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노동행위로 출세한 사장과 맞서는 법

노동사회

부당노동행위로 출세한 사장과 맞서는 법

편집국 0 3,657 2013.05.24 12:50

대우자동차판매노동조합의 과거와 현재는 한마디로 노동조합을 말살하려고 하는 대우자본과의 대립과 처절한 투쟁의 역사였다. 고용안정을 확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노동조합을 지켜내려는 노동자들과 불안정한 고용관계(흔히들 이야기 하는 노동 유연화)를 유지하고자 했던 자본과의 기나긴 투쟁이었다. 그 과정 속에서 많은 동지들이 구속되고 수배되는 어려움과 조직의 축소 등으로 위기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노동조합을 지켜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의지와 결의를 바탕으로 하는 실천투쟁으로 돌파해왔다. 그러나 대우자동차판매주식회사(이하 대우자판(주))의 노동조합 말살을 위한 부당노동행위는 그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희망을 찾아 설립한 노조와 탄압의 시작

smbyun_01.jpg대우자동차 판매노동자들은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2차례나 노동조합 설립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1989년 전국에 흩어져 근무하던 판매노동자들이 부평출고사무소 점거 등 3차례의 상경파업을 벌였고, 때마침 대우자동차노조 민주파 대의원들의 지원을 업고 자동차판매직으로는 최초로 대우자동차노동조합 판매지부를 출범시켰다. 조직의 확대를 발판으로 1989년과 1990년의 임단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성과를 이뤘고, 전국적으로 산재되어있는 모든 영업소의 영업직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조직확대를 이루었다. 

판매노동자의 노조가입은 고용실태에서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근속기간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노동조합이 없었을 때는 사측이 맘대로 자르고 퇴직을 강요하면서 직원들의 고용문제를 자본의 뜻대로 할 수 있었으나, 노동조합 설립 이후 그런 조건이 상실되었다. 실제 노조 설립 이전 영업직의 평균 근속기간은 2년에도 못 미쳤으나 이후 근속기간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지금은 근속기간이 10년을 전후하고 있다. 

어쨌든 노조가 설립되자 대우자본은 다른 대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대우자동차노동조합 판매지부는 1990년 말 대기업연대회의에 대한 공안탄압 돌파투쟁 속에서 조직에 타격을 입게 되었다. 당시 판매지부는 대기업연대회의에 대한 공안탄압 분쇄를 외치며 15박16일 동안 파업을 진행했다. 파업 이후 판매지부는 자본과 정권으로부터 탄압을 받아 당시 조합원의 30%에 가까운 500명 정도가 정직 등 징계를 받았으며, 32명의 해고와 10여명의 구속자가 발생하는 등 조직에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노동조합이 위기를 맞이하자 대우자본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동차 대리점(당시 소사장제)을 법인을 달리하여 만들었고, 당시 김우중 회장의 비서였던 이동호 사장을 대우자판으로 보내 노조파괴행위를 체계적으로 진행했다. 구체적으로는 지역별로 축구·야구 동호회 등을 만들어 노동조합 설립과정에서 소외되었던 반노조 성향의 고참 직원들을 끌어들였다. 또한 일부 어용노조 간부들까지 끌어들여 각종 혜택을 주고 반노동조합 조직을 음성적으로 확대해 나가면서 노조파괴를 위한 수순을 단계적으로 진행해 나갔다. 더불어 생산과 판매를 분리하여 대우자동차판매주식회사를 만들었고 노동조합도 생산직과 분리하게 되어 1993년 대우자동차판매 노동조합이 만들어지게 된다. 

“1순위 부당노동행위 사업장”이 보여주는 쇼!쇼!쇼!

대우자본은 1993년 분리된 대우자판(주)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회사의 도발을 막아내기 위해 해마다 투쟁을 반복하며 대우자본과 격돌했고, 이 때문에 대우자동차판매는 노사관계가 극도로 좋지 않은 사업장으로 지목받아 왔다. 그럼에도 회사는 대리점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직영조직을 축소시켰고 노동조합 파괴공작을 멈추지 않았다. 1997년엔 전 관리자를 대상으로 반노조교육을 실시하고 무차별적은 노조탈퇴 강요 등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 지속적으로 관리해오던 반노조조직들을 동원해 노동조합에 대항하는 ‘전문영업직발전협의회’(이하 전발협)라는 불법조직을 만들어 노동조합 탈퇴와 전발협 가입을 노골적으로 강요했다.

이 과정에서 대우자동차판매의 모든 현장을 장악하며 실질적인 사장 역할을 했던 당시 이동호 전무(현재 사장)가 모든 부당노동행위를 진두지휘했다. 당시 이동호는 지점장으로 시작해 지역본부장, 본사 임원, 40대 대표이사 취임 등 초고속 승진이라는 신화를 써나갔다. 그의 성공신화 뒤에는 가는 곳마다 조합원을 탈퇴시켜 전발협에 가입시키는 혁혁한 ‘전공’이 있었다.

판매직 노동자에게 판매실적이 부진하다는 것은 죽음과도 같은 일이다. 그렇기에 회사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차량판매에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사형선고와 다름없다. 사측은 이런 판매회사의 특성을 이용해 조합원들에게 차량판매 관련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노조무력화를 시도했고, 이는 곧 조합원의 생계위협으로 다가왔다. 또한 사측은 이와 별도로 전발협에 대한 금전 및 인력지원을 통해 전발협을 강화시켜 나갔다. 이를 통해 전발협은 본격적인 노동조합 때리기를 시도했다. 결국 2천5백명이 넘던 조합원수는 1998년을 지나면서 1천여명으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이 같은 회사의 부당노동행위는 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과 노사정위원회로부터 “1순위 부당노동행위 사업장”으로 선정된 사실에서 그 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맞서 노동조합은 위원장 단식, 상경 총파업투쟁 등으로 저항했지만 직영점보다 대리점이 많아진 현실 속에서 큰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smbyun_02.jpg

조합원 수는 줄어도 단결력은 더 공공이 

전방위적인 노조파괴공작으로 노동조합의 조직을 축소시키는 데 성공한 회사는 2001년 12월 다음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바로 임금체계 개악이다. 당시 대우자판(주) 영업사원들의 임금체계는 고정급 70%, 변동급(차량판매수당) 30%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는 경제여건의 변화로 인해 차량판매가 부진해도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동조합이 10년이 넘는 처절한 투쟁을 통해 만들어 놓은 임금체계였다. 그런데 회사가 단 한순간 이를 뒤엎으려한 것이다. 기존의 임금 비율을 변동급(차량판매수당) 75%, 고정급 25%로 개악하여 받아들일 것을 강요했다. 

창사 이래 단 한차례의 적자도 기록하지 않았음에도 경영상 어려움을 이유로 임금체계 변경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정리해고를 단행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우량기업에서 정리해고는 불가능하다는 노동조합의 주장에, “불법이라도 한다. 회사는 2~3년 법정까지 갈 준비를 하고 있다. 버틸 수 있으면 버텨봐라”라는 뻔뻔한 주장을 하며 임금체계 변경을 추진하면서 이와는 별도로 수천만원의 퇴직위로금을 제시하며 회유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결국 천이백명의 조합원들 중 일부는 회사의 정리해고 협박에 회사를 그만두고 일부는 회사의 임금체계 변경을 받아들이는 개별동의를 하게 되었다. 이에 노동조합은 판매노동자 역사상 전무후무한 6개월 전면파업을 포함한 2년여 장기투쟁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끊임없이 법을 무시한 부당노동행위를 자행했다. 조합원들이 근무하는 영업소 폐쇄, 영업소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는 곳으로 조합원 발령, 당직근무 배제, 교육 배제, 영업지원인력 미배치 등 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판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년여에 걸쳐 불법행위를 자행했다.

이러한 회사의 불법행위에 1천여명이 넘던 조합원의 수는 7백명, 5백명, 3백명 끝내는 1백2십명으로 축소되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투쟁을 멈출 수 없었다. 비록 1백여명으로 줄어들었지만 회사의 탄압과 불법행위에 맞서 결코 노동조합을 포기 할 수 없다는 의지와 결의를 가지고 물러서지 않는 투쟁을 전개했다. 

이런 투쟁의 결과로 2004년 1월,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거의 모든 것을 관철시키며 투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또한 이동호 대표이사는 부당노동행위로 재판을 받고 벌금 1천만원의 형을 받았다. 2002년 2년에 걸친 장기투쟁은 노동조합에 있어 조합원의 수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단결된 모습을 보이는가가 더더욱 중요하다는 교훈을 심어준 투쟁이었다. 

노조 말살을 위한 회사의 마지막 발악, 사업분할

회사는 지난 10여년간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반노동조합 조직건설, 노동조합 탈퇴 회유작업, 대리점 확대정책, 임금체계 변경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정책들을 추진했다. 그럴 때마다 번번이 노동조합의 투쟁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다. 2002년의 탄압으로 조합원 수를 축소시키는 데 성공은 하였지만 2004년 합의 이후 노동조합이 전개해온 조직강화 및 조직확대사업으로 노동조합은 안정되기 시작했고, 작은 인원이지만 노동조합에 가입하는 직원들도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이에 회사는 아예 직영조직을 없애면서 자연스럽게 노동조합을 말살하기 위해 판매조직 중 직영승용판매부분을 분할하여 신설법인을 세우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자본금 1,500억원, 자산가치 1조5천억의 회사가 10억원의 신설법인을 만들어 대부분의 조합원이 있는 직영승용판매부분을 분할하려 하는 것이다. 회사는 지난 2002년과 마찬가지로 직영부분 적자를 내세워 사업분할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기발령에 이은 정리해고는 불가피하다는 협박을 자행했다.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협박과는 별도로 회사는 이동호 대표이사가 직접 팀장급 직원들을 모아놓고 사업분할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직원들을 설득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지난 2002년 임금체계 변경과는 분위기가 처음부터 달랐다. 자산가치 1조 5천억원의 상장회사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사업분할로 인해 일그러지면서 직원들의 반발과 동요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직원들의 반발에 당황한 회사는 실적 부진자에게 새로운 활로를 내주겠다는 이유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사업분할에 분노하던 직원들은 신설법인에 가느니 차라리 희망퇴직금을 받고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의사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노동조합은 회사의 사업분할 정책에 맞서 투쟁기조를 조직확대로 잡아나갔다. 

조직이 확대되면 회사는 사업분할도 정리해고도 쉽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이를 위해 회사의 희망퇴직 음모를 분쇄하는 것이 우선적인 사업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기조 속에 노동조합은 위원장을 포함한 상근간부 전원이 전국 비조합원 거점을 돌며 희망퇴직을 거부하고 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회사를 지키자며 노동조합 가입을 호소하였다. 노동조합의 조직확대 노력과 사업분할에 대한 직원들의 동요와 반발이 맞물리면서 2006년 8월 말부터는 노동조합 가입원서가 줄을 잇기 시작했다. 150여명에 불과했던 조합원수는 9월이 되면서 2백여명을 훌쩍 넘기게 되었다.

다시 시작된 싸움, 승리는 조직력을 통해

그 와중에 사업분할로 인해 회사의 회유, 협박에 시달리던 조합원이 스트레스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동조합은 조합원 사망사건과 관련해 “불법적 구조조정에 의한 타살”로 규정하고 총파업투쟁을 선언했다. 조합원 사망과 노동조합의 조직확대에 긴장하기 시작한 회사는 소위 영업직노사협의회와 사업분할을 합의하면서 일방적으로 사업분할을 추진한다. 노동조합의 교섭요구도 거부한 채 지난해 9월 말 용역깡패를 동원해 주주인 조합원들의 출입도 봉쇄하고 임시 주주총회를 진행하여 사업분할을 강행한 것이다. 즉시 노동조합은 부평 본사 앞에 고 최동규 동지 분향소와 농성장을 설치하고 장기투쟁을 결의했다. 장기투쟁 결의와 더불어 노동조합은 각 지부별 공청회를 통해 이번 투쟁의 의미와 향후 방향, 조합원들의 정신자세 등을 교육하면서 내부 동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였다. 

회사 역시 가만있지는 않았다. 임시 주주총회 이후 10월2일, 추석연휴를 연장해가며 신설법인으로의 발령을 거부하려면 소위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라는 공지를 사내전산망에 올렸다. 물론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면 대기발령에 이어 정리해고 대상이 된다는 협박도 잊지 않았다.

노동조합은 신설법인 발령을 전제로 하는 이의신청서를 거부하면서 노동조합 명의로 전적을 거부한다는 의사를 명백히 밝혔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무시하고 이의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전체 조합원을 일방적으로 신설법인으로 발령했고 노동조합은 전조합원 명의의 전적부동의서를 내용증명을 통해 발송하고 회사의 전적을 거부할 것을 결의하였다. 회사는 신설법인으로의 발령을 통해 사업분할이 완료되었다며 노동조합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할 것임을 선언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전적을 거부한 만큼 조합원들의 현재 소속은 대우자판(주)임을 명백히 하며 신설법인과의 관계를 전면 부정하고 별도로 법원에 지위확인 가처분신청을 내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현재 대우자판(주)은 노동조합의 교섭요구는 물론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마저 부정하고 있다. 노동조합 명의의 공문은 반송하고 있으며 “사업분할이 완료된 만큼 신설법인과 대화를 하라”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사업분할 이후 조합원들이 근무하는 지점을 무차별적으로 폐쇄하여, 조합원들의 기본적인 생활기반마저 봉쇄하고 있다. 

이에 노동조합은 지금까지 3차례의 상경총파업투쟁을 통해 내부 동력을 다지고 있다. 어차피 투쟁이 장기화될 것이기에 조합원들에게는 최소한의 피해를, 대우자판(주)에는 최대한의 타격을 주기 위해 신중한 고민 속에 투쟁전술을 잡아나가고 있다. 대우자판(주) 경영진의 부도덕성을 폭로하기 위해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선전전을 확대하고 있으며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고소, 고발을 병행하고 있다. 

조직을 유지하고 내부동력을 강화하는 것이 이번 싸움의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노동조합은 조직의 내부동력을 강화하는 것에 모든 역량을 투입할 것이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의 생존은 무시한 채 이윤확대에 혈안이 된 불법적인 구조조정을 분쇄하기 위한 투쟁을 끝없이 전개할 것이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