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10주년, 금융 공공성은 어떻게 껍데기가 돼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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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10주년, 금융 공공성은 어떻게 껍데기가 돼갔는가

편집국 0 3,837 2013.05.24 12:37

금융은 사회적/공적 시스템으로서 ‘자금중개 기능’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국내 은행법, 증권거래법 및 보험거래법의 제1조는 “예금자, 투자자 혹은 계약자의 권익보호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대한 기여”를 금융기관의 목적으로 제시한다. 이에 따라서 외환위기 이후 경영난에 빠진 국내 금융부문에 정부가 공공성의 원리에 기초하여, 2005년 6월 말까지 167.6조원이라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였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세계 자본주의 경제의 중심부 국가들과 달리, 국내 금융산업 수익성의 기반은 국제무대라기보다는 거의 ‘국내’ 예금자 및 계약자들이다. 국내 금융부문이 공공성에 기초하여 구조화되고 운영되어야 할 이유는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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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11월 방카슈랑스 2단계 도입에 반발하는 사무금융노동조합원들의 집회. ▶ 사무금융연맹 ]

외환위기 이후 금융부문의 대형화와 겸업화

하지만 이와 반대로 국내 금융부문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주도의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국제기준으로 보아도 철저히 공공성을 외면하는 방향으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외환위기의 원인을 먼저 국내 금융부문과 관련하여 살펴보자. 첫째, 1990년대 초반 이후 이루어진 급속한 금융 및 자본시장 개방이 감시감독기관의 부재 속에 진행된 점을 들 수 있다. 이처럼 서두른 금융자유화는 김영삼 정권하에서 세계화 추진 및 OECD 가입을 목표로 제반 정책들을 방향지은 점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1980년대 이후 점진적으로 이루어진 국내 금융시장 개방을 클린턴 정권 하에서 더욱 가속화하려는 미국의 영향이 압도적이었다. 

둘째, 금융자유화가 서둘러 진행된 가운데 해외에서 외화를 차입하는 것이 용이해진 상황에서, 1997년 무렵 국내 금융기관들은 단기 차입한 대량의 외화를 가지고 장기 대출을 해주었던 상황이 영향을 미쳤다. 즉 만기구조 불일치 문제(maturity mismatch)가 심화된 것이 위기에 결정적이었다. 구체적으로, 당시 동남아시아의 위기가 확산되는 와중에서 일본은행들을 선두로 하는 외국 금융기관들이 국내금융기관들의 차입금의 상환 연장을 거부된 점이 외환위기를 결정적으로 촉발하였다.

외화부족으로 인한 국가부도의 상황에서, 정부는 IMF 등 국제금융기관들 및 뉴욕의 거대은행들을 찾아가 구제자금 지원의 부대조건으로서 국내경제의 구조조정을 약속해야만 했다. 이에 따라 1998년 이후 금융, 기업, 공공부문, 노동의 4대 부문 구조조정이 추진됐는데, 금융부문에서는 은행 등 금융기관에 대한 자산대비 부채비율을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의 적용을 통해 급격히 축소시키도록 하였고, 따라서 ‘신용경색’이 기업부문까지 전달되어 대량부도 및 실업 사태가 촉발되었다. 덧붙여, 지방은행들 및 기타 중소규모 금융기관들을 모두 정리하도록 요구받은 동시에,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외국인투자를 전면적으로 개방할 것이 요구되었다. 실제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5월,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 한도는 100%로 전면 개방됐다.   

이러한 강제적인 구조조정의 결과로 국내 금융부문에서 대대적인 전환이 일어났다.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은 두 차례에 걸쳐서 일어났는데, 먼저 제1차 금융 구조조정은 1998년에서 1999년에 걸친 것으로, △금융기관 부실자산 처리, △성업공사(이후 한국자산관리공사) 설립, △공적자금 투입, △다수 지방 금융기관 퇴출 등을 그 주요 내용으로 한다. 이러한 정책들은 금융생태계의 불균형을 초래했고, 지방금융의 역외유출 문제를 상존하게 하였다. 다음으로 제2차 금융 구조조정은 2000년에서 2003년에 걸쳐 일어났으며, △금융지주회사 설립, △그리고 대대적인 금융기관의 합병 및 공적자금의 추가 투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했다.
 
구조조정의 결과로 나타난 국내 금융부문의 전환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형화 및 겸업화 추진으로 소형 금융기관들이 주로 퇴출되고 은행 수가 감소하였다. 1997년 말 33개이던 은행은 2005년 4월 말 19개로 줄어들었고, 현재 국민,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하나은행의 4개 대형 체제로 개편되었다. 재벌의 과다부채의 원인을 은행중심적 자본조달 구조에 찾으며 자본시장 중심구조로의 재편에 목소리 높였던 정부당국의 행태와는 별개로, 구조조정의 결과는 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업의 집중화, 독과점화로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대형화와 겸업화는 IMF 프로그램에 더해 금융산업의 국제적 경쟁력 제고라는 미명하에 정부주도로 무분별하게 추진되었다. 

또한 방카슈랑스(Bankasurance, 은행(Bank)과 보험(Assurance)의 합성어) 정책으로 은행이 보험, 투자업 등을 겸업하는 걸 허용함으로써 은행의 수익창출업종이 다변화되고 증대하였다. 나중에 드러났듯이, IMF의 요구에 의해 도입된 이러한 방카슈랑스는 국내에 지점망을 확보하지 못한 외국계보험사가 국내의 기존 은행지점망을 이용함으로써 시장 몫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도 했다. 

1999년의 법률 제정 후 금융지주회사의 추진은 겸업화의 시너지를 내는 형태가 아니라 금융지주회사 총자산 90% 이상이 은행업인 점에서 보이듯, 은행대형화의 또 다른 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금융기관들 중 은행만이 아니라 비은행금융기관(종금사, 증권사, 보험사, 투신사, 저축은행, 신협, 리스 등)도 같은 기간 그 수가 2,068개에서 1,330개로 감소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형 시중은행들의 매각 및 통폐합을 요약하면 아래 [표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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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치금융에서 주주지배로, 즐거운 외국자본

둘째, 외환위기 후 금융기관의 경영형태가 소위 ‘관치금융’에서 주주지배 금융 즉 ‘시장금융’으로 전환했다. 따라서 금융을 주주의 이해에 따라 수익성을 극대화해야하는 사업으로 보고, 공공성을 포함한 금융의 규제산업적 특성을 망각하는 사태가 전면화했다. 하지만 이 때 주주가치경영이란 “이익은 주주가, 손실은 계약자가 떠안는 경영행태”가 되었고, 2003년 LG카드 사태 당시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이 보여준 행태를 일컫는 소위 “김정태 신드롬”에서 보이듯, 시스템 리스크 시의 무책임과 결합되었다. 공적자금 투입으로 금융기관이 회생했음에도, 금융의 공공성을 무시하고 과도하게 수익성 극대화를 추구하게 된 현재 은행들의 모습은 부동산을 담보로 한 가계대출 폭주 및 기업대출 감소에서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실제 기업대출 대 가계대출의 비율은 외환위기 이전 7:3에서 이후 3:7로 역전되었다. 

이는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총투자율 저하를 가져왔고, 4백만 신용불량자를 양산하였으며, 가구당 부채는 3,349만원에 이르게 되었다.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뱅킹(PB) 사업의 과열경쟁과 금융배제로 인한 서민금융 회피가 병행하게 된 현상도 주목할 만하다. 심지어 은행 측에서 수익이 별로 안 된다고 판단하여 예금잔액이 일정 수준 미만인 고객을 털어버리려는 ‘디마케팅(de-marketing) 사업전략’까지 추진되기도 했다. 현재 2%의 국민이 국내 은행 예금잔고의 80%를 가지고 있는 현실이다. 부실기업 처리과정에서도 채권단인 국내 금융기관들의 단기주의가 성행했다. 즉 산업정책적 고려 없이 투기자본을 매수자로 선정하는 일들이 발생했는데, 이는 기업회생보다 대출거부 및 회수 등 조기부실제거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셋째, 자본시장 개방과 주인 찾아주기 명분의 민영화로 외국인 지배가 국내 금융기관, 특히 은행권에서 증대했다. [표1]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제일은행, 한미은행, 외환은행의 경영권이 외환위기 이후 외국자본으로 이전했고, 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지주의 경우에도 외국자본이 연합하면 당장이라도 경영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기타 은행권의 주식 소유지분 중 외자의 비중도 비대하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2006년 5월 외국인 지분율은 국민은행 84.57%, 하나금융지주 79.93%, 신한금융지주 63.40%, 기업은행 20.11%, 우리금융그룹(우리지주) 10.02%, 대구은행 66.72%, 부산은행 62.93%, 전북은행 31.68%, 외환은행 73.26%, SC제일은행 100.00%, 시티(한미)은행 99.91%이다. 국내 은행들은 국제적 기준으로 보아도 대단히 높은 외국자본 지분율을 보여준다. 

게다가 3개 외국계은행(제일, 시티, 외환은행)의 전체 국내 일반은행(기업은행 등 특수은행을 제외한 총 10개) 시장점유율은 1998년 6.0%에서 2000년 18.7%, 2003년 31.9%, 2005년 6월 33.7%로 크게 증가하였다. 앞으로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정부당국에서 민영화를 고려중인 기업은행,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내은행에서 이미 외자 즉 초국적 금융자본이 지배주주이며, 따라서 국내 은행산업의 탈국적화는 거의 완결되었다고 보인다. 이는 국민경제와 연계를 파괴하고, 심지어 국내 총자본으로서 국가의 시스템 관리 요구도 주변화하는 ‘순수 자본축적 논리’에 국내 금융부문을 종속시키고 있다. 이러한 수익성 극대화 경영의 결과, 인건비 등 각종 비용최소화로 노동조건이 크게 악화되었음을 당연한 귀결이다. 은행내 비정규직은 1997년 11.7%에서 2002년 26.8%로 크게 증대하였으며, 동기간 정규직 수는 절반으로 감소하였다. 게다가 성과에 따른 차등보상과 고용불안이 상존하고 있다. 

‘기업의 돈을 먹는 하마’가 된 주식시장

넷째, 은행부문에서의 전환에 더해, 구조조정에 따른 금융 완전개방을 거쳐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외국인 지분율이 크게 증대하는 일이 외환위기 이후 일어났다. 2004년 기준으로 국내 거래소의 외국자본 비중은 40.1%로 거의 세계 최고 수준에 달한다. 헝가리, 핀란드, 멕시코 정도나 이에 비견된다. 그리고 1997년에서 2005년까지 외국인투자 전체 순유입자금 중에는 미국자본이 58.1%를 차지한다. 또한 국내 증시를 지배하는 외국인 주주의 주도하에 유상감자, 고배당, 자사주 매입 등 투자자금 회수를 위한 투기성향이 증대하여, “주식시장의 투기장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따라서 증시의 자금중개기능을 위축시키고 있다. 

즉, 상식과 달리 최근엔 증권시장이 오히려 “기업의 돈을 먹는 하마”가 된 것이다. 2006년 상반기 상장사들이 증시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 1조 8,809억원인데 반해, 자사주 매입에 쏟아 부은 돈은 4조 3,505억원에 이르렀을 정도다. 가령 2006년 기업사냥꾼 아이칸의 공격을 받았던 KT&G의 경우, 2006년도 예상순이익의 1.6배를 자사주 매입에 투입하는 극한 상황에 있다. 삼성전자도 주가 유지를 위해 2006년 4월 이후 7월까지 1조 8,582억원을 자사주 매입에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심지어 4~6월의 2분기 영업이익인 1조 4,200억원보다 큰 규모이다.

다섯째, 보험업(특히 생보사)의 경우 독과점화가 진척되고 있다. 삼성생명, 삼성화재의 시장점유율(수금보험료 기준)은 국내 시장에서 평균 30~3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난다. 2004년 회계연도에 삼성생명, 삼성화재의 직접광고비만 963억원이 지출되었고, 삼성생명의 광고선전비 지출은 전체 보험사의 40.7%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광고비 지출을 통해 언론 및 여론에 미치는 영향력은 거대하며, 또한 공적 건강보험의 사영화 추진 의혹조차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어떻게 금융부문의 등을 떠밀었나

위와 같은 외환위기 후 국내 금융부문의 전환은 외환위기 이후의 상황 속에서 지구적 금융자본의 주도로 수동적으로 마련된 것이 아니다. 위기를 극복했다고 공식선언한 지 몇 해가 지난 최근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정부의 정책지향에서 볼 수 있듯, 정부 스스로 수익성 극대화를 좇는 자본의 이해에 적극적으로 부응함으로써 이루어졌음이 엿보인다. 이와 같은 정부정책의 방향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건전성과 수익성 위주로만 전개된 금융감독 규제 방향이다. 은행법 개정에서 이사회를 신자유주의적 주주자본주의에 맞게 사외이사 중심으로 재편하였고, 감사제도 폐지를 통해 이사회 산하 감사위원회로 하향 이동을 추진했다. 이로써 이사회 및 최고경영자(CEO)의 권한이 강화됐다. 또 앞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BIS 자기자본 기준, 신자산건전성(FLC) 분류기준을 도입함으로써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 와중에서 신용경색을 초래하여 과거의 금융관행과의 단절에 대한 필요를 강화시킨 후, 은행업을 가계대출 위주와 수익성 위주로 몰아갔다. 거기에다가 여신심사제도의 변화에서 객관화와 투명화의 강조는 관계적 신용 제공을 통해 중소기업 등에 지원되던 기존의 관행을 전면 부정한 나머지, 오히려 여신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키게 되었다. 

둘째, 자본시장 중심 및 주주가치 극대화 경영이 정부정책에서 주된 방향이 되었다. 또한 외국자본의 금융지주회사 설립 및 지배를 적극적으로 허용하였는데, 이는 최근 금융감독위원회의 금융규제 전면 재정비 방안으로 발표된 269개 과제가 속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은행의 대형화/겸업화 추진이 현재 비은행금융기관 및 자본시장의 발전 지체하는 측면 또한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다.

셋째, 2006년 2월 자본시장통합법 발표에서 보이듯, “동북아 금융허브화”를 명분으로 금융 빅뱅을 촉발시키기 위해 자본시장 관련 법률(증권거래법, 선물거래법, 자산운용업법, 신탁업법, 종금사법 등) 통합을 추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는 소수 대형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인데, 즉 1~2개의 독점적 금융투자회사를 만들어주는 법안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이 추진되면 은행권에 비해서 외국자본의 지배정도가 상대적으로 아직 낮은 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서마저도 외자지배의 전면적 확산이 현실화될 수 있다. 금융허브위원회에서는 외국계 회사 지원전담팀을 구성하기까지 하였다. 영국의 경우도 1986년 10월 ‘금융 빅뱅’, 즉 증권시장의 자유화가 있었는데, 이후 영국 10대 증권사 중 9개가 주로 미국계인 외국 금융기관에 합병되었다. 또한 론스타와 같은 사모펀드(PEF)에 대한 규제완화로 경제의 투기화가 증대할 것이며, 한덕수 전 재경부 장관과 윤증현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에서 암시되는 것처럼, 대형화를 위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중소형 증권사가 퇴출되고 종사자들이 다시 거리에 내몰리게 될 것이다. 

넷째, 현재 한미 FTA 관련 금융서비스 부문 협상을 보면, 정부가 미국식 금융법과 금융시스템(겸업 및 포괄주의 금융시스템)을 한국시장에 복제하기 위한 주요 쟁점들을 사전에 자발적으로 수용했음을 알 수 있다. 거기에다가 3단계 외환거래 완전자유화 조치를 통해 자본거래허가제를 신고제로 전환함으로써 국경 간 거래를 자유화했는데, 이는 유동성 위험을 증대시킬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금융파생상품 거래 등 신금융서비스를 개방했는데, 그 결과 국제결제기능이 미미한 원화의 특성상 국내 금융회사들은 통화파생거래에 전념하는 반면, 이 분야의 거래규모가 한국의 170배가 되는 미국 금융산업은 다양한 상품개발로 국내시장을 잠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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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3월 KT&G 단기시세차익을 노린 해외투기자본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KT&G 노동조합원들. ▶ 오마이뉴스 ]

금융 공공성을 위하여, 사회화를 위하여 

이러한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대응과제가 제시된다. 첫째, 추가 개방보다 자본을 규제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소수 금융기관에 의한 국내 금융부문내 과대한 집중과 독과점을 완화시키기 위해, 정부의 무분별한 대형화 추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특히 금융 독과점화 및 초국적 금융자본에 의한 국내 금융 및 경제사회 전반의 지배 확산에 빌미를 제공하는 금융허브론을 반대하는 방향으로 대응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리지주 및 기업은행 등에서 공적자금 회수를 빌미로 무분별한 해외매각이 일어날 수도 있는데, 이렇게 국내 은행부문의 탈국적화를 완결하게 될 은행민영화를 중단시켜야 한다. 국내 금융기관, 특히 은행권에서 기존의 과대한 외국인 소유지배를 축소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공공성을 증대시키기 위한 소유지배의 사회화 문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또한 현재 한미 FTA 협상의 중단이라는 과제와도 분리될 수 없다.

둘째, 금융 공공성을 회복하고 신자유주의적 주주 및 수익성 만능주의를 억제시켜야 한다. 공공성의 원리에 기반해 금융이 여타 국민경제의 제반 부문과 갖는 바람직한 연계를 회복하도록, 특히 산업대출(무엇보다 중소기업금융) 및 서민금융, 지방금융을 회복하는 과제가 중요하다. 부동산을 담보로 한 가계대출 경쟁의 억제가 시급함은 물론이다.

셋째, 금융기관의 노동조건을 안정화시키고, 비정규직화를 억제하고 정규직 전환을 이루어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사업 동질화로 인한 경쟁의 격화로 함께 강화된 노동 강도는 은행들의 공공성 회복을 위한 기능 차별화 및 특성화로 역전될 수 있다는 것을 금융권 노동조합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넷째, 금융기관의 소유지배구조를 수익성 극대화를 추구하는 초국적 금융자본에 대한 대안의 마련을 통해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다. 앞에서 이야기한 공공성 강화 및 기능 특성화는 금융기관의 소유구조상 초국적 금융자본에 의한 전일적 소유지배라는 동질성의 확산경향을 역전시키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재국유화 방식까지도 포함해서, 공공성 담보를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의한 금융기관의 분산 소유를 추진하는 방법이 요구된다. 현재 초국적 금융자본의 지배 하에서 국민경제 전체와 탈구되어, 신자유주의의 주문인 주주가치와 수익극대화라는 명목으로 착취와 기생성을 노골화하고 있는 국내 은행, 제2금융권, 자본시장 등의 국내 금융부문을,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 그리고 ‘사회화된 기관으로 재편’하기 위해서, 전반적이고 개별적인 금융기관 소유지배구조의 대안 제시가 절실히 요구된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