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새로운 보수당’과 15년만의 사민당정부 실각

노동사회

스웨덴 ‘새로운 보수당’과 15년만의 사민당정부 실각

편집국 0 3,918 2013.05.24 12:11
 

subumin_01.jpg2006년 9월17일 일요일에 실시된 스웨덴 총선에서 예상대로 보수당이 승리하였다. 선거를 앞두고 이루어진 대부분의 여론조사들이 보수당을 포함한 부르주아정당들(보수당, 자유당, 기민당, 중앙당)이 무난하게 50% 이상을 득표할 것으로 예측해온 터였다. 사회주의정당들(사회민주당, 좌익당, 환경당)의 지지율은 2002년에 비해 전반적인 하락 추세를 보였다. 최근 12년 동안 집권한 사민당은 이번 선거 패배로 1990년대부터 2006년까지 스웨덴 수상을 역임한 요란 페르손(G?ran Persson)이 사민당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새로운 인물로 당의 혁신을 모색하고 있다. 새로운 당 대표는 그동안 계속 요구되어 왔던 바대로 여성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보수당 성장과 소수정당들의 의회진출 실패 

스웨덴의 선거제도는 한국과 달리 특정인물을 선택하는 개인투표제(personal voting)가 아니라 특정정당을 선택하는 정당투표제(party voting)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당의 정책 및 이미지가 매우 중요하다. 정당의 이미지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당 ‘대표’의 이미지가 선거에 미치는 효과도 중요하다. 

1998년과 2002년 선거에서 좌익당(Left Party)에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구드룬 쉬만(Gudrun Schyman)이라는 지도자가 있었기 때문에 10% 안팎의 득표율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우여곡절 끝에 여성당(Fi)으로 자리를 옮기고 난 2006년 선거에서, 좌익당은 5.8% 득표율에 머물렀다. 사민당의 요란 페르손은 8년 동안 수상 역할을 하였고 최근에는 고가의 부동산을 사들였다는 안 좋은 이미지를 보였다. 반면 보수당 대표인 프레드릭 라인펠트(Fredrik Reinfeldt)는 기존 보수당 정책을 조금 완화시켜 부르주아정당이 선거에서 함께 할 수 있는 팀 작업을 훌륭하게 이루어냈다.

subumin_02.jpg이런 상황 속에서 2006년 총선은 무엇보다도 1990년대 이후 1991년 총선에서 단 한 번 승리했을 뿐인 보수당이 1994년 이후에 계속 신승을 해왔던 사민당을 이길 수 있는가가 첫 번째 관심사였다. 모든 선거에서 사회주의정당이 승리할 것인지 부르주아정당이 이길 것인지는 사람들의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보수당이 이번에는 사민당을 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예측이 있었기 때문에 보수당과 사민당은 치열한 선거전에 임했다. 때문에 시민들이 큰 관심을 가지기도 하였다. 스웨덴 유권자의 투표율도 이를 반영하여 2002년 투표율 80.11%보다 약간 높은 81.99%를 기록하였다. 스웨덴 인구는 2006년 현재 909만명이고 이번 선거의 유권자 수는 5,551,278명이었다.

두 번째 관심은 소수정당이 얼마나 득표할까하는 문제였다. 특히 1990년대 초에 국회에 의석을 차지한 바 있는 극우정당인 민주당(SD)과 2006년 선거에 처음으로 참여한 여성당(Fi)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는가가 관심사였다. 스웨덴에서는 정당이 국회에 의석을 얻기 위해서는 선거 득표율이 4% 이상 되어야 한다. 한때 좌익당과 환경당도 4% 선을 넘지 못한 적이 있었다. 어쨌든 이번 선거결과는 모든 소수정당의 국회진출 실패로 끝났고, 민주당과 여성당은 각각 2.93%와 0.68%를 얻었을 뿐이다. 다만 민주당은 1998년과 2002년 선거에서 각각 2만표와 7만표 득표에 그쳤던 데 비해 이번 선거에서는 16만표를 얻어 비록 국회진출엔 실패했지만 의미 있는 지지율 성장을 이루어냈다.

178대 171, 15년 만에 들어선 보수연립정부

본 게임인 사민당과 보수당의 경쟁에서는 사회주의정당들이 총 46.2%, 부르주아정당들이 총 48.1%를 얻어 결국 사민연립정부에서 보수연립정부로 권력이 바뀌게 되었다. 정당득표율에 따라 정해지는 국회의원 수로 보면 사회주의정당이 171석(사민당 130명, 좌익당 22명, 환경당 19명), 부르주아정당이 178석(보수당 97명, 중앙당 29명, 자유당 28명, 기민당 24명)을 차지하여 부르주아정당의 의석이 사회주의정당의 의석보다 7석이 많게 되었다. [그림1]을 보면 기타 정당들은 합해서 5.7%이지만 한 정당도 4%를 넘지 못해 국회에선 한 석도 배정받지 못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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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선거와 비교해 보면 득표율이 증가한 당은 보수당, 중앙당, 환경당이고 감소한 당은 사민당, 좌익당, 자유당, 기민당이다. 무엇보다도 보수당의 지지율이 10% 이상 증가하였다. 보수당 지지율이 2002년 선거의 어느 정당 지지자로부터 나왔는지를 보면, 자유당 지지자의 5.0%, 사민당 지지자의 2.6%가 2006년 선거에서 보수당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그림2] 참고). 다른 정당의 경우도 0.2%~0.5% 정도가 보수당으로 지지정당을 바꾸어서 모든 정당 지지자들의 일부가 보수당으로 지지정당으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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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당 지지율의 변화를 보면 보수당의 경우와는 반대로 2002년 사민당 지지자들이 다른 정당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보수당으로는 2.6%가 옮겨 갔고 자유당, 중앙당, 환경당으로는 0.7%, 기민당으로는 0.5%가 빠져나갔다. 유일하게 좌익당에서 사민당으로 0.1%가 지지정당을 바꾸었다([그림3] 참고). 자유당의 지지율 변화를 보면 자유당 지지자들의 5.0%가 이번 선거에서 보수당으로 지지정당을 변경한 것을 알 수 있다. 특이한 것은 사민당 지지자의 0.7%와 좌익당 지지자의 0.1%가 자유당으로 지지정당을 바꾸었다는 점이다([그림4]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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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보수당 승리의 분위기 속에서도 국회에 진출한 여성의원의 수는 소폭 증가하였다. 대표적인 여성정치인이었던 좌익당대표 구드룬 쉬만이 여성당(Fi)으로 옮기면서 의회 입성에 실패하였음에도, 2006년 선거 결과 여성의원 수는 소폭 증가하였다. 2002년 선거에서 남성의원 191명, 여성의원 158명이던 것이 2006년 선거에서는 남성의원 185명, 여성의원 164명으로 여성의원 수가 6명 증가하였다. 비록 크진 않지만 2002년 45%에서 2006년 47%로 2%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한편 외국에서 출생한 국회의원 수는 17명으로 2002년의 23명에서 8명이 줄어들었다. 외국인이 스웨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인데 비해 전체 국회의원에서 차지하는 비중 5%로 아직까지 과소 대표되고 있는 상황이다.

저임금노동자 세금감소 주장하는 ‘새로운 보수당’

subumin_03.jpg보수당정부는 1991년에 집권했을 때보다는 좀 더 온건한 정책방향을 지니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1991년 보수당정부의 성격을 ‘우파정부’라고 부른다면 2006년 보수당정부는 ‘중도우파정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주요 선거쟁점이었던 세금감소도 주로 저임금노동자를 대상으로 하기로 되어 있고, 실업급여의 축소도 실업자가 된 후 최초 300일이 지난 다음부터 80%에서 65%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1991년 때에는 실업급여 기간에 제한을 두어서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는 실업급여를 지급하지 말자는 주장이었기 때문에, 15년 전보다는 매우 완화된 정책프로그램을 가지고 선거에 임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보수당은 ‘새로운 보수당(New Moderate)’을 내걸면서, 스웨덴모델의 해체가 아니라 스웨덴모델의 개선을 정책으로 제기한 것이다.

1994년부터 2006년까지 집권한 사민당정부는 실업률을 8%대에서 5%로 줄였고 자유주의 경제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물가안정정책을 주요 목표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경제성 측면에서도 지속적으로 경제성장을 달성한 바 있다. 스웨덴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004년에 3.6%, 2005년에 2.4%, 2006년에도 약 3.4%가 될 정도로 매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민당은 경제성장을 근거로 이번 선거에서 사회복지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하였다. 사민당정부는 노동시장정책을 통해 5%대 실업률을 4%로 낮추기 위해 2003년에 9만2천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하였고, 2005년에는 12만1천여개, 2006년에는 16만2천여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사민당정부의 계속되는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도, 노동시장정책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스웨덴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를 만들어냈지만, 동시에 경제정책 측면에서 분배를 강조하는 케인즈주의 경제이론뿐만 아니라 생산성을 강조하는 자유주의 경제이론을 함께 추구하는 스웨덴식 경제모델을 만든 바 있다. 사민당정부도 경제위기에 처했던 1990년대에는 전통적인 정책이었던 완전고용정책보다 물가안정 및 경제성장을 정책의 주요 목표로 삼아 경제프로그램을 실천해 나간 바 있다. 

노동시장 정책변화, 마음대로 안 될걸 

subumin_04.jpg보수당의 선거승리는 사민당의 기존 노동시장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하지만 보수당의 정책이 현실 속에서 제대로 추진되어 올바른 개혁이 이루어질 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1991년 보수당정부 시기에도 보수당의 급진적 정책은 사회주의정당과 노동조합에 의해 거부되었고, 그 효과마저 의문시된 바 있다. 2006년 보수당정부도 1.9%라는 근소한 차이로 사민당을 따돌리고 집권에 성공하였기 때문에 선거공약으로 내세운 정책프로그램들이 스웨덴 국민들의 지지 속에서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무엇보다도 보수당 정책에 잠재적으로 가장 큰 반대세력인 노총(LO)은 보수당정부의 정책에 대한 우려를 벌써부터 표명하고 나섰다. 9월23일에 완야 룬드비-웨딘(Wanja Lundby-Wedin) 위원장은 “부르주아정당이 선거 승리에 눈이 먼 나머지 고용창출과 임금인상을 수반하는 안정적 성장을 추구하지 않고, 자신의 정책들을 무리하게 추진하여 분배갈등과 불안정으로 이끄는 성장을 추진할” 경우에는 커다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였다. 이번 선거에서 노총 조합원의 약 55%가 사민당에 투표한 것으로 나타나, 아주 높은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노조로서는 보수당정부가 내세운 정책프로그램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1990년대에 노동조합은 사민당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장미전쟁’(사민당과 노조 간에 일어난 갈등)을 치른 적이 있다.

선거에 나타난 스웨덴 국민들의 표심은 사민당이 너무 오래했다는 인식과 함께 보수당의 정책실험을 한 번 더 시도해보자는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민당은 지금의 이미지나 정책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당내 혁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정부는 기업경쟁력을 강조하고 세금 인하를 모색하는 자유주의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그 질적 테두리가 분명하여 스웨덴의 현재 체제 속의 양적인 개혁을 시도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1.9% 차로 ‘스웨덴모델 미래’까지 들먹이는 건 좀…

이번 선거결과는 스웨덴의 미래를 위해서 사민당이 주장한 안정적 경제성장 속의 사회복지 확대보다 기업경쟁력의 강화에 대해서 좀 더 힘을 써야 한다는 의견이 근소한 차이의 득표로 나타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보수당정부의 정책이 어떤 내용과 방식으로 추진되고, 스웨덴 시민들이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인데, 이에 대해서는 시간이 더 흘러봐야 분명해질 것으로 보이다. 보수당정부가 1991년의 전철을 밟을 것인지 아니면 2006년에 새로운 시작을 열어 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앞으로 1~2년이 스웨덴 모델뿐만 아니라 보수당과 사민당의 미래를 어떻게 수놓을지를 결정할 중요한 시간이 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