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노동자여, ‘지공주의’로 단결하라!

노동사회

대한민국 노동자여, ‘지공주의’로 단결하라!

편집국 0 4,207 2013.05.24 12:26

일찍이 칼 마르크스는 “토지 독점은 자본 독점의 기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영국의 수상 윈스턴 처칠도 “토지 독점은 영구적인 독점일 뿐만 아니라, 모든 독점의 어머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최근 한국사회에서 부동산문제의 근본적인 대안으로 회자되고 있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19세기 미국의 사회사상가인 헨리 조지는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 “사회가 눈부시게 진보함에도 빈곤이 해소되지 않고 주기적으로 경제 불황이 닥치는 이유는 토지사유에 따른 불로소득이 지주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지대를 완전히 징수하여 최우선적인 수입으로 삼는 토지가치세제를 실시해야 한다”라고 설파한 바 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러한 헨리 조지의 사상은 그 당시에는 세계적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으나, 토지의 독자적인 특성을 인정하지 않고 노동과 자본만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공통성을 가진 주류경제학(우파)과 사회주의(좌파) 양 진영이 20세기 경제학계의 주도권을 장악함으로써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잊혀져왔다. 그러나 이러한 헨리 조지의 사상은 세계적으로 자본주의의 병폐가 여전한 가운데 사회주의라는 견제력마저 퇴조해버린 이 시점에서, 한미FTA를 위시한 브레이크 없는 신자유주의의 물결이 밀려오고 부동산 광풍이 몰아치는 지금 우리사회에서,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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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동산 투기 공화국, 대한민국! 이 광풍을 잠재울 수 있을까? 민주노동당원들이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민중의 소리 ]

이젠 월급 모아 집 절대 못 산다

헨리 조지는 노동의 문제에 있어서 주류 임금학설인 임금기금설을 부정했다. 임금은 어딘가에 이미 마련되어 있다고 생각되는 자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노동에 의해 생산되는 것이라는 말이다. 그는 또 인간이 노동하지 않고 무엇인가를 가지려면 구걸해서 얻든지 아니면 빼앗거나 훔치는 방법 밖에는 없다며, 자연법에서는 노동의 권리 외에 어떠한 권리도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인간이 노동을 하려면 노동을 투입할 대상이 필요한데, 자연법에는 모든 인간이 자연을 사용하고 향유할 권리와 노동을 자연에 투입할 권리, 자연으로부터 노동의 대가를 수취하여 소유할 권리가 명백하게 나타나 있다고 말한다. 헨리 조지의 이러한 생각은 지금 우리나라와 같이 일하고 싶어도 일할 대상이 없는 사람들과, 일해도 자신이 일한만큼의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에게 뜻 깊은 의미를 던진다. 

그러면서 헨리 조지는 노동이 진정으로 자유로우려면 노동을 투입할 대상인 ‘토지(자연이 제공하는 모든 물질과 기회와 힘)’에 대한 권리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하고 자유롭게 접근이 가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한가? 1%의 사람들이 전 국토의 57%를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가 얼마 전 발표된 바 있다. 또 전 국민의 40%를 넘는 무주택자들은 자신의 노동을 투입할 땅 한 조각은 고사하고, 맘 편히 살 수 있는 자기 집 한 칸도 없이 불안한 ‘세살이’를 하고 있는 반면, 한 사람이 1,083채의 집을 가지고 있는 등 토지와 주택의 소유가 계속 양극화되고 있다. 거기다가 이러한 부동산자산에 대한 양극화는 경제양극화의 핵심 고리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해 이제 우리나라에서는 아무리 고소득이 보장되는 대기업에서 일을 한다 해도 자신의 소득만으로는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되어버렸다. 

이게 바로 지금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현주소이다. 이제 자기 손으로 집을 장만하려면 반드시 은행에서 빚을 내야만 하는 세상이 되었다. 그 빚을 평생 갚느라 가뜩이나 힘든 노동자들의 허리가 휘고 있다. 그러는 한편에서 부동산을 이미 갖고 사람들은 그것을 담보로 은행에서 쉽게 대출받아 부동산을 또 사두면 다른 어떤 투자수단보다 훨씬 짭짤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부동산은 소위 최고의 재테크수단이 되었다.

하지만 헨리 조지가 말 한대로, 노동하지 않고 무언가를 가지려는 것은 극단적이지만 ‘도적질’ 혹은 ‘불한당의 심리’라고 밖에는 달리 말할 수 없다. 소위 ‘재테크’ ‘집테크’ ‘빚테크’라는 것을 통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부자가 될 수 있는 우리사회 현실에서야 이러한 말이 공허하게 들리겠지만, 이것은 지금도 변함없는 진리이다. 누군가가 웃으면 누군가는 울게 되어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부동산 불로소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거대한 돈 싸움의 소용돌이 속에서 애꿎은 서민과 노동자들만 신음하고 있다. 이 투전판의 소용돌이 속으로 너나 할 것 없이 빨려 들어가 부동산 투기라는 망국적인 홍역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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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사회사상가 헬리 조지와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 ]

토지불로소득은 사회에게, 노력소득은 개인에게

헨리 조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공동체의 공동노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토지불로소득을 모두 공적으로 환수하여 국가운영을 위해 쓰고, 생산적인 노동에 부과되는 세금은 폐지하거나 최대한 줄이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즉, ‘노력소득’은 철저하게 보장하고 ‘토지불로소득’은 사회공동체를 위해 쓰자는 것이다. “사회의 것(토지불로소득)은 사회공동체에게, 개인의 것(노력소득)은 개인에게.” 이것이 바로 부동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의 핵심내용이다. 토지불로소득을 사회가 공적으로 환수하여 부동산 투기를 하려는 투기적인 가수요의 유인을 없애고, 부동산시장을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해야만 부동산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토지불로소득이 그대로 존재하고 개인이 이를 자기 호주머니로 고스란히 가져갈 수 있는 구조라면, 아무리 규제를 해서 막아도 다른 방법을 동원하여 토지불로소득을 얻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참여정부가 추진해온 부동산정책들은 사회악의 근원인 토지불로소득의 완전 환수라는 목표에서 볼 때 아직도 한참 멀었다. 우선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는 정도가 미미해서 그 효과를 기대하기가 어렵다. 정부가 토지불로소득을 제대로 환수하여 부동산시장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인지 진정성도 사실 의심스럽지만, 일부 보수언론과 기득권세력의 ‘세금폭탄론’ 등에 휘둘려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정말로 국민들이 부동산정책을 확고하게 신뢰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게다가 정부 부동산정책에 보수언론과 기득권세력이 극렬 반대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김진표, 이헌재 씨와 같은 재경부장관들까지 몸소 나서서 반대를 하더니, 지방선거의 참패 후에는 열린우리당까지 엉뚱하게도 부동산세금이 과해서 선거에 졌다는 망발을 해댔다. 이런 정부의 무일관성이 부동산시장을 또 다시 투기장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참여정부 부동산정책과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또한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은 토지불로소득을 정조준하지도 못했다. 현행 부동산관련 세율은 토지불로소득의 핵심인 지대에 맞춘 것이 아닌 부동산가격이나 양도차익에 맞춰져 있다. 이러한 것은 전체 부동산에 대한 ‘무차별 지향사격’이지 토지불로소득을 겨냥한 ‘정조준사격’이 아니다. 토지불로소득의 핵심인 지대를 과세지표로 하여 토지불로소득을 정확히 환수하면 부동산투기를 잠재울 수 있었을 것이다. 

부동산정책의 목표를 ‘부동산가격’과 ‘강남잡기’에 둔 것도 잘못이다. 부동산정책의 목표를 토지불로소득의 환수에 맞추면 가격은 투기가격이 아닌 정상가격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강남뿐만 아니라 전체 부동산시장이 안정됐을 텐데, 참여정부는 인위적으로 부동산가격을 전부 잡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래놨는데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매번 부동산가격이 올라갔으니 국민들이 실망과 불신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참여정부는 토지와 건물을 구분하지 못하고 토지와 건물을 통합과세하는 오류도 범했다. 부동산불로소득의 핵심은 토지인데, 건물까지 포함해서 과세를 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일어나게 된다.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 낡으면서 감가상각이 되지만, 토지는 낡거나 가치가 줄어들지 않고 대부분 가격이 오른다. 사람들이 아파트투기를 하는 것은 건물의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는 착시현상에 불과하고 실상은 토지의 가치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즉, 아파트라는 건물의 ‘위치’와 ‘공간’을 제공하는 토지의 가격이 폭등하는 것이고, 부동산투기는 본질적으로 이 토지에 대한 투기이다. 이러한 상식적인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건물에다가도 과세를 강화한 것은 잘못이다. 토지에 과세를 강화하면 투기목적으로 놀고 있던 유휴토지가 시장에 나와 실수요자들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게 되고, 건물에 대해 감세를 하면 건물의 신축-증축-개조 등을 활성화시켜 경기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부동산 거래세나 경제에 해를 끼치는 생산적인 노동에 대한 악성세금을 제 때 내리지 못한 것도 커다란 실수다. 남은 임기의 참여정부와 앞으로 세워질 차기 정부는 이러한 잘못을 반면교사로 삼아 제대로 된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추진하여 부동산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나아가 통일한국의 경제체제에 초석을 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토지독점은 자본독점 기초임을 노동자가 명심해야

아울러 한국의 노동자들과 노동운동을 하는 노동계에도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는 칼 마르크스와 헨리 조지 사이의 오래된 논쟁이기도 한데, 노동이 진정으로 자유로우려면 ‘자본’에 대한 투쟁보다 토지에 대한 권리를 먼저 확보하라는 것이다. 아니면 적어도 재벌을 위시한 독점자본에 대한 재벌개혁과 함께 토지에 대한 평등한 권리를 되찾는 토지개혁에도 함께 역량을 모아주길 바란다. 

“토지독점은 자본독점의 기초이다”라는 마르크스의 말대로, 설사 독점자본과의 계급투쟁에서 노동자가 승리한다하더라도 토지에 대한 권리를 되찾지 못한다면 토지독점을 기반으로 한 독점자본은 또 다시 탄생하고 만다. 한국의 노동자여, 토지에 대한 천부인권의 평등한 권리를 요구하는 지공주의(地公主義)로 단결하여 내 집 걱정 없이, 내 땅에서 일하고, 내 일한만큼의 대가를 맘껏 누리는, 진정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우리 다함께 만들어 나가자! 대한민국의 노동자여, 지공주의로 단결하라!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6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