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공공의 적인가 사회연대 임금인가』

노동사회

『국민연금 공공의 적인가 사회연대 임금인가』

편집국 0 3,185 2013.05.24 12:34

'8대 비밀‘이라는 무시무시한 음모론, 정말로 자발적인 폐지를 위한 촛불집회, 탈퇴가능하다면 의향이 있는 사람 70%. 우리사회에서 탕아 취급당하는 국민연금의 현주소다. 억울한가? 이게 억울한 대우라고 생각하는 어떤 사람이 “국민의 70%”에게 되물었다. 국민연금, 공공의 적인가 아니면 사회연대임금인가? 당신은 이러한 질문에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사실 책 제목에 저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들어 있다. 즉, ‘공공의 적’ 취급 받는 국민연금은 사실 공공성을 강화하는 ‘사회연대 임금’이라는 것. 기금고갈이네하며 술렁이고 있는 요즘, 노동사회운동을 중심으로 오히려 정부가 국민연금 보장성을 더 강화하는 방안을 내놓도록 압박해야, 다시 말해 노동자들이 돈 더 낼 각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거 허투루 얘기했다가는 몰매 맞거나, 적어도 월급쟁이들이 월급봉투 받을 때마다 치밀었던 부아 한꺼번에 터지는 소리 듣게 될 얘기다.

그러나 이 주장은 사실이다. 신빙성을 주는 근거, 이 책을 쓴 사람이 국민연금관리공단에서 나온 멀쑥한 공무원이 아니라 정부가 이를 갈면서 못 잡아먹어 안달하는 민주노총, 민주노동당 출신 정책활동가라는 점. 그리고 저자가 꼼꼼하고 알기 쉽게, 그리고 정직하게 정리한 사회보험으로서 국민연금의 ‘세부약관’이다. 이에 따르면 멋지고 안전하고 풍요로운 세상의 이미지를 광고를 통해 제공하는 사보험이 가입자에게 약 0.8배 수익률을 보장하는 데 비해, 국민연금은 대략 2~3배, 많게는 4배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국민연금 고갈이라는 논리도 알고 보면 보고서에 상정하거나 칼럼에서 상상하며 떠드는 것은 가능하나, 보험회사 도산보다는 훨씬 가능성이 적은 ‘협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솔깃한 이야기도 하루살이도 어려운 비정규노동자나 영세자영자들 귀로 들어가면, 킁, 바로 콧방귀로 튀어나오기 일쑤다. 가장 중요한 혜택대상이 되어야 할 이들에게 ‘오해’를 넘어 ‘이해되기를 거부’ 당하고 있는게 지금 국민연금, 너 나아가 세금, 그리고 정부 공공성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 두터운 벽을 뚫는 일에는 당연하게도 노조활동가들의 몫도 매우 크다. 그 벽은 노동운동을 작업장 안으로 가두고 있는 벽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활동가로서 책임감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주머니에 쏙, 머리에 쏙 들어오는 이 책 하나 구입하실 것. 한국사회를 분할하는 벽과 맞서 싸우는 데 유용한 무기와 자신감이 될 것이다. 더불어 이 책에 담겨 있는 국민연금과 특수직연금의 진보적 개혁안을 꼼꼼히 체크해두면 국민연금 씹기를 안주삼아 진행될 술자리를 좀 더 생산적인 논의의 장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