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 뉴라이트의 공격과 진보정당의 대응

노동사회

시민운동 뉴라이트의 공격과 진보정당의 대응

편집국 0 2,972 2013.05.24 12:16

지난 11월초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창립 1주년을 맞이해 김진홍 상임의장이 기자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이 자리에서 김 의장은 국가의 정체성, 개혁성, 도덕성을 끌어올리는 시민정치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의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한나라당이 국민이 납득할 만한 투명한 과정을 거쳐 후보를 단일화하면 전력을 다해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또 정권 교체를 위해 보수개혁을 표방하는 단체들은 물론 내년 초에는 정통 보수세력과도 연대해 범국민연합을 결성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뉴라이트전국연합은 180개 시군에 지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조직적 기반에 바탕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정치운동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사실 ‘보수정치운동’이란 용어는 생경하다. 뉴라이트 세력이 출현하기 전까지 그랬다. 해방 정국 때부터 최근까지 반공·반북주의를 내세운 우익단체들이 있기는 했다. 이들은 이승만과 박정희를 비롯한 전두환, 노태우 군부독재정권 하에서 정권의 조직적인 지지기반이었으며 선거운동조직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은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거나 “정권 교체”와 같은 뚜렷한 정치적 목표를 내세우지는 않았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정치세력이라기보다는 국가권력에 동원되어 여타의 시민들에게 반공·반북주의를 설파하는 이념선전세력이었던 것이다. 또 존재 형태나 조직 구성원에 있어서도 관변단체로서 정부의 직접적인 재정적 지원을 받는 조직들이 대부분이었다. 즉 반독재민주화운동 경력을 갖고 있는 이들을 포함한 각계의 다양한 인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시민결사체의 출현은 전혀 새로운 현상이라는 것이다.  

민주정부 무능이 부른 보수정치운동

그렇다면 기존의 우익단체운동들과 다른 양상의 현재와 같은 보수정치운동은 어떻게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일까? 기본적으로 이 속에는 김대중, 노무현 민주정부의 집권을 정점으로 하는 정치사회적 역관계 혹은 환경의 변화가 놓여 있다. 일단 민주정부의 집권은 반독재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보수적 성향을 띠고 있던 인자들이 민주화라는 명분의 굴레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대오를 형성할 수 있는 조건이 되었다. 즉 민주정부의 집권으로 민주-반민주 구도가 소멸되고 그것을 대체하는 새로운 구도의 조성이 시작되면서, 보수 세력이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 김대중, 노무현 두 민주정부의 실패, 특히 노무현 민주정부의 무능은 단지 보수세력들이 결집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권 교체라는 정치적 목표를 분명하게 내걸 수 있게끔 만들었다. 두 민주정부의 실패는 국민들의 직접 선출에 의해 세워진 민주정부임에도 국정 운영과정에서 국민 다수의 지지를 받지 못했거나 받고 있지 못하다는 것에서 입증된다. 민주정부가 들어섰음에도 다수 보통 사람들의 삶의 질은 향상되지 못했다. 오히려 두 민주정부 들어 더욱 더 가속화된 신자유주의적 개혁 등으로 인해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등 사회양극화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었다. 게다가 각종 부패 스캔들로 얼룩지기까지 하면서 민주화 운동 세력으로서 확보하고 있었던 도덕적 정당성마저도 훼손되었다. 민주정부세력을 ‘진보’라고 왜곡하면서 “보수세력이 나라를 책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난 것이다.  

이렇게 민주정부의 출범과 실패를 배경으로 하는 보수정치운동세력은 한나라당의 구태의연함을 공격하며 등장했다. 보수정치세력이 집권을 해야 하는데, 한나라당을 보면 민주정부의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만 누리려고 하면서 “무능한 민주정부”의 전철을 밟게 될 것 같다는 것이다. 아니 그 전에 거의 확실해 보이는 집권의 기회마저 날려버릴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보수정치운동세력은 ‘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한나라당이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소리 높여 외치면서 등장했다. 보수대표정당인 한나라당의 쇄신을 촉구하기 위한 쓴소리꾼으로서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역사다시쓰기’ 곡괭이로 시민사회 땅굴파기 

보수정치운동세력은 정권교체라는 정치적 목표를 표방하고 한나라당의 쇄신을 촉구하는 정치적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정치권에서 독자적인 힘을 갖고 있지는 않다. 즉 새로운 보수정당 결성 등 독자적인 정치세력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사표명을 하고 있지 않다. 이들은 아직까지는 기존의 현실 정치세력들에 대해 비판의 칼을 들이대는 것과 시민사회를 상대로 보수우파 이데올로기를 설파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수언론 등이 이들을 거들고 있다. 보수정치운동세력들은 이러한 역할을 통해 일정한 영향력을 축적해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뉴라이트라는 이름을 내걸었음에도 보수정치운동세력이 현실 정치세력을 “낡고 무능하다”고 비판하는 이념 및 정책적 준거는 그리 새롭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자유(민주)주의를 이념적 자원으로 해서 이들이 내세우고 있는 가치 및 규범은 시장우선주의와 반북(반김정일)주의 정도다. 이는 사실상 현 정부 여당과 한나라당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뉴’라는 수식어는, 단지 수식어일 뿐이다. 그럼에도 이들이 뉴라이트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맹목적인 국가주의와 반공주의를 축으로 했던 보수 우파의 이데올로기가 자유주의적 시장주의와 논리적인 반북주의로 새롭게 포장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새로운 포장이 나름대로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본적으로는 정치사회적 여론 형성에 심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보수언론의 힘을 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한국 정치의 몰이념적이고 몰정책적인 정당 간 경쟁 양식 때문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이념과 정책을 중심으로 한 정치운동을 무척이나 새롭게 보이게끔 한다. 물론 현실 정치 세력 중 이념과 정책을 중심으로 하는 정당으로서 민주노동당이 존재하고 있긴 했다. 하지만 소수정당으로서 한계와 각종 현안에 대한 이념 정책적 대응의 미비와 의제 발굴 및 선점 역량의 부재, 보수언론의 외면 혹은 대안언론 창출의 실패 등으로 인해 원내 진출 이후 오히려 이념 정책 정당으로서의 자기 면모가 약화되어왔다.  

뉴라이트의 그야말로 새로운 작업은 ‘역사 새로 쓰기’ 정도다. 역사 새로 쓰기는 시민사회를 상대로 한 보수 우파 이데올로기 설파 작업의 핵심으로, 시민사회 내 보수정치운동세력의 참호를 파놓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보수우파적인 역사 해석에 입각, 그간 민주화운동 세력의 대표적인 역사 참고서였던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겨냥해 출간한 『역사의 재인식』이 그 외화물이다. 최근에는 기존 교과서의 ‘좌편향’을 극복하겠다며 ‘대안교과서’ 시안을 발표했다. 『역사의 재인식』에 이어 이제는 보수우파적 관점에서의 역사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나라당 2중대 넘어설 수 있을까?

이 시안을 구체적으로 보면, 4·19혁명을 학생운동으로, 5·16 군사쿠데타를 혁명으로 규정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이 때문에 4·19유족회 등의 거센 항의를 받아야 했다. 『역사의 재인식』이 나름대로 호평을 받았던 것에 비해, 대안교과서는 시작부터 저항에 부딪힌 것이다. 심지어는 자기 진영 내에서까지 비판을 받기에 이르렀다. 

자유주의연합 등 뉴라이트 5개 단체가 이 시안을 “기존 교과서의 좌편향을 바로 잡으려다가 역편향의 오류를 범했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이어 이들 5개 단체는 “5·16은 결과적으로 산업화를 성공시킨 세력의 탄생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재해석될 수는 있어도 쿠데타였다는 그 집권 과정의 문제점이 가려져서는 안 된다”고 밝히면서 “4·19는 헌법전문에 그 중요성이 적시돼 있듯이 당연히 혁명으로 표기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유신체제로 인한 민주주의의 시련과 희생은 엄정히 기록되어야 한다”며 “민주화운동으로서 5·18의 의미를 결코 평가절하해서는 안 된다”, “전두환 정권 탄생 과정의 반민주성은 또렷이 서술돼야 한다”는 등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이 시안은 뉴라이트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 일부 소수자들의 사견이었다고 했다. 

이 사태가 어떻게 수습될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러 저러한 소요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역사 새로 쓰기 작업을 지속적으로 전개해나갈 것이다. 보수정치운동세력의 시민사회 내 기반 조성을 위한 핵심적인 작업으로 계획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작업이 원활하게 수행된다면 보수정치운동세력은 그 힘을 점점 더 불려나가면서, “한나라당 2중대”라는 비아냥을 넘어 그야말로 대안정치세력으로 성장해나갈 가능성마저 있다. 대안교과서 사태에 대한 발 빠른 대응과 한나라당, 보수언론 등의 정치사회적 엄호 등을 볼 때 그 가능성은 결코 낮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인민의 호민관’ 본분 수행이 가장 적절한 대응 

보수정치운동세력이 이렇게 저렇게 정치 사회적 영향력을 키워 가는 상황에서 진보정당은 어떠한 실천을 수행해야 할까? 그간 보수정치운동세력은 민주노동당을 “구좌파”라고 규정해오고 있다. 더 나아가 “극좌·종북주의 집단”이라고 비난한 바도 있다. 강령을 볼 때에도 그렇고, 북핵 실험을 옹호하고 북한 인권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고 있지 않는 것을 볼 때 그렇다는 것이다. 또 “이기적인 정규직 대기업노조운동이 주도하는 정당”이라는 문제도 제기한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이러한 비난과 문제제기는 비단 보수정치운동세력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당 안에서도 그렇고 당 주위의 (비판적)지지층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보수정치운동세력을 정치적으로 직접 상대로 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보수정치운동세력의 비난과 문제제기가 단지 그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할 때,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에 입각해 자기 쇄신을 수행해야만 한다. 그것에 바탕하여 진보정당의 영향력을 신장시켜 나가면서 보수정치운동세력의 입지가 자연스럽게 좁아지게끔 해야 한다. 

진보정당이 진보정당인 이유는 인구적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정치 사회적 약자인 자들을 정치적으로 보호하는 호민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구의 다수인 노동자들, 그 중에서도 노동인구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비정규직을 정치적으로 가장 우선 대표할 수 있어야 하며, 그들의 당면한 고통을 해소해주어야만 한다. 더 나아가 사회적 약자들이 자신들도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게끔 대안적 가치와 규범이 담긴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그것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전략들을 수행하여야 한다. ‘사회연대국가의 건설’이라는 비전하에 가장 고통이 심한 계층의 긴급한 고통 해소를 목표로 보다 많이 가진 자들의 사회적 책무 수행을 유도해낼 수 있는 전체 진보진영의 선도적인 헌신이라는 전략을 수행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 민주노동당이 사회연대를 기치로 제기한 국민연금 보험료 지급 사업 등의 ‘소득·임금연대방안’이 바로 그 구체적인 예라고 할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 문제에 대한 보다 보편적인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의 진보정당다운 대처가 필요하다. 북핵과 인권 문제 등을 축으로 전개되고 있는 북미 갈등을 남북한, 더 나아가서는 인류 전체의 안전과 생명의 보장을 최고 가치로 하여 접근해야 한다. 환경과 인권 등의 (이미 구사회적 가치가 되어가고 있기도 한)신사회적 가치들도 바로 안전과 생명의 보장이라는 최고 가치에 준해 포괄될 수 있다. 이로부터 북한도 미국도 모두 그 상황에 따라 각각 비판받거나 지지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전략 구사의 원칙들을 도출해내면서 보다 유연하면서도 실사구시적인 대응을 해나갈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보수정치운동세력을 포함한 당내외적 공격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거꾸로 극심한 빈부격차가 문제이지 빈곤이 문제는 아니라고 하는 전도된 주장과, 생명과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 극단적인 반북주의 등에 대해 현실과 밀착한 논쟁을 제기하면서 사회적으로 합의되어야 할 가치와 규범을 도출해낼 수 있게 된다. 결국 보수정치운동세력에 대한 대응 방안은 진보정당의 본분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