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연대 강화 위한 국민연금개혁, 지금이 기회!

노동사회

노동자연대 강화 위한 국민연금개혁, 지금이 기회!

편집국 0 3,165 2013.05.24 12:14

1999년 4월 도시지역 자영자들에게까지 확대시행 되면서, 국민연금제도는 1988년 1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작된 지 10년여 만에 모든 국민을 포괄대상으로 하는 공적연금으로 자리매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와는 달리 1999년 4월 도시자영자 확대를 기점으로 사업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간 보험료 형평성 문제, 장래 기금고갈 논란 등이 촉발되어, 이전 기금강제예탁제도로 인한 기금운용불신은 한층 강화됐다. 결국 2004년 5월에는 ‘제도폐지 운동’까지 벌어지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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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국회에서 열린 국민연금법 개정 공청회. ▷ 매일노동뉴스 ]

국민연금 수익률, 사보험보다 훨씬 높다 

그러나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현행 국민연금은 사보험에 비해 혜택이 훨씬 높다. 현재 그 수익비는 평균적으로 2.3배를 넘는다. 즉 보험료를 100원 내면 230원 이상을 돌려받는다는 것이다. 100원을 내도 100원도 채 돌려받지 못하는 사보험과는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100원을 넘는 금액은 어디에서 오는가? 그것은 바로 후세대의 보험료가 지원되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후세대들의 보험료를 인상하여 이를 해소한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을 ‘후세대 갈취’라고 폄하하는 사람도 있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국민연금 초기가입자들은 보험료를 납부하면서 자신의 노후를 준비해야 할 뿐만 아니라, 가장으로서 부모를 부양해야 하는 이른바 ‘이중부담’을 지고 있는 세대였다. 즉 현재의 고수익비는 이러한 이중부담과 제도도입 초기 순응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고려였다. 국민연금이 안정화된 이후의 세대들은 부모를 사적으로 부양하는 부담은 덜고 자신의 보험료만 부담하면 될 것이다. 그들의 부모세대들은 이미 연금을 지급받아 생활하고 있을 터니 말이다. 이 때문에 초기가입자 세대가 보험료를 납부하면서 적립된 기금으로 인해 오히려 후세대가 그만큼의 경제적 이득을 본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이러한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은 최소 가입기간 10년 이상의 보험료를 납부한 사람에 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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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6월 국민연금의 근본적 개혁을 촉구하는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 ▷ 매일노동뉴스 ]

심각한 사각지대와 재정문제, 다들 개혁은 해야 한다는데… 

어쨌든 현재 국민연금 개혁은 필요하다. 정부는 국민연금제도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 중에서도 저기여-고부담에 따른 장래 기금고갈 우려 즉, ‘재정안정화’를 가장 큰 문제로 보았다. 이에 따라 재정계산을 시행한 결과를 토대로 국민들이 내야 할 보험료는 장기적으로 9%에서 16%까지 올리고, 반대로 받게 될 연금액은 40년 가입기준으로 60%의 소득대체율을 50%로 축소하는 법안을 2003년 국회에 제출했다. 이후 기금고갈 논란이 여론을 통해 부풀려지면서 재정안정화는 국민연금과 관련한 가장 큰 화두가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재정안정화 논란은 국민들이 공적연금을 사회적 부양체계로서 이해하기보다는 “재정·수리적 관점에서 수입과 지출이 동등해야 한다”는 사보험적 입장에서 이해하게 만드는 경향이 강했다. 연금제도의 공공적 성격을 크게 위축시켜놓은 것이다. 이러한 도식적인 재정수지 균등론에 따르면 노인부양 문제는 가입자들끼리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정부는 한마디로 손안대고 코푸는 격이 된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안정화 방안은 노동계,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쳤고, 국민연금 개정안은 법안을 상정한 지 3년이 넘은 현재까지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한편 2004년 12월에는 한나라당이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기초연금 도입을 발의했다. 재정안정화 못지않게 연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사각지대 문제가 심각하니 개별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하는 현행 방식 이외에 일반조세를 재원으로 하는 기초연금을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현행 연금제도의 보험료는 7%로 낮추고 소득대체율 또한 20%로 낮추자는 것이 한나라당 개정안의 주요골자였다. 정말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진보진영 일각에서 주장하기는 했지만 기초연금 도입은 거기에 소요되는 막대한 재원으로 인해 거의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입장은 사각지대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 시켰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는 있지만, 공적연금을 지나치게 축소한 점과 감세정책을 주장하면서 기초연금도입을 주장하고 있어 그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형편이기도 하다. 

어쨌든 국민연금의 사각지대는 연금제도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근로시기의 소득양극화를 노령기까지 장기적으로 고착시킨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다뤄져야 할 문제다. 또한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47년 기금이 고갈된다는 게 정부 가정인데, 그 정확성은 차치하더라도 이로 인한 국민불신과 맞물려 있는 제도의 지속가능성 문제는 사각지대의 경우보다도 더욱 격렬하게 해결이 요구되고 있다 하겠다. 

이에 따라 정부는 사각지대와 재정안정을 동시에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65세 이상 인구 중 약 60%에 대해 7만원, 10만원(차상위계층까지)을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하고 현행 국민연금은 보험료율 인상 없이 소득대체율을 장기적으로 50%로 축소하는 수정안을 새롭게 제시하였다. 그러나 이는 어중간한 형태의 절충안이어서 오히려 더 큰 논란이 예상된다. 공공부조가 획기적으로 확대되는 측면은 분명히 있지만, 공적연금의 보완이 아니라 공공부조의 확대를 통해 공적연금을 축소하는 결과만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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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을 노동자연대로 잇기 위한 전략

노동계에서는 2003년 정부의 재정안정화 방안, 즉 공적연금 축소를 적극 저지했고 그 결과 이를 3년 동안 보류시켰다. 그러나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이 깊은 상황에서 연금제도 개혁의 표류기간이 길어지자 오히려 ‘사보험 시장의 확대’라는 뜻하지 않은 결과와 직면하게 되었다. 단순히 정부안을 저지하는 방어적인 입장이 아니라 사각지대 해소 등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는 공세적인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동당은 2006년 9월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연금 평균임금의 15%에 해당하는 기초연금을 65세 이상 인구 중 80%에 지급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개혁법안을 발의했다. 또한 현행 국민연금의 명목상 소득대체율 60%을 기초연금도입을 고려하여 실질소득대체율을 40%로 축소하는 안을 제시했다. 

기초연금은 재원마련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하여 2008년 국민연금 평균임금의 5%수준에서 도입하고, 장기적(20년)으로 15%에 도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민주노동당의 개혁안은 이외에도 제도의 공공성 강화를 위하여 △저소득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 △고소득자에 대한 보험료 누진제 도입(단, 일정소득 이상 구간은 급여산정 시 반영되지 않음), △육아·군복무 등 사회적 노동을 가입기간으로 산정하는 크레딧 제도의 도입 등을 포함하였다. 이중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방안에 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연금제도는 저소득층에게 상대적으로 혜택이 크다. 그러나 이들은 현실적으로 보험료 납부가 어렵기 때문에 가입을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지역가입 대상자의 경우 사업장가입자처럼 노사가 절반씩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9%의 보험료를 개인이 모두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담이 더욱 커진다. 정부는 이 문제를 일부나마 해소하기 위해 2003년 7월부터 단계적으로 5인 미만 사업장 즉, 1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들이 국민연금에 가입하도록 대상을 확대하였다. 

그러나 사업장의 영세성, 노동자의 잦은 이직 등으로 인해 그 효과는 기대했던 것보다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들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 요구된다. 즉 이를 위해 노동계가 내놓는 안이 저소득층에게 보험료 일부를 직접 지원하자는 것이다. 그 재원은 △사업장가입자의 소득대체율을 한시적으로 일부 축소하는 ‘노동자연대’의 실천, △과거 공공자금 예탁에 따른 이차보전액 미상환분 2조6천억원을 반환토록 정부에게 요구, △고소득자에 대한 누진 보험료 도입 등을 통해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이중 ‘노동자연대’를 통한 방안은 정부의 노동시장 고용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처사라고 문제제기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그런 취지가 전혀 아니다. 이것은 현재 가입자들이 연금제도 내에서 혜택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러한 혜택에서 제외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연대의 실천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사회적 연대를 통해 가능하면 보다 많은 노동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자는 것이다. 물론 절차적으로도 먼저 노동자(대표)의 동의가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연금제도 개혁과 관련해서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결코 쉬워 보이지 않는다. 정치적인 상황을 보면 내년 말 당장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그 이듬해인 2008년에는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러야 한다. 만약 금년에 일정부분 마무리 되지 못한다면, 당분간 연금제도 개혁을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러한 정치적 급박함은 연금개혁에 있어 별도의 사회적 합의기구의 필요성을 증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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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돈으로 저들끼리 ‘돈놀이’, 못 본 척 하렵니까? 

게다가 국민연금제도 상으로도 2008년에 재정계산을 시행해야 한다. 최근의 저출산과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재정계산으로 도출될 장기재정이 더욱 악화되리라는 것은 뻔하다. 그리고 이러한 장기재정의 악화는 정부의 재정안정화 논리에 힘을 보탤 것이다. 진보진영이 금년 내에 일정부분 개혁입법을 마무리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금년에도 지지부진한 상태로 흘러간다면 연금개혁과 관련된 모든 논의는 사실상 2008년 이후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 연금개혁의 방향이 잘못되고 미루어질수록, 결국 노동자서민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자신들의 노후를 시장에 맡기거나, 그나마도 준비 못한 저소득층은 맨몸으로 노후를 맞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연금기금에 형성된 180조원 대부분은 사업장가입자, 즉 노동자들의 피땀 어린 노력으로 만들어진 돈이다. 다시 말해 국민연금의 주인은 다름 아닌 노동자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연금개혁은 자본과 권력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려 했다. 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주인이 개혁에서 소외될 수는 없다. 일부 오해와 무관심 등 공적연금제도가 제대로 정착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는 장애물을 교육을 통해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공적연금 축소 저지라는 수세적 반대를 넘어서, 제도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사회공공성 강화 등 공세적인 제도개혁투쟁에 노동자들이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