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정부 산재보험 개혁의지를 두려워하랴

노동사회

누가 정부 산재보험 개혁의지를 두려워하랴

편집국 0 3,988 2013.05.24 12:16

사회보험제도의 태동과 발전은 역사적으로 노동운동의 성장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스웨덴, 영국 등 유럽 전역에서 이루어진 사회보장의 진전이 강력한 노동조합운동 및 노동운동에 기초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사회보장의 쟁취라는 시각에서 살펴보면 노동운동의 진전 과정을 개념적으로 두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노동운동이 노동자의 생존권 및 자유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집중했던 시기고, 다른 하나는 이와 더불어 보편적인 사회권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시기다. 물론 두 시기의 구분이 반드시 시간적 선후 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사회권 문제가 노동운동의 주요 쟁점이 됐다는 것은 노동운동이 즉자적 계급 및 계층적 시각에서 벗어나 보편주의적 접근 방식으로 전환하는 전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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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9월 노동연구원에서 열린 산재보험제도 발전을 위한 포럼.  ▷ 노동건강연대 ]

사회보험 및 사회보장의 기본적 구성 원리에 접근성, 보장성, 연대성이라는 보편원칙이 관철될 수 있었던 것도, 이처럼 노동운동의 성장과 발전이라는 사회적 맥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노동운동의 역사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는 산재보험의 경우는 더욱 그러했다. 사실 초기 산재보험은 보편성보다는 사업주 책임보험으로서 성격이 강했고 다른 사회보험에 비해 이러한 특성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그러나 이제 적어도 복지국가들에서는 접근성, 보장성, 연대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보편주의 시각이 주류견해로 정착되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산재보험제도는 아직까지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제도개혁의 방향마저 이러한 보편성의 원칙과 동떨어져 있어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의 ‘도덕적 해이’ 질타는 왜 도덕적이지 못한가  

산재보험제도 개혁의 방향은 정부가 현재 진행하고 있는 다른 사회보장 프로그램의 개혁들과 그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정부는 틈만 나면 건강보험, 국민연금, 의료급여 등 일련의 사회보장 프로그램들이 “재정 악화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고, 그 원인이 상당 부분 수급권자인 국민의 도덕적 해이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리가 산재보험 개혁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산재보험 급여비가 급속하게 증가하여 재정악화가 심각해졌고, △이러한 재정위기가 산재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핵심적 문제며, △그 주요 원인은 산재노동자의 ‘도덕적 해이’라는 것이다. 

우선 산재보험의 핵심문제가 정말 재정악화인지는 차치하더라도, 재정악화가 ‘도덕적 해이’ 때문에 발생하였다는 정부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그 주장이 성립하려면 ‘도덕적 해이’가 가능해지도록 하는 제도변화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있었어야 할 텐데, 그러한 변화는커녕 산재노동자에 대한 통제는 오히려 가혹해져 왔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도덕적 해이’의 근거로 산재노동자의 요양기간 장기화를 주로 거론한다. 그러나 건강보험에 비해 산재보험의 환자가 요양기간이 길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며, 과거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구조적 문제였다. 따라서 최근 재정이 급속하게 악화된 원인으로 산재노동자의 ‘도덕적 해이’를 꼽는 것은 부당하다. 

산재보험의 재정이 악화된 진짜 이유는 정부의 정책실패에서 찾아져야 한다. 이는 최근 노동부가 발주한 연구 과제를 통해서도 일부 밝혀진 사실이기도 하다. 즉 물가와 임금 인상으로 환자들에게 지출되는 급여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병의원 진료비가 증가로 산재보험 기금의 지출이 늘어났음에도, 정부가 경총 등의 눈치를 보느라 보험료 인상분을 제대로 걷어 들이지 못한 것이 재정악화를 초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재정악화보다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이게 정말 필요한 건가하는 의문이 들게 할 정도로 우리나라 산재보험제도가 접근성, 보장성, 연대성의 측면에서 심각하게 제도적 결함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개혁을 떠드는 정부가 이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사회적 ‘추가부담’ 발생시키는 접근성 제약

우리나라 산재보험의 적용대상자는 기본적으로 임금노동자에 국한되어 있다. 그러나 골프장경기보조원, 학습지교사, 화물노동자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은 실질적으로 임금노동자임에도 적용에서 제도적으로 배제되어 있고, 또 실제 적용을 받는 사람들은 임금노동자 중에서도 극히 일부일 뿐이다. 접근성의 제약이 심각한 것이다. 

현재 산재보험제도에서는 산재를 입은 노동자가 본인에게 발생한 사고와 질병이 직업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하여 ‘허락’을 얻어야만 급여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산재노동자 본인과 회사의 날인, 그리고 병원의사의 소견서가 포함된 요양신청서 3부와 재해경위서 및 목격자 진술서 등의 증빙서류를 함께 작성하여 근로복지공단과 병원, 그리고 회사에 제출한 후 근로복지공단의 승인을 받아야한다. 많은 연구결과들이 산재를 입은 상당수 노동자가 산재신청을 않고 공상(공무 중 부상, 보상방식은 회사와의 합의에 따라 각 경우 다름)으로 치료를 받는다고 보고하고 있는데, 그 근저에 이러한 제도의 높은 장벽이 있는 것이다. 

의료는 ‘소비자의 무지’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분야다. 그런 상황에서 노동자에게 질병과 직업의 관련성 인지를 우선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이미 산재보험이 사회보험으로서 보편적 기능을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할 것이다. 또한 현재 산재보험체계에서는 산재노동자의 고통이 업무상 재해 및 질병에서 비롯됐다고 인정받을 수 있는 기준도 너무 제한적이다. 때문에 직업관련성이 확실한데도 건강보험이나 심지어는 자기 부담으로 치료받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인지’와 ‘허락’을 구하는 복잡한 과정 때문에 요양을 제때 하지 못해 질병이 악화되거나, 공단과 승인·불승인을 놓고 행정심판 혹은 행정소송으로 다투느라 산재노동자들이 더욱 큰 손실을 입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제도의 부실이 단지 개인의 비용이 아니라 막대한 사회적 추가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취약하고 연대의식 없는 산재보험 보장성

다음으로 보장성 측면을 보자. 산재보험은 휴업급여로 산재 이전 평균임금의 70%까지 보전해 주고 의료비 보장성도 건강보험에 비해 훨씬 높다. 그렇다고 산재보험의 보장성이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건강보험은 워낙 보장성이 낮기 때문에 산재보험의 비교대상이 될 수 없을뿐더러, 실제 산재노동자 개개인이 부담하는 비급여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약 20%에 이르기 때문이다. 당연하게 산재노동자는 가계에 큰 경제적 부담을 갖게 된다. 실제 산업재해노동자협의회에서 실시한 2000년 실태조사에 의하면 대다수 산재노동자들은 산재 발생 후 실질소득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우리나라 산재보험제도의 보장성은 정말 취약한 걸까? 그렇다. 물론 선진국에도 휴업급여 비율이 우리보다 낮은 경우가 존재한다. 하지만 그 국가들에서는 정부나 다른 사회복지기금에서 별도로 제공되는 부가급여가 다양하기 때문에 산재에 따른 가계부담과 소득감소가 우리보다 훨씬 적다. 또 아르헨티나, 브라질, 폴란드 등 우리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국가들의 대부분이 휴업급여 보장이 우리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산재노동자들의 생활을 실제로 보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재활기능, 특히 산재노동자들의 사회복귀를 위한 직업재활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사실상 재활체계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예산과 내용이 부실하다. 

한편, 현재 산재보험제도는 업종 및 개별사업장별 재해율에 기초해여 보험료율에 차등을 두는 차등보험료율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는 사회보험의 기초원리라 할 수 있는 연대성의 측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 사고 발생의 위험이 큰 소규모 사업장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산재은폐의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재보험이 사업주 책임보험적 성격이 강했던 도입 초기에는 이러한 차등보험료율 방식이 어느 정도 적절했을지도 모르지만, 사회보험의 원리가 강화되면 될수록 연대성 원리가 구현될 수 있는 평균보험료율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이 순리다. 특히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요즘 그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제 이러한 기본적인 인식을 기반으로, 이제 노동운동 및 사회운동에서 지향하는 산재보험개혁의 방향과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자. 

노동·사회운동이 지향하는 산재보험 개혁의 좌표

첫째, 산재노동자의 수급권이라는 권리를 기본권적 측면에서 최우선으로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이는 사회보험으로서 당연한 원칙임에도 우리나라의 산재보험제도는 산재에 대한 입증 책임을 노동자에게 부과하고 있고, 사전승인의 과정이 존재하며, 협소한 인정기준으로 노동자의 수급권을 제약하고 있다. 그럼에도 어쨌든 현재 산재보험제도의 적용은 ‘형식’적으로는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되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후 산재보험제도의 개혁은 ‘실질’적 적용의 확대, 즉 산재노동자 수급권의 철저한 보장이라는 측면에 그 방향이 맞춰지는 것이 논리적으로도 맞다.    

둘째, 사회보험의 원리에 맞도록 의료보장과 소득보장을 동시에 실현하는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의료보장은 업무상‘재해’에만 집중되었을 뿐 갈수록 그 비중이 커지고 있는 업무상‘질병’에 대해서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휴업급여, 장해급여 등 소득보장형 급여 역시 불충분하고 산재 이후의 취업과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 역시 산재노동자의 사회복귀가 실제적으로 가능해지도록 하는 방향으로 개혁되어야 한다.   

셋째, 당면 산재보험의 개혁은 사회보험의 통합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각각의 서비스가 연계되고 포괄적으로 제공될 때 사회보험 및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받는 노동자 개인에게도 후생이 클 뿐 아니라, 사회적 비용이라는 측면에서도 거시적 효율성과 사회적 후생이 커질 수 있다. 따라서 당면 산재보험의 개혁은 사회보험 통합의 전 단계로서 의미를 가지며, 그 방향으로 체계 개편과 보장성 강화를 이루어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재보험제도 개혁이 올바른 방향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노동자의 참여가 보장되고 구체화되어야 한다. 생색내기가 아니라 수급권자인 노동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최소한 과반수의 의결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구체적인 사업과정에 노동자대표의 위임을 받은 전문가의 참여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내용들은 다소 추상적이고 거시적이다. 물론 이러한 논의도 필요하지만 당장 우리의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눈앞에서 꿈틀대는 현실적인 제도의 덩어리들을 구체적으로 손보는 일이다. 그렇다면 현재 정부 주도로 산재보험제도의 개혁이 이뤄지는 와중에 노동운동 및 사회운동의 구체적인 입장은 무엇이어야 할까?   

근로복지공단, 요렇게 꽃단장하면 예뻐 보일 텐데…     

산재보험제도 개혁 과정에서 노동운동 및 사회운동이 가장 우선적으로 달성해야 할 과제는 산재직업병의 발생시점부터 요양급여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산재보험 급여제공 및 근로복지공단 관리운영의 체계를 개혁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근로복지공단의 심사기능을 폐지하고 독립적 심사기구인 가칭 ‘산재보험심사평가원’과 같은 조직을 별도로 구성하여 그 기능을 이전해야 한다. ‘산재보험심사평가원’은 △청구된 진료비 심사, △급여제공의 타당성 평가, △진료의 적절성 평가 등을 수행하는 조직이 될 것이다. 이때 급여제공의 타당성 평가란 ‘도덕적 해이’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주치의 및 산업의학전문의 등의 작업관련성 평가가 명시적인 평가기준에 의거하였는가를 판단하는 게 될 것이다.

둘째, 산재노동자에게 부과된 산재 입증책임과 근로복지공단의 승인과정을 폐지해야 한다. 단 사고성재해는 사업주와 요양기관의 신고에 따라 근로복지공단의 확인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해 서비스의 단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외에 작업관련성에 대한 별도의 평가가 필요한 질환은 명시적인 평가항목과 기준에 따라 주치의가 평가하도록 하면 될 것이다. 만약 주치의에 의한 작업관련성 평가가 어려운 경우에는 산업의학전문의에 평가를 의뢰하여 그 결과에 따라 급여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되면 별도의 입증 및 승인과정 없이 신속하게 급여가 제공될 수 있으므로, 산재보험의 접근성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킬 것이고, 또 보장성이 질적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각종 행정비용 및 기회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체계개편과 더불어 근로복지공단의 ‘서비스’도 다양화하고 강화돼야 한다. 지금까지의 서비스업무는 산재의료관리원 관리 및 기타 실효성 없는 일부 급여 제공이 전부였다. 새로운 근로복지공단은 산재예방서비스에서부터 궁극적으로 직업복귀 및 사회복귀로 나타나는 재활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 요양기관이 적절한 인력과 시설을 갖추었는지 감시하고 통제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강조되어야 할 것은 새롭게 재편되는 근로복지공단의 운영에 노동자 및 공익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에 노동자의 참여가 실질적으로 그리고 제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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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9월 열린 ‘산재보험 개악저지! 재가진폐환자문제해결! 투쟁결의대회’. ▷ 노동건강연대  ]

현실 어렵다, 그래서 더 필요한 과감한 발상전환  

수십 년 동안 별다른 변화 없이 차별적이고 부실한 안전망을 유지해왔던 산재보험이 최근 노동·사회운동진영의 줄기찬 개혁요구에 따라 조금씩 변화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흐름은 앞에서 우리가 논의한 근본적인 문제들과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것이 아니라 미시적인 개혁에만 머물러 있고, 더 나아가 재정악화라는 현상에 매몰되어 산재노동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한다는 명목 하에 급여를 축소하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되고 있다. 

노동부는 2004년부터 산재보험발전위원회를 두어 산재보험제도 전반에 대한 검토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 내부 이견만 남겨둔 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노사정위원회로 그 공을 넘겼고, 민주노총이 빠진 상태에서 노사정위 산하에 산재보험발전위원회가 설치되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산재보험 개혁 논의는 한국노총, 경총, 정부 간 이견 충돌로 합의를 이룬 것이 거의 없을 정도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참여 주체들이 ‘막판 타협’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식의 합의가 정당화될 수 있을까? 어렵다. 산재보험정책은 그 성격상 결코 가치중립적일 수 없다. 사업주와 노동자를 모두 만족시킨다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한 시도다. 만약 주고받기 식으로 노총과 경총, 그리고 정부가 막판 대타협을 이룬다 해도 그 내용은 산재보험이 지향해야 할 근본 가치가 훼손된 것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차별과 불완전성을 특징으로 한 산재보험의 제도적 개혁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 의지가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지만 정부 개혁의 한계를 뛰어넘어 산재보험의 근본적 개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동운동진영이 사회권투쟁에 대한 발상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산재보험제도 개혁 등 사회권투쟁을 당면 현안투쟁만큼이나 현장에서 활성화할 수 있는 좀 더 구체적인 전략, 좁은 틀과 대상, 일상의 벽을 뛰어넘는 적극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개별 노사관계에서조차 갈수록 사업주의 폭력성이 강화되고 있는 요즘, 노동운동이 생존권투쟁을 넘어 사회권투쟁에 역량을 제대로 투여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는 것은 잘 안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집합적이고 정치적인 연대투쟁의 성공이 필요하다. 제도적인 틀의 변화를 위한 대중동력을 형성하여, 사회경제적 격차를 줄이고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대담한 도전이 필요하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과 실천이 오히려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비대칭적 모순 구조를 깨뜨리고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한 첫 출발임을 새삼스레 강조할 수밖에 없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