동자성’은 여전히 안개 속에 방치한 반면 ‘자영자’로서의 지위는 명확하게 부각되었다고 볼 수 있다. 

알다시피 공정거래법이나 약관법과 같은 경제법들은 그 목적이 “자유로운 경쟁과 거래의 공정성 확보”에 있다. 이는 “단결을 통한 상호 경쟁의 억제”를 통해서 대항적인 집단적 교섭력을 가질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불평등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노동법적 발상과는 상충된다. 2차 대책이 아직 준비 중에 있어 예단은 금물이지만, 1차 대책만 놓고 보면 ‘자영자성’에 준거하여 특수고용 문제를 접근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노출된 것으로 읽혀진다.  

‘노동자성’ 문제는 2차 대책에서?

또한, 이번 대책에는 ‘유사근로자’ 개념의 도입을 통한 보호방식에, 노동부장관이 직접 공청회 개최는 물론 연말까지 대책을 수립할 것임을 밝혔다. 노동부장관은 발표 당일 기자브리핑을 통해 “이미 세계적으로 제3의 직업군, 즉 중간단계의 유사근로자라는 새로운 직업군을 보호하는 추세”라며 “우리도 근로자도 아니고 자영자도 아닌 특수고용직의 문제를 유사근로자 등 다른 개념을 통해 근로기준법 등에서 일정한 수준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란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매일노동뉴스』, 10월25일). 

‘유사근로자’ 개념에 대해서는 국내의 여러 법률학자들을 통해 그 내용과 장단점이 소개된 바 있으므로 노동부장관의 언질은 11월에 정해진다는 2차대책안에서 ‘노동자성’ 문제가 어떻게 풀릴지에 대한 대략적인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노동부장관이 언급한 ‘유사근로자’가 법률적 개념을 지칭한 것인지, 현상서술적인 ‘용어’로 사용된 것인지는 조금 더 관찰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정부가 연내 집중논의를 통해 ‘노동자성’ 문제를 포함한 2차대책안을 내놓겠다고 했는데, 그 시일을 아주 길게 잡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노동부 내에서는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을 터다. 장관의 ‘유사노동자’ 발언은 그 일단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독일에서 처음 등장한 ‘유사근로자’ 개념은 독일의 노동법원법, 연방휴가법, 단체협약법 등에서 그 개념을 사용하고 있으며, ‘경제적 종속성’(노동법원법, 연방휴가법)과 ‘근로자에 준하는 사회적 보호 필요성’(단체협약법)의 존재를 요건으로 하는 직업범주로서, 근로자도 자영자도 아닌 제3의 직업집단으로 간주되거나 자영자의 하위범주로 간주되는 개념이다(박지순, 2004). 따라서 법률적인 개념으로서 ‘유사근로자’의 도입은 기존에 일부 법률학자와 민주노총 및 특수고용직 노조에서 주장하고 있는 ‘근로자’ 개념의 확대와는 전혀 다르다. 

‘유사근로자’ 개념에 대한 비판은 크게 두 가지로 제기되어 왔는데, 첫째는 ‘유사근로자’라는 제3의 법률적 범주의 등장이 법률적으로 근로자-자영자의 대칭적인 개념적 이분화를 통해 이뤄져온 법률적 질서의 안정성을 깨뜨릴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이런 개념화가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위장 자영화’를 통한 사용자의 책임회피를 조장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조경배, 2005). 이런 비판들이 모두 현실화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국내의 상황에서 이런 우려가 부자연스러운 것은 아니다. 

물론 특수고용직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세계화, 기술변화, 생산방식 변화 등에 따른 사업과 고용 모두에서 유연화가 발생함으로써, 기업조직의 네트워크화와 고용관계의 유연화 및 양적 확대의 중지 혹은 감소, 그리고 자영자층의 재확대를 예측하거나 확인하는 입장들이 여럿 있다(금재호 외, 2003; OECD, 2000; Supiot et al,. 1998).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서 새로이 창출되는 자영자층 대부분 혹은 상당수는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자영자들과는 달리 투자능력·인력활용·노동수단·시장접근 등에서 독자적인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또한 기업조직에게 조직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통합되고 의존함은 물론 소득수준이 낮은 자영자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Deakin et al., 1999, Beheim & Muehlberger, 2006). 

따라서 노동시장에 이와 같은 직업집단의 확산은 전통적인 노동자 집단에 집중되었던 사회적 보호의 필요성을 새롭게 제기하게 된다(Pelluli, 2003; Supiot et al., 1998). 실제 우리에게 익숙한 경제개발기구(OECD) 국가들 대부분에서 이러한 노력이 기울여져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나라마다 그 대책은 다르지만 이들에 대해서 노동3권의 제공, 사회보험의 적용, 계약의 보호 등과 같은 노동법, 사회법, 경제법 등에서의 보호조치가 제공되고 있는 추세이다. 

심각한 ‘위장자영자’ 문제 고려 없는 정부대책 

특수고용직 문제에는 이러한 큰 틀에서의 문제뿐 아니라 한국적 상황의 특수성도 존재한다. 이른바 위장자영의 문제가 그것이다. 위장자영자는 근로계약과 보수형태만 다를 뿐 노동자로서의 실질적 징표를 대부분 가지고 있는 집단이다. 이들은 사용자들이 노동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기 위해 교섭력의 압도적 우위와 법의 허점을 이용해, 통제능력은 유지한 채 계약형태만 탈바꿈한 ‘가짜 자영자’들이다. 그간의 논의에서 이 문제가 부각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논리적 판단과 현실에서의 증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학습지교사나 레미콘 및 화물트럭 운송기사들의 상당수는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반 시기에 노동조합 결성, 임금상승, 수요변동 등을 계기로 노동자관리와 노동비용에 부담을 느낀 사용자들이 집단적으로 고용관계 바깥으로 밀어낸 사람들이다. 그리고 억지로 밀려났든 어쨌든 이들은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임금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용자들의 강한 인적 통제를 받으면서도 근로자 신분을 인정받지 못했다. 

우리가 이러한 양상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이런 집단의 속출이 고용관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이대로 두면 비용과 유연성을 얻기 위해 고용관계의 보호막을 헐어내거나 빈틈을 이용하여 비자발적인 위장자영자를 양산하려는 기업전략만 횡행하게 될 것이 눈에 보이듯 뻔하다. 이렇게 양산된 집단을 ‘유사근로자’라는 범주에 넣고 일정한 사회적 보호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소될 것인가? 사용자들은 비정규직을 양산한 것과 다르지 않는 논리를 통해 비자발적인 위장자영자를 양산할 수 있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유사근로자’가 누릴 보호수준이 노동자가 누리는 사회적 보호와 독립적 자영자들이 누리는 자유와 소득 수준에 버금갈 정도의 균형을 취하더라도 전혀 해소되지 않을 수 있다. 위장자영에 대한 별도의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고용관계의 불안과 혼란은 가중될 것이다. 노동시장에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 집단이 더욱 확대되고, 기업에서 뱉어낸 가짜 자영자들에 대한 보호에 들어가는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사용자의 남용을 막기 위해 위장자영에 대한 별도의 접근이 필요하고, 그 접근이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 개념에 대한 보완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던 것이다.

어떻게 돌아가든 기본은 노동3권의 보장이어야  

반복하면 특수형태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방식은 한 가지가 아니라 두 가지이다. 첫째, ‘유사근로자’, ‘종속적 자영자’, ‘진정한 특수고용종사자’ 등 전형적 근로자와 전형적 자영자의 중간 지대에 속하는 직업집단은 분명히 존재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있어야 한다. 둘째, 또 다른 중요한 현실로 인적인 통제의 이익은 그대로 누리면서도 근로관계에서 생기는 부담을 노동자에게 전가하고자 하는 형태의 ‘위장된 자영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에 대한 억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위장자영자에게는 근기법 적용을, 진정한 특수고용 종사자에게는 노동3권을 제공해 달라는 것이 그간 노동계의 요구이고 다수 법률학자들의 의견이었다. 노동부가 ‘유사근로자’ 개념을 취하든, 그 용어만을 취하든 상관은 없다. 대책을 필요로 하는 상황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다. 물론 부분적으로 경제법적 보호가 필요한 상황도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과 노동3권이라는 노동법적 보호수단을 대체하여 이들에게 ‘양호한 일’(decent work)을 제공할 다른 제도·정책적 수단이 존재하는지 정부 스스로도 자문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최초의 대책이 나왔던 2000년경의 상황과 현재의 상황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다시금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끝으로 1차 대책이 노사정위원회 논의 수준에 기반한 보수적 전략 속에서 ‘배치된’ 선제 전술의 표현이 아니길 바라며, ‘노동자성’ 문제를 다룰 것으로 예상되는 2차 대책이 합리적인 내용으로 결정될 수 있도록 몇 가지 준칙을 말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00년 10월의 정부대책은 노조법상의 노동3권 인정과 준근로자 개념을 통한 근로기준법의 제한적 적용(임금보호, 해고제한, 산재보험 적용)을 언급했다. 이 내용이 앞으로 논의에서 ‘유사근로자’에 대해 정부가 취할 정책적 입장의 최소한의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둘째, 국제노동기구(ILO) 고용관계 권고안과 유럽연합(EU)에서 그토록 강조했던 ‘사실우선주의'(principle of primacy of facts)가 사법적으로 실현되어야 하며, 변화된 종속성 양상에 걸맞게 근로자 개념을 추정하는 표지의 갱신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입법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특수고용 문제가 비정규직 문제와 전혀 다르지 않은 맥락에서 ‘사회 양극화의 또 다른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깊은 인식을 갖고 논의에 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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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