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금속산별노조 출범의 경과·쟁점·과제

노동사회

통합 금속산별노조 출범의 경과·쟁점·과제

편집국 0 3,254 2013.05.24 12:49

지난해 12월20일, 금속연맹의 산별전환 사업장과 금속노조는 마침내 11월23일 휴회 이후 속회된 금속산별 완성대의원대회를 무사히 치러냈다. 산별완성 대의원대회는 소위 ‘규약개정 대의원대회’였다. 현행 금속노조 규약을 15만 거대 조직에 걸맞게 손질하고, 기간의 산별운동과 노조운동의 경험을 근거로 새로운 규약을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었다. 이에 따라 그렇게 장시간을 논의한 끝에 대의원대회의 의결을 거쳐 개정된 규약·규정을 통과시킨 것이다. 금속연맹 산하 주요 사업장들이 산별전환 총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2006년 6월 말 무렵을 기준으로 6개월만의 일이다. 

금속노조는 2001년 출범과정에서도 많은 산고를 겪은 바 있다. 15만 거대 조직으로 출범하는 과정에서도 진통이 없을 리 만무했다. 또한 전체 민주노조운동의 산별체제 변환을 이끌고 가는 금속산별의 행보에 힘겨운 쟁점과 이견이 달라붙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러한 치열한 쟁점을 확인시켜주듯, 2006년 11월23일 대의원대회는 17시간이 넘도록 진행됐다. 그러나 가장 주요한 쟁점인 ‘조직체계 문제’는 다루지도 못한 채 휴회되었다. 이후 노사관계 로드맵 입법일정에 따른 총파업 투쟁과 맞물려 두 번을 연기한 끝에 대의원대회가 속회되었고, 다시 장장 15시간이 넘는 토론 끝에 표결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규약개정에 필요한 3분의 2를 넘는 71%의 대의원이 찬성표를 던짐으로써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마침내 대공장이 결합하여 금속산업을 어렵게나마 대표할 수 있는 산별노조이자 국내 최대 단일노조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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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11월 23일 금속산별완성대의원대회  ▶ 출처 : 금속노조 ]

이틀 밤을 꼬박 새운 ‘규약개정 대의원대회’

가연성 쟁점들은 금속산별완성 대의원대회 준비과정에서부터 이미 내포돼 있었다. 금속연맹 4기 지도부는 핵심사업으로 산별완성을 상정하였고 출범 직후 산별완성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산별완성위원회는 “미전환 사업장의 동시 산별전환 총회”라는 사업목표를 분명히 하고 산별전환 총회 전까지 15차례에 이르는 회의를 가졌다. 이를 통해 다양한 쟁점들이 정리되고 산별전환 방식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었다. 결정된 총회방식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기업노조들이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으로 조직형태를 변경, 그리고 △규약 및 제반 규정 등은 금속산업연맹 및 (가칭)산별완성 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 것을 수용한다는 것이었다. 

바로 이 부칙조항이 쟁점을 안고 있었다. 형식적 원칙만을 근거로 보면 현행 금속노조 규약을 기준으로 금속노조에 가입하면 될 일이었으나 현행 규약이 아니라 산별완성 대의원대회의의 의결을 거친 규약을 조직과 제도의 근거로 삼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칙조항이 삽입된 이유는 현행 금속노조 규약을 15만 조직과 이후 조직발전 전망에 맞춰 손을 봐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이었다. 규약개정은 금속노조의 성과는 계승하고 손 볼 지점은 손봐서 새롭게 출발하자는 의미였으며, 15만 통합금속노조의 출범을 담보하는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2006년 7월 기업노조들의 산별전환 총회 직후, 규약개정을 위한 논의단위인 ‘산별완성대의원대회 준비위원회(완성대대 준비위)’가 구성되었다. 완성대대 준비위는 대의원대회에 상정할 규약·규정 개정안과 사업계획 및 예산안을 마련하는 것이 주요임무였다. 이를 위해 준비위는 △규약, △교섭 및 2007년 사업, △교육, △예산 등 4개 분과소위원회를 구성하여 대대 안건상정을 위한 토론용 초안 작성에 들어갔다.

예상대로 분과소위의 초안 준비과정에서부터 수많은 쟁점들이 불거졌다. 모든 소위에서 두루 쟁점이 형성되었으나 규약소위에 가장 많은 쟁점이 몰렸다. 규약관련 쟁점 중 가장 첨예하고 합의가 어려웠던 것은 ‘조직체계’에 관한 내용이었다. 이견이 분명했던 데다가 규약의 거의 모든 조항이 조직체계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쟁점이 물고물리는 난항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소위와 준비위는 대대에서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단일안을 제출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았고, 완성대의원대회 일주일 전까지 단일안 마련을 위한 회의가 진행되었다. 그러나 결국 27개 규약·규정 개정조항 중 조직체계 관련한 규약과 규정은 단일안을 만들지 못하고 복수안을 완성대대에 상정했다. 

2007년 사업계획 관련해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한 쟁점을 보고형식으로 제출했지만, 이는 임원선출 후인 차기 임시대의원대회에 의결을 넘길 수밖에 없었다. 이밖에도 완성대대에서는 먼저 ‘조직운영’과 관련하여 △선출직 소환절차 완화, △산별협약 전체를 관장할 수 있는 협약위원회 신설, △대의원으로 충족될 수 없는 현장활동을 담보하기 위한 현장조직위원을 선출 등이 제안되었다. 그리고 ‘쟁의권’과 관련해서는 △현장단위 쟁의권 인정, 그리고 ‘교섭권’과 관련해서는 △기업단위 교섭권 제한 등의 수정안이 제출되었다. 이를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현장위원 신설, 현장쟁의권 인정, 비정규직 신분보장 

먼저, 선출직 소환과 관련된 수정안은 현행 규약의 “3분의 1 발의 3분의 2 찬성” 탄핵요건을 완화해 해당 선출단위 “5분의 1(총의의 경우 10분의 1) 발의와 과반수 찬성”으로 개정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반대의 주된 이유는 그렇지 않아도 취약해질 수 있는 집행력을 더욱 불안하게 하여 조직 내부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결국 많은 논쟁 끝에 부결되었다. 

둘째, 협약위원회 신설과 관련된 수정안이다. 현재 금속노조는 산별협약의 교섭안을 준비하고 협약과 관련한 제반 정책을 마련하는 기구로서 ‘단체협약위원회’를 두고 있다. 이는 통상 중앙의 정책실과 지부의 사무국장들이 결합하여 운영되어 왔다. 즉, 기존 단체협약위원회는 실제 교섭에 참여하거나 교섭을 관장하는 기구라기보다는 안을 준비하고 지원하는 지원, 실무기구였다. 제출된 수정안은 이러한 단체협약위원회의 기능을 확대하여 협약위원회를 구성하고, 신설된 협약위원회가 실제 교섭에 참여토록하자는 것이었다. 조직이 확대되고 중앙은 물론 지부 및 지회의 교섭이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현실 속에서 전체 교섭과 협약을 일관된 방침 아래 관장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대의원들은 협약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설치하자는 방향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를 하였다. 그런데 구체적인 부분으로 들어가서, 지부의 집행단위뿐만 아니라 지부별로도 협약위원을 선출하자는 내용이 논란이 됐다. 그렇게 되면 교섭권이 집행권에서 분리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아직 확대된 산별교섭이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섭에 집행단위 이외의 성원이 참여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과, 협약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집행단위가 아닌 전문적인 교섭위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결국 표결에 붙여졌고, 이 수정안은 근소한 표차로 부결되었다. 그러나 이후 산별협약을 정착시켜가기 위해서는 정책실과는 별도로 단체협약실을 개설하는 것에 아울러서 교섭 및 협약 관련 기구의 전문성과 기능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꾸준히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현장조직위원회 설치와 관련된 안이다. 이 수정안과 관련하여 대의원 말고 현장위원이 왜 필요한지 묻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특히 대의원이나 집행 상집간부의 기능과 중복되거나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산별노조의 현장공동화를 방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어 이 수정안은 가결되었다. 현장조직위원과 함께 노조사업의 현장성과 전문성을 위해서는 현장의 전문위원이 필요하다는 의견 역시 현장발의안으로 상정되어 통과되었다.

넷째, 현장단위 쟁의권 인정문제도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준비위에서 제출한 원안은 현장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사안에 대해 자체결의에 의한 쟁의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동의하지만, 여기에는 조합 연대책임과 신분보장(기금) 문제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적어도 위원장이 ‘중지명령’은 내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완성대대에 제출된 수정안은 이에 대해 위원장의 중지명령은 쟁의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밖에 해석되지 않으므로 이를 삭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중지명령이라는 단서는 삭제되었다. 이와 함께 조합원의 신분보장에 관한 조항도 개정되었다. 즉 기존의 조합활동 과정에서 해고되거나 불이익을 당해서 노동조합이 신분보장을 해야 하는 경우에 “보복성 계약해지”가 포함되게 되었다. 이를 통해 비정규조합원의 계약해지에 상황에서도 신분보장 기금을 적용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되어 비정규 투쟁에 일정한 활로를 열어줄 수 있게 되었다.

지금까지 기술한 내용들은 대부분 11월23일 대의원대회에서 수많은 수정 동의안을 거치며 결정된 것들이다. 12월20일 속회된 대의원대회에서는 모든 관심과 의결의 동력이 조직체계에 집중되었다. 

완성대대를 뜨겁게 달궜던 조직체계 논의 

완성산별노조의 조직체계와 관련된 논의는 크게 두 단계로 나뉘었다. 첫 번째는 2006년 6월 산별전환 이전에 제기된 ‘업종본부’를 둘러싼 논의였다. 이는 산별전환 경로에 관한 논의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체 금속노동자를 아우르는 산별노조의 건설이 쉽지 않다는 판단 아래, 우선 자동차 완성사(그리고 미전환 부품사)를 묶어 ‘자동차 (업종)노조’를 구축하고 난 후 기존의 금속노조로 통합하자는 경로가 제안된 적이 있다. 대공장노조가 주로 중소사업장으로 구성된 금속노조로 단번에 가입하기에는 숱한 현실적 장애가 존재하며, 자동차 완성사노조들끼리는 다양한 영역에서 비교적 강한 연대성과 동질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그 주장의 근거였다. 

그러나 이 주장은 현실적 타당성 여부를 떠나 조직 내부의 동의를 받기가 어려웠다. 이에 따라서 전체 금속노동자를 아우르는 큰 틀은 유지하되 조직 내에 자동차 완성사와 부품사를 묶어 ‘업종본부’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제출되지만, 이 역시 논의과정에서 구체화되지 못했다. 

이러한 조직체계 논의는 6월 기업노조들의 산별전환 총회 이후 본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4개월을 넘기는 논의에도 조직체계 관련 단일안이 만들어지지 못했고, 결국 완성대대에는 복수안이 상정되었다. 조직체계의 최대 쟁점은 ‘기업지부 인정’ 문제였다. 금속노조가 지역지부를 허리로 하는 조직체계여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따라서 규약에 기업지부의 설치의 근거를 없애기 위해 “지부는 공동투쟁경험, 업종, 거리 등을 고려한 지역단위 또는 기업단위로 설치할 수 있다”는 조항 중 “업종”과 “기업단위”라는 단어를 삭제하기로 하는 데는 모두가 동의했다. 

단지 현재의 기업별노조, 특히 대규모 사업장을 곧바로 지역으로 편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과 함께 “2009년 9월까지 한시적으로 기업지부를 인정하자”는 안이 제출되었다. 전국으로 흩어져 있는 수많은 사업장을 포괄하는 대공장노조들이 산별교섭이 정착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으로 분할되어 흩어질 경우, 교섭력을 어디서 확보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에 근거한 주장이었다. 또 규약에서 이미 기업단위에 독자적 교섭권을 인정하지 않기로 한 상황이니 많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기업지부 조직형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반면 한시적 기업지부에 반대하는 의견은 규약에 근거를 없앤다 하더라도 대공장이 3년 후 기업지부를 해산하고 지역지부로 편재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판단에 근거했다. 대공장이 대거 결합한 2006년 상황에서 기업지부 조합원이 8만을 넘게 되는데, 전체의 과반수에 이르는 기업지부 조합원들이 대공장 기업지부 조직형태를 포기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산별노조운동의 기본목표가 기업별노조를 해체하는 데 있다면, 산별건설의 중요한 분기점인 규약개정 과정에서 가능하면 기업별 노조의 잔상을 최대한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시적 기업지부 반대 의견은 다시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뉘었다. 하나는 “당장 지역지부로 편재하자”는 의견이었고, 다른 하나는 “기업지부를 두되 기업지부 상위조직으로 지역본부를 구성하자”는 방안이었다.

기업지부를 한시적으로 인정하자는 쪽은 △기업지부는 2009년 10월부터 임원과 대의원을 선출하지 않으며, △기업지부 대표자는 지역지부 운영위원회에 의무적으로 참가하고, △기업지부 해산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내용을 담은 ‘기업지부 해산 방안’을 완성대대에 안건으로 상정하였다. 이러한 조직형태 관련한 안건은 산별완성 대의원대회의 뜨거운 결미를 이루며 표결에 붙여졌고, 결국 한시적 기업지부 인정 방안이 과반수를 넘겨 통과되었다. 이와 더불어 쟁점이 되었던 △규약상 기업지부 설치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만도기업지부 처리문제와, △당장 지역으로 편재될 수 없어 과도적 형태를 원하는 철강사업장 문제는 이후 중앙위원회로 의결이 위임되었다.

조직형태와 관련한 또 다른 쟁점으로 비정규직 노조의 조직편재를 들 수 있다. 여러 단위에서 논의한 끝에 비정규직과 정규직이 동일한 조직적 근거를 갖도록 ‘1사 1조직’ 원칙을 규약에 명시하였다. 금속사업장 비정규노동자들은 용역회사를 통한 파견 형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사업장조직을 정규직과 달리할 경우, 투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그 근거였다. 물론 비정규조직을 원칙적으로 지역에 편재하자는 등의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완성대대에는 결국 1사 1조직의 조직형태를 원칙으로 하는 단일안이 제출되었다. 다만 1사 1조직의 원칙을 지키되 “해당단위의 판단에 따른다”는 단서조항이 수정동의안으로 제출되어 통과되었다. 이 규약개정 조항은 비정규직뿐만 아니라 사무직 노조에게도 적용되게 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규약개정안은 축조심의와 조항별 과반수 의결을 거쳐, 전체 개정안에 관한 찬반투표에서 71%의 찬성을 얻으며 가결되었다. 

다시, 더 큰 시작이다!

통합 금속산별의 완성은 두 차례 밤을 꼬박 새는 대의원대회와 역시 수차례 밤을 지새우며 진행된 준비위 회의 등 50여 차례의 회의와 토론 끝에 이루어진 결과였다. 산별완성 대의원대회가 성사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음에도 완성대대는 성황리에 큰 무리 없이 끝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이제 기업별노조로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조합원들의 위기의식과 함께, 노동운동을 담는 그릇이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갈증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수많은 논쟁과 거의 파열이 나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의견대립 속에서도, 오히려 그 긴장감을 동력으로 15만 금속노조는 산별전환 투표 이후 가장 중요한 고비인 규약개정 대의원대회를 성공리에 마쳤다. 이제 ‘2월 임원선거’와 ‘2007년 중앙교섭투쟁’이라는 넘어야 할 산들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 산들을 넘는 과정에서 완성대대의 치열했던 쟁점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부활할 것이다. 그러나 금속노조의 완성으로 산별운동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이번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었던 기업지부문제 역시 3년 안에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조직적이고 목적의식적인 노력을 꾸준히 경주할 필요가 있다.      
       

  • 제작년도 :
  • 통권 : 제118호